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관세음보살전기-45

근와(槿瓦) 2016. 11. 19. 00:35

관세음보살전기-45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45. 대사, 최후의 설법을 하다


그 이튿날 아침 일정대로 세사람의 비구니가 오전에 들게 되었다. 아침청소 시간이었다. 단상을 청소할 순서가 되어 먼저 정병을 쳐다 본 세사람은 모두 그들의 눈을 의심하였다. 정병에 물이 가득하고 파릇한 양류가지가 솟아나 있지 않은가. 아무리 눈을 씻고 보아도 꿈은 아니었다.


그곳에 주저앉은 세사람은 한동안 망연자실하였다. 이윽고 한 비구니가 정신을 차리고 정병에 가까이 가서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한번 더 확인해 보았다. 결코 꿈이 아니었다. 이 날이 언젠가는 오리라 믿고 있었으나 이렇게 일찍 대사께서 성도하는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을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바야흐로 생사를 해탈하는 불도최고의 열반에 들도록 기약된 날인 것이다.


꿈결속에서처럼 달려나가던 세사람은 맞은 편에서 공양할 생화(生花)를 가지고 조용히 걸어오는 영련과 마주 부딪칠 뻔 하였다.

“무슨 일인가요? 사원에서는 더욱 심신(心神)을 가다듬어 조용히 걸어야 해요.”


영련의 엄한 소리에 큰 골풀무(蹈鞴)를 밟고 선 듯 세사람은 흥분된 소리로 차례로 말하였다.

“큰 기적(奇蹟)입니다. 정병속에서 버들가지가 자라났습니다.”

“물도 가득 차 있어요.”

“정말입니다. 이 눈과 손으로 확인하였습니다.”


그 순간에 영련은 얼굴이 새하얗게 핏기가 가시며 눈앞이 캄캄해졌으나 기를 차리고 세사람의 비구니에게 이를 다시 확인하고 나자

“그대들은 이 꽃을 공양(供養)해요. 나는 대사님께 알리러 가겠어요.”


손에 들었던 꽃을 비구니들에게 건네주고 물러가는 세비구니를 바라보면서 영련은 장엄한 기분이 되어 대사의 수방(修房)으로 향하였다. 이렇게 빨리 성도하시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성도(成道)하심에 즐겁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여 마음이 착잡하였던 것이다. 커다란 서원(誓願)의 실현과 대사와 영영 이별하지 않으면 안될 슬픔이 뒤섞여 영련의 마음은 천가지 만가지로 어지러워졌다.


대사 수방(大師修房)에 들어가니 마침 대사는 보모와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영련이 입을 열려하자 대사가 먼저 말을 했다.

“영련! 그대에게 이야기할 것이 있어요.”

조용한 어조이었으나 무거운 음성이었다.


영련은 불안한 가슴을 진정시키며

“무슨 일이시온지요? 소승도 대사님께 말씀드리고 싶은 일이 있사옵니다.”


대사는 영련의 달라붙을 듯한 눈동자를 따듯한 눈으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하고 싶은 얘기란 정병에 물이 솟아나 버들가지가 자라난 일이지요?”

“어떻게 그것을 알고 계시옵니까?”

“나는 오늘 열반에 듭니다. 어제밤 내가 선정에 들었을 때 백련이 만개(滿開)함을 관했지요. 이제는 이 몸을 버리고 갑니다.”


보모의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렸다. 영련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한참동안 만감의 상상(想像)을 회포(懷抱)에 안고있던 대사는 입을 열었다.

“오래고 긴동안 그대 두사람과 수행을 같이 해 왔으나 마침내 이별할 때가 왔습니다. 나의 역사(役事)는 이로부터 갈수록 더욱 분망하게 되어갑니다. 이 세상에 제법은 모두 무상한 것입니다. 하루 속히 해탈하여 사방의 생민(生民)을 도탄의 고통에서 구제하지 않아선 안됩니다.


