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관세음보살전기-35

근와(槿瓦) 2016. 11. 9. 00:02

관세음보살전기-35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35. 천마봉(天馬峰)의 맹호, 대사의 감화(感化)로 물러가다


대사는 삼십여명의 장정이 호위하는 가운데, 보모와 영련을 앞뒤로 따르게 하고, 율운의 자상하고 세밀한 배려에 감사하면서 백상에 올라타고 부락을 출발하였다. 마을의 모든 남녀는 귀로에 다시 꼭 들리겠노라는 대사의 말씀을 기억해 내면서 일행의 모습이 멀리 사라질 때까지 전송했다. 일행은 좌우에 산봉우리를 마주 보는 산길을 통과하면서 이윽고 천마봉의 산기슭에 도착하였다. 천마봉은 험준한 산으로 곧바로 오를 수가 없고 동서 양편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었다.


한편 서쪽길은 험악하고 수목이 울창하여, 야수가 출몰하는 느낌이 들었고 동쪽길은 비교적 평탄하고 수목도 밀생(密生)하지 않아 야수가 숨어 살고 있지는 않은 듯 했다. 호위장정들은 모여서 잠시 무언가 서로 상의하다가 위험율이 적다고 생각되는 동쪽길로 나아가기로 했다. 누구라도 그렇듯 이 호위장정들도 쉬운 길을 선택한 것이다. 지리를 잘 모르는 대사는 안내받은 대로 따라 갔으나 피하려 하면 할수록 재난은 찾아온다는 속담과 같이, 일행이 생사의 간두에 서게 되는 위험에 봉착하리라고는 예상도 못하고 경사진 비탈길로 들어섰다. 마음을 턱 놓고 만곡(彎曲)된 길을 이리저리 돌며 올라가, 어느새 산중턱까지 도달케 되었다. 오르는 입구에서는 보이지 않던 그곳에는 크고 작은 바위가 많았고, 이러한 바위와 바위 사이를 겨우 빠져나가니 수목이 무성한 숲이 나타나 밀생하는 초목으로 인해 나아가기가 어려웠다. 잡초도 사람들의 어깨에 이르도록 무성하여 허리를 약간만 굽혀도 서로를 찾지 못할 지경이었다. 안내자의 얼굴에는 후회 비슷한 안색이 비쳤으나 이만한 인원수이므로 든든하다는 마음가짐새로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산림의 입구까지 오니 숲속에서 한사람의 늙은 초부(樵夫=나무꾼)가 나타나

여러분 이 수풀을 조심하십시오. 독충과 독사가 우굴거리고 있으니 무기로 풀떨기를 헤치면서 나가야 안전합니다라고 일러주었다. 젊은 장정들은 삼림 속에 노초부가 있음은 맹호가 살지 않음을 뜻하는 것으로 여기고 안도(安堵)하여 소리를 합쳐서 !”“야우우!”하고 큰소리로 기세를 울리었다. 한데 이 고함소리가 재난을 불러들이게 되었다.


호위장정들의 소리가 산을 울려 온 골짜기를 흔들게 되자 깊은 골짜기 수풀속에 누워있던 맹호가 놀라게 된 것이다. 전날부터 먹이가 없어 주리고 있던 참이었으므로 좋은 먹이가 왔구나.하는 듯이 골짜기가 무너지게 우렁찬 일성포효를 울리면서 달려와 일행을 막아섰다. 젊은 장정들은 재빨리 무기를 갖추고 대결자세를 취했다. 돌연한 범의 출현에 코끼리가 우뚝 섰으므로 대사는 백상의 등위에서 하마터면 떨어질 뻔하였다. 보모와 영련은 당황하여 대사에게 달려가 엄습하는 공포에 소리없이 떨고 있었다. 백상은 긴코를 들어 올리며 습격하면 단숨에 내려칠 듯한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맹호는 크게 으르렁대며, 성난 자세로 이곳저곳 틈을 노리고 있었다. 호위투사들은 일층 둥근 원형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모두들 호흡마저 그친 듯 조금도 움직임이 없이 호랑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네마리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제일 큰 호랑이를 가운데 두고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당장 달려들 기세였다. 난란(爛爛)히 타오르고 있는 눈은 주림에 의한 살기로 온 골짜기를 긴장된 공기로 둘러싸이게 했다. 십중팔구 한 순간에 아비규환의 지옥이 될 지경에 박두해 있었다.


그때 대사는 가벼이 코끼리의 등을 두드리며 내리려고 하였다. 백상은 귀를 흔들며 이를 거절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재촉에는 어쩔 수 없었던지 코끼리는 주저하면서 들었던 코를 크게 내두르며 대사의 몸을 감아 앞에 내려 놓았다.


