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관세음보살전기-3

근와(槿瓦) 2016. 9. 9. 01:14

관세음보살전기-3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3. 노도사(老道士), 묘장왕에게 공주의 내력을 알리다


묘장왕은 궁중축연의 사흘째가 되는 날 공주를 만조백관에게 보이도록 초견의례(初見儀禮)를 명했다.


명을 받은 궁녀가 고운 천으로 지은 보료에 공주를 감싸안고 연회가 베풀어지고 있는 궁안으로 들어오자 그때까지 계속해서 방글거리며 웃고 있던 공주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아기공주의 울음에 궁녀는 물론 따라온 유모까지 존엄한 왕 앞에서 당황하여 온 정성을 기울여 달래었으나 아기공주의 울음을 그치게 할 수는 없었다.


초견의례에 참석한 모든 신하들이 술잔을 놓고 울음그치기를 기다리며 긴장하여 있었고 묘장왕은 심중이 불쾌한 안색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때 돌연 수문관이 묘장왕 앞에 내달아 예를 올리며,

“마마께 아뢰옵니다. 지금 궁문 앞에 한 노옹이 나타나 공주마마께 축하 예물로 한 보물을 올리겠다 하며 알현을 청하옵니다. 어찌하오리까?”


묘장왕은 불쾌한 가운데에서도 노인의 정성을 갸륵히 여겨 즉시 인견(引見)을 명했다. 잠시 있으니 긴 복도를 지나 한 노옹이 등전하여 왕의 앞에 부복했다. 좌정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노옹에게 집중되었다.


그들의 눈에 비친 노옹은 온통 백설같이 빛나는 두발이 길게 등을 타고 흘러내려 허리를 덮었고 온 가슴을 덮은 흰 수염은 부드러운 바람에 휘말려 소세(瀟洒)하고 표표(漂漂)함이 그야말로 선풍도골(仙風道骨)이었다.


뿐만 아니라 형형(炯炯)하게 빛나는 안광과 위엄이 가득한 풍모는 좌정한 모든 사람들을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노옹의 위엄이 가득찬 모습을 살피고 난 왕이 비로소 입을 열었다.

“그대는 어디에서 온 누구인가? 어떤 보물로 공주의 탄생을 축하하려 하는가?”


왕의 말이 떨어지자 노옹은 비로소 고개를 들고

“우로(愚老)의 내력을 아뢰기 앞서 먼저 오늘 이곳에 오게된 사유를 진언하겠나이다.”


노옹은 바로 곁에 상궁의 팔에 안겨있는 공주를 자애스러운 눈매로 내려다보면서 다시 말을 계속했다.

“듣자옵건대 마마께서 공주마마를 탄생하시와 만백성의 경하를 받으심을 듣고 삼가 마마께 경하를 올림과 아울러 공주마마의 전생(前生)의 내력을 말씀드리고자 하옵니다. 황공하옵게도 이번에 탄생하신 공주마마는 여늬 인간들과는 달리 구고구난(救苦救難)의 큰 원력(願力)을 지니고 강생(降生)하신 전생(前生) 자항존자(慈航尊者)의 후생(後生)이시옵니다.”


전혀 불도신앙에 귀의하지 않고 있던 묘장왕은 괴이하고 허튼 소리라고 일축해 버리고 짐짓 웃으며 말하기를

“장로여! 어떠한 연유로 그와 같은 말을 하는가? 듣건대 자항존자 극락에 있다 함은 그렇다 하더라도 어찌하여 이 세속 티끌속에 떨어져 그것도 여자로 태어난단 말인가? 자항존자 전생에 큰 죄업이 있어서 그 인과가 이러하다는 것인가? 희언(戱言)을 삼갈지어다.”


노옹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상감마마, 우로의 진언을 깊이 성찰하소서. 근래 인심이 크게 타락하고 부패하여 세상 모든 곳에서 살생, 강탈, 음행을 저지르는 난적들이 발호하여, 도덕, 정교가 퇴폐됨에, 이르는 곳마다 재난 뿐이고, 전화는 끊이지 않아 양민이 도탄과 고통 속에서 허덕이고 있나이다. 이러한 때이므로 존자, 세상중생을 가엾이 여겨 불타에게 강세를 청하여 세인의 고난을 자비로써 구제코자 이 세상에 강생하신 것이옵니다.


공주마마께서는 앞으로 이 인왕(人王)의 세계를 불국토로 바꾸며, 새로이 일어나는 불도의 각자로 성도하신 뒤 이어 영원히 불법을 현양하면서 대승의 참뜻을 명료케 하시와, 보살도의 극치를 이룩하시고, 중생을 윤회의 업으로부터 구제하실 것이옵니다.”


노인의 안광은 더욱 빛을 발해 신의 위력이 보이는 듯 했다.


묘장왕은

“그대는 공주에게 내력이 있다 말하나 훌륭했던 자항존자가 발원있어 강세한다면 당연히 남자로서 역사를 이룰진대 어찌하여 오루불편(五漏不便)한 여자로 강생하겠는가? 불문에서도 여자 몸으로는 성불할 수 없다 하거늘,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로고.”


