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佛陀,부처님)

가치칼라의 신심(信心) 48

근와(槿瓦) 2014. 7. 2. 00:37

가치칼라의 신심(信心) 48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세존은 많은 제자들과 함께 교사라국을 사위성으로 경유하여 돌아오시는 도중에, 어떤 곳에서 길을 벗어나시어 빙긋이 웃으셨다. 아난이 웃으신 그 까닭을 물으니 세존이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먼 옛날, 이곳은 베하링가라는 마을이었다. 부섬(富贍)하고 번화하여 사람도 많았고, 가섭불이 즐겨 살던 마을이었다. 아난이여, 바로 이 장소는 가섭 여래가 자리를 점하고 제자들을 가르친 곳이다."

아난은 이 말을 듣자 가사를 네 겹으로 접어 땅에 깔고 세존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 위에 앉으십시오. 그렇게 하시면 이 장소는 두 부처님이 앉으신 곳이 되옵니다."

 

 

세존은 그 자리에 앉아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이 베하링가라는 마을에 가치칼라라고 하는 도공(陶工)이 있었는데, 가섭불에게 제일 먼저 공양한 자였다. 그에게는 조치파라라는 사이 좋은 벗이 있었는데, 어느 때 가치칼라는 조치파라를 향하여 가섭불을 예배하러 가자. 부처께 예배하는 것은 좋은 일이니까'하고 권했으나 조치파라는 '대머리 출가자를 본다고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라고 하면서 권고를 물리쳤다. 두 번 세 번 권고했으나 여전히 물리쳤다. 가치칼라는 할 수 없이 강으로 목욕하러 가자고 꾀어 함께 나갔다. 가치칼라는 강물 속에서 조치파라의 팔찌를 어루만지면서 다시 '부처를 예배하러 가자'고 권했다. 조치파라는 귀찮다는 듯이 팔찌를 벗으며 약간 화를 낸 듯 싫다고 했다. 이러면서 그들은 슬슬 몸뚱이를 씻는데 조치파라가 몸을 구부리고 머리를 감을 때 가치칼라는 또다시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부처를 예배하러 가자'고 권했다. 조치파라가 생각하기를 '정말 이상하다. 이 가치칼라는 나보다 비천한 출신으로 나의 머리를 만질 수 없을 터인데. 이렇게 머리를 만지작거리면서까지 권하는 것을 보니 심상치 않다. 틀림없이 보통 일이 아니다'고 생각하고 조치파라는 먼저 그 머리카락에서 손을 놓게 하고 비로소 친구의 권유를 들어 주었다.

이리하여 두 사람은 가섭불 앞으로 나아갔는데, 가치칼라가 원하기를 '세존이시여, 이 사람은 저의 친한 친구인데 모쪼록 법을 들려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가섭불은 설법을 하시어 두 사람을 기쁘게 했다. 두 사람은 법의 기쁨에 넘쳐 세존을 배례하고 오른쪽으로 돌아서 그 자리를 떠났다. 조치파라가 말했다. '너는 나의 사정을 알고 있지 않는가, 나는 나이 많고 앞을 못보는 양친을 섬겨야 한다.' '여보게, 가치칼라여, 나는 출가를 하겠다.' 가치칼라의 권고를 받아 가섭불을 뵙고 설법을 들은 후 조치파라는 출가하기로 결심하였다.

아난이여, 가섭불은 조치파라가 출가한 지 약 반달이 지난 후 베나레스로 가서 녹야원에 머물렀다. 가시(迦尸)의 기기왕(奇奇王)은 이 소식을 듣고 화려하게 꾸민 수레를 타고 와서 가섭불 앞에 나아가 설법을 듣고 이튿날 식사에 초대했다. 부처님은 이튿날 아침 왕궁으로 가서 공양의 식사를 받으셨는데, 안거의 초대에는 약속이 있다고 하면서 사양하였다. 왕은 두 번 세 번 안거의 초대를 말씀드렸으나 한결같이 거절하므로, 조금 기분이 나빠져서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 외에도 저처럼 교단에 봉사하는 자가 있사옵니까?'

