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전기-42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42. 대사, 긴눈썹의 노도사(老道師)를 만나 지시를 받다
이와 같이 대사와 보모, 영련은 표현할 수 없는 주림과 추위에 고투해 가며 마침내 설련봉(雪蓮峰)에 올랐다.
닷새만에야 정상에 도달할 수가 있었다. 정상에 올라보니 비교적 평탄한 평지가 있었으며 살펴보니 만년설을 뒤집어 쓴 일좌(一座)의 묘당(廟堂)이 있었다.
사람이 올 수 없는 이러한 높은 꼭대기에 도대체 누가 살고 있단 말인가? 대사의 심중에는 “혹시나”하고 번개같이 어떤 생각이 스쳐갔다. 그러자 법열에 가슴이 뛰었다. 보모와 영련도 한순간 신비감에 휩싸여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대사를 따라 암자 앞에 이르렀다. 세사람의 눈동자는 희망에 불타 빛나고 있었다. 길고 오랜 간난신고가 보응(報應)되는 목적지에 드디어 도달한 것이다. 천만가지 감회가 가슴에 가득차 왔다.
구경열반(究竟涅槃)의 묘증(妙證)을 얻어 성체의(聖諦義)를 명확하게 깨닫게 되는 감격이 촌전(寸前)에 박두해 온 것이다.
세사람은 합장하고 땅위에 꿇어 엎드리어 묘당(廟堂)에 배례하는데 삼보 나아가서 일배하는 것이었다. 주위의 분위기와 외경(畏敬)스러운 심경으로 자연히 그렇게 된 것이리라. 무의식중에 대사는 자신의 득도적시(得道適時)를 감득(感得)하고 있었다. 묘당(廟堂)은 돌을 쌓아 만든 간소한 건조법(建造法)으로 절벽 위에 덩그러니 한칸으로 세워져 있었다.
대사는 영각(靈覺)에 의해서 그 가운데에서 장엄화광(莊嚴華光)이 무량원광(無量圓光)을 그리며 찬연히 빛나고 있음을 관한 것이다. 대사는 조용히 묘당앞에 다시 무릎꿇고 엎드려 절을 올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좁은 석실(石室)로 되어 있었는데 안쪽 깊이 중앙에 한사람의 노도사(老道師)가 앉아 있었다. 노도사는 눈썹이 길어 양쪽뺨으로 드리워졌으나 순백 승의를 입은 자태가 유연(悠然)하였고 묵연히 좌선하여 명목(瞑目)하고 있었다.
세사람이 들어오는 기색을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몸도 움직이지 않고 안색도 아무 변동도 없이 그의 신상(身相)은 위엄과 자애에 넘치며 용모는 무척 신성(神聖)하여 백호광명(白毫光明)을 방광(放光)하고 있었다. 다시 그앞에 고두예배(叩頭禮拜)를 드리고 고개를 들어 노옹의 얼굴을 가까이서 본 대사는 그만 크게 놀라고 말았다. 지난 날에 궁중화원(宮中花園)에 나타나셨던 노승과 너무 흡사하였기 때문이었다. 아니 바로 그 노승이었다.
대사, 그때의 일을 잊었을 리 없었다. 그의 용모에 깊은 인상이 남아 있어서 주야 사육시중(晝夜四六時中) 뇌리에서 떠난 적이 없었던 것이다.
대사는 환희에 넘쳐 작은 소리로 두사람에게 말했다.
“공덕심심(功德甚深)하신 나의 사부님(師父任)이십니다. 우리들을 기다리고 계셨던 것입니다.”라고 말한 뒤 삼가 존전에 나아가 사부님 친견에 감극(感極)하여 심신이 긴장하였다. 대사는 공손스레 안으로 깊이 나아가 오체투지(五體投地)로 예를 다해 올린 뒤 오른 무릎을 꿇은 채 합장하고
“상좌(上座)에 들어 왔사옵니다. 존사님(尊師任)이시어! 제자 묘선(妙善), 약속한 대로 어김없이 설하신 바 묘법억지(妙法憶持)로 일실(逸失)함이 없이 긴 세월을 구법일도(求法一途)로 근행하여 이제 또 일행 삼인이 흥림국을 출발하여 오늘 이곳에 들었나이다. 사부님 존안을 배현(拜見)케 되옴은 무상만행(無上萬幸)이옵니다. 바라옵나니 자비를 드리워 주시와 제자들의 미망(迷妄)을 깨우쳐 주옵시고 반야, 다라니(般若·陀羅尼)의 심법(心法)을 수기(授記)해 주시옵기 원하옵니다.”
대사, 진심을 다하여 청하였다. 계속 명목(瞑目)으로 적연부동(寂然不動)하던 장미노사(長眉老師)는 대사의 말이 끝나자 조용히 눈을 열어 세사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착하고 훌륭하도다. 대승을 행하는 자, 대장엄심을 발하는 자, 대승을 염원하는 자여! 그대 어느 옛날 보리심(菩提心)을 발해서 홍서(弘誓)의 원(願)을 세웠도다. 이제 또 그대들 삼인은 기다발섭(幾多跋涉)의 고통에 사퇴함이 없이 천리 난관을 타개하여 잘도 이곳까지 들었도다. 그대여, 깊은 전세 인연이 있던 연고이리라. 우선 그대에게 묻노라. 그대는 일체의 부귀영화를 버리고 불타에 귀의하여 일심으로 수행을 뜻하고 구법하러 온 즉 불문의 진지(眞旨)는 무엇이겠는가? 득도한 후 여하(如何)의 원심(願心)을 세워 가지겠는가? 심의(心意)의 생각한 바를 듣고저 하노라.”
