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관세음보살전기-6

근와(槿瓦) 2016. 9. 21. 02:36

관세음보살전기-6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6.  루나후울(樓那富律)이 묘장왕에게 영약(靈藥)있음을 고(告)하다

 

묘장왕은 그 많은 의원들이 공주의 작은 상처하나 제대로 못 고치자 그들이 자신을 포함한 왕실을 우롱하고 있다는 생각으로까지 비약하게 되어 끝내는 크게 분노를 터뜨리면서 국내 의원들을 모조리 국외로 추방하라는 명령을 내리게 되었다.


노재상 “아나라(阿那羅)”가 소식을 전해듣고 황급히 어전에 복명하고 왕에게 간했다.

“상감마마, 진노하심도 마땅하오나 다시 한번 생각하소서. 추방령이 실시되어 내일부터 의원들이 모두 떠나가 버린다면 하찮은 병도 치료할 자가 없게 되어 당장 많은 백성들이 극심한 곤란을 겪게 될 것이옵니다. 통촉하소서.”


허나 분노한 묘장왕은 여전히 완고하게 고집을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공주의 작은 상처하나 제대로 못 고치는 자들이 어찌 많은 백성들을 치료할 수 있겠는가? 필시 많은 백성들이 무능한 의원들에게 기만당하고 있음이다. 이를 알고서 그냥 두다니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아나라의 사리에 맞는 진언에도 불구하고 묘장왕의 분노는 좀체로 풀릴 것 같지 않았다. 아나라는 왕이 일단 마음을 먹으면 좀처럼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성미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일만큼은 어떻게하든 만류해야 된다는 생각에 다시 더욱 머리를 조아리며,

“마마! 그러하오면 우선 당장의 결행을 잠시 늦추시어 열흘간의 유예를 주소서. 그 안에도 공주마마의 상처를 완전히 고치는 자가 없으면 그때에 결행하심이 어떠하올는지요?”


묘장왕은 노재상의 간곡히 간하는 말을 듣고 그마저 거절하자니 너무 자신이 편벽된 듯하여 그리 시행하도록 다시 영(令)을 내렸다. 이러한 명령이 알려지게 되자 조야(朝野)가 다시 발칵 뒤집혔다. 특히나 의원들은 모두들 대경실색한 가운데 초조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온힘을 다하여 만단시술을 했으나 치유되지 않았다해서 그것이 큰 죄가 되어 국외로 추방을 당해야 할 처지가 되었으니 그야말로 청천벽력인 셈이었다. 성안팎의 많은 주민들이 한결같이 제단을 쌓아 향을 사루고 신명(神明)과 불전(佛殿)에 제(祭)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적(異蹟)이 일어나 귀인이 나타나서 공주마마의 상처를 치료해 주기를 바라는 착한 백성들의 기원이었다.


그러나 모든 의원들의 마음이 마치 남비속에 든 게 모양으로 안절부절하는 가운데 무정한 날짜만 하루하루 지내갈 뿐이었다. 용서없는 광음은 많은 사람들의 희망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순식간에 열흘이 흘러가고 말았다.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묘장왕은 약조대로 재상 아나라를 불러 바야흐로 모든 의원들의 추방을 명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천지신명이 이 나라의 많은 의원들과 백성들의 기원에 감복했던지 바로 그때 수문관이 달려와 왕앞에 부복하고 황급히 아뢰었다.

“마마! 지금 궁문밖에 웬 젊은 선비가 나타나 마마께 알현을 청하옵니다. 그 선비의 말로는 공주마마의 상처를 고치는 방법을 알고 있다 하옵니다.”


좌절과 분노에 가득차 있던 묘장왕에게 이 말은 기갈에 감로수와 같았다. 순식간에 얼굴이 부드럽게 풀어지며 어서 들도록 명했다.

"오! 그말이 정녕 사실이렸다. 어서 들도록 일러라.”


수문관은 읍하고 황급히 되돌아 나갔다. 조금 지나자 한 사람의 젊은 선비가 안내되어 등전하였다. 왕이 언뜻 보니 청아한 풍채에 기품이 높았고 단정한 용모와 형형한 안광은 학식이 뛰어난 비범한 학자로 보였다. 선비가 깊이 머리를 숙여 예를 올리자 왕은 특별히 비단의자에 앉도록 정중히 권하면서 동시에 입을 열었다.

