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관세음보살전기-4

근와(槿瓦) 2016. 9. 16. 00:11

관세음보살전기-4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4. 공주, 기지로 개미싸움을 말리다


궁중에서 벌어졌던 이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온 나라 방방곡곡에 전해지게 되었다. 흥림국의 모든 백성들은 그 노인이야말로 신불의 화신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이야기의 진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 많은 사람들이 불문에 귀의하게 되었으며 타교(他敎)로부터의 개종자도 눈에 띄게 늘어나게 되었다. 때는 바야흐로 서방 천축의 불교 발흥시대인데다 흥림국은 천축(인도)국과 접경하고 있었으므로 일찍이 불교가 전해져 있었는데, 이러한 일이 있은 후 신불을 신앙하는 풍조가 더욱 민간에 성행하게 되었다.


묘선공주는 부왕 묘장왕과 어머니 보덕 왕후의 기대와 총애를 한몸에 받으면서 무사히 잘 자라고 있었다.

세월은 유수처럼 흘러 사년 광음이 지나 공주의 나이 네 살이 되는 봄을 맞게 되었다. 워낙 천성이 총명하여 어린 나이임에도 사리에 밝고 판단력이 뛰어난데다 아름다운 용모와 자태는 자람에 따라 더욱 단정하고 수려해져서 보면 볼수록 보는 이의 마음이 즐거워지고 또한 고귀한 기품이 풍겨, 보는 이의 마음을 엄숙해지게까지 했다. 체격도 두 언니보다 컸으며 성격은 명랑하고 말을 잘 하였으며 얼굴에는 항상 웃음을 띠고 있어서 여늬 아이들과는 여러모로 다른 바가 많았다.


어느 아이나 고운 옷, 좋은 음식을 좋아하는 법이나, 공주는 어릴때부터 능수비단이나 호화호사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항상 소박단정한 것을 좋아하였다. 무엇보다 기이한 사실은 출생이래 채식을 할 뿐 육류나 생선은 먹지를 않았다. 뿐더러 먹을 수 조차 없었다.


어쩌다 소량의 고기가 섞인 야채볶음이라도 입에 넣으면 그 자리에서 토해내 목을 넘길 수가 없었다. 묘장왕과 왕비는 비상한 관심으로 공주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으므로 이런 일을 보고는 공주의 자라는 몸을 염려하여 체질에 맞는 정결한 음식을 특별히 주의하여 준비케 하였다.


세 살부터 책을 좋아하여 궁중에 교사를 맞이해 공주를 가르치도록 했다. 지혜가 수승하므로 두 언니에 비길바 아니어서 문자 그대로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잊는 일이 없었다.


묘장왕과 왕후도 이러한 묘선공주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여워서 늘 총애하고 손 안에 구슬처럼 소중히 보살폈다.


공주는 여아이면서도 남아보다 뛰어나고 또한 하는 짓이 어른스러워 묘장왕은 이러한 점에 크게 위안을 느끼어서 때로는 왕비에게 국가의 장래에 대한 일까지 묘선공주와 관련지어 얘기를 하곤 했다.


“장차 묘선이 크면 문무(文武)를 겸비하여 천하를 능히 경영할 수 있는 십전십능(十全十能)의 배필을 골라야 하겠구려. 앞으로도 태자가 태어나지 않으면 왕위를 셋째 사위에 물려 “파키아”왕통을 잇게 하겠소. 묘선은 뛰어난 자질을 타고 났으니 이 나라를 충분히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오. 계속 학문을 익히면 덕으로써 충분히 나라를 다스려 나갈 수 있으리다.”


왕비도 이에 반대할 이유가 있을 수 없었다. 묘선공주의 장래에 대한 두 분의 기대가 커감에 따라 태자를 기다리는 초조한 마음은 상대적으로 차츰 사라져 갔다. 단지 상당한 배필을 구하는 일에 마음을 쓰게 되었다.


이러한 일들이 두 언니공주들에게 알려지지 않을 리 없었다. 두 공주들은 서로 자기들의 운명의 박행을 탄식하던 것이 차차 질투로 변해, 일이 있을 때마다 묘선공주를 시기하고 멀리하였으므로 그들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감이 생기게 되었다.


같은 왕녀임에도 왕위가 막내에게 돌아가게 되었으니 실망과 더불어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두 언니는 호의호식했고 화려한 잔치모임에 나가기를 좋아했으므로 동생의 소박하고 온순겸손한 태도가 마음에 들 리 없었다.


어느 날 저녁무렵 묘선공주는 한 시녀와 함께 화원에서 산책하고 있었다. 그들은 어느 사이에 선인동(仙人洞) 근처까지 와 있었다.


