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이 없는 선객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지난 69년도 겨울, 나는 해인사 선원에서 동안거(冬安居)를 지내는 선원납자였다. 그때 나는 선원 대중의 기강을 바로 하는 소임인 청중(淸衆)을 맡아보고 있었다. 그 때도 성철대종사는 해인총림의 방장으로 선문후학(禪門後學)들을 바른 길로 지도하고 깨우쳐 주시고 있었다.
결제 때는 보름마다 성철대종사께서 해인사 큰 법당 법상에 올라 우렁찬 사자후로 법어를 내리시곤 했다.
그때...성철대종사의 법어를 길잡이로 하여 영일이 없는 용맹정진을 해야 할 나는 웬지 나태한 마음과 장난기가 발동되어 성철대종사의 심기를 흐려 놓곤 했다.
나의 엉뚱한 마음은 마침내 해인사 역사상 전무후무한 사건을 저지르게 된다.
해인사 살림을 사는 집행부측이 너무도 선방 외호에 성의가 없는 것을 분개하여 동조자를 규합하여 당시 총무스님 방으로 몰려 들어가 폭력으로 항의하면서 급기야는 곡괭이로 총무스님의 방바닥을 파버린 것이다. 그 후 나는 별호가 곡괭이 수좌가 되고 말았다.
사건이 발생하자 어떻게 알았는지 보도기관이 취재하여 그 사건이 전국에 크게 보도되고 말았다.
해인 총림의 총 책임자격인 성철대종사의 놀라움은 가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내가 성철대종사를 곤란하게 만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언젠가 성철대종사님의 법어가 어느 보름날에 빠진 적이 있었다. 나는 왜 법어가 빠졌는 가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엉뚱한 생각으로 그날 해인사 산내 암자의 스님들과 큰절 대중에게 거짓 소식을 전했다.
「오늘 법어는 방장 스님께서 백련암에서 하신다는 전갈이 있었습니다. 모두 백련암에 참석하여 법어를 들으시기 바랍니다.」
나의 거짓 전언으로 많은 비구 · 비구니 및 신도들이 허위허위 백련암 산길을 떼지어 올라간 것은 물론이다.」
거짓전언.....곡괭이 수좌짓...그러나 방장스님은 묵묵부답이었고, 말씀이 있다면 방일하지 말고 가행정진
만 권장할 뿐이었다. 세월이 강물처럼 흐른 오늘에 와서는 지난날이 후회스럽기 짝이 없다.
내가 알기에는 당시 성철대종사는 추운 겨울날에도 방안에 이불이 없었다. 좌복을 깔고 좌선하시다가 잠시 눈을 부치실 때는 해묵은 목침을 베개로 하고 깔고 앉았던 좌복 하나만 배를 덮을 뿐이었다.
추운 겨울날씨에도 이불이 없었던 성철대종사.....그 분은 법을 위해서는 자신을 돌보지 않는 이 땅의 영원한 선객이라고 생각한다. <宗源스님>
출전 : 큰빛 큰지혜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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