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전기-40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40. 대사, 삼보일배법(三步一拜法)으로 원숭이떼의 난을 피하다
세사람은 넓은 웅덩이가 있는 곳으로 내려와 반듯하고 깨끗한 돌위에 앉아 한동안 쉬었다. 일대에는 채색이 아름다운 돌과 묘한 무늬가 들어있는 옥석이 이곳저곳에 무수히 흩어져 있었다. 갖가지 고난과 긴장의 연속에 참고 견디어 온 그들에게 피로한 심신을 회복시키기에 참으로 알맞은 휴식처였다. 영련은 탁발(托鉢)을 꺼내어 물이 솟아오르는 약수터를 찾아내어 천연 탄산수를 퍼 공손히 대사에게 올렸다. 완만한 계곡에는 으레 땅밑에서 용출(湧出)하는 용천수(湧泉水)가 여러 곳에 많이 있었다.
대사는 치하하며 받아 맛있게 반쯤 마신 다음 다시 보모에게 돌렸고 보모도 감로수처럼 마신 후 영련에게 돌리자 영련도 비인 그릇으로 다시 시원한 물을 떠서 달게 마시니 오랜 피로가 일시에 사라지고 그 시원함은 새로운 원기를 불어넣어 주는 듯 했다. 영련은 앉은 채로 발 끝에 있는 고운 색깔의 조약돌을 집어 만지다가 무심코 웅덩이의 깨끗한 물속으로 던졌다.
물은 거품을 날리며 중심에서부터 파문(波紋)을 그리는데 수면에 비친 청색과 백색의 산봉우리 그림자, 물가의 나무와 꽃이 투영된 아름다운 수면에 아름다운 모양으로 수를 놓으며 파문이 이어 번져 나갔다.
대사를 그를 바라보다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영련! 돌을 던지면 물은 파문과 거품을 내게 되지요. 이 가운데 어떤 묘의(妙意)가 포함(包含)되어 있는데 그대는 알고 있는지?”
영련은 대답하려다 말고 즉시 달리 생각을 하며
“우선 대사님께서 먼저 일러 주세요”라 하였다.
“물은 정적인 것이지만 그대가 돌을 던짐으로 해서 급히 동적으로 변동해서 거품을 올리게 됩니다. 일동일정, 즉 이 가운데 조화(造化)의 기밀(機密)이 있는 것입니다.”
대사의 말에 영련은 고개를 기울이고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본래 물이라는 것은 동적인 것이라고요. 그 증거로는 제가 돌을 던지지 않아도 주야 끊임없이 흘러 움직이고 있습니다. 돌 자체는 정적인 것이어서 제가 그것을 던지지 않으면 돌은 그 자체가 물웅덩이 속에 뛰어 들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대사는 이 말을 듣고 이제는 제법이라 생각하며 감심(感心)하였다. 영련은 자기 의사(意思)가 대사의 인정을 받은 것으로 여기며 득의의 미소를 띄운 채 대사의 얼굴을 바라보는데 바로 그때 어디서인지 돌맹이가 날아와 영련의 발을 맞추었다.
“아얏!”
영련은 돌에 맞아 아픈 발을 움켜쥐고 주변을 둘러 보았으나 아무도 없었다. 영련은 이상히 여기며
“이게 웬 일일까? 가만히 있는 돌이 어떻게 저 혼자 날아 왔을까?”하며 궁금히 여겼다.
대사는 곧 비상약을 주어 바르도록 했으나 큰 상처는 아니었다. 그리하여 대사가 영련에게 “이것으로 그대는 또 한가지 소식을 더 얻게 됐군.”
하며 두사람이 대화를 주고 받는데 돌연 계곡 건너에서 소란스러운 기성(奇聲)과 함께 한무리의 원숭이떼들이 나타났다. 영련은 이 원숭이떼들을 보자 돌을 던진 것이 바로 이 원숭이들의 장난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원숭이들은 사람의 어떤 행위를 보면 곧 그 흉내를 내는 짓을 특히 잘해서 영련이 웅덩이에 돌을 던지는 것을 흉내내어 영련에게 돌을 던졌던 것이다. 처음에는 멀리 있었으나 위험이 없음을 알았는지 원숭이떼들은 점점 세사람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다가오는 원숭이들을 자세히 보니 그 크기가 사람 몸체와 거의 같은 원숭이들이었고 그 중엔 특히 큰 놈도 많이 섞여 있었다. 집단의 원숭이떼들은 때로는 곧잘 흉폭성을 드러낸다. 원숭이떼 중에 특히 얼굴이 크고 빨간 커다란 우두머리가 세사람을 향해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이 기세를 올리며 무리들을 이끌고 돌진해 오므로 보모와 영련은 새파랗게 질려서 당장 달아나려 하였다.
