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佛陀,부처님)

12인연(因緣) 44

근와(槿瓦) 2014. 6. 24. 00:08

12인연(因緣) 44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세존은 상천(上天)에 있는 동안에 멀리 서방동거(西方同居)와 구류생(九類生)의 나라에 유행하되, 아난을 동반하고 캄마아사단마의 거리로 들어가셨다.

아난은 아직 나이 젊고 법의 이치를 알기에 이르지 못했었다. 어느 날, 그는 나무 밑에 단좌하여 세존의 가르침을 생각하자, 마음이 맑아지는 동시에 세존이 힘주어 설한 연기(緣起)의 가르침을 똑똑히 알 것만 같았다. 아난은 너무나 기뻐서 곧 세존 앞으로 달려가 이것을 세존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가르쳐 주신 연기의 도리는 참으로 깊은 것이었는데, 그 도리를 오늘 분명하게 알았습니다."

세존이 대답하셨다.

"아난이여, 그와 같이 말해서는 안 된다. 이 연기의 도리는 참으로 알기 어려운 것이다. 중생들이 괴로움과 번뇌의 세계에 있는 것도 실이 엉킨 것 같은 연기의 도리를 모르기 때문이다.

열 두가지 인연(因緣) 즉 십이연기(緣起)란 노(老), 사(死), 생(生), 유(有), 취(取), 애(愛), 촉(觸), 육처(六處), 명색(明色), 식(識), 행(行), 무명(無明)을 말한다.

 

아난이여, 노사(老死)의 연은 무엇이냐 하면 생이다. 생은 유(有)에 의거하고, 유는 취(取)에 의거하고, 취는 애(愛)에 의거하고, 애는 수(受)에 의거하고, 수는 촉(觸)에 의거하고, 촉은 육처(六處)에 의거하고, 육처는 명색에 의거하고, 명색은 식(識)에 의거하고, 식은 행(行)에 의거하고, 행은 무명에 의거하여 생한다. 아난이여, 지금 여기에서는 이 열 두 사슬(鎖) 가운데 하나를 설하겠다. '수(受)는 사랑의 연이다.' 이것을 반대로 말하면 모두 느낌으로써 받는 일이 없으면 사랑은 일어나지 않는다. 수를 연으로 하고 수를 기본으로 하여 사랑이 일어나고 사랑에 의해 구하는 마음이 일어나며, 구하는 마음에서 얻는다는 것이 있으며, 얻어서 다시 선악의 선택이 일어나고, 선택에 의해서 욕이 일어나고, 욕에 의해서 집착이 일어나고, 집착에 의해 질투가 있고, 질투에 의해 다시 탐심이 증장하고, 탐심에 의해 자기의 소유를 방호(防護)하게 된다. 몽둥이와 칼로써 서로 다투고 서로 싸우며, 서로 참소하고 비방하며 망어를 내뱉는 악덕은 모두 여기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아난이여, 다음에「아」에 대해서 설하겠다. 보통「아」가 있다는 사람은 다음의 네 가지 생각에서 더 나서지 못한다.

「아」는 물질을 갖되 한이 없다.「아」는 물질이 아니되 아주 작다.「아」는 물질이 아니되 한이 없는 것이다. 아난이여, 이와 같이 네 가지 고찰법이 있는데,「아」를 실체가 있는 것처럼 보는 것은 잘못이다. 왜냐하면「아」는 갖가지 인연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난이여, 또 '아는 감각과 하나이다'라고 하는 자도 있다. 또 '아는 감각도 아니고 지각도 아니다'라는 자도 있다. 또 '아는 감각도 지각도 아니지만 감지하는 것은 하나이다'라는 자도 있다. 아난이여, 가령 '아는 감각이다'라고 하면 우리들의 감각은 고(苦)이거나 낙(樂)이거나 불고(不苦) 불락(不樂)이다. 만일 낙을 느끼고 있다면 그 낙이라는 감각은 무상한 것이며 변천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낙이 없어졌을 때에 '나의 아는 없어졌다'고 말하게 된다. 그러므로 '아는 감각과 하나이다'라고는 말할 수 없다.

 

또 '아는 감각도 지각도 아니다'라고 하는 사람은 감각도 지각도 없을 때에 '아가 있다'고 말할 수가 있을까. 만약 그럴 수 없다면 '아는 감각도 지각도 아니다'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아는 감각도 지각도 아니지만 감지하는 것은 하나이다'라고 하는 사람은 모든 감각과 지각이 멸했을 때에도 오히려 '아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므로 모두 이러한「아」에 대한 생각은 잘못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아난이여, 그러므로「아」에 대하여 이러한 잘못된 견해를 여읜 제자는 이 세계에 있어서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따라서 무서워 전율하는 일도 없이 미혹을 여의고 각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아난은 이 세존의 가르침을 기뻐하고 다시 숲속에 돌아가서 선정에 들어가 거듭 생각하였다.

 

캄마아사단마의 마을에 마아간데야라는 바라문이 있었는데, 그의 딸 마아간데야는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바라문은 딸의 용모를 자랑하여 꼭 훌륭한 남자를 사위로 삼으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는 우연히 세존께서 탁발하는 모습을 길에서 보고 그 빛나는 용자에 감탄하여 이 출가자야말로 나의 딸과 어울리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급히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딸을 데리고 세존의 뒤를 따라갔는데 세존은 마을을 떠나서 숲속에 드셨다. 뒤를 따라간 일가족은 먼저 발자국을 발견하고 아내가 말하였다.