대사는 경건한 심정을 다하여 답하였다.
“불문의 진지(眞旨)는 세상에 미(迷)하는 영혼을 사생육도(四生六道)의 윤회로부터 구제하여 세상 재난을 소멸함에 있나이다. 불타 세존이나 제불(諸佛)이 도를 구해 도를 닦으며 도를 전해서 몸을 천겁만난에 쇄멸(晒滅)함도 필경 이를 위한 것이라 여기옵니다. 제자의 원심(願心)으로서는 득도후(得道後) 즉시 수련에 매진하며 대자대비로서 삼독, 십악의 업연(業緣)에서 눈떠 깨닫도록 설법을 계속해 행하려 하옵나이다. 만약 장차 정도 성취하고 육신을 이탈할 효시(曉時)에는 맹세코 삼계시방을 두루 돌아서 중생과 만령(萬靈)의 고액을 제도하며 소리를 들어(尋) 구고구난(救苦救難)을 성과(成果)하여 세상 사람들을 정각(正覺)에 귀의시키고저 하옵나이다. 제자의 이 결정심(決定心)은 불문진지(佛門眞旨)에 적합(適合)되옵나이까?”
노도사는 고개를 깊이 끄떡이며 말하였다.
“그대의 굳은 결심은 대승보살도를 성취한 자의 말이노라. 과연 깊은 내력은 훌륭하여 감히 비할 바 없도다.”
“존사님(尊師任)이시여! 바라옵나니 불도(佛道)의 진수(眞髓), 여래(如來)의 진실의(眞實義)와 정법을 증득하여 자신의 심령이 일체고에서 해탈하는 법을 전교해 주시옵소서.”
노도사(老道師)는 대사의 초지일념을 알아보고 이윽고 한참동안 묵묵부연하다가 이윽고 엄숙하게 대사에게 도를 전하여 불도최상·최승묘법(佛道最上·最勝妙法)을 수기(授記)하는 것이었다.
열반묘심, 정법안장(涅槃妙心·正法眼藏)의 기밀(機密)을 밝히며 이심전심, 심인신통(以心傳心·心印神通)의 오의(奧義)를 수여하여 교외별전, 진언비주(敎外別傳·眞言秘呪)의 구전(口傳)을 이어받은 대사마음은 극락에 오른 환희와 감격 바로 그것이었다. 이제까지 찾아 구해 마지않던 진법비현(眞法秘玄)을 얻게 되었던 것이다. 생명보다 중히 여겨 사신(捨身) 구도(求道)하던 정법(正法)이었다. 불도 최고의 극법(極法)인 아뇩보리(阿耨菩提)를 심신일여(心身一如)로 증과(證果) 득도(得度)한 대사의 만신(滿身)에 백호광명(白毫光明)으로 불광(佛光)이 방휘(放揮)했다.
여기에 다시 비원(悲願)을 세워 영겁(永劫)의 세월을 두고 불타정법심전(佛陀正法心傳)을 받들어 중생을 제도할 것을 맹서했다. 노도사는 그위에 다시 보모와 영련에게 진경(眞經)을 한권씩 전수(傳授)하고 종신토록 소지(所持)하여 떠남없이 대사를 수호하고 보살도행을 실천할 것을 유시하였다. 두사람은 갖은 고행끝의 감격이었으므로 그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대사를 따라 수행하여 온 것은 진정코 잘한 일이었다. 그 노고심(勞苦心)이 이제 보응받아 보모와 영련은 지금까지의 신고를 잊으며 한없는 열락(悅樂)에 몸을 떨었다. 장미노사(長眉老師)는 수기를 끝내고서 대사를 향하여 대사의 전력(前歷)이 자항존자(慈航尊者)의 전생(前生)인 사실을 밝히시었다.
대사는 이 사실을 듣고 놀람과 동시에 입세(入世)의 본원(本願), 홍서(弘誓)의 심심(甚深)함을 통감하며 책임중대함에 일층 강한 자각을 견지하였다.
노도사는 다시 말씀을 이어갔다.
“그대가 세상에 진력할 임무는 중차대(重且大)하도다. 돌아가서도 다시 수행을 쌓아 하루 빨리 대각성도할 것을 바라마지 않노라.”
“존사님(尊師任)의 자비로 득도하와 장년숙원(長年夙願)을 증과(證果)함에 감격감사 하옵니다. 하옵고 마지막 한가지 아뢰올 일이 있사옵니다.”
“무슨 일인고?”