대사는 급히 두사람을 말리며
“잠깐! 뛰어 달아나려고 하지 마세요. 그렇게 도망하면 원숭이들이 더 빠르고 민첩하므로 곧 붙잡히게 되니 그리 할 일이 아닙니다. 그러다가 무슨 일을 당할게 될지 모릅니다. 원숭이는 고래로 산신의 사자라 합니다.
행동의 근본 요인이 될 우발 요인을 일체 마음에 내지않고 무구청정한 마음으로 대하면 그렇게 위해를 가할 바 없을 것입니다. 마음을 진정해서 이곳을 빠져 나갑시다.”
“그런데 자꾸만 더 가까이 다가오니 어찌 해야 할까요?”
“내게 생각이 있습니다. 원숭이는 흉내가 상수이니 이 습성을 이용해서 그럴듯하게 빠져 나갑시다. 좋은 방법이 있어요.”
“어떤 방법이옵니까?”
“우선 원숭이들을 등지고 산을 향해 삼보전진하고서는 멈추고 절 한번 합니다. 계속 이렇게 반복하는 것입니다. 원숭이도 그대로 흉내낼 것이므로 뒤에서 습격할 염려는 없지요. 서로 그러다 보면 자연 거리가 멀어질 것입니다. 자아 용기를 내어 해 봅시다.”
대사는 원숭이가 동물중 가장 대뇌가 발달해서 지능이 높음을 알고 있었기에 이 방법을 생각해 내었던 것입니다. 세사람은 삼보일배(三步一拜)하면서 재빨리 앞으로 나아갔다. 대사의 예상대로 원숭이들은 이것을 보자 재미가 있었던지 세사람 행동을 보고 흉내를 계속하였다.
양편이 이런 동작을 계속하고 있었으므로 누가 보았다면 앙천대소했을 것이다. 수미산 아래의 심산유곡에 웃지 못할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양편이 한참 삼보일배를 계속하면서 잠시 돌아보니 생각보다는 거리가 쉽게 벌어지지 아니하였다.
보모와 영련은 초조와 불안에 제 정신이 아니었다.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 할까 걱정이었다. 어쩌면 좋을까 하고 한참 궁리하고 있는데 돌연 공중에서 처절한 소리와 동시에 일진의 바람이 불어 닥쳤다. 이는 또 웬일인가 하고 하늘을 쳐다보니 어디서 어느새 나타났는지 한 마리 붕조(鵬鳥)가 세사람의 머리 위를 선회하고 있었다.
이 새는 보통 독수리나 매보다 몇배나 커서 하늘을 날을 때는 펼쳐진 날개의 그림자가 해를 가리고 그 발을 내뻗어 구름을 걷어 잡을 듯 커 보인다. 원숭이는 원래 이와 같이 큰 새를 제일 두려워한다. 특히 고산에 서식하는 독수리와 매는 성질이 표독영맹하여 예고없이 공중에서 돌연 습격해 오므로 몸을 숨길 여지가 없다. 또한 그 예리한 부리와 발톱에 걸리면 살아날 여지가 없었다. 일단 채이는 날에는 양발에 붙들려서 공중에 내둘리다가 땅위에 메이어 부쳐지게 된다.
보통 독수리나 매에게도 이처럼 간단히 죽게 되는데 하물며 몇배나 더 큰 붕새가 모습을 나타내었으므로 원숭이떼들은 혼비백산하게 되었다. 붕새의 소리를 듣자마자 죽을 힘을 다하여 사방으로 도망질을 쳤다. 원숭이떼들이 멀리 도망해 가버리자 붕새는 이를 확인하려는 듯 낮게 내려와 주위를 한번 선회하고는 어딘가로 멀리 사라져 갔다.
註1 : 고래로 “삼보일배(三步一拜)”로 조산(朝山)한다”는 말이 있는데 명산(名山)에 올라 감사올리는 예법(禮法)을 말함이며 이 유래(由來)가 실은 대사의 이상과 같이 원숭이 난을 피하게 된데서 비롯되었다고 일러진다.
註2 : 후세 보살(菩薩)의 상(像)에 붕새(鵬鳥)가 염주(念珠)를 물고서 공중을 날고 있는 그림이 있는데 이것은 붕새가 원숭이 난을 피하게 해준 상황에서 유래된 것이며 이후 붕새는 보살도호법신조(菩薩道護法神鳥)로 인정받게 되었다. 붕새는 한번에 구만리를 날은다고 알려진 영조(靈鳥)로 이 붕새(鵬鳥)는 어떤 종류인지 상세하지 않으나 독수리(鷲)나 매(鷹)의 일류(一類)로 생각된다.
출전 : 大聖 관세음보살일대기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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