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관세음보살전기-39

근와(槿瓦) 2016. 11. 13. 00:48

관세음보살전기-39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39. 백곰을 만나 죽음을 가장하고 환난을 면하다


동굴에서 하루밤을 세운 세사람은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중에는 다행히 여러 가지 과일이 많아서 천연 그대로의 싱싱한 과일로 얼마든지 공복을 채울 수 있었다. 산비탈은 올라 갈수록 점차 더 험해져서 세사람은 서로 잡아주고 당기며 올라갔다. 안간 힘과 함께 땀을 흘리며 오르다가 봉우리를 쳐다 보려고 고개를 올려보던 대사는 다시 크게 놀라게 되었다.


보통 인간의 서너배나 되어 보이는 커다란 백곰이 한 마리 나타난 것이다. 대사는 급히 두사람에게 알리고 발소리를 죽여 숲속으로 숨었다.

무서운 큰곰이야! 사람을 잡아먹는 곰일거야. 피할 수 있는대로 피해 숨어요. 만약 도피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눈치채이지 않게 땅에 엎드려서 숨을 끊고 죽은 척 가장(假裝)하세요. 그리고 절대로 움직여서는 안되요.”


대사는 귀속말로 두사람에게 주의해 주었다. 한데 놀랍게도 뒤를 돌아보니 커다란 백곰이 연신 코를 킁킁하고 울리며 무서운 발톱으로 땅바닥을 계속 할키면서 숨어있는 세사람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 곰은 혈창(穴倉)속에 서식(棲息)하고 있다가 공복이 되자 식물(食物)을 찾아 나선 것이다. 본래 곰은 취각이 비상히 예민하여 멀리 있는 사람이 조금씩만 움직여도 바람에 날려온 체취를 맡고 알아 차린다.


세사람은 재빨리 땅위에 넘어져서 숨소리를 죽이고 죽은 척 가장했다. 백곰은 유유히 세사람 곁에까지 와서 천천히 한참동안 살펴보다가 아무 소리도 없고 동작도 없음을 보자 정말 죽은 사람으로 생각했는지 그 커다란 덩치를 일으키더니 하늘을 향해 두어차례 큰소리로 울부짖었다. 다시 한번 확인해 보고는 죽은 사람이라 여기고서 둔한 걸음으로 천천히 그곳에서 멀리 사라져 갔다. 백곰은 원래 죽은 사람은 더욱이나 싫어해서 시체를 보면 가까이 하지 않는다. 대사는 일찍부터 이 습성을 알고 있었기에 다행히 큰 곰의 환난을 면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보모와 영련은 곰이 사라진 뒤에도 가슴이 뛰고 울려 살아있는 기분이 아니었다. 냉한삼두라는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이리라. 온몸이 식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곰은 본시 잡식성이어서 공복일 때는 사람이나 가축을 가리지 않고 곧잘 습격한다. 만일 완전 육식동물이었더라면 죽은 사람도 먹으려 했을 터이니 해를 받게 되기가 쉬웠으리라.


그러므로 생명의 위급시에는 우선 침착과 냉정이 절대 필요한 것이다. 세사람이 만약 이성(理性)을 잃고서 떠들어 대었더라면 지금 쯤 완전히 생명을 잃어 버렸으리라. 현자(賢者)와 우자(愚者)는 평소에는 보아서 분간하기 어려우나 일단 생명의 위험에 놓이게 되면 각각 마음작용의 확연히 다름으로 구별을 할 수 있다.


참다운 지혜를 소유한 자는 평소에 우인(愚人)처럼 보이기도 하나 일대사(一大事)에 닥치면 유달리 빛이 나게 된다. 평상시에 아무리 영리하고 총명하게 행동하고 행세해도 일대사에 이르러 지금이다할 적에 사념(邪念)에 얽매여 추태를 연출하고 대사(大事)에 역행한다면 참으로 하잘 것 없는 것이다.


대사는 몸을 버리고 삶을 얻은 것이다. 또한 만일 삶을 얻기 위해 소란을 피웠다면 죽음의 그림자도 사라지지 않았으리라. 이런 결심이 득도의 동기로 되어 정과성취(正果成就)의 중대한 열쇠가 된 것이다. 여기에 보살의 보살다운 소이가 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사람은 숲을 나서서 다시 비탈을 올라갔다. 험조(險阻)한 바위길에 미끄러져 넘어지고 다시 엎어져 부상을 입으면서 오, 육각(五六刻) 정도 오르자 세사람은 목이 타오르듯 말라와 잠시 쉬며 주위를 살펴보니 오른편 숲속에 골짜기가 있고 그곳에 작은 개울물이 흐르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저곳에 물이 흐르고 있네요. 목을 축이고 한동안 쉬어가지요.”


대사의 목소리에 보모와 영련은 기뻐하면서 세사람은 단애(斷崖)를 돌아 골짜기로 내려갔다. 조금 아래 쪽으로 더 내려가니 넓직한 웅덩이에 흐른 물이 고여 맑은 물이 표표(漂漂)히 감돌아 옥석같은 바위가 안반(安盤)처럼 주위에 점재(點在)하여 쉬어갈 곳으로는 퍽이나 안성맞춤이었다.



출전 : 大聖 관세음보살일대기



-나무 관 세 음 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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