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보살정신을 가지시오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성철대종사를 찾아 뵙고 법어를 듣고 수행하는 세간의 사람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각양각색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진리의 광명을 얻고자 불원천리 대종사를 찾아오는 것이다. 공장의 근로자, 농촌의 노동자 게다가 대재벌급에 해당되는 인사까지 찾아온다. 그들을 위해 성철대종사가 주석하는 백련암의 산문은 항상 활짝 열려 있다. 그 모든 사람들을 성철대종사는 늘상 자비롭게 맞아 주시는 것이다.
성철대종사는 젊은 시절 보통 사람은 상상키 어려운 고행-수많은 세월의 장좌불와(長坐不臥)와 조악한 생식과 단식속의 명상을 계속해 오셔 팔순이 가까워 오는 이 즈음에 와서는 건강이 극도로 쇠약해지신 것이다. 마음의 대자유와 노쇠한 육신은 사바 세계만이 있는 슬픔인지도 모른다.
어느 날 한국 재계에서 이름 석자만 대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모재벌 부부가 성철대종사를 찾아뵈었다.
그들 부부는 때마침 추운 겨울에 누더기를 입고 계시는 대종사의 옷차림이 너무 얇아 보여 신도로서 가슴이 아팠던 모양이다. 부부는 이렇게 스님께 아뢰었다.
「큰스님, 따뜻한 털내의를 사오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성철대종사는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거부하시는 것 같았다.
「무엇이고 말씀하세요. 저희는 아끼지 않고 환희심으로 보시하고 싶습니다.」
그들 부부는 자신들의 보시를 성철대종사께서 기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두 번째도 반응이 없자 어찌해야 할지 당황했다.
무엇을 해드리면 기뻐하실까. 알 수가 없어 안타까웠다.
성철대종사는 그들 부부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 자비롭게 웃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아무 것도 필요없는 사람이요. 하루 두끼의 무염식으로 좌선하며 정진만 하는 내가 달리 무엇이 필요하겠오? 그러나 한가지 청이 있소.」
「큰스님, 그것이 무엇입니까? 말씀하세요. 환희심으로 보시하겠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두분이 경영하는 회사원들, 특히 공장의 근로자들에게 환희심을 가지고 도움을 베풀어 주시오. 그 길이 보살의 길이요 참 불공인 게요. 자신의 욕망으로 죄업이 운무(雲霧)같이 쌓인 사람이 부처님 전에 불공 몇 번 하고, 스님들을 공양한다 해서 지옥고를 어찌 면하겠오? 중생을 위해 대자대비심을 일으켜 실천하는 사람이 곧 참 불자요, 먼 미래에 부처를 이루는 기초가 되는 것이오. 아시겠오? 내 청은 그것이오.」
그날 밤, 부부는 가야산을 하산하지 않고 여느 때 보다도 서원을 담은 불전 삼 천배를 지성으로 모셨다.
<侍者室>
참고 : 저서펴낸일자(1987년 6월 30일 이후)
출전 : 큰빛 큰지혜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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