석양노을이 구름을 붉게 물들인 사이로 천갈래 광명을 발하고 있는 황홀한 광경에 한 동안 넋을 잃고 있던 묘선공주는 경전에서 읽은 극락세계의 경관은 이 이상으로 장엄함에 틀림이 없으리라는 연상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서 있었다.


일순 공주는 가까운 하늘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여 쳐다보니 한 떼의 기러기가 열을 지어 남쪽으로 날아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디로 무엇 때문에 저리 날아가는 것일까? 깊은 감상에 젖어 자신도 모르게 무어라 할 수 없는 마음이 자신의 몸을 떠나 멀리가듯 쓸쓸한 기분에 휩싸여 들었다. 석양과 더불어 기러기떼가 쓸쓸한 잔영을 남기고 멀리 사라진 뒤 다시 눈을 돌려 땅위를 보니 마구 엉킨 큰 개미떼들이 서로 싸우고 있음을 보게 되었다. 자세히 보니 황색과 흑색의 두 종류의 개미떼가 죽은 벌레를 놓고 서로 그것을 차지하려고 큰 떼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먹이를 차지하고자 서로를 무참히 물어 뜯어 깊은 상처로 경련을 일으키며 죽어가는 그 처절함이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싸우고 있는 모양을 보아 한쪽이 완전히 그 먹이를 차지하기 전에는 전혀 싸움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더할 나위없이 착한 마음을 지닌 공주로서 도저히 그냥 두고 지나칠 수는 없었다.


싸우며 죽어가는 개미떼의 수가 많아도 단 몇 마리라도 구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공주는 소매를 걷어 붙이고 두 손으로 갈라 놓으려 애썼다. 그러나 잘 갈라지지도 않으려니와 한 두 마리씩 서로 떼어 놓아지지도 않았다.


이 큰 개미는 같은 무리들끼리는 비상히 사이가 좋으나 다른 종류의 무리에게는 이상하리만큼 적개심이 강해, 일단 물게 되면 상대가 죽기 전에는 절대로 놓는 법이 없었다. 자신이 죽더라도 상대를 물은 채로 떨어지지 않으며 무리를 해서라도 떼어놓으려 하면 양쪽 허리가 두 동강이 나 죽고 만다. 어떻게 손 쓸 사이도 없는 사이에 서로 물어 죽어버린 개미떼가 마치 산처럼 쌓여가고 있었다.


게다가 이 개미는 취각이 예민하여 양쪽을 멀리 떼어 놓는다 해도 일단 싸움이 시작된 이상 곧 적을 찾아내어 물어뜯기 시작하므로 달리는 떼어 놓을 수도 없고 말릴 수도 없었다.


공주는 잠시 생각 끝에 곧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 내었다.

「개미의 싸움은 필경 충분한 먹이라고 생각하는 이 죽은 벌레때문임에 틀림이 없다. 양편에 충분한 먹이가 있으면 자연히 그 먹이를 자기 집으로 운반코저 싸움을 그치고 운반에 열중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되자 급히 시녀에게 명(命)했다.

“급히 내 방에 가 단엿과 과자를 작은 자루에 넣어 가져다 주렴.”


궁녀는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으나 명한대로 공주의 방으로 가서 곧 자루에 엿과 과자 등 속을 넣어 가지고 되돌아 왔다.


공주는 이것을 받아들자 개미들이 싸우고 있는 곳에서부터 그들의 집 입구까지 엿과 과자를 조금씩 고루고루 뿌렸다. 그러자 잠시후 양쪽 개미들은 또 다른 먹이의 냄새를 맡자 급히 태도를 바꾸어 서로 싸우던 일을 잊고 그 먹이를 향해 뿔뿔이 흩어지더니 서로 먹이를 차지하여 그것을 운반하는 일에 열중하는 것이었다.


공주가 아직도 쌓인 개미의 시신 속에서 서로 싸우고 있는 개미들을 빗자루로 쓸어내자 아까와는 달리 서로 물고 있던 것을 놓고 사방으로 흩어지며 순식간에 뿌려진 과자쪽으로 몰리는 것이었다.


처참했던 전투가 마침내 이것으로 종말을 고했으나 죽은 큰 개미떼들은 여기저기에 산처럼 수북하였다. 공주는 그 개미들이 다리 끊어지고 허리 끊어진 광경을 보고 가엾고 불쌍하다는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작은 개미라 할지라도 역시 그 나름대로의 생명을 가졌음에 틀림이 없다. 그것들이 서로 물어 뜯어 처참한 주검으로 변해 잔해가 사방에 널리었다. 이들의 혼령이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착한 공주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글썽한 눈으로 시녀를 돌아보며

“우리 둘이서 구덩이를 파서 묻어 주자꾸나.” 하며 시녀에게 함께 거들어 주기를 바랐다.


