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관세음보살전기-5

근와(槿瓦) 2016. 9. 18. 01:27

관세음보살전기-5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5. 공주, 매미를 구하고 큰 부상을 입다


유난히 더운 여름날 저녁무렵, 공주는 무더운 궁실을 벗어나 시원한 정원으로 나와 조용히 거닐고 있었다. 커다란 버드나무 밑으로 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석대에 앉아 있으려니 어디서 오는 것인지 짙은 꽃향기가 일진광풍을 타고 주위를 감돌았다. 무어라 말할 수 없는 향기에 도취되어 기분이 더없이 좋았고 마음 또한 차분히 가라 앉았다.


사위가 고요한 가운데 단지 한 마리 매미가 버드나무 가지에 달라붙어 울어대고 있었다. 공주는 버드나무 밑 석대에 앉아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겨 들었다.


「세상사람들은 어찌하여 권력을 좋아하고 명리 때문에 서로 싸우는가? 그들은 세력다툼으로 큰 죄를 지으면서도 죄악감을 모른다. 죄를 지은 인과로 멀지않은 장래의 응보가 보이고 있음에도 자기에게만은 재난이나 마장이 없기를 바란다.


인간이 이 모든 고통이나 재난에서 헤어날 수는 없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생사(生死)의 윤회를 벗어나 일체의 고액을 떨쳐버릴 수 있을까? 누가 이 세상 사람들을 고난에서 벗어나도록 깨우쳐 줄 사람은 없을까? 한순간의 쾌락이란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 두 눈을 한번 감으면 일체개공(一切皆空)이다. 기나긴 고통을 가져오는 순간의 쾌락보다 영원의 자재(自在)가 얼마나 즐거운가? 부처님께서 계신 극락세계란 어떤 곳일까?」


공주의 작은 가슴은 가지가지의 상념으로 가득찼다. 공주는 어느 사이엔가 자신도 모르게 본성을 찾아 신(神)을 응시하며 가끔 황홀경에 드는 좌선을 익혔던 지라 여러 관(觀)에 들어 쉽게 무아경에 젖어 들 수 있었다. 삼매(三昧)에 들려하는 바로 그 때에 지금껏 신명나게 울어대던 매미가 돌연 울음을 뚝 그치더니 갑자기 황급한 소리로 다급히 울어대었다. 무엇엔가에 습격을 받아 구원을 청하는 위급한 필사적인 울음소리임이 분명했다.


공주는 영기가 거의 삼매경지에 이르렀다가 이 소리로 인해 적정경지가 깨어지고 다시 자신으로 되돌아와 급히 소리나는 쪽으로 머리를 돌려보니 한 마리의 커다란 범아재비(사마귀=蟷螂)가 길게 뻗어있는 흉부와는 대조적으로 예리하고 강한 앞 다리로 매미의 몸뚱이를 찍어 누른 채 긴 목을 들어 막 물려하고 있었다.


공주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하, 저 매미는 나에게 구원을 청했었구나.」


올려다본 버드나무 가지는 그리 높지 않았다. 앉았던 석대를 딛고 올라서서 손을 뻗쳐 바로 범아재비를 붙들어 내어 매미를 구했으나 범아재비란 놈이 매미를 찍어 누르던 그 낫과 같은 예리한 앞 발로 대신 공주의 손등을 힘껏 찍어 눌러대었다. 살아난 매미는 짧은 울음을 남기고 순식간에 날개치며 날아가 버렸다.


“아얏! 하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손을 뿌리쳤으나 범아재비의 낫끝같은 두 발은 더욱 깊이 파고 들어 순식간에 붉은 선혈이 소매끝을 적시었다.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순간 현기증이 겹쳐 아찔해지면서 딛고 올라섰던 석대의 밑으로 떨어져 버렸다. 마침 또 넘어진 그 곳에 뾰족한 돌이 땅속에 뿌리박혀 있어서 옥같이 고운 공주의 오른쪽 이마가 바로 그 돌모서리에 강하게 부딪치면서 그만 큰 상처를 내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왼발이 나무뿌리에 걸리면서 골절까지 당해 극심한 고통을 참을 수 없어 그만 그 자리에서 까무라치고 말았다. 끔찍한 중상을 당해 이 고통을 어찌할른지…….


이때 마침 왕비의 명으로 화원에 공주를 찾으러 나왔던 시녀가 버드나무 밑에 선혈이 낭자한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는 공주를 발견하고 대경실색하여 황급히 궁중으로 달려가 공주의 위급한 사태를 알렸다. 이야기를 들은 왕비와 상궁, 궁녀 모두가 버선발로 달려가 공주를 방으로 옮긴 뒤 급히 시의를 불러 치료토록 했다. 온 궁안이 발칵 뒤집혔다.