“그에는 또한 이유가 있사옵니다. 고래로 남자는 계를 받아 출가수행하여 성불(成佛)함이 비교적 용이하며 또 윤리예교(倫理禮敎)를 알고 경전의 뜻을 깨침도 빠른 것은 사실이옵니다. 그런데 불계에서 내려다보면 부녀자들이 불법에서 떨어져 암흑의 고통에서 신음하므로 이를 구원하고 특히 여인의 오탁재난을 해탈시켜 새로이 여인도 널리 해탈 성도할 수 있는 큰 법을 세워, 모든 중생을 두루 구제하는 보살도를 이루려 하강하신 것이옵니다. 모든 중생은 다 득도할 수 있음을 실제 보여 그 모범으로 나타나시게 될 것이옵니다.”


노옹은 한숨을 들이키고 다시 말하되,

“부녀자도 서천극락에 성불을 이룰 수 있으며 보살도로써 누구나 성취할 자질이 다 있는 것이옵니다. 공주마마께서 장래 이 장엄한 사명을 성취코저 인간의 몸을 빌어 모범으로 가능성을 보이고 원하는 모든 중생을 다 구원코저 함이옵니다.”


노옹은 확신과 설득에 찬 만감의 표정으로 왕에게 대했으나, 왕은 계속 고개를 옆으로 저으며,

“그대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노라.” 하며 계속 부정하는 것이었다.


“지금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나이다. 장래에 자연히 아시게 되리니 부디 인과업보를 명심하시와 우로의 진언을 저버리지 마시옵소서. 그럼, 우로는 이만 물러 가겠나이다.”


말을 마친 노옹이 예를 올리고 물러나려 했다. 이때 대화가 오가는 동안 잠잠하던 공주가 다시 갑자기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묘장왕은 무언가 생각이 미치는 것이 있었는지 노옹을 다시 불러세워,

“그대가 공주의 숙세인연을 두루 알고 있다 하니 한가지 하문해 보겠도다. 어린 공주가 아까부터 계속 울음을 그치지 않으니 무슨 연유인가? 그대 말한 바 인과도리로 풀어 말해 볼 수 있겠는가?”


왕의 말을 듣고난 노옹은 껄껄 웃으며,

“아뢰겠나이다. 그 앞뒤의 인과를 아뢰겠나이다. 공주마마의 울음은 더할 수 없는 대비심(大悲心)의 발로이옵니다. 기실 상감마마께오서 공주탄생을 축하하는 삼일연속의 연회에 수많은 목숨인 소, 양, 돼지, 닭, 생선을 살생하게 되었으므로 이를 연민(憐憫)하는 대비심이 공주를 슬프게 하는 까닭이오며, 결국 이런 일이 모두 자신으로 말미암아 생긴 죄업이라 여기시고 이를 참기 어려워 울음을 그치지 않는 것이옵니다.”


노옹은 말을 이어,

“대비심이란 인간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세상에 목숨있는 작은 미물과 초목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름이 없사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있던 묘장왕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대의 이야기가 정녕 그러하다면 그대는 이 자리에서 즉시 공주의 울음을 그치게 할 무슨 방법이라도 가지고 있단 말인가?”


노옹의 미간이 약간 긴장되는 듯 하더니 이내 선뜻 대답을 했다.

“삼가 우로(愚老)가 공주마마의 울음을 그치도록 해보겠나이다.”


그러더니 공주의 곁으로 다가가 공주의 머리와 이마를 손으로 어루만지며 시를 읊었다.


“울음을 그치어라. 그만 울어라.

정신이 혼미되면 어두워지니

강세의 넓은 서원 잊지말지니

삼천의 오랜 영겁 제도할진대

삼천의 선행선사 기다리도다.


오로지 그대만이 이루리로다.

울음을 그치어라. 그만 울어라.

삼가 세음관(世音觀)해 범음(梵音) 들으라.”


다 읊고 나자 신기하기 이를데 없이 공주는 울음을 그만 뚝 그치고 노옹이 읊은 시의 의미를 모두 알아 들었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노옹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는 것이 아닌가!


이를 보자 묘장왕은 마침내 마음이 움직여 노인을 공경하는 마음이 샘솟듯 솟아올랐다.


만장해 있던 신하들의 입에서도 탄성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노도사는 유래있는 고덕은사에 틀림이 없다.」

「참 불가사의한 일이다.」라고 각기 나름대로 상상하며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공주마마 울음도 그쳤나이다. 물러가오니 부디 우로의 진언을 잊지 마소서.”

하직과 당부의 인사를 함께 마친 노인은 흰 수염과 머리칼을 휘날리며 바람과 같이 표표히 사라져 갔다.


묘장왕은 노인의 하직인사를 듣자 불현듯 이 노인과 좀 더 대화를 나누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동시에 지금까지의 경솔했던 자신의 행동이 크게 후회스러워졌다. 즉시 시위군관에게 뒤를 쫓아 정녕히 모셔올 것을 명했으나 뒤쫓아간 시위군관은 노인의 그림자조차 보지못한 채 되돌아왔다. 다시 날랜 기마병을 시켜 말을 타고 사방을 찾게 했으나 헛수고에 불과했다.


재상 아나라(阿那羅)가 보다 못해 왕을 위로하여

“애초부터 노옹의 말과 행동을 보아옵건대 신불의 화현인 듯 하옵니다. 노도인이 자진해 오지 않는다면 아무리 찾아도 무용(無用)한 일이라 생각되옵니다. 언젠가 때가 되면 다시 만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하옵니다.” 라고 자신의 생각을 진언했다.


“경의 말이 맞는 듯 하오. 아아! 참으로 애석한 지고.”

묘장왕은 못내 아쉬워하며 그 후 언제까지나 노옹을 잊을 수 없었다.



출전 : 대성 관세음보살일대기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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