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전기-28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28. 대사, 금륜산(金輪山)에서 털난 괴인(怪人)들에 붙잡히다
이튿날 아침 마을 사람들은 일찍부터 대사가 묵고 있는 집을 찾아가서 이 마을에 얼마동안 더 머물며 심법(心法)을 밝혀줄 것을 간청하였으나 대사는 하루빨리 대각을 이루어 그때에 바로 법륜을 전법(轉法)할 것을 약속한 뒤 마을 사람들이 준비해 주는 식량도 조금만 받아 지고 서둘러 출발하였다. 장로는 이별을 애석히 여겨 마을 밖에까지 나와 이들을 전송해 주었다.
대사는 장로에게 수미산행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이 길을 남쪽으로 약 삼백리 가면 약간 높은 언덕이 나옵니다. 이 언덕산을 금륜산(金輪山)이라 하는데 이 산을 넘어서는 안됩니다. 산기슭을 따라 동쪽으로 돌아가면 산 건너편에 나가게 되며 그곳에서 또 남으로 약 백칠팔십리 정도 가면 색시보(塞氏堡)라는 곳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곳에서 일단 쉬어가도록 하십시오. 특히 주의하실 것은 이 금륜산(金輪山) 왼편길은 다소간 위험하므로 도중에서 쉬지말고 잠자코 아무 소리없이 급히 넘으셔야 합니다. 색시보(塞氏堡)에 도착한 다음에 그곳 사람들에게 다시 또 가는 길을 물으시기 바랍니다.”
대사는 장로가 말한 “다소간 위험하므로”라는 말을 “길이 다소 나쁜 곳이므로”라고 단순하게 들었을 뿐 아니라 장로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 설명도 없었기에 별 생각없이 헤어져 세사람은 장로가 가리켜준대로 남쪽을 향해 나갔다. 한참동안 걸어가니 이윽고 광막한 평원으로 나서게 되었다. 나무도 없고 풀도 말라 죽은 사막과 황무지의 대평원이었다.
마침 그때 바람이 불기 시작하여 황색의 사진(砂塵)이 춤추어 오르더니 눈을 뜰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태양은 작렬하듯 강렬하게 내려 쪼이는데 땅에서는 더운 지열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치솟아 올랐다. 태양을 가리는 아무 것도 없는데 모래가 입안에 잔뜩 묻어 들어 목이 말라 침조차 제대로 넘어가지 않았다. 어디를 보아도 한방울의 물조차 발견할 수 없어서 걸음 한번 옮기기에도 고통스러운 여로이었다.
세사람은 허덕이면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 겨우 언덕산이 멀리 보이는 곳까지 다달았다.「저것이 장로가 알려준 금륜산이리라」이렇게 생각한 세사람은 다시 원기를 내어 산림이 보이는 산기슭으로 향했다. 멀고 긴 사막을 넘어 천신만고 끝에 녹음이 우거진 수림에 간신히 도착했을 때에는 세사람 모두가 완전히 탈진해 있었다.
한참동안 누워서 쉰 뒤 어느 정도 생기를 회복하자 비로소 주위를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바로 근처에 깨끗하고 시원한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모두 모래먼지를 털어 내면서 개울가로 달려가 바짝 타버린 목을 축이고 몸을 씻으니 다시 살아나는 듯이 기분이 상쾌했다. 때맞춰 미풍이 불어와 글자 그대로 상쾌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 상쾌한 기분이야말로 삶의 기쁨 바로 그것이었다.
영련은 무의식중에 “야아! 아이 시원해”하고 소리를 질렀다. 금륜산은 그처럼 높지 않으나 풍광명미(風光明媚)한 산으로 기암이 여기저기에 돌출되어 자연이 창조한 진기한 경관을 나타내고 있었다. 여로에 지친 나그네는 사막의 평원을 걸어서 겨우 다달은 녹음이 우거진 숲과 시냇물에 바로 마음의 안락(安樂)을 얻은 것이리라. 수림에는 이름도 알 수 없는 아름다운 새가 지저귀며 언덕에는 여러 가지 꽃이 수없이 만발하여 누구나 황홀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보모 또한 탄성을 금할 수 없었다.
“대사님! 우리들은 지금까지 멀고 먼 길을 걸어 각양각색의 풍경을 보고 왔사오나 이러한 절경이 사막 가운데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사옵니다.”
대사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말 아름다워요. 천지자연의 조화는 인간이 예측하여 아는 바가 아니지요.”