호랑이와 정면으로 대면하게 된 대사는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없이 조용히 나아가 제일 큰 범의 눈을 응시하면서 자애로운 목소리로

순산야차(巡山夜叉)로 수고하는 범이여! 우리들에 해를 가할 일이 아니노라. 그대도 영수(靈獸)라면 선악의 분별은 잘 알리로다. 나는 흥림국에서 수미산으로 대비서원을 품고 구법수행하는 중이며 그대들과 원념을 맺을 까닭이 없노라. 특히 나는 신호(神虎)의 구원을 받음으로써 오늘이 있게 되었도다. 축생으로 태어났다 하나 호법의 역무에는 변함이 없으리라. 내 지금 심오묘현의 법을 구하기 위해 나가는 도중이노라. 그대들은 아직 그것을 모르는가?”


대사의 늠름한 기백은 감응을 받아 혼백이 맑아지는 호랑이를 충분히 위압(威壓)하는 힘이 있었다. 이 기백에 눌렸음인지 선두의 맹호의 으르렁대는 소리가 낮아지며 천천히 뒷걸음질을 시작하니 다른 세 마리도 그를 따르는 것이 아닌가.


대사는 이어

이 산기슭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불타인연이 깊은 선인들만 살고 있으며 더구나 이 길은 수미산으로 가는 길이다. 정법을 구도하는 중요한 통로이노라. 그대들이 여기에 더 이상 살고 있으면 통행인이 아무도 없게 된다. 그대들도 착각하여 착한 사람을 해쳐 죄를 지음은 본성진심이 아닌 줄 아노라. 순산야차로 수고하는 그대들이여! 정법을 호지하면서 하루 속히 내세의 초생(超生)을 구하도록 하라. 사람을 놀라게 하거나 상하게 해서는 짐승의 탈을 벗고 환생할 수 없게 되리니 명심하고 빨리 사라지도록 하라. 사람들의 보이는 곳에서 멀리 떠나 스스로 안주처를 구하여 천마산을 떠나가라.”


대사의 지극한 설법에 이제는 맹호가 분명히 이해한 태도를 보이며 발길을 돌려 어슬렁거리면서 되돌아 가더니, 점차 빨리 도망해 가는 것이었다. 대사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동물의 영혼이라도 대사의 설법을 알아 들은 것이다. 이러한 불가사의한 일이 현실적으로 달리 또 있을 수 있겠는가. 이것은 어떠한 영맹한 동물에게도 덕이 높아 호광(毫光)이 빛나며 강력한 영기를 방사하는 뛰어난 성자의 영력(靈力)에 감응 받아 그 영혼이 동화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젊은 호위장정들은 대사의 위력에 감동받아 망연(茫然)히 서서 움직일 줄 몰랐다.


보모와 영련은 백상의 등에서 내려 대사에게 달려갔다. 평소 매사에 행동을 같이하던 두사람은 지금만큼 대사의 위신력에 감격된 적이 일찍이 없었다. 대사는 사람을 자비하심에 평등할 뿐만 아니라 동물에도 같은 자비심을 다름없이 베풀어 그로 인해 자신의 위험조차 돌아보지 않는 것이다.


대사의 이 불염오예(不染汚穢) 경지는 무엇에나 편착(偏着)함이 없는 대자대비심에서 나오는 것이요 그 대자대비심은 지극한 순진(純眞)의 미정(美情)에서 자연히 우러나오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대사의 기지와 자애와 용맹심은 일촉즉발의 위험과 참상을 미연에 방지한 것이다.


젊은 호위장정들은 참다운 용기란 결코 무용을 과장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고 참다운 자비심을 지니고 있는 사람에게 겸비되어 있음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냉정을 잃지 않은 대사는 항시 심기(心氣)가 정정(正定)했으므로 그것이 맹호를 감화시켰으리라.


젊은 호위장정들에게 비친 대사는 그들의 동공과 뇌리에 불보살의 화신으로 박힐 수밖에 없었으며, 이러한 일이 있은 후부터 대사의 품격은 더욱 널리 세인에 선양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드디어 그처럼 두려워하던 맹호의 환난도 깨끗이 사라졌다. 조그마한 힘도 쓰지 않고, 전혀 대사 홀로 묘지혜섬광으로 인해 다스려진 것이다.


대사는 여기서 젊은 호위장정들에게 그들의 노고를 감사하며, 그들은 감동(感動)을 가슴에 안은 채 대사에 이별을 고하고 마을로 다시 되돌아 갔다. 대사는 다시금 백상의 등에 올라 안심하고 천마봉 고개로 향하였다. 천마봉의 건너편은 유리성이다. 한걸음 수미산에 다가서게 된 것이다.



출전 : 大聖 관세음보살일대기



-나무 관 세 음 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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