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전기-44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44. 기동(奇童), 꾀로써 정병(淨甁)에 버들가지를 꽂다
그뒤, 대사는 노옹사부(老翁師父)로부터 받은 정병(淨甁)을 오전단상(奧殿壇上)에 안치하고 홀로 수방(修房)에 들어 결가부좌(結跏趺坐)로 내공수행을 계속 정진하였다.
이날로부터 금광명사의 지붕위에 밤이면 금색광명이 찬연히 휘황(輝煌)하여 대광명을 방광(放光)함이 멀리서도 보인다는 이야기가 이르는 곳마다 번져 대사의 법신이 신통무애를 이루었다고 하여 무릇 모든 사람들이 심중으로 보살도의 성취하심을 축복 기원하였으며 아울러 찬탄과 숭경(崇敬)을 올려마지 않았다.
한편 사원의 모든 비구니들은 이 백옥정병(白玉淨甁)의 유래를 알게 되자 경건한 마음으로 조석으로 다기(茶器)를 올리며 예불하였다. 영련은 매일 담당 비구니들로부터 정병에 대해 보고를 받으며 앞으로의 변화에 대비하여 항시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별일없이 일개월이 지나갔다.
이 즈음에 진영(畛英)이라 부르는 십이삼세 가량의 사동(使童)이 금광명사에 들어오게 되었다. 비상히 명랑하고 표경(剽輕)하여 농담도 하고 재담도 잘하는 데다가 익살까지 끊임이 없어 항상 비구니들을 웃기고 있었다. 때로는 시침을 떼고 심각한 표정으로 엉뚱한 거짓말을 하여 정직하고 순진한 비구니를 놀라게 하는 등 장난이 매우 심한 아이였다.
이 진영(畛英)이라는 사동(使童)도 정병(淨甁)의 유래를 사람들에게서 듣고 알고 있었으나 철어린 나이에 아무리 기다려 보아도 정병(淨甁)에 버들싹이 생기지 않으므로 점차 정병의 이야기를 믿지 않게 되었다.
당연한 이치로 병속에 누군가 물을 붓거나 버들가지를 꽂아주지 않는 한 자연히 물이 솟아나거나 버들이 물이 오를 까닭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날 오전(奧殿)앞을 지나게 된 진영은 단상에 안치된 정병을 보고 언뜻 장난을 치고 싶은 마음이 솟아 올랐다. 내가 정병에 물과 버들가지를 넣어볼까? 하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 철없는 어린아이의 장난이 후일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주위를 살펴보니 시종 비구니들이 출입하고 있어서 도저히 들어갈 틈이 없었다. 그래서 모두 잠이 든 한밤에 와보니 밤에는 또 야번(夜番)의 비구니가 교대로 근행(勤行)하고 있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깊은 악의가 있어 그랬던 것이 아니고 어떻게 모두를 놀라게 할까, 어떤 표정으로 놀랄까, 하는 가벼운 장난기로 시작한 것이 석달을 두고 기회를 엿보게 되었다.
이렇게 되니 어린 마음에도 차츰 의욕을 유발시키게 되어 어떻게 해서라도 꼭 해내겠다고 작정을 해버리기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한가지 계획이 떠올라 즉시 이를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우선 진영은 산에 올라가 양류(楊柳)의 작은 가지를 꺾어 가지고 와서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한통의 물과 양류의 작은 가지를 오전 가까운 방에 감추어 두었다. 그리고는 건너편 나무 곳간으로 가서 잔뜩 쌓인 장작더미에 불을 질렀다. 그리고는 재빨리 물과 버들가지를 감추어 둔 빈방으로 돌아와 숨어 있었다.
잘 마른 장작더미는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을 받아 금방 큰불로 화하였다. 지나가던 비구니가 이를 보고 놀래어 큰소리로
“불이야! 불! 장작 곳간에 큰 불이에요!”하고 외쳤다.
크게 놀란 사원의 모든 비구니들이 손에 손에 물통을 들고 장작 곳간으로 달려갔다. 물론 오전에 있던 담당비구니 역시 장작 곳간으로 달려갔다. 이를 노리고 있던 진영은 감추어 둔 물과 버들가지를 들고 재빨리 오전으로 뛰어 들었다. 즉시 단상으로 다가가 뛰어올라 정병을 잡고 물을 부은 다음 양류가지를 단정하게 꽂아 두었다. 그리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단상을 훔치고 발자국도 닦아 흔적을 없앤 다음 준비해 온 물통을 들고 불이 난 곳간으로 달려갔다. 물통을 들고 달려온 사동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없었다.
진영은 속으로 멋있게 해 냈다고 기뻐하면서 뒤에 일어날 소동을 상상하며 혼자 흥분하고 있었다.
「모두의 이야기가 정말이라면 오늘 바로 대사가 열반입적하여 성불하는 날이 된다. 과연 어떤 결과가 될까? 내 장난이라고는 아무도 모를테니 모두가 놀라고 당황하겠지」등등 여러 가지 공상을 하면서 홀로 즐거워하고 있었는데 그날 밤은 큰 불 때문에 너무 피곤했던지 비구니들은 아무도 오전(奧殿)에 가지 않고 각기 자기 방으로 돌아가 쉬었다. 진영 사동의 예상은 틀어져 그날 밤은 그대로 지나갔다.
출전 : 大聖 관세음보살일대기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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