둘이서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을 때는 어둠이 깔려 올 무렵이었다. 그때 마침 앞쪽에서 두 언니들이 무언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공주와 시녀가 묵묵히 무언가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은 의아히 여겼다.


두 언니가 곁에 오자 묘선공주는 반가이 맞으며

“언니들 마침 잘오셨어요. 좀 거들어 주시겠어요?”


“무슨 일을 하고 있는데?”

묘음공주가 물었다.

“싸우다 죽은 불쌍한 개미를 묻어 주고 있어요.”


두 언니는 어이없다는 듯 냉정하게 코웃음치며,

“묘선아! 혼자 놀으려므나. 이런 쓸데없는 흙장난으로 손을 더럽히기는 싫어!”


하면서 걸음을 옮기자 묘원공주도 언니의 뒤를 따라가며 다시 비웃었다.

“언니! 묘선이는 저 모양으로 천한 장난이 심해요. 그런데도 부모님들은 보배처럼 귀여워하고 장차 문무겸비의 신랑을 맞아 준대요. 만일 후마마가 태자를 얻지 못하면 묘선의 신랑에게 왕위를 물려주신대요. 정말 그럴 수 있어요?”


묘음공주가 묘원의 말을 받아 다시 빈정거렸다.

“그러면 묘선이가 왕비마마가 되겠구나! 그런데 진흙장난하는 왕비마마라니, 그런 일은 들은 일도 없어. 정말 우스운 얘기로구나.”


묘원공주가 다시 들으라는 듯 한 마디 했다.

“묘선의 행동은 너무 천해요. 그런데도 두 마마들은 그것도 모르고 총애하고 있으니 정말 모를 일이어요.”


묘선공주는 두 언니의 말과 행동이 못내 섭섭했으나 못들은 척하고 잠자코 계속 구덩이를 팠다. 두 언니들이 자기의 마음을 이해해 주지 않자 서글퍼지기도 했지만 마음에 걸리는 일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본시 다른 사람을 의심할 줄 모르는 착한 성미인지라 언제까지나 좋은 언니라 믿고 소박하게 대하리라 생각했다.


웬만큼 구덩이를 깊게 파자 개미시체를 모두 쓸어 묻고 정성스럽게 주위를 깨끗이 하고 죽은 개미들이 좋은 곳으로 가기를 진심으로 빌었다.


조그만 손을 모아 순진한 마음을 다해 개미들의 혼령을 위로하고 나자 기분이 맑고 상쾌해졌다. 주위가 이미 완전히 어두워져 있어서 시녀와 손을 마주 잡고 서둘러 궁실로 돌아오니, 먼저 돌아온 두 언니공주들이 어마마마께 자신의 행위를 일일이 일러 바치고 있었다. 평소의 부러움이 질투로 바뀌어 모후의 환심을 사고자 훨씬 과장해서 일러바쳤지만 묘선의 착한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후 마마는 두 공주의 이야기를 듣자,


“묘선은 결국 착한 일을 한 셈이 아닌가? 그렇게 법석을 피울 일이 아니잖아.”

라고 오히려 두 공주를 꾸짖어 내보내고 난 후 한쪽 구석에 조신하게 서 있는 묘선공주에게로 다가와 흙투성이가 되어 있는 작은 손을 애처롭다는 듯 바라보더니 그 손을 꼭 쥐고는 내실로 함께 들어갔다.


두 공주는 후 마마의 의외의 대답과 행동에 내심으로는 불만이 컸으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튿날 아침, 왕비로부터 어제 저녁에 있었던 묘선공주의 행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난 묘장왕은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띤 채,

“묘선은 성격이 어질고 총명하여 좋으나 너무 어른스러워 탈이로군. 조금도 아이다운 데가 없단 말이야. 어린 나이에 이러하니 장차 어찌 될른지 오히려 걱정이구려. 잘 지도해야 하리라 생각하오.”


왕비는 가만히 고개를 숙인 채 왕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사실 공주는 어린 나이임에도 나면서부터 깊은 불성을 지니고 있었던 듯 틈나는 대로 불경을 읽고 쓰고 하였다. 한번 뜻이 통하면 결코 잊는 적이 없었고 또한 깨달음이 빠르고 판단이 빨라 웬만한 어른을 능가하여, 갈수록 원숙미가 더해 갔다.


또한 타고난 천성이 착해서 착한 일만을 생각하며 생활했기에 공주를 못 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을 수 없었다. 세월이 지날수록 누구의 권유나 회유에도 흔들림없이 오직 수행만을 좋아해 의연한 자기 생각을 실천에 옮기며 좋은 일이라면 곧 실행하여 선덕을 수다히 해나가므로 온 나라 백성들은 마침내 성녀라 칭송하게 되었다.



출전 : 大聖 관세음보살일대기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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