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관세음보살전기-33

근와(槿瓦) 2016. 11. 7. 00:02

관세음보살전기-33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33. 찹쌀을 주어 어린이의 병을 낫게 하다


사막의 여행이야말로 간난신고 그대로 가장 어려운 여행으로 곤란의 연속이었으나 마침내 세사람의 행선에 산그림자가 비쳐왔다. 이로써 확실히 결국 수미산에 이르게 됐다고 세사람은 환희어린 표정으로 마주보며 기뻐하였다. 백상도 기쁜듯이 코를 치켜들며 울어대었다. 겨우 산기슭에 다다르게 되었다. 해도 져서 석양이 저물었으므로 오늘밤은 이 부락에서 묵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세사람은 백상을 마을입구 큰나무 아래에 쉬게 한 뒤 부락 안으로 들어갔다. 날은 이미 어두워서 사람들이 모두 집안으로 들어간 뒤인 탓인지 도무지 사람그림자를 볼 수 없었다. 조금 더 들어가 가장 여유있는 집인 듯하여 큰 대문이 있는 집 앞에 멈추고 이집이라면 하루밤 묵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대문안을 들여다 보니 마침 한사람의 노인이 나와 앉아 있었다. 자세히 보니 칠십세가량의 연배로 얼굴에 주름이 많은 할머니가 걱정이 잔뜩 쌓인 듯 망연히 땅바닥 한 곳에 시선을 떨어뜨린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무슨 일을 골똘히 생각하는지 세 사람이 문앞에 와 있는 것도 모르고 인기척을 내도 전연 모르고 있었기에 영련이 큰소리로 말하였다.

“할머니! 무얼 그리도 골똘히 생각하십니까?”


머리 위에서 돌연히 나는 소리에 놀란 노인은 얼굴을 들어 세사람을 쳐다보며 “어디서 오신 비구니들이세요? 무슨 용무로 오셨는지요?”


대사는 정중히 합장하며 말하였다.

“놀라게 하여 죄송합니다. 저희들은 흥림국에서 온 사람들이온데 서원이 있어 수미산으로 구법을 위해 가는 도중입니다. 댁앞을 지나다 하루밤 묵어 가고져 부탁올리오니 받아주시면 감사하겠나이다.”


“저런! 마침 공교롭게도 좋지 않을 때에 오셨군요. 전같으면 열흘이고 스무날이고 환대하겠사오나 오늘은 집안에 우환이 있으므로 다른 댁에 들려주십시오.”


“무슨 우환이신지 사정이 있는 모양이신데 괜찮으시다면 들려 주십시오. 아까부터 하도 심각한 듯 하시어 여쭈어 보는 것입니다.”


“비구니 행자님들이라 말해도 상관이야 없사오나 오늘밤은 숙박 부탁이 무리인 듯 합니다. 실은 저의 주인양반 율운(律雲)은 예부터 선행을 하지 않고는 못 배겨 가난한 이에게는 재물이나 곡식으로 베풀고 또한 행자들에게는 상례(上禮)를 다하여 공양하며 자기 자신은 신불염경(信佛念經)해서 수십년간 변동이 없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아들이 없다가 최근에 불은으로 득남하였기에 선근(善根)의 보응(報應)이라 하여 온동네 사람들이 축복하였는데 웬일인지 보름전에 돌연 병에 걸려 의원을 불러 치료하였으나 전연 효과가 없었습니다. 멀리 권위있는 의원을 초빙하여 보았으나 이 병을 고치려면 세홉의 찹쌀로 미음을 만들어 먹이면서 그 위에 약을 먹여야 반드시 나으리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지방에는 보리와 콩밖에 없으며 벼는 성장치 못하옵니다. 쌀을 얻기 위해서는 이 높은 천마봉(天馬峰)을 넘어서 바로 벽계하(碧溪河)를 건너 멀리 있는 유리성(琉璃城)까지 가지 않으면 안 된답니다.”


“그렇다면 거기에 가서 구해 오면 되지 않습니까?”

