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관세음보살전기-34

근와(槿瓦) 2016. 11. 8. 00:26

관세음보살전기-34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34. 율운(律雲), 대사에게 호환(虎患)이 있음을 이야기하다


그날밤 주인의 따뜻한 향응을 받은 세사람은 길고 긴 사막여행의 피로를 풀며 오랜만에 마음놓고 쉴 수가 있었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주인의 아들이 완전히 위독상태를 넘기고 회복되어 간다는 말을 들은 대사는 마음으로 기뻐하며 주인 율운의 완강한 요청과 원이 있어 하루 더 쉬면서 아이의 회복상태를 보기로 하였다.


그날 율운은 영련에게서 대사의 신상일체를 듣고 몹시 놀랐다. 왕녀로서 수행의 길에 드는 일은 전대미문의 일인 것이다. 그위에 산곡고심(山谷高深) 봉엄위험(峰嚴危險)해서 풍운급변하는 수미산에 조산(朝山)한다는 것이다. 건장한 사나이도 할 수 없는 수행을 시도하는 대사의 대용맹심에 혀를 내두를 뿐이었다.


율운들에게 전해들은 수미산의 봉우리들은 성하(盛夏)에도 빙곡(氷谷)그대로이며 적설은 그대로 쌓여 건너 가기 심히 어렵고 산신귀매(山神鬼魅)는 난폭하여 요숭(妖崇)방종(放從)할 뿐 아니라 중도에 군도(群盜)횡행(橫行)하여 살해를 멋대로 하는 곳으로 보통인간으로서는 도저히 갈 수가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대사의 결심은 굳고 강건하여 추호의 틈도 없었다. 율운은 높은 보살행(菩薩行)에 마음깊이 경복하여 아무쪼록 이 마을에서 설교회를 열어 대승법지(大乘法旨)를 들을 수 있도록 해주기를 앙청하였다. 대사는 쾌히 승낙하여 정오에 이 집에서 설교회를 열기로 하였다.


그날 밤안에 대사의 소문이 어떻게 퍼졌는지 설교의 통지를 내기도 전에 이른 아침부터 마을 사람들이 율운댁에 모여 서로 대사를 친견코자 소란을 떨고 있었다. 따라서 설교 시각도 되기 이전에 이미 가득 차버려 마루방에 들어오지 못한 대중들이 마당에 그대로 앉아 기다렸다. 도대체 이 작은 마을의 어디에서 이렇게도 많은 사람이 몰려 왔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마침내 장중한 목소리로 대사의 설법이 시작되었다.

“여러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루속히 과거를 참회해서 불타교도(佛陀敎導)에 따라 열반의 극락세계에 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인생은 무상하며 고의 연속인 것입니다. 저는 일찍이 왕녀로 태어나 궁중에서 수많은 궁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사치와 낭비의 생활을 해 왔으나 번뇌와 공포, 불안과 우민(憂憫)은 언제나 나를 붙잡아 묶고 나를 괴롭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와 같은 남루한 옷을 입고 동굴이나 나무밑에서 자며 집집에서 남은 밥을 걸식해도 마음은 항상 기쁨에 넘치고 법열에 가득 차서 한없는 광명으로 어둡고 괴로움이 없습니다. 세상살이 잡사에 묶이게 되면 번민과 초조는 다할 수 없습니다. 육신은 일시적인 것, 영혼은 영원히 존재합니다. 열반에 이르러 피안(彼岸)에 도달하게 되는 즐거움은 세상에 있는 명리의 투쟁과 집착 혹은 탐욕, 진에, 우치에 비하면 천지의 차가 있는 것입니다.


지옥의 길을 단절하여 정토에 이르는 정도를 구하는 사람은 가장 행복한 사람인 것입니다. 선덕을 쌓으면 선과의 보응이 있으며 불선을 행하면 불선의 보응을 받습니다.


이제 곧 도를 구하여 정각의 법을 닦으십시오. 안, 이, 비, 설, 신(眼, 耳, 鼻, 舌, 身)은 업장(業障)을 일으키는 인(因)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선업(不善業)을 폐하고 길이 일체의 악을 제거하여 눈을 청정히, 귀는 천이(天耳)로서 시방을 들으며 세음(世音)을 관해서 대각신(大覺身), 대무애(大無碍)의 소성(所成)을 염(念)하며, 자재하여 가애없음을 구해 가지가지의 진로(塵勞)를 떠나 열반의 성역에 상주할 것입니다.


불문에는 귀족도 평민도 부호도 빈천도 없으며 계급을 잊고 명예를 버리어 정도에 귀일해서 수행을 계속해 갈 뿐인 것입니다.”