“그대는 어디에서 온 누구인가?”


젊은 선비는 권하는 의자에 좌정하고 나서 다시 고개를 약간 숙이고 낭랑한 목소리로 답했다.

“예, 소생은 “루나후울”이라 하는 자이오며 남방의 다보국(多寶國)에 살고 있나이다. 생래(生來)로 약초를 캐고 의술을 닦으면서 사람들의 질병을 치료해 왔습니다. 듣잡기에 셋째 공주마마의 이마의 상흔을 어느 의원도 치료치를 못해 마마의 노여움을 산 나머지 모두 국외로 추방당하게 되었다 하기에 소생 천학을 무릅쓰고 묘약(妙藥)을 진언코저 달려 왔사옵니다.” “그대의 말이 정녕 사실이라면 어서 그 묘약을 말해보라.”


묘장왕은 옥좌에서 벌떡 일어나 “루나후울”을 쏘아보며 다급히 재촉했다.

“마마! 소생이 올린 진언은 틀림없는 사실이긴 하오나 공주마마의 상흔은 세간에 흔히 있는 의약으로는 결코 치유될 수 없사옵니다. 단지 그 점에 어려움이 있을 뿐이옵니다.”

“세간에 있는 약으로는 치료가 아니 된다니? 그러면 무슨 신단묘약(神丹妙藥)이라도 있단 말이냐? 옥좌를 농(弄)하면 중죄로 묻겠도다.”


묘장왕이 잔뜩 긴장하여 기색을 높여 호령하였지만 루나후울은 오히려 가벼이 미소를 지으며,

“분명코 영단묘약은 있사오나 마마께서 소생을 문죄하신다면 어찌 고(告)할 수 있겠나이까?”

“고(告)해 보아라. 공주의 상흔이 치유된다는데 어찌 문죄하겠는가? 그리만 된다면 큰 상을 내리고 나아가 그대를 시의로서 중용하겠노라. 그러나 아무 영험도 없는 것을 가지고 짐을 기만함은 용서받을 수 없으리로다.”

“마마! 허황되이 들리시더라도 아무쪼록 소생의 아뢰는 말씀을 믿어주시옵소서. 물론 소생도 지금 지니고 있지 않사오나 공주마마의 상흔을 치유하는 약이 분명 이 지상에 있사옵니다. 그러나 이 약초는 선불(仙佛)의 영근(靈根)을 띄고 있어서 범인(凡人)은 결코 찾을 수 없나이다.”

“괴이한 소리로다. 그대가 지금 지니지 않은 약이 무슨 소용이며 또한 범부(凡夫)가 찾을 수 없다면 대체 그것이 무슨 약이며 어디에 있다는 말이냐?”


루나후울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묘장왕은 그만 흥분하여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더 이상 들어볼 필요도 없는 허황된 이야기로 일축해 버린 것이다.


그때 노재상 아나라가 앞으로 나아가,

“마마! 황공하오나 소신(小臣)이 보건대 이 선비에 필시 범상치 않은 내력이 있는 것 같사옵니다. 하는 말에 믿음이 있는 듯하오니 잠시 진정하시어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보심이 어떠하올른지요?”


덕(德)이 높을 뿐 아니라 항상 충언(忠言)을 잘하여 왕은 물론 만조백관과 많은 백성들의 흠모를 받고 있는 노재상 아나라의 간하는 말에 묘장왕은 겨우 진정자제하여 다시 이야기를 계속하도록 했다. 루나후울은 그 형형한 안광으로 노재상 아나라를 흘낏 쏘아보고 나서 다시 말을 이었다.


“마마! 그 영약은 다름아닌 한송이 연꽃이옵니다.”

루나후울은 왕의 궁금증을 간단히 풀어주겠다는 듯 한마디로 말을 마쳤다.


“가소로운 일이로고. 연꽃이라면 궁안의 연못에도 수없이 피어있거늘 한 송이 연꽃을 얻기가 어찌 그리 어렵다 하는가?”

