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전기-31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31. 대사, 맨발의 행각(行脚)을 각오하다
대사의 이러한 기적적 생환이 온 마을에 전해지자, 마을 사람들은 대사를 친견하려고 수많은 사람이 들이닥쳐 수달덕장자 저택은 당장 온마을 사람들로 가득차 버리었다.
이를 보고 수달덕 장자는 무엇인가 느끼는 점이 있어 이윽고 대사에게 정중히 부탁하는 말을 했다.
“대사님! 이 지방에는 지금껏 불타의 가르침이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습니다. 오늘 대사님의 기적적인 생환을 보고 마을사람들이 불타의 위대함에 크게 감동하고 있사옵니다. 대단히 피곤하실 줄 아오나 전례없이 이렇게 모이고 있사오니 어리석은 우리들에게 참다운 설법을 내려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아직은 피곤이 사라지지 않은 몸이었으나 대사는 기꺼이 이에 응해 대중 앞에 나섰다.
“여러분들과 인연을 맺게 됨을 천만다행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세상은 연생, 연멸(緣生· 緣滅)의 우고, 번뇌(憂苦· 煩惱)의 세계이며 제행(諸行)은 무상(無常)합니다.
인간은 이 가운데 빠져서 죄업을 지어가며 사생육도(四生六道)의 윤회에 말려들어 다함없는 괴로움의 경계에서 해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귀영화는 일장의 꿈, 명리공애(名利功愛)는 순간의 환상입니다. 인간의 일체사는 개고(皆苦)일 뿐인 것입니다. 우선 태어나 일생을 살아나감이 고이며 노약해짐이 고이며 병마 또한 고이며, 죽음 또한 큰 고입니다. 바로 원증자(怨憎者)와 만남도 고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짐도 고요, 구하나 얻어지지 않으니 고요, 이 유정(有情)을 형성하는 색· 수· 상· 행· 식의 오온(五蘊)의 신심(身心)에 미치는 일체가 모두 고입니다.
사람은 이 여덟가지 큰 괴로움을 범하게 되어 오체의 속박을 받아 오탁의 세계에 되풀이 전생하며 어느 전후(前後)의 세상에도 생사의 초탈이 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에 불타께서 명을 받아 현현하시와, 고행 십육년 끝에 연등불로부터 반야개오의 정법을 수지하고 유가보리(瑜伽菩提)의 밀법을 얻어 안개비 내리는 가운데 이어 대원경지(大圓鏡智), 무상삼매(無相三昧)의 경지에 이르러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을 증득하시었습니다. 그리하여 몸을 세우시고 모든 중생에게 미래 영원의 해탈법을 전하여 열반에의 정도를 연(緣)있는 여러 사람에게 전도하시었습니다. 여러 중생이 이 이치를 깨우쳐 전업(前業)을 괴회(愧悔)하고 해탈을 하고져 하거든 불문에 들어오시기 바랍니다. 여래의 보벌(寶筏)은 인연중생을 태우고 피안(彼岸)에 이르게 해 줄 것입니다.
대사는 여기서 여러사람의 얼굴을 돌아보며 곧 알기쉽게 불타의 근본 뜻과 정법의 광대무변을 정성을 다하여 설법하였다. 장자 저택이 넘치도록 잔뜩 모였던 대중들은 심각한 정적 속에 기침 한번 없이 시간을 잊은 듯 열심히 듣고 있었다.
설교가 끝난 후 대사를 방으로 인도한 수달덕장자는 감격한 표정으로 대사에게 물었다.
“대사님을 처음 뵌 바로는 방령(芳齡)도 약춘(若春)이신데 품위가 고상하고 뜻이 높으시니 분명히 고귀하신 신분의 출신이라 생각되었습니다만.”