대사는 성의를 다하여 불문에 만남의 기쁨이 무궁함을 설해 나갔다. 듣는 사람의 근기에 맞추어 법을 설하며 방편을 쓰고 묘언을 기울였다. 제좌의 청중은 대사의 설법에 완전히 몰입되어 자신을 잊은 채 열중하고 있었다. 대사는 알기 쉬운 표현이나 비유를 다분히 들어 대승불법의 오의를 설하였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설법은 모두에게 큰 감동을 주어가면서 날이 저물도록 계속되었다.


설교후 방에 돌아온 대사는 무심결에 생각이 났던 것을 율운에게 물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 지방의 토지는 무척 비옥한데 어찌해서 벼를 심지 않습니까?”

“예. 옛날에는 때때로 벼를 구해와서 심어 보았으나 어찌된 까닭인지 말라버리고 자라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지방에서는 벼는 자라지 않는 것이라 여겨 그 이후는 누구도 벼를 재배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그것은 제대로의 재배법을 모르기 때문이 아닌가요? 벼는 콩이나 보리와는 달라서 다량의 물이 없으면 자랄 수 없습니다. 강우(降雨)가 없을 때는 물을 저유(貯溜)해서 늘 젖어있게 해야 합니다. 마침 우리들이 한자루의 벼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드릴테니 정성껏 재배를 잘하여 금후의 결핍에 준비하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대사는 보모에게 벼를 내오게 하여 손바닥위에 보통의 벼와 찹쌀의 벼를 구별해 보이며 심는 법, 관개(灌漑)의 방법 등에 걸쳐 상세히 가르쳐 주었다. 율운은 크게 감격하여 즉시 마을사람들에게 전하니 그들은 뛸듯이 기뻐하였다. 이와 같이 대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하는 존엄성을 가르쳐 행중(行中)에 항시 모든 사람들에게 사는 지혜와 지식을 널리 펼치었던 것이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어린애 병은 완전히 회복된 상태이기에 대사는 안심하고 출발하기로 하였다.

“아주 잘 쉬고 갑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희들은 하루빨리 구법의 목적을 달성해야 하므로 그만 떠나야겠습니다. 그동안의 후의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돌연한 이별인사에 율운은 매우 놀란 표정으로 대사를 바라보다가 대사일행이 일어나 나가려 함을 보자 더욱 당황하여 소매를 붙잡고

“무어라 하셨는지요? 어제 듣지 않으셨사옵니까? 천마봉을 넘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습니다. 이 봉우리에는 수년전부터 네 마리의 맹호가 살면서 통행하는 사람은 물론, 근래에는 마을 가까이에까지 나타나 사람을 해치고 있사옵니다. 그 때문에 이 마을은 다른 곳과 완전히 고립해 있나이다. 대사님 일행 세분은 더구나 여인의 몸으로 어떻게 통과할 수 있으리까? 해를 입을 것을 뻔히 알면서 제가 어떻게 가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아무쪼록 한동안만 지내주십시오. 요사이 제가 마을의 사냥꾼들을 모아 맹호퇴치의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기필코 저희들이 맹호를 퇴치하여 통행할 수 있게 하겠사오니 제발 조금만 참아주십시오.”

“그렇게까지 하시면 너무 큰 폐가 됩니다.” 라고 영련이 말하자마자


주인은 단호하게 이 말을 가로막고

“위험은 늦든 빠르든 제거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래야만 저희들이 호환으로부터 벗어날 것이며 또한 대사님일행의 대은에 보답하게 되는 까닭인 것입니다.”


대사는 미소하면서 말했다.

“조금도 염려하실 것 없습니다. 원한없이 사람을 가해함은 동물일망정 하지 아니할 것입니다. 하물며 맹호는 영수(靈獸)로 불가에서 말하는 순산야차(巡山夜叉)입니다. 저희들 불문에 귀의한 수행자에게 해를 가할 까닭이 없습니다. 하루라 하더라도 편안함과 한가함을 탐해서는 안됩니다. 주인어른의 진심은 잘 알겠습니다만 저희들은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율운은 대사의 금강부동의 결심을 알고서 도저히 저지할 수 없다고 체념하며

“정 그러시다면 지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당장 마을의 젊은 사냥꾼들을 모아 대사님 일행을 호위하도록 하렵니다.”

“법을 구하는 사람에게는 법의 가호가 있습니다. 다른 힘을 빌릴 이유가 없습니다.”

“아니 이것은 저의 조그마한 희원입니다. 부디 그렇게 하도록 허락해 주소서.”


대사와 율운의 문답이 오고가고 이어 갔으나 율운의 성의와 열성을 저버릴 수 없어 부득이 호위를 허락하였으나 결코 맹호에게 가해함이 없을 것을 조건으로 하였다. 마을사람들 중 대사를 위해서 지원하는 자가 쇄도하여 율운은 이들 가운데 특히 용감한 젊은이 삼십여명을 뽑아 호위하게 하였다. 각인은 손과 손에 창과 방패, 칼 등을 들고 기세도 당당히 장도에 올랐다.



출전 : 大聖 관세음보살일대기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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