묘장왕은 어이가 없다는 듯 루나후울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마마, 소생이 아뢰고자 하는 연꽃은 못 가운데 피는 그러한 연꽃이 아니오이다. 진흙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세상 티끌에 날리지 않으며 눈을 맞아야 비로소 꽃피고 사람의 소리에는 숨어버리는 높은 설산(雪山)에 피는 연꽃을 이름이옵니다. 만일 이 꽃잎을 얻어 공주마마의 상흔에 붙일 수만 있다면 그 상흔은 즉시 없어질 것이옵니다.”


묘장왕은 이 말을 듣자 심히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저으며 세상에 과연 이런 부사의(不思議)한 꽃이 있을까라는 의혹에 쌓이게 되자,

“필시 허황된 말로 짐(朕)을 농함이렸다. 어느 세상에 진흙에 뿌리를 내리지 않은 연꽃이 있다는 말인고?”

하며 몹시 노한 표정으로 루나후울을 쏘아보았다.


그러나 루나후울은 그러한 왕이 가긍스럽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마마! 어찌 없다고만 하시나이까? 그러한 연꽃이 분명히 이 세상에 있사오나 단지 희귀할 뿐이옵니다. 먼 옛날부터 오늘날까지 단 세송이가 있어 왔는데 한송이는 천제(天帝)의 요지(瑤地)에 옮겨져 있고 또 한송이는 서천(西天)의 아미타불(阿彌陀佛)이 연대(蓮台)로 삼았으며 나머지 한송이는 아직도 인세(人世)에서 연자(緣者)의 채취를 기다리고 있나이다.”


루나후울이 일단 말을 마치자 묘장왕은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한 착각 속에서 다시금 루나후울에게 의혹에 가득찬 질문을 했다.

“그말이 정녕 사실이라면 지금도 이 세상에 남아있다는 한송이 연꽃은 어디에 있는고? 설사 있다 하더라도 범인(凡人)이 채취할 수 없다면 입이 마르도록 떠들어보아야 헛일이 아니겠느냐?”


“루나후울”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한동안 눈을 감고 있더니 다시 조용히 눈을 뜨고 입을 열었다.

“그 곳은 멀다하나 먼 곳이 아니옵고 또한 가깝다하나 가까운 곳도 아니옵니다. 이곳에서 보아 서남방향에 일련의 수미산(須彌山)이 있사옵니다. 그 가운데에 도고봉(徒高峰)이 있사온데 흔히 설련봉(雪蓮峰)이라 불리어오고 있나이다. 이 세상에 남아있는 한송이 연꽃은 바로 이 봉우리에 있는 빙설동(氷雪洞) 동굴속에서 생장하고 있사옵니다. 간혹 먼 산봉에서 바라볼 수도 있으나 이는 매우 드문 일이옵니다. 항시 백운이 주위를 둘러싸아 감돌고 있으며 아래로는 언제나 싱그러운 안개가 덮혀서 요원(遙遠)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사옵니다. 이는 정녕 세상에 희유한 보배로 무연중생(無緣衆生)은 비록 천신만고를 다한다 해도 얻지를 못하옵고 반드시 인연(因緣)있는 자가 일념분발하여 지극정성으로 모든 간난(艱難)을 불사하고 구한다면 얻게 될 것이옵니다.”


묘장왕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머리를 가로 저으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대가 이미 그 연꽃의 내력을 알고 또한 귀함을 알고 있다면 어찌 그대 자신이 정성을 다하여 분발해서 채취하러 가지 않고 이곳에서 여러 말로 떠들어대는가? 생각되는 바 필시 어리석은 의원들과 같이 짐을 기만하려는 교묘한 술책이로다. 그만 물러가 있도록 하라. 그대의 진실은 곧 사람을 설련봉(雪蓮峰)에 보내어 알아보도록 하리라. 그대의 말이 사실이라면 국빈(國賓)으로 대우하려니와 조금이라도 거짓이 있다면 중벌로 다스려 극형을 불사할지니라.”


왕의 말을 듣고난 루나후울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이고 인퇴하였다. 루나후울로 인하여 국내의 모든 의원들은 잠시 추방이 보류되었으나 왕의 심판을 받게된 루나후울은 연금을 당하게 되었다.



출전 : 大聖 관세음보살일대기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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