내가 열반에 든 이후에는 보모와 영련이 내 뒤를 이어서 후수행자를 인도하며 바로 수련에 정진해 주기 바랍니다. 모든 이에게 선법(善法)을 베풀어 불타진지(佛陀眞旨)를 설하여 전하며 모든 번뇌와 전도망상(顚倒妄想)을 제거해 주시기 바랍니다. 간절히 부탁해요.”


영련은 침통한 표정이었으나 의외로 침착하게 대답하였다.

“대사님이시여! 대사님 성도에 기뻐해 마지 않사오나 저희들은 금후 대사님의 은혜와 설법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어찌하면 좋으리까?”


“영련이여! 슬퍼할 것이 아니에요. 사람의 몸은 일시적인 것, 영혼은 영원한 것입니다. 보리살타(菩提薩埵)의 법신(法身)은 항상 멸함이 없이 영원히 그대들과 같이 있을 것입니다.”


이들이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에 세사람의 비구니에게서 정병에 버들가지가 자라났음을 듣고 직접 확인한 비구니 모두가 달려와 대사의 수방(修房) 주위에 모여 방문밖에 무릎을 꿇고 기다리고 있었다. 다리니, 사리니도 침통한 표정으로 방으로 들어와 영련의 뒤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대사가 입적하는 날, 일생의 염원을 성료(成了)하는 날인데도 누구하나 기뻐하는 자가 없었다. 그것은 누구나가 그대로 곧 이별하지 않을 수 없는 대사에 대한 숭모와 애수로 가슴이 메어서 도무지 기쁜 마음이 솟아나지 않았던 때문이었다. 모두가 말없이 고개숙여 흐느낄 뿐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뒤쪽에서 살펴보던 진영동자는 이제 어떻게 되어가나 하고 뒤편에 와서 기웃거리고 있었다. 대사는 진영동자가 나타난 것을 보고 무심히 대중에게 이야기하였다.

“모두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정병에 물이 차고 양류가 자라났습니다. 이는 적당한 기회를 빌린 미타(彌陀)의 소명(召命)이며 불타(佛陀)의 권화(權化)입니다. 양류(楊柳)는 그대로 내가 세간일체의 고액과 재난을 불식하기 위한 자기(慈器)로 되고 정수(淨水)는 감로법우(甘露法雨)로 변할 것입니다. 세상 가운데에 고뇌와 재난이 끊이지 않는 한 이 양류와 정수는 중생의 양의(良醫)가 되어 마음의 병을 고칠 것입니다. 나의 왕생(往生)은 중생제도의 제일보이며, 세상이 이어 있는 한 인류를 위해 불법의 오의(奧義)를 전해주게 될 것입니다.”


보모는 가슴이 메어지는 것 같아 참지 못하고 절규하듯 부르짖었다.

“대사님! 좀더 함께 계시어 주옵소서. 아직 전미개오(轉迷開悟)하지 못한 사람들이 수많이 있사옵니다. 이들을 교도(敎導)한 뒤 열반에 드셔도 늦지 않을 것 아니오이까?”


다리니도 읍소(揖訴)하였다.

“대사님과 이별함은 생신을 잘라내는 것보다 더 아프고 고통스럽사옵니다. 아니 태양이 사라지는 것과 같사옵니다. 전 백성들의 아픔이고 고통이며 슬픔입니다. 한동안만 더 계셔 주옵소서.”


대사는 자비로운 눈으로 모두를 바라보면서

“열반은 특별히 수여(授與)된 은전(恩典)입니다. 이미 때는 와 버렸습니다. 육신을 가진 인간인 이상은 누구라도 조만간 죽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나는 자신의 육체로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하였고 이룰 수 있는 일은 모두 이루었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서 이 육신을 버리고서도 여러분을 교도(敎導)할 수가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 점을 대중에게 들려 주십시오. 무량백천만억의 중생이 있어 여러 가지의 고뇌와 번뇌 속에 있을 때 또는 공포수난(恐怖受難)을 받아 구원이 필요한 경우에 지극한 마음으로 나를 찾으라 하십시오. 나의 법신은 언제나 그의 신변으로 다가가 가호(加護)해 줄 것입니다.


