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관세음보살전기-30

근와(槿瓦) 2016. 11. 4. 00:10

관세음보살전기-30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30. 보모와 영련은 수달덕(須達德)에게 구원을 청하다


한편 보모와 영련 두사람은 간신히 색시보(塞氏堡)에 다달았다. 빨리 누구에겐가 구원을 청해야겠다고 주변을 둘러보니 건너 큰집 마당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돌담을 쌓고 있는 것이 보였다. 두사람이 급히 다가가니 공인들도 두사람의 비구니를 보고 진기한 듯 느끼고 가까이 다가왔다. 이 지방에는 비구니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보모는 인사도 하는둥 마는둥 애원에 가깝게 금륜산의 사고를 말하고 바로 구원해 주기를 부탁하였다. 주위에 모여 이야기를 듣고 있던 공인들은 놀래어 망연한 듯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아무 말이 없었다.


한동안 지나자

“어떻게 그렇게 무서운 곳을…….”

“어찌 그리 두렵기 짝이 없는 일을…….” 라고 한 두 사람이 입을 열자 모두가 말하는 것이었다.

“위험한 짓입니다. 그만 두는 것이 좋습니다.”

“당신네들이 살아난 것만도 천행입니다.”

하며 누구하나 구원을 위해 나서겠다는 자가 없었다. 두사람은 이사람 저사람을 붙잡고 필사의 힘으로 애원했다.


마침 그때 촌장(村長)이 나타나 큰소리로 외쳤다.

“일은 하지 않고 무얼 그리 떠들고 있느냐?”라고 호령하므로 공인들은 놀라 좌우로 비켜서서 길을 틔웠다. 공인감독이 나아가 촌장에게 두사람에 대한 사건의 시종을 알리고 작은 소리로 무언가 서로 상의하는 듯 하더니 이야기가 끝나자, 촌장은

“두분을 정중히 모시고 내집으로 안내하여라.”라고 명하였다.


이 촌장은 이름이 수달덕(須達德)이라는 이 색시보(塞氏堡)의 보관(堡官)도 겸하고 있는 분으로 오랫동안 이곳을 다스리고 있는 사람이었다. 덕망이 높고 품위를 갖춘 명망가로 평생 착한 일을 좋아하여 가난한 자를 적극 도와주는 인덕자(仁德者)여서, 이 지방 일대에서 존경받고 있었다.


보모와 영련은 수달덕장자의 저택으로 안내되어 정중한 대접을 받았으나 두사람 마음에는 대사의 안부만 가득차 있을 뿐 다른 데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대접에 깊이 사례를 하는 동시에 괴물들에 붙들린 대사를 빨리 서둘러 구출해 주기를 재삼 부탁하였으나 수달덕 장자는 굳게 머리를 저으며

“그들은 괴물도 야차도 아닙니다. 미개한 토인들입니다. 평소 외부세계와 두절된 상태로 있어서 언어도 통하지 않을 뿐 아니라 물론 인정사리를 분별할 줄도 모르는 종족입니다. 풍속습관도 전혀 다른 일종의 식인종으로 유달리 흉폭하여 대단히 위험합니다. 그런데다가 산골짜기에 흩어져 살고 있어서 주거를 정해놓고 사는지조차 알 수 없는 실정입니다.”라고 냉정히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어찌해야 좋겠습니까?”

“살릴 방법이 없습니다. 같이 등반했던 스님도 지금쯤 아마 생명을 버리게 되었을 것입니다. 무자비한 것 같으나 그들의 잔인성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길을 잃고 그들에게 붙들린 사람으로 구출되어 나온 자는 한사람도 없습니다. 어찌할 수 없이 체념하셔야 할 일입니다. 두분이 수미산에 가셔서 스승님이 성불하실 수 있도록 기원(祈願)하십시오.”


두사람은 이 말을 듣고나자 참을 수 없어서 엎드려 대성통곡해 마지 않았다. 특히 보모는 거의 실성하다 싶이하여

“대사님! 대사님은 여태 전심수행만 하셨을 뿐 아름다운 소리나 향기도 즐기거나 좋아하지도 않았고 천하의 진미, 천하의 경색도 대사님 마음을 흔들게 못했으며 일체의 부귀영화도 대사님 의지를 움직이지 못했는데 이제 잠깐의 산경치를 좋아한 것만으로 이같은 재난을 당하다니 이 어찌된 일입니까? 어찌해야 한단 말입니까?”


간장이 끊어지듯 통곡하는 소리에 주위사람 누구나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때문에 대사님을 이렇게 만들고 말았어요. 무슨 여자가 이다지도 죄가 많은가요? 대사님을 잃어버리고 무슨 면목으로 살겠어요? 대왕마마께 무어라 말씀드린단 말입니까? 백번 죽어도 싼 여자팔자, 이다지도 기구하구나, 아이고…….”