“실은 옛적 지난날 소승이 궁전에 살고 있을 때 다보국(多寶國)의 행자(行者) “루나후울”이 와서 수미산에 백련이 천기(天機)에 따라 핀다 하며 그것이 소승에게 깊은 인연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 부왕이 확인코저 호위장군“가샤아바”를 보냈던 바 실로 실물 백련(實物白蓮)을 확인하였습니다.
저희도 이곳으로 오며 찾아 보았으나 그 백련을 못보고 있나이다. 찾던 장소가 틀린 것이온지 혹은 이제는 없는 것이온지요? 실로 지금 이렇게 찾아보려 함은 지난날 소승이 부왕(父王)의 역린(逆鱗)에 저촉되어 화원에 쫓겨 있을 때 존사님이 내림하시와 수미산의 백련을 얻으라고 지시하신 바가 있었사옵니다.”
이를 듣고 있던 노도사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하다. 확실히 백련이 여기에 있었다. “가샤아바”에게도 산중턱에서 변화하여 보였더니라. 그러나 지금은 이미 남해보타락가산(南海普陀落迦山)으로 옮겨 연대(蓮臺)로서 화하였노라. 지금 이곳에는 없느니라.”
대사는 한순간 실망의 표정을 보이다가 다시 물었다.
“소승이 그 백련을 얻게 되오리까?”
“백련(白蓮)을 얻을 때와 앉을 때의 두 때가 있느니라. 오늘 그대가 이미 그 백련을 얻은 것이다. 그 증거로 그대의 얼굴을 자세히 보라. 이마의 창흔(瘡痕)이 깨끗이 나아서 없으리라. 그러나 아직 백련(白蓮)위에 앉기에는 이르다. 그것은 그대의 진겁(塵劫)이 아직 다하지 아니한 까닭이다.
이곳에서 돌아간 뒤에도 영광(靈光)의 순숙(純熟)을 닦아 범기요숙(凡機了熟)하면 무루법성(無漏法性)의 묘신(妙身), 청정상존(淸淨常存)하는 법신(法身)을 얻어 세음(世音)을 관(觀)하여 보리살타(菩提薩埵)를 증득하리라. 그때에 보타락가산(普陀落迦山)의 연대(蓮臺)에 정좌하게 되리라. 그곳에 있는 자죽림중(紫竹林中)이야말로 그대가 보살(菩薩)을 성취하여 진좌(鎭座)할 장소이며 화신제세(化身濟世)의 근거지로 되리라.”
대사는 감격하여 몸을 떨며 눈물을 흘리었다. 한없이 눈물이 솟아흘렀다. 보모와 영련이 무심코 대사의 얼굴을 쳐다보니 신묘(神妙)하게도 대사의 얼굴에 상흔(傷痕)이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노사는 이어 자상하게 설해 주었다.
“그러나 그대가 열반(涅槃)에 드는 곳은 야마산(耶摩山)의 금광명사(金光明寺)가 되리니 그것은 모든 민중에게 육안으로 보여주고 이음(耳音)으로 들려주어 정도법문(正道法門)에 귀의케 하고 일체고액을 제도하기 위함이니라.”
다시 보모와 영련에 향하여 이르기를
“그대들의 정과성취(正果成就)는 연(緣)이 아직 이르지 않았느니라. 그러나 최후에 보리(菩提)를 증득(證得)하리라.”
두사람 감격해 역시 오열(嗚咽)할 뿐이었다.
대사가 다시 여쭈기를
“제자 소승의 입적시기를 알려 주옵소서.”
대사의 말에 노존사는 품속에서 한 개의 백옥정병(白玉淨甁)을 꺼내어 건네주며 말했다.
“이 정병을 그대에게 주노니 이를 지니고 돌아가 정중히 보관하도록 하라. 언젠가 이 정병(淨甁)속에서 물이 솟아나 양류(楊柳)가 자라나리라. 그때가 그대가 성도하여 열반입적할 때이니라.”
대사는 보병(寶甁)을 양손으로 받들어 받고 다시 예배를 올렸다.
“이것으로 모든 것을 말하였노라. 일러준 일들을 잊어서는 안 되리라. 잘 돌아가기 바라노라.”
노옹의 이별의 말에 대사 당황하여 다시 여쭈었다.
“존사님의 지점(指點)과 법시(法示)를 받사와 이 은혜 영원히 잊을 수 없사옵니다. 제자 소승은 아직 존사님의 존명법호(尊名法號)를 묻지도 못했사오니 일러 주옵소서.”
노도사는 미소하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그대로 두자. 언제인가 알 때가 있으리라.”
“그러나 이제 이후로는 더 뵈올 기회가 없다고 생각되옵니다만.”
“아니다. 기회는 언제나 있느니라. 장차 알 때가 있으므로 어서 돌아감이 좋으리라. 일각의 유예는 일각의 성취를 지연시킬 뿐이노라. 귀로에 가지 가지의 마난을 조심할지니라.”
대사는 할 수 없이 다시 노옹을 만나게 되기를 바라면서 물러나왔다. 보병(寶甁)을 귀중하게 싸서 바랑에 넣고 마지막 사퇴예배를 올리고 보모, 영련과 더불어 마침내 하산(下山)하기 시작했다.
출전 : 大聖 관세음보살일대기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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