"이분은 반드시 애욕을 여읜 사람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조용하고 가지런한 발자국을 남길 까닭이 없다. 무례한 말씀을 여쭈어서는 안 된다."

바라문은 아내의 간언도 듣지 않고 세존을 찾다가 어떤 나무 밑에 앉으신 세존을 발견하고 바로 그곳으로 달려가 말씀을 드렸다.

"출가승이여, 당신은 이미 행을 쌓았으니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의 딸은 보시는 바와 같이 아름답습니다. 만일 이 딸을 받아들여 아내로 삼아 주신다면 우리 부부는 매우 행복하겠습니다."

세존은 엄숙하게 대답하셨다.

"바라문이여, 나에게는 천녀도 필요 없다. 하물며 더러운 고름을 담은 여자를 무엇에 쓰겠는가?"

세존은 지계(持戒)에 대한 이야기와 나아가 여러 가지 법을 설하시고 말씀을 마쳤을 때에 바라문 부부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무례했음을 사과하고 제자의 열에 끼워 주기를 원하였다.

그러나 공작처럼 교만한 딸의 가슴에는 법의 비에 잠기기에는 너무나도 완고했다.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더러운 고름이 담긴 몸뚱이라고 하자, 욕을 먹어 상처 받은 마음은 이에 언젠가 복수할 것을 맹세하였다. 얼마 후, 부부는 불문에 들어가고, 딸은 그의 미모 때문에 교상미(賞彌)의 우전왕(優顚王)의 눈에 들어 첫째 왕비로 추대 받게 되었다.

 

지상의 사람들은 세존이 어디로 가셨는지 의심하다가 아나율에게서 세존의 승천과 3개월 후에 하강하신다는 말을 듣고, 그날의 하루를 천추의 생각으로 기다렸다.

세존은 이 해의 안거를 도리천에서 보내시고 11월 말 경에 상카사(商佉舍)의 땅에 하강하고자 하셨다. 제석천은 비수갈마(毘首갈磨)에게 명하여 삼도의 보계(寶階)를 만들게 했다. 그날 세존은 중앙의 황금계(黃金階)를 통해 대범천(大梵天)은 흰 불자(拂字)를 들고 오른쪽에서 모시고, 은계(銀階)를 통하여는 제석천이 보개(寶蓋)를 들고 왼쪽에 모시고 수정계(水精階)를 내리셨다. 신들은 허공을 날아 이에 따르고 꽃을 흩뜨리면서 부처님의 덕을 찬양하였다. 세존의 하강을 안 최초의 사람은 비구니 중에서 신통이 제일로 알려진 연화색(蓮畵色) 비구니(比丘尼)였다. 그녀는 곧 전륜 성왕(轉輪聖王)의 모습으로 화현하여 공중 높이 세존을 마중하였다. 그러나 그녀가 세존을 마중한 최초의 사람은 아니었다.

 

수보리는 이때 상카사를 동쪽으로 상거하여 수백 리나 되는 왕사성 밖에 있는 영취산 꼭대기에서 옷을 누비고 있었다. 그는 세존의 하강을 알고 마중 하려고 옷을 버리고 일어서려 했으나 오른쪽 무릎을 대지에 댄 채 다시 생각하였다. '지금 마중하려는 부처의 모습은 도대체 어떠한가. 이 불신도 물질이므로 마중하는 나의 몸도 물질이 아닌가. 이러한 모든 법은 다 공이다. 조물주도 만든 자도 없다.

 

부처를 배례하면 몸도 마음도 무상하다고 배례하라.

부처를 배례하면 모든 것은 공이라고 배례하라.

부처를 배례하면 모든 것은 무아라고 배례하라.

 

아도 없고 타도 없고 만드는 자도 없고 만들어진 자도 없으며, 일체는 모두 공적한 것이다. 나는 지금 이 참된 법에 귀의한다'고 하면서 자리로 돌아가 다시 옷을 누비기 시작했다. 세존은 제자들에게 돌아온 후, 연화색 비구니에게 말씀하셨다.

"연화색이여, 네가 제일 먼저 나를 영접한 것이 아니다. 수보리는 모든 법의 공을 관하고 제일 먼저 나를 관하였다. 나의 모습을 보는 자가 나를 본 것이 아니고, 법을 보는 자가 나를 본 것이다."

 

상카사에서는 사리불이 상수(上首)가 되어 제자나 재가자를 가르치고 있었다. 지금 세존이 보계로 내려와 대지에 발을 디딜려고 할 때, 사리불이 나아가서,

"세존이시여, 삼가 영접하옵니다. 오늘 모든 사람들은 모두 세존의 신상에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리불이여, 나를 위하여 기뻐하는 자는 행복하다. 모든 번뇌를 없애고 해탈에 들어가는 것을 기뻐하는 자는 행복하다."

세존과 사리불의 사이에서 주고 받은 문답에 의해 각에 들어가는 자가 많았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