보모는 기분이 몹시 좋은 듯 사방을 바라보며
“이처럼 아름다운 곳에서 한잠 잤으면 참 좋겠어요.”
이 소리를 들은 영련은 터무니없다는 표정으로
“노인이 일러준 말을 잊어 버리셨나요? 아주 위험하므로 쉬지 말고 급히 넘어가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영련! 그것은 산의 왼편길을 말한 것이지요. 요괴귀신이라도 나온다는 것입니까? 물론 그 장로가 이야기를 해 주었으나 그리 심각하지는 않았어요.”
보모와 영련의 의견차이를 잠자코 듣고만 있던 대사는 두사람을 제지하면서
“영련이 말한 바대로 미경(美景)에 너무나 마음을 뺏겨 목적을 잊고 혹심(惑心)에 빠져 행각을 지연시킴은 좋은 일이 못됩니다. 자아! 보모! 용기를 내어서 어서 가십시다.”
대사의 말에 보모와 영련은 서둘러 다시 바랑을 메고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세걸음도 가기 전에 수림의 깊은 수풀속에서 돌연 간담이 무너질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돌연한 일이어서 세사람은 부지무의식간에 우뚝 서서 소리나는 곳을 보니 온몸에 털이 덮히고 얼굴은 야차(夜叉)괴물과 같은 종족들이 무리를 이루어 달려 나오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도 무섭고 괴기(怪奇)한 모습에 세사람의 발은 잘 움직여지지도 않고 꾸물거리고만 있었다. 그런 중에도 영련은 대사의 손을 붙잡고 뛰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몹시 놀라 있어서 발이 땅에 닿지도 않아 넘어져서 다시 일어서고 일어서면 다시 넘어지는 연속이었다. 게다가 여자걸음인 것이다. 멀리 도망할 수가 없었다. 열심히 뛰던 대사는 불행하게도 돌부리에 부딪쳐 넘어지고 말았다. 등뒤에서 쫓아오던 털난 괴인들은 대사의 넘어진 몸을 단숨에 붙들어 옆구리에 끼고 오던 길로 되돌아 달려갔다.
영련은 대사와 함께 넘어지는 순간 정신을 잃고 기절해 버리었다. 한참 후 다시 정신을 차린 영련이 주위를 살피자 이미 대사도, 털난 인간들도, 보모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무기미(無氣味)한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외로이 홀로 된 영련은 슬피 울면서 부르짖었으나 아무 소용 없었다.
대사와 보모와도 각기 떨어지게 된 영련은 하는 수 없이 터벅터벅 혼자 부락을 향해 걸어갔다.
「가련한 대사님, 공들여 이곳까지 수행하려고 왔다가 야차(夜叉)같은 털난 괴물떼에 붙잡히고 말다니……」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고 울면서 한참 걸어가는데 뒤에서 갑자기
“영련! 기다려.”하는 소리가 들렸다. 두 번 세 번 부르는 소리에 겨우 기를 차린 영련이 뒤돌아보니 다친 다리를 절뚝거리며 필사의 힘을 다해 보모가 쫓아오고 있었다.
영련은 그를 보자 그쪽으로 달려갔다.
“보모님! 무사하셨군요.”
보모는 이에 대답하기 전에
“대사님은 어디 있어요. 함께 오시지 않았어요?”하며 물었으나 영련은 대답을 못하고 고개를 저으며 울음을 터뜨릴 뿐이었다.
“그러면 대사님은 털난 괴인떼에 붙들려 갔나요? 모두 내 탓입니다. 그때 내가 너무 쉬었어요. 조금 쉬고 걸었던들 아무 일 없었을 것을……. 죽을 짓을 하고 말았어요. 지금쯤 대사님은 무슨 학대를 당하고 있을 지….”
보모는 털썩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두사람 모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눈물만 흘리며 앉아 있었다. 한동안 울고나자 그래도 젊은 영련이 먼저 정신을 차리고
“아까 보았던 그 괴물들은 흉악할 거예요. 빨리 구원해 내지 않으면 대사님 생명이 위험할 거예요. 어서 빨리 색시보(塞氏堡)에 가서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구합시다.”
보모도 눈앞의 급박함에 기를 차리고 두사람 모두 힘을 내어 부락으로 달려갔다. 절뚝거리는 다리를 끌고 대사생각에 필사적으로 달려가는 보모, 또한 보모를 한 어깨로 메고 열심히 부락으로 달려가는 영련, 수행자에게 재난은 언제나 있다 하나 대사가 붙잡힌 것은 너무나도 큰 마음의 상처였다.
출전 : 大聖 관세음보살일대기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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