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전기-32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32. 사막의 유목민, 대사일행을 환대하다
이튿날 아침, 온 집안 사람들의 각별한 환대속에 성찬을 대접받은 후 수미산 노정에 대하여 상세히 들은 다음, 대사일행은 색시보(塞氏堡)를 출발하였다. 수달덕 장자는 수많은 대중을 이끌고 마을밖까지 멀리나와 이들을 전송하였다.
마을사람들은 이별을 애석히 여기며 장래 불법의 깊은 뜻을 더 배우고자 희망하는지라 대사는
“장차 득도하여 정각 성취후에는 반드시 다시 한번 이곳으로 오겠습니다.”고 약속하며 두손 모아 사의를 표하고 보모, 영련과 같이 백상등에 타고서 마을사람 모두에게 손을 흔들며 서쪽을 향해 나아갔다. 이후 계속하여 대사는 정각성취까지 맨발로 일관하였다.
(筆者註 : 어느 보살상을 보더라도 신을 신고 있지 않음이 여기에 기인한 것이다.)
한가지 결심은 대사의 불휴의 역사가 되고 한가지 생각은 대사의 정각을 성취하는 열쇠가 되었다. 그 결심과 생각은 어느 것이든 고행으로 체험에서 얻어진 것이며 이제 대사에게는 하나 하나의 간난과 신고가 각기 개오의 동기가 되는 것이었다. 이번의 수난은 대사에 있어서 무엇과도 비견할 수 없는 귀중한 수확이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도 통렬한 것이기도 하였다. 서쪽으로 서쪽으로 나아간 일행은 넓고 넓은 사막벌판으로 나오게 되었다.
초목이 하나도 없는 연면하는 모래언덕뿐인 거친 벌판에는 길도 가려져서 방향을 곧잘 잃게 되곤 했다. 이른 아침부터 해가 저물 때까지 걸어도 사막은 끝이 없었고 코끼리 등에는 강렬한 태양이 용서없이 내려쪼이는데 무거운 백상의 발은 지지부진해서 제대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대사님! 보시다싶이 묘망(渺茫)한 사구(砂丘)는 다함이 없습니다. 백상의 발로서는 아무리 나가도 하루에 몇리를 더 나아갈 수가 없습니다. 오늘밤은 어디서 지내야 할까요?”
“영련! 걱정하지 않아도 되요. 앞을 향해 걸을 뿐, 날이 저물어 잘 곳이 없으면 사막 가운데서 밤을 보내지요. 행자는 때에 임해서는 장소를 고르지 않고 자신이 그것에 몸을 순종시켜야 하는 것입니다.”
영련은 대사의 말을 잠자코 듣고만 있었으나 심중 불안은 사라지지 않아서 심각한 표정으로 사막건너 지평선에 눈을 두고 바라볼 따름이었다. 저녁무렵이 가까워지자 이제까지 좋던 날씨가 갑자기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면서 모래먼지가 휘날려 앞을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 세사람은 한참동안 백상에서 내려 백상을 앉히고 그 곁에 웅크리고 앉아 세찬 사풍(砂嵐)을 피하고 있었다.
반시각쯤 지나자 사풍은 그쳤으나 모래언덕이 이리저리 모양이 변해서 어디가 어딘지 방향조차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어느 쪽으로 나아가야 할 지 몰라서 난처함을 걱정하는데 얌전히 앉아 있던 백상이 자기 코를 등위로 돌리며 세사람에게 어서 타라는 듯 권유하는 것이었다. 세사람을 태운 백상은 방향을 알고 있는 듯 자신있게 방향을 잡아 유유히 나아가기 시작했다. 모래사막에 발이 파묻히면서 한걸음 한걸음밟아 나아가는 백상의 숨결은 갈수록 거칠어져 갔으며 필경 보행이 어려움에 이르러 타고 있는 세사람은 마음이 초조하기 이를데 없었다.
대사는 가엾게 느끼고 백상의 목을 어루만지며
“백상이여! 더 이상 그대에게 부담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우리가 내릴테니 함께 걸어가자.” 하고 말했다.
대사의 말을 알아 들었는지 백상은 힘차게 코를 높이 들어 괜찮으니 염려말라는 동작을 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달밤의 사구(砂丘)를 백상의 걸음에 내맡긴 채 나아가는데 홀연히 멀리 앞에 천막이 보였다. 주위에는 사람의 모습도 보였다.
