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관세음보살전기-38

근와(槿瓦) 2016. 11. 12. 00:10

관세음보살전기-38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38. 영련, 좌선중 외마(外魔)에 침습(侵襲)되다


이윽고 해가 산봉우리 뒤로 완전히 사라지자 세사람은 근처 동굴로 찾아들게 되었다. 동굴 속에서 좌선(坐禪)을 하며 밤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낮에 당했던 큰독사와 백상의 처참한 광경이 명상 속에서 갈수록 공포로 변해 나타나며 심신(心神)이 요동이 되어 안심입명(安心立命), 청정삼매(淸淨三昧)에 들 수가 없었다. 심신(心神)이 불안정한 채 좌선(坐禪) 입정(入定)함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그것은 마(魔)에 걸리기 쉽기(易憑) 때문이다.


대사는 공행(功行=수행공덕)이 깊어 심신(心神)이 산란하지도 않거니와 그럴 겨를도 없이 앉자 마자 곧장 무상삼매(無相三昧)에 걷우고 무인(無人), 무아(無我), 무주(無住), 무애(無礙)의 경지에 들 수가 있었다.


보모는 아직 대사에 미치지 못하나 그래도 오래 대사의 사사(師事)로 수행한 덕에 점차적으로 심신을 진정할 수 있었으나 영련은 성격이 동적이어서 좀체로 심신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그러한 가운데 전신이 몸을 쪼인 듯 뜨거워지며 갈수록 화덕 속에 들어 몸을 태우는 것처럼 초열(焦熱)을 견디기 어려워 도저히 더 이상 가부좌(伽趺坐)를 틀고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참을 수 없어 눈을 떠보니 바라보는 일대가 불바다로 되어 끝내는 홍련(紅蓮)의 화염(火焰)으로 변해 자신에 달라 붙으려 하지 않는가! 놀래어 무심코 돌아보니 대사와 보모는 의연(毅然)히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태연부동한 채 단좌명목(端坐瞑目)으로 부동금강모양 가부좌를 한 채 좌선을 하고 있었다.


영련은 초조해졌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하고 마음을 다시 고쳐잡고 심신(心神)을 새로이하여 가부좌를 다시 고쳐 잡념을 떨치고서 심의(心意) 동요를 무리하게나마 안정시키려 하였다. 그런 후에야 눈앞의 화염바다는 물러가고 몸에서 열도 없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반각을 가지 못했다. 이번에는 전신이 얼음과 같은 냉기가 닥쳐와 떨리기 시작했다. 마치 동굴전체가 빙실과 같았다. 영련은 극심한 추위를 느끼고 이를 극복하려고 온갖 애를 썼으나 애쓸수록 더욱 떨려오는 것이었다.


무심결에 눈을 떠보니 빙벽이 부표(浮漂)하는 해수(海水)와 같이 노도처럼 들이닥쳐 당장 동굴이 홍수에 잠기는 듯 했다. 다시금 놀란 영련이 대사와 보모를 돌아보니 여전히 의연하게 단좌 입정하고 있었다.


이제는 아무리 피곤해도 눈을 뜬 채 밤을 새울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왜 내가 두 번씩이나 외마에 침습 당하는가?”

「이 모양으로는 도저히 정과성취를 바랄 수도 없다」라고 생각하면서 미숙한 심신을 수습하기에 온 힘을 다했으나 심신은 더욱 어지러워질 뿐이었다. 어찌된 연고인지 하고 초조한 심성을 갖게 되니 이번에는 미혹되기 시작했다. 좌선수행에는 공포와 번뇌가 제일의 금물이다.


일단 공포심, 번뇌심이 생기면 차차로 잡념이 꼬리를 물고 망상, 환상이 계속 일어나 곧장 외마를 유인한다.

영련이 빙냉의 바닷물과 고투하면서 어떻게 해서라도 잡념을 떨치고져 노력하니 돌연 바닷물은 사라지고 이번에는 동굴 전체가 떠나갈 듯한 굉음(轟音)이 터지면서 온 산이 무너질 것 같아 놀래어 올려다 보니 허공에 금색 갑옷을 입고 무장한 신장이 분노한 형상으로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고 있질 않은가?


영련은 간담이 떨어지도록 놀래었다. 하나나 둘이 아니고 수없이 늘어선 신장(神將)들이었다. 신장(身長)이 일장이척(一丈二尺)도 넘을 것 같았으며 강철같은 완강한 역사로서 손과 손에 금강저(金剛杵=철퇴 양 끝에 창칼이 여럿 달려 있어 가장 위력이 막강한 무기)와 팔능 철퇴(八陵鐵鎚)를 움켜 쥐고 두눈은 화경처럼 형형(烱烱)했다. 그 가운데 가장 성난 눈매로 부릅뜬 신장이 아무 말도 없이 영련쪽으로 다가오더니 손에 든 금강저를 높이 들어 영련의 머리위로 곧장 내리쳤다. 영련은 놀란 나머지 비명을 울리면서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대사와 보모가 비명 소리에 눈을 떠보니 영련이 신혼(神魂)이 출규(出竅)되어 쓰러져 있었다. 두사람은 급히 영련을 안아 일으켜 흔들며 이름을 외쳐 불렀다. 영련은 두사람에 안겨 꿈에서 깬 것처럼 주위를 둘러보고 살펴보아도 불도 없고 물도 없고 물론 분노형상의 신장(神將)들도 없었다. 모든 것이 환상이었더란 말인가? 정신이 든 영련은 면목이 없어 부끄러운 얼굴로 이제까지의 악몽을 이야기했다.


대사는 전말을 모두 듣고나서 부드럽게 말했다.

“그대가 어찌하여 외마에 침습된지 아는지?”


“모르옵니다. 어찌된 일인지요?”

“그것은 낮에 있었던 큰독사의 화에 극도로 공포를 느껴 그 불안이 사라지지 않은 채 잠재의식 속에 숨어 있었기에 심신(心身)을 집중할 수가 없어 그와 같은 현상으로 나타나 보인 것입니다. 영련에게는 특히 그 충격이 강하게 남아 있던 까닭이라 생각됩니다. 다행히 금갑신장(金甲神將)이 그대를 깨쳐준 덕에 공행(功行)에 손해없이 그 정도로 그쳤던 것입니다.


인생의 생노병사, 우비고뇌, 우치암폐, 삼독(生老病死, 憂悲苦惱, 愚痴暗蔽, 三毒)의 한없는 번고(煩苦)의 불꽃에 자기가 자신의 심신(心身)을 태우면서 탐욕의 조수(潮水)에 들볶이는 것입니다. 편안히 심신(心身)을 안정(安定)시켜 반야묘지(般若妙智)를 열고 신통(神通)에 안주하여 불퇴전(不退轉)의 결정법륜(決定法輪)을 굴리지 않으면 안됩니다.”


영련은 식은 땀을 흘리며 듣고 있었다. 이윽고 무서웠던 밤도 물러가고 새벽의 햇살이 밝아오고 있었다. 영련에게는 너무도 충격적인 한밤의 환상이었다.「내가 아직 수행이 부족하므로 경관(景觀)에 접하면 그대로 즉시 심신이 동요되는 것이다. 대사의 설법대로 참다운 선정경지(禪定境地)에 들면 이른바 수미산이 무너져도 놀라게 되지 않으리라. 하루 속히 그렇게 되어야겠다」고 영련은 마음속으로 다시금 맹서했다.



출전 : 大聖 관세음보살일대기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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