불문(佛門)을 받드는 사람은 교만(驕慢)을 경계하며 바른 마음과 뜻을 품고 깊은 지혜와 청정한 본성영기(本性靈氣)를 길러 탐욕, 진에, 우치를 경계해서 빈부노약(貧富老弱)을 구별함없이 바른 법을 전하여야 할 것입니다. 통속의 주술(呪術), 점술(占術) 등을 써서 중생들을 미혹케 해서는 안됩니다.”


말하고 있는 대사의 안색은 열의에 홍조(紅潮) 염염(艶艶)하여 아무런들 이제 곧 열반에 들 사람으로는 결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사의 말씀은 일언일구 사람의 심금을 울려 다시금 이별의 애통을 더 깊이 해 줄 뿐이었다. 너무나도 비통한 이별의 장면을 목격한 진영은 자기가 범한 장난이 이렇게 큰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에 덜컥 겁이 나서 돌연 찢어지는 듯한 큰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며 대사앞에까지 달려들어

“대사님! 용서해 주시옵소서. 모두가 저의 장난이옵니다.”


탁상에 머리를 부딪쳐 울부짖으면서 뉘우쳐 사죄하는 진영 사동에게 대사는 따스하고 이해심깊은 눈으로 바라보며 부드럽게 타이르기 시작했다.

“진영아! 슬퍼하지 않는 것이 좋으니라. 네 마음의 동기는 미타께서 바란 바였으며 불타께서 준 것이니라. 마음에 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금후로 수행에 괴이(怪異)를 삼가고 경망을 경계하며 사심(邪心)을 버리고 수행에 전심해서 구족계(具足戒)를 지니며 허위(噓僞)나 망어(妄語)를 발(發)하여 사람들을 미혹케하고 속도록 해서는 안된다.


수행의 요소(要素)는 신(身), 구(口), 의(意)의 삼업(三業)으로부터 비롯한다. 몸(身)은 살(殺), 도(盜), 음(淫)의 삼계(三戒)를 지키며 입(口)은 망어(妄語), 기어(綺語), 양설(兩舌), 악구(惡口)의 사계를 지키고 뜻(意)은 탐욕(貪慾), 진에(瞋恚), 우치(愚痴)의 삼계(三戒)를 지켜서 이를 방종치 않게 억제하여 연마 정진해서 업근(業根)을 조복(調伏)하면서 여러 가지의 죄과(罪過) 업장을 단멸(斷滅)하고서 열반으로 접근입멸(接近入滅)하는 혜행(慧行)에 힘쓸지니라.”


진영동자는 자기의 장난이 필경 대사님을 열반케하고 말았구나 하고 몸을 떨며 울어댔다. 그대로 마치 불효자식이 막 서거(逝去)하려는 자모(慈母)를 부여잡고 몸부림치며 우는 모양이어서 만좌중인(滿座衆人)을 모두 울리고 말았다.


대사는 보통 때와 다름없는 태도로 금후의 수행에 대해 설법을 계속하였다. 하나도 빠짐없이 모인 비구니들은 이것이 최후의 설법인 것으로 알고 비통함을 억누르며 온 마음을 기울여 열심히 경청하였다.


“보살행이란 위로 보리를 구하며 아래로 중생을 제도하는 것을 말합니다. 나는 무량겁(無量劫)을 지나더라도 전법구령(傳法救靈)의 행을 이어가겠다는 바다같은 홍서(弘誓)를 발하였습니다. 가지가지의 방소(方所)에 응(應)해서 제유(諸有)의 고(苦)를 멸(滅)하고 수, 화, 풍(水火風)의 재난을 소멸하며 연, 무연(緣 · 無緣)을 불문(不問)하고 때에 응해 무량한 고(苦)를 구할 것입니다.