아마 유목민이 아닌가 생각하며 대사는 두사람에게
“앞에 사람들이 보이는군요.” 하고 알려주었다. 두사람에게도 멀리 사람과 가축떼가 달빛에 비쳐보였다.
“정말, 사람도, 양도, 말도 있네요.”
두사람은 소리를 지르며 기뻐하였다. 야영하는 편에서도 백상을 타고 오고 있는 세사람을 알아차렸는지 많은 사람들이 다가왔다.
백상에서 내린 대사는 추장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은근한 예의로 읍례(揖禮)하며
“저는 금광명사에 사는 묘선이라 하오며 두사람과 같이 수미산에 가는 도중이옵니다.” 라고 하자, 금광명사라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뜻밖에도 일제히 꿇어 엎드리는 것이 아닌가.
세사람은 뜻밖의 일이라 의아한 표정으로 서로 마주 바라보자
“흥림국 공주마마 아니시옵니까? 어찌 이런 곳에 오셨는지요? 저희들은 흥림국 서방 국경지대에 사는 가라족(加拉族)이옵니다. 유목생활을 하므로 여기저기 두루 여행해 오고 있어서 공주님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자주 듣고 있사옵니다. 오늘 이렇게 뵙게 됨은 지극한 영광이옵니다.”
추장은 진정으로 존경하는 태도로 대하며 세사람을 막사 안으로 안내하였다. 백상은 막사 입구에 앉아 문지기 역할을 했다. 세사람 모두 이 허허벌판 사막가운데서 가라족과 만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나 그들이 대단한 안도감을 주었기에 안심하고 편히 쉴 수가 있었다.
추장은 전부터 대사수행에 대하여 들어왔었으므로
“이러한 곳에서 고귀한 분을 뵙게 된 것도 불은(佛恩)인가 하옵니다.”고 감사와 광영의 뜻을 말하는 것이었으나 불법에 대한 관심보다도 본심은 왕녀와 직접 대면하게 된 것에 있는 듯했다.
흥림국은 토지가 비옥한 농업국이기도 하려니와 일찍이 직물산업이 발달한 강대국인 한편 유목민도 상당수가 있었다. 주변은 준엄한 산맥(곤륜산맥)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북에는 광대한 사막(타크라마칸 사막)이 펼쳐 있어서 여름에는 사막이 타림분지인 관계로 극단적인 더위가 몰려오고 겨울에는 극단적인 추위가 몰려왔으므로 주민중에는 여름에는 시원한 고산지대로 겨울에는 따뜻한 사막의 초원지역으로 옮겨가는 이동생활을 하는 유목민족이 많았으며 가라족도 그중의 한 부족이었다.
대사가 안내받은 특별히 잘 지어진 초집(草葺)의 막사를 둘러보니 무척 견고하게 잘 만든 집임을 알 수 있었으며 내부는 아름다운 천으로 잘 꾸며져 있었다. 추장의 막사인 것 같았다. 유목민의 생활에 대하여 듣고는 있었으나 직접 경험하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대사도 수행의 몸이 되어 체득할 수 있게 된 기회를 기뻐하였다. 서역(西域)의 발달은 이처럼 오아시스에 집약된 부락이 서서히 지역사회를 조성하여 상당한 규모의 도시가 형성되었으나 이즈음은 마침 그의 발상기에 해당되었다. 이러한 유목민의 일족은 심성이 너그럽고 온순한 부족으로 곳곳에서 여러 가지 작물을 재배하기도 하였다.
한동안 있으려니 유목민의 여자들이 세 개의 큰 물통을 들여와 계속해서 물을 가득 채우더니
“바라오니 이 물로 목욕을 하시옵소서.”하고 권유한 뒤 세탁하겠노라고 세사람의 옷을 벗어주기 바랐으나 영련은 정중히 이를 사례하며 자신이 개울에 가서 세사람의 의복을 세탁하였다.
세탁한 의복을 불에 말리고 있노라니 밖에서 무언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하고 곁에 있는 여자에게 물었으나 웃기만 할 뿐 말하지 않았다.
그러한 가운데 이윽고 몸에 예장을 갖춘 추장이 공손하게 들어왔다.
“식사준비가 다 됐사옵니다. 바라오니 함께 들어주옵소서.”