'대왕이여, 베하링가의 마을에 가치칼라라는 도공이 있는데 그가 나에게 제일 먼저 공양한 자다. 그는 안거의 초대를 거절 당해도 기분 나쁘게 생각하는 일은 결코 없었다.

대왕이여, 그는 불, 법, 승의 삼보에 귀의하였고 또 살생을 하지 않으며 사음을 멀리하고, 주지 않는 것은 취하지 않고 망어(妄語)를 하지 않으며, 술에 탐닉하는 일이 없다. 또 그는 부처에 대해 굳은 신심을 가지고 법과 승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리하여 성자가 좋아하는 계를 갖추고, 사성제에 대해서도 의심함을 여의었다. 그는 1일 1식으로 청정하게 행하며 착한 성품을 길러 재물을 모으지 않고, 자기 손으로 땅을 파는 일이 없이 둑 무너진 흙이나 쥐나 개가 파헤친 흙을 운반하여 도기를 만들어, '누구나 가지고 싶다고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쌀이나 콩, 완두 등을 가져 와서 원하는 도기를 가져가도 좋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나이 많고 눈이 어두운 양친을 봉양하면서, 하계(下界)에 태어나는 다섯 가지 번뇌를 끊어 다시 이 세상에 오는 일이 없이 열반의 깨달음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대왕이여, 내가 베하링가 마을에 체재하고 있었던 어느 날 아침, 가치칼라의 양친 집에 가서 '오늘은 주인이 안 계십니까?'하고 물으니 '세존이시여, 지금 볼 일 때문에 외출했는데, 아무쪼록 솥의 밥과 남비의 국을 떠 잡수십시오'하고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나는 그렇게 한 뒤에 집을 나왔다. '가치칼라는 돌아와서 이 말을 듣고 '아아,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가섭불이 이와 같이 나를 믿어 주시다니 고맙다'하면서 반달 동안이나 계속 기뻐하였고 양친은 7일간이나 기쁨에 잠겼었다.

대왕이시여, 또 어떤 때에는 나의 방에 비가 새어 제자들을 불러 가치칼라의 집에 가서 지붕을 이는 띠를 가져오라고 명했더니, 제자들은 '세존이시여, 가치칼라의 집에는 띠가 없습니다. 이 즈음 공장의 지붕을 새로 이었습니다.'하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그 공장의 지붕을 벗겨서 가져 오도록 하라'고 명하였다. 제자들은 나의 분부대로 그 공장에 가서 새로 이은 띠를 벗기자, 양친은 '공장의 지붕을 벗기고 있는 분은 누구십니까'하고 물었는데, 가섭불의 향실(香室)에 비가 샌다는 말을 듣고 '어서 가져 가십시오'하며 기뻐하였다. 가치칼라는 밖에서 돌아와 이 말을 듣고 '나는 얼마나 행복한 자일까. 가섭불이 이처럼 나를 믿어 주시다니 고맙다'하면서 전과 똑같이 기쁨에 잠겼다.

대왕이여, 이리하여 그의 공장은 3개월 동안이나 하늘을 지붕으로 삼았지만 다행히 비가 별로 내리지 않아 불편을 면했다. 대왕이여, 가치칼라는 이러한 사람이다.'

기기왕은 이 말을 듣고 '가치칼라는 참으로 행복한 자이다. 가섭불에게 이렇게까지 신뢰를 받고 있다. 그의 행복은 크다'라고 찬탄하며 하얗게 찧은 오백거(五百車)의 쌀을 가치칼라에게 보내도록 했다. 그때 가치칼라는 '대왕이야말로 많은 비용이 필요할 것입니다. 저는 충분합니다.'하면서 대왕의 호의를 사절하였다.

아난이여, 그때의 조치파라는 사실은 나였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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