왕비는 유달리 묘선공주를 아끼고 사랑하던 터라, 청천벽력을 당한듯 놀라움과 초조로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으나, 시종 이성과 냉정을 잃지 않고 시술하고 있는 시의(侍醫)옆에서 공주의 용태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묘장왕도 급히 공주방으로 달려왔다. 시의가 손등과 이마 상처의 치료를 끝내자 왕과 왕비는 침대머리 맡에 바싹 다가앉아 아직도 의식을 차리지 못한 채 고통스런 신음을 내고 있는 공주를 안타까이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 동안을 인사불성이던 공주가 겨우 정신이 드는가 싶더니 심한 고통에서 오는 신음과 함께 다시 의식이 몽롱해져갔다.


왕은 흘깃 시의를 돌아보고

“어떤가! 상처는, 앞으로 별 일은 없겠는가?”


시의는 허리를 구부리고

“예, 마마. 벌레에 물린 손등의 상처와 돌에 부딪친 이마의 상처외에는 달리 상처난 곳이 없는 듯 하옵니다. 무엇보다도 공주께오서 많이 놀라신 듯 하오니 우선 진정시킬 필요가 있사옵니다. 완쾌하시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듯 하옵니다.”


시의의 대답을 들은 왕은 입맛을 다시며 다시 공주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곁에 있던 왕비는 공주의 고통을 자신의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애처로와 했다. 공주의 작은 손을 꼭 잡고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묘선! 어데가 그렇게 고통스러운가. 응?” 하고 묻는다.


공주는 몽롱한 의식 속에서도 될 수 있으면 자신의 고통을 감추려 했으나 오른 발목 근처의 통증은 견딜 수 없었다.

“어마마마! 오른쪽 발목이……” 하고 고통을 호소했다.


왕비가 황급히 오른 발목을 어루 만져보고 시퍼렇게 멍이 들어 퉁퉁 부어오른 것을 발견하고는 대경실색하여 급히 정골의사를 불러들여 접골 치료를 하도록 했다. 치료를 끝내고 조금 지나자 통증이 어느 정도 가라 앉은듯 공주는 울음을 그치고 간간이 약한 신음소리를 낼 뿐이었다.


이 부상으로 공주는 한달이 넘도록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범아재비와 매미를 원망했겠지만 매미를 불쌍히 여겼던 공주는 비록 육체적인 고통은 받고 있으나 마음속으로는 만족스럽고 기쁘게 생각했다.


2~3개월이 지나자 발목과 손등의 부상은 거의 나아갔으나 오른쪽 이마의 상처는 좀처럼 쉽게 낫지를 않고 약을 쓰는 동안에도 상처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어 없어지지 않았다. 완벽한 보옥에 상처가 남아, 문자 그대로 옥의 티인 셈이어서 보는 이마다 안타까와 했다.


특히 왕비는 누구보다도 묘선공주의 이 상처의 흔적을 마음 아파하고 있었으므로 마침내 묘장왕에게


“마마, 공주의 모든 상처가 완쾌되었으나 이마에 조금 남은 상처로 인해 미모에 큰 손상이 되옵니다. 소비가 알기로 우리나라 의술가 중에는 양의도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온 즉, 마마께서 영을 내려 명의를 찾아 묘선의 상처자리를 없이함이 어떠하올지요?”


묘장왕은 즉시 왕비의 청을 받아들여 이튿날 등정하여 다음과 같이 공포하였다.

“짐의 삼녀 묘선공주의 이마에 남은 상처자리를 없애고 원래의 모습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자에게 상으로 순금 백냥을 내릴 것이며, 후에 어전시의로 중용하겠노라.”


이러한 공문의 내용이 알려지자, 국내외의 저명한 의사와 약사가 다투어 명약을 헌납하며 별의별 약을 다 써보게 되었으나 아무런 효험을 볼 수 없었다.


기대가 컸던 왕은 그만큼 실망도 커서 급기야는 이 실망이 불만과 불신을 낳고 또 불신과 불만은 모두 의술가들에 대한 멸시와 학대로 변해 가게 됐다. 왕은 이 같은 일에 한 사람의 신통한 의사도 없는 것에 너무 실망했고, 자신의 조그마한 바람마저 이룰 수 없음에 대국의 왕으로서 큰 수치라 여겼으므로 마침내는 의약인들에 대해 분노를 느끼기에 이르고 만 것이었다.



출전 : 大聖 관세음보살일대기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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