“스님들은 모르시기에 그렇게 간단히 말하시겠지만 이 천마봉에는 어디서 왔는지 모르나 머리에 반점이 있는 네 마리의 맹호가 살고 있어서 산을 넘는 사람을 습격하여 잡아먹으므로 누구나 무서워 넘어가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마을은 고립이 되고 말았어요. 그러므로 유리성에 찹쌀이 있어도 맹호가 무서워 갈 사람이 없어요. 그러니 어린애는 나날이 말라 지금은 기동도 못해 딱해서 볼 수조차 없는 꼴이 되었습니다. 불쌍하게도 이제는 죽을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뿐으로 주인양반이 우수와 고민에 파묻혀 있는 모습을 보면 더욱 가슴이 찢어지는 듯 합니다. 그러하오니 대단히 죄송스러우나 저희들이 다른 정신이 없어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다른 집으로 알아보심이 좋겠습니다.” 고민에 가득찬 노파의 뺨에는 어느틈엔가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잘 알겠습니다. 착하고 착하신 노인양반! 할머니는 저희에게 좋지 않을 때 왔다 하나 가장 좋은 때에 온 것 같습니다. 이것도 불법 인연이 정해 있기 때문인가 합니다. 마침 저희들에게 약간의 찹쌀을 준비한 것이 있습니다. 이것으로 어린애 생명이 구해진다면 출가인으로서 기대 밖의 기쁨이 되겠습니다.”


이 말을 들은 할머니는 꿈이 아님을 확인하고서 뛸듯이 기뻐했다. 절망의 늪에 빠져 있다가 급히 희망이 보였으므로 그 놀람은 도저히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설마 농담이나 거짓말 혹은 위로하기 위한 말이 아닌가 해서 노인은 다져 물었다.

“정말 찹쌀을 가지고 계십니까?”

“출가인은 거짓말을 하지 아니합니다.”


노인은 두손을 합장하여 불타에게 감사기도를 올리고 난 후 곧 집안으로 뛰어들어 갔다.

“주인 어른! 찹쌀이 있어요. 아니 행자가 와서 찹쌀을 주겠다는군요.”


라는 노인의 말에

“뭐라고? 찹쌀이 어찌 됐다고?”

할머니는 대사가 말한 바를 그대로 이야기하였다.


주인 율운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같아 한번 더 할머니에게

“정말인가?”라고 묻고,

“그렇다며는 무얼 그리 꾸물거리오, 어서 바깥문을 열고 당장 활보살(活菩薩)님을 맞이합시다.”


할머니는 즉시 나가 대문을 활짝 열고 세사람을 안내하였다. 율운은 가족들을 모두 불러 맞이하며

“와 주셔서 감사하옵니다. 즉시 맞이하지 못하고 기다리게 하와 실례천만, 무례 막심하옴을 용서하십시오.”

하며 땅에 엎드려 예의를 올리었다.


대사는 가슴에 손을 모으며 말했다.

“저희들은 수미산으로 구법도중인데 하루밤 묵어가기 부탁올렸었습니다. 노인의 말씀을 들으니 찹쌀이 없어서는 안되는 일인 듯한데 다행히 저희들이 한사람에 한되씩 찹쌀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홉이 아니라 세되라도 쓰십시오.”


하고 대사가 말을 마치니

“진정 고맙습니다. 이 큰 은혜 평생 잊지 못하겠습니다.”


율운은 너무 감격해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는 듯했다. 다만 눈물을 흘리며 머리숙여 감사할 뿐이었다. 대사는 영련에게 등에 지고 있던 누런 배낭에서 찹쌀을 꺼내도록 했다. 쟁반 위에 쏟아놓은 찹쌀은 흰옥돌과 같이 아름다운 빛이 났다. 주인 율운은 두눈이 휘둥그래져서 기쁨을 억제치 못하는 것 같았다. 급히 세홉만 받은 뒤 집안사람을 불러 급히 미음을 만들도록 하였다.


대사는 주인 율운을 잠시 제지하면서 말했다.

“이 찹쌀을 고을 때에는 물로 깎아 씻지 말고 약한 불에 고우십시오. 조금이라도 넘치게 해서는 안됩니다. 다 되었으면 조금씩 입에 넣어 먹이도록 하십시오.”


주인은 대사의 주의에 감사하면서 고우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세사람을 방안으로 모신 율운은 이들을 정성껏 대접하였다. 마을밖의 백상도 집뜰 안으로 데려와 감자, 콩 등을 주며 잠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이제껏 한방울의 물도 목에 넘기지 못하고 위독상태에 이르렀던 어린애가 찹쌀미음을 입안으로 넣어주자 부사의(不思議)하게도 이를 잘 받아넘겨 조금씩 마시는 것이 아닌가.


낙담을 하고 앉아있던 의원도 이를 보고

“병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찹쌀의 효력인 듯 합니다.”

소리높여 외치며 기뻐하는 것이었다.



출전 : 大聖 관세음보살일대기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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