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등가(摩登伽) 비구니(比丘尼) 50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어느 날 세존께서는 바사닉왕의 청에 의해 많은 제자들을 거느리고 그 궁전에 가시고, 아난만이 홀로 다른 집의 특별한 초청을 받아 따로 사위성으로 들어갔다. 아난은 공양을 받은 후 돌아오는 길에 갈증이 나서 큰 못둑을 지나다가 물을 긷는 전다라족(栴陀羅族)의 어여쁜 소녀를 보고, "누이동생이여, 그 물을 좀 주게나." "존자시여, 저는 본래 신분이 천한 사람이온데."하면서 주저했다. "누이동생이여, 나는 출가자이다. 마음에 귀천이나 상하의 차별을 두지 않는다."하고 거듭 물을 청하므로, 기쁜 마음으로 깨끗이 물을 떠서 바쳤다. 아난은 천천히 그 물을 마시고 나자 그 자리를 떠났다. 아난의 숭고한 상호(相好), 우아한 말씨는 깊이 소녀의 마음에 새겨졌다. 그녀는 연모의 정이 일어나 집으로 돌아와 주술에 능한 어머니에게 원했다. "모쪼록 아난 존자를 우리 집에 초청해 주십시오." "내 딸아, 나의 주술로는 욕을 여읜 사람과 죽은 사람에게는 어찌할 수가 없다. 하물며 존자의 스승인 교답마는 덕이 높아 바사닉왕이 존경하는 바이므로, 만일 지금 주술로써 존자를 데려오면 우리 전다라족은 떼죽음을 당할 지 모른다." 그러나 외곬으로 달리는 연심은 쉽게 끊을 수가 없어, "죽는 길밖에 없어요."하며 운다. 어머니도 할 수 없어서 딸의 원을 풀어 주려고 결심하고 집안에 있는 마당에 쇠똥을 바르고 띠를 쌓은 후 불을 질러 타오르는 열화 속에 연꽃 백 여덟 송이를 던지면서 한 잎마다 천지의 신들에게 빌면서 '아난 존자를 여기 오게 하시라'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이때 불가사의하게도 아난의 마음이 어수선하여 허둥지둥 소녀의 집에 이르러, 향을 피우고 꽃을 뿌리면서 기뻐하는 모녀의 영접을 받아 포근한 요 위에 앉았다가, 악연(愕然)히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두려운 생각이 들어 '어떻게 해서 이 난을 면할까'하고 일심으로 세존의 가피력(加被力)을 염하였다. 그때 바사닉왕의 궁전에서 기원으로 돌아오신 세존께서는 이미 아난의 위난을 알고 노래하셨다.
계(戒)의 못이 맑으면 뭇 사람의 번뇌를 씻는다. 지혜 있는 자, 이 못에 들어가 무명의 어둠은 길이 사라지도다. 이는 삼세의 성인도 한결같이 찬양하는 바, 내가 이 흐름 속에 있는 즉 속히 제자를 돌아오게 할지어다.
세존의 힘에 의하여 아난은 곧 그 집을 나와 기원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존자는 가셨다.'고 소녀는 울면서 하룻밤을 내내 새웠다. 이튿날 아난이 마을에 나가 탁발을 하는데 소녀는 새 옷을 입고 화관을 쓰고 아름다운 영락을 달고 아난을 기다리다가, 등불 앞에 오락가락하는 하루살이처럼 그의 뒤를 따랐다. 아난이 멈추면 멈추고 걸으면 걷고, 거리에서 성 밖으로 나와 기원에 돌아올 때까지 소녀는 잠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아난은 한심스럽고 부끄러워 바로 세존 앞으로 나아가 도움을 청하였다. 세존은 '괴로와할 것은 없다'고 아난을 위로하고 소녀를 향하여, "네가 만일 아난의 아내가 되고 싶다면 부모의 허락을 받아가지고 오너라."고 말씀하셨다. 소녀는 기뻐하며 집에 돌아와 다시 부모를 동반하고 세존 앞으로 나아갔다. 세존은 말씀하셨다. "소녀여, 아난의 아내가 되려면 먼저 출가해야 한다." 소녀는 경모하는 마음으로 가르침을 받았다. '착하도다, 착하도다'고 하시는 세존의 말씀과 함께 머리카락은 저절로 땅에 떨어지고 법의가 몸에 걸쳐졌다. 소녀의 마음이 점점 가라앉는 것을 보시고 세존은 말씀하셨다. "소녀여, 애욕은 모든 괴로움이 모인 바로서 그 맛은 보잘 것이 없으나 그 허물은 참으로 많다. 비유컨대, 등불에 모여드는 나방과 같이 어리석은 범부는 애욕의 불길에 몸을 던지려 한다. 지자는 이것과 달리 애욕을 멀리 하여 애욕에 대한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다." 여러 가지로 가르치시니 백전(白氈)이 염색이 되듯 소녀는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장애가 제거되어 그 자리에서 깨달음을 얻고 청량한 세계에 환생하여 마등가(摩登伽) 비구니라 부르게 되었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
'불타(佛陀,부처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득도의 기연(奇緣) 52 (0) | 2014.07.10 |
---|---|
객진번뇌(客塵煩惱)와 각(覺)의 묘심(妙心) 51 (0) | 2014.07.08 |
뱀을 잡는 이유 49 (0) | 2014.07.04 |
가치칼라의 신심(信心) 48 (0) | 2014.07.02 |
교상미성(憍賞彌城) 47 (0) | 2014.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