보살도를 성취하면 구원(久遠)의 대광명이 얻어집니다. 영원한 생명을 향유한 사람은 수한(壽限)이 없이 천지만물과 인류가 계속있는 한 그 위에 상거(常居)하며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다 얻으며 생멸(生滅)이나 소장(消長)이나 변화(變化)에 조우(遭遇)해도 변동없이 존재하며 후세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계속 살아가게 됩니다.


불법(佛法)은 영원히 멸할 수 없습니다. 법신(法身)은 영원히 죽지 않습니다. 천지일월은 무너져 없어져도 법신(法身)의 실상은 극락에 안주하여 절멸(絶滅)하지 않는 법열(法悅)과 쾌적(快適)을 향유하게 됩니다.”


대사의 설법이 끊어질 때를 기다리다가 영련은 마음의 결의를 다지고 물었다.

“대사님은 몇시경에 열반에 드시려 하시옵니까?”

“일모경(日暮頃)으로부터 밤사이입니다.”

“장소는 어디가 되옵니까?”


대사는 한동안 생각하다가 얼굴을 들어

“영롱각(玲瓏閣)이 좋겠지요? 다리니여! 그대가 조금 수고하여 영롱각에 가서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도량을 조성하도록 주선해 주기 바라오. 그리하여 그 가운데에 의자를 하나 놓아둘 것을 잊지 말도록.”


다리니는 흐르는 눈물을 억제치 못하며 얼굴을 숙인 채 꺼져드는 듯한 소리로

“분부대로 잘 알아 모시겠사옵니다.” 하고 물러갔다.


한동안 정적이 흘러 양구(良久)하다가 대사는 다시 설법을 이어나갔다. 대사 최후의 설법인 것이다.

“무릇 수행에는 고로(苦勞)나 간난(艱難)이 항시 따라다니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시종일관 불퇴전의 금강심으로 공고히 정법을 계속 구득(求得)하여야 할 것입니다. 태타(怠惰)나 교만(驕慢)의 의념(意念)을 일으켜서는 안될 것입니다. 명심하여 수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여러분들과 인연을 맺었음을 기뻐해 마지 않습니다.


다음의 내 말을 수련하는 모든 사람에게 명심하도록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나는 미래영겁(未來永劫)동안 나를 믿는 사람과 항시 같이 있으리라. 위난(危難)을 만나 마음으로 입정(入定)하여 진실로 나를 염(念)하면 반드시 묘지력(妙智力)으로 세간(世間)의 고를 구제하리라. 신통력을 구족(具足)하여 널리 시방제국토진찰(十方諸國土盡刹)에 몸을 나타내지 않을 때가 없으리로다. 가지가지의 악취(惡趣), 지옥(地獄), 아귀(餓鬼), 축생(畜生) 및 생노병사(生老病死)를 다 소멸시켜 주리니 굳게 믿고 깊게 수행해 나갈 것이며 의심없이 힘써 결정성취(決定成就)할 것이니라.」

이제 나는 열반에 들어갈 준비를 할 것입니다. 사리니여! 그대는 목욕통에 향탕을 준비하도록.”


말을 마치자 대사는 그대로 선정(禪定)에 입정해 버렸으므로 어떻게 할 수 없게 된 비구니들은 비통해 마지 않으며 물러갈 수 밖에 없었다. 보모와 영련은 수방(修房)에 돌아가 대사를 위한 장엄한 입적예식의 법의(法衣)와 모건(帽巾)을 준비하고 있었다. 신발도 준비하였으나 대사는 평상대로 맨발 그대로 있고 싶다 하여 대사의 뜻을 존중하여 그에 따르도록 했다.



출전 : 大聖 관세음보살일대기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관세음보살입적후기-47  (0) 2016.11.21
관세음보살전기-46   (0) 2016.11.20
관세음보살전기-44   (0) 2016.11.18
관세음보살전기-43   (0) 2016.11.17
관세음보살전기-42   (0) 2016.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