어릴때부터 대사를 키워 대사와 수행을 같이해 온 보모의 회한은 친모에 못지 않았으며 대사를 잃고나서는 아무 살 뜻이 없어진 듯 했다. 수달덕 장자는 눈을 굳게 감고 잠자코 아무 말을 못했다. 오랫동안 쓰러져 통곡하던 보모는 이윽고 무슨 결심을 했는지 옷매무새를 고치고 수달덕 장자에게 정중히 머리숙여 취란무례함을 크게 사과하고 나서 영련에게 재촉하는 것이다.

“영련! 내가 여기에서 취란대곡(取亂大哭)해 보았자 아무 쓸 데 없어요. 미타불의 가피력을 기도하며 둘이서 같이 가십시다.”


“어데로?”

“금륜산에, 우리는 대사님의 시봉(侍奉)으로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대사님을 잃은 큰 죄를 지은 이제 두사람만이라도 수미산에 가서 수행을 해야겠지요. 그러나 그러기 전에 한번 더 금륜산에 돌아가 보십시다. 불타가피력으로 대사님 구출에 최선을 다하면 꼭 구해질 것입니다. 그래도 안되면 치욕과 회한을 품고 한평생 사느니 보다도 대사님 뒤를 따라 이름이나마 아름답고 뜻있게 남깁시다.”


“보모님! 잘 일러주셨습니다. 금륜산(金輪山)에 가서 같이 털난 토인들에게 피해당하는 것도 전세의 숙명이겠지요. 함께 가십시다.”

두사람은 즉시 떠나려 하였다.


이를 본 수달덕장자는 크게 놀라 이들을 제지하며

“안될 일입니다. 그런 무리한 일을 서두르지 마십시오. 두분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고 남으나 호구에 들어감을 뻔히 보고 좌시할 수는 없습니다. 잠깐 진정하시고 앉아 주십시오.”

“아니어요. 이것은 우리의 진정한 소원입니다. 보관(堡官)님과는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생사를 같이 함이 우리의 숙명입니다.”


두사람은 아무리 만류해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수달덕장자의 말을 전혀 들은 척도 않고 다시 나가려 했다. 수달덕장자는 당황하며 부하를 불러 두사람의 팔소매를 잡고 잠깐 앉게 하였다. 겨우 붙잡아 앉히고 회유하려 할 때 숨을 헐떡이며 문지기가 뛰어 들어왔다.


가쁜 숨을 헐떡이며

“보관(堡官)님! 참으로 별난 일입니다. 지금 보외(堡外)에 한사람의 수행자가 흰 코끼리를 타고 나타났습니다. 니승(尼僧)인 것 같사오며 이쪽을 향해 오고 있사옵니다. 어찌하오리까?”

“혹시 스님들의 스승님이 아니신지요?”


영련은 고개를 저으며

“대사님은 도보로 올 뿐 아무 것도 타지 않습니다. 다른 분인가 봅니다.” 하였으나 혹 대사였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들자 둘이는 급히 밖으로 뛰어나갔다. 마을밖에까지 달려나가면서 보모도 영련도 눈을 크게 뜨고 멀리서 향해오는 백상위의 행자를 응시하였다. 코끼리는 유유히 걸어오고 있었다.


아! 백상위에 단정히 앉아있는 모습은 틀림없는 대사님이 아닌가.

“틀림없는 대사님이다!”


둘이는 동시에 환성을 올리며 날듯이 달려나갔다. 흥분한 두사람의 출영을 받은 대사는 두사람을 껴안고 눈물을 흘리며 무사한 재회를 기뻐하였다. 두사람에게 안내받아 마을 사람들이 모여있는 광장까지 오자 정령히 합장배례하며 출영해 준 수달덕장자와 마을 사람들에게 감사하였다.


이윽고 수달덕장자 저택에 도착한 대사는 수달덕장자와 부하 및 집안사람들에게 보모와 영련 두사람에게 베푼 후의에 사례하며 지금까지 발생했던 일을 자초지종 말하였다. 어찌 기적적인 생환이 아니랴. 이야기를 듣고있는 모든 사람들은 모두 깊이 감동되어 있었다.


“저는 이 마을에서 오래 살아 보관(堡官)과 촌장을 겸하고 있으나 이제까지 금륜산(金輪山)에 올라가서 붙잡힌 자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어떻게 그리도 깊은 지혜를 지니셨는지요? 더구나 이 백상의 출현은 진실로 불타께서 대사님을 위해 보내신 것이 틀림이 없습니다.”


확신해 마지않는 수달덕장자의 말에 모두가

“그렇습니다.”

“진실로 틀림없는 말씀입니다.” 라고 모두 외치며 불타 가호를 직접 확인하게 됨에 더욱 크게 감동하였으며 진심으로 대사의 생환을 경하해 마지 않았다.



출전 : 大聖 관세음보살일대기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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