대사는 조용히 웃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영련이 촌장에게 대사와의 전날 약속을 잊어버리고
“그렇습니다. 대사는 흥림국의 제삼 왕녀가 되시는 분입니다. 어리실 적부터 부귀에 혹하지 않고 다만 한마음으로 불타의 유가대이상(瑜伽大理想)을 숭모하여 오로지 수행에 매진해 오셨습니다.”라고 말하기 시작해서
화원에서 수행한 일로부터 백작사 소실에 이르기까지 눈물을 흘려가며 이야기하고
“오늘에 재난을 면할 수 있게 된 바로 저 짚신도 실은 대사님 자신이 평소 수행의 한가지로 삼아 모아둔 것이었습니다.”하며 대사의 일상의 모습을 모두에게 들려주었다. 수달덕 장자를 비롯한 부하와 집안 사람들은 감격할 뿐이었다.
곁에 있던 보모는 다정한 눈매로 영련을 바라보면서
“영련님은 원래 대왕마마의 충실한 상궁 궁녀로 대왕마마의 명을 받아 왕녀였던 대사의 감시역으로 왔었으나 위대한 대사의 가르침에 감동되어 수행을 결심하게 됐던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점점 깊이 감동을 받은 수달덕 장자는 대사를 향하여
“대사님의 결심이야말로 반드시 정과를 성취하여 만대의 공덕을 배양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들은 대사님께 즐거이 귀의하겠습니다. 그리고 대사님이 노고하시어 삼으신 백여족의 짚신을 모인(毛人)들에게 빼앗겨 대단히 불편하실 것입니다. 금후 천리 행각에 갈아신으실 짚신이 없어선 안되겠으므로 며칠간 체재하시면서 교화 설법하시는 동안 짚신을 준비해 올리겠습니다.”
대사는 두손을 모으고 깊이 사의를 표하면서 말하였다.
“보관(堡官)님! 보관님의 진심은 마음에 새겨 두겠습니다만 그것을 받을 생각은 없사옵니다.”고 사양하는 것이었다.
“짚신도 없이 앞으로 어떻게 하실 작정이온지요?”
“맨발로 행각을 계속할 각오입니다.”
이 말을 들은 수달덕 장자는 놀란 모양으로
“대사님! 그것은 아무래도 무리한 일입니다. 수미산까지는 만리 노정입니다. 냉혹한 풍설(風雪)과 험준한 산하, 깊은 계곡이 가로막고 있사옵니다. 또한 사막도 넘어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도저히 맨발로 나아갈 일이 못됩니다.”
“맨발로 행각하는 것도 수행입니다. 해서 안될 일은 없습니다.”
수달덕은 대사의 마음을 헤아리며
“출가인은 시방(十方)의 공양을 받는다 들었습니다. 어찌 받으시지 않으시옵니까?”하고 물었다.
“그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출가인이 시방 공양물을 받음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행자가 차 한잔, 밥 한 공기는 전에부터 정해진 인(因)이 있습니다. 불법에는 이를 연(緣)이라 합니다. 제가 궁중에서 벌을 받게 되어 짚신을 삼은 것은 인(因)을 모 심듯 심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번 이 짚신 덕택에 호혈을 탈출 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과를 거두어 들인 것입니다. 인과(因果)란 상보(相報)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짚신과 나와의 인연법은 이미 다한 것입니다.”
“그러시다면 단 몇켤레만이라도 받아주십시오.”
“아닙니다. 예로 한 켤레라도 받으면 또 인(因)이 됩니다. 저는 더 이상 별도의 인과(因果)를 심고 싶지 않습니다. 더구나 그 짚신은 저의 생명을 구해준 공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금후로는 다시 신을 이유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여기에 우리들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 있다 하면 우리들은 그 사람을 존경할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를 존경은 고사하고 그와는 반대로 짓밟아 봉변함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허락될 수 없는 일입니다.”
“짚신은 인간이 아니옵니다만…….”
“그렇습니다. 짚신과 인간은 비할 수 없습니다마는 그 이치는 한가지입니다. 저는 금후로는 기꺼이 맨발로 행각할 결심입니다. 또 자주 백상을 타게 될 것이니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수달덕 장자를 비롯하여 그의 부하들과 집안 사람들은 대사의 결심에 마음깊이 감동하여 깊이 고개가 숙여졌으며 모두가 마음속으로 이들의 행각이 무사하기를 불타께 기원하였다.
출전 : 大聖 관세음보살일대기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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