세사람은 호의를 받아들여 안내하는 막사로 갔다. 추장은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문을 열고 공손하게 세사람에게 들기를 청하였다. 세사람은 들어가 차려놓은 음식을 보고 그만 대경실색했다.
소나 양의 굽거나 삶은 고기가 탁상위에 그득하게 진열되어 그릇마다 가득한 것이 아닌가.
“대사님! 원로의 여행에 얼마나 시장하셨겠습니까? 마음뿐인 식사준비올시다만 많이 들어주십시오.”
불문은 살생을 금계하므로 육식을 일체 하지 않음을 모르는 추장은 정성을 다해 성찬을 만들어 향응을 베풀고 싶은 오로지 한마음 뿐이었다. 만강의 성의를 기울여 자리에 앉으시도록 권하였다.
대사는 멈춰 서서 마음속으로「나 때문에 또 죄를 짓게 되고 말았구나.」하며 후회하였다. 그리고 온유하게 말했다.
“추장! 그대의 친절에 감사하나 저는 태어난 이래 육식을 한 일이 없습니다. 여기에 있는 보모와 영련도 불도에 귀의한 이래 이어 재식(齋食)할 뿐입니다. 수행은 죄를 참회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며 청정한 것을 먹을 뿐 살해를 싫어합니다. 비린내나는 음식물은 금하며 언제나 방생을 좋아합니다. 바라오니 전부 치워주십시오.”
이를 들은 추장은 놀래어 당혹하면서 실색하여 말했다.
“사정을 모르고 대단한 실례를 저질렀나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야채나 과일은 하나도 구할 수 없는 곳이니 어찌해야 하겠사옵니까?”
모든 정성을 다해 열심히 준비하여 대사를 기쁘게 하려던 것이 어느 것 하나도 들지 못하게 됨에 추장은 적이 실망하였다. 너무 지나친 낙담을 하고 있음을 보고 있던 영련은
“너무 염려말으소서. 저희들은 색시보(塞氏堡)를 떠날 때 보관님으로부터 음식물을 받아가지고 왔습니다.”
하며 위로하였다. 이를 들은 대사는“그것은 언제 받았는지. 왜 나에게 알려 주지 않았어요.”
“네! 마을에서 떠나올 때 대사님에게 올려도 받지 않으실 것이라 여겨 저에게 가지고 가 달라고 하며 건네주어 사절하였으나 굳이 성의라 하여 간청하므로 떠나는 마당에 시비를 벌릴 수도 없어 못 이기고 받아 두었습니다.”
“그때에 일러주었으면 내가 감사하다는 인사라도 할 수 있었을텐데….”
“죄송합니다. 짚신도 사절하셨기에 보관님께서 말씀올리지 말아달라고 거듭 간청하여서 할 수 없이 대사님을 대신해서 소승이 깊이 사의를 표해 올리었사옵니다.”
대사는 영련의 호의를 살피며 더 이상 아무 말없이 추장을 향해
“행자는 본래 음식을 탐하지 않으며 재식(齋食)이나마 본래 한낮 오시(午時)를 지나서는 식사하지 않습니다. 저희들은 밤에는 경식(輕食)을 하니 염려말고 안심하십시오.” 라고 말하며 숙소로 되돌아 왔다.
추장은 마음이 안됐는지 부인에게 양유를 준비시켜 세 사람 숙소로 가져왔기에 추장의 호의에 감사하며 받아 마시었다. 다음날 아침, 세사람은 가라족 일행과 헤어져 일로 남으로 향해 출발하였다. 길 양편에 늘어서서 전송하는 유목민들은 일행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계속 손을 흔들며 전송했다.
이리하여 사막을 수일간 걸어 나아갔으나 이번의 사막여행은 가라족이 동족에게 재빨리 연락한 노릇인지 혹은 유목민족의 공통되는 친절인지 몰라도 황혼이 짙어질 무렵이면 반드시 유목민이 나타나 숙소와 음식으로 환대해 주었다. 간혹 유목민이 나타나지 않을 때는 빈집이 발견되거나 근처에 숲이나 냇물이 흐르는 ‘오아시스’가 있어서 곤경에 처해지는 일이 없었다. 세 사람은 이것도 미타, 세존의 가호에 의한 것이라 믿으며 깊이 감사기도를 올리었다.
출전 : 大聖 관세음보살일대기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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