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관세음보살전기-2

근와(槿瓦) 2016. 9. 7. 00:42

관세음보살전기-2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2. 제삼왕녀(第三王女), 묘선(妙善)공주 탄생하다


그 꿈이 과연 길몽이었는지 얼마 후 왕비는 태기를 느끼게 되었고 마침내 자리에 눕게 되었다. 왕비 자신은 말할 것도 없었고 묘장왕의 기쁨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 기쁜 소식에 접한 만조백관과 모든 인민들도 왕비의 잉태를 진심으로 경하해 마지 않으며 이번에는 반드시 태자탄생일 것이라고 추측을 하는 등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그후 왕비는 차츰 눈에 띄게 몸이 불어났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잉태한 후로부터 아무런 신체적인 이상은 느끼지 않았으나 육류(肉類)와 비린내가 나는 생선 등은 평소에 좋아하던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먹을 수가 없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육류는 어느 것이든 보기만 해도 비위가 상해지곤 했으니 진정 모를 일이었다. 간혹 몸을 생각해서 억지로 먹기라도 할 량이면 어김없이 모조리 토해 내었고 끝내는 신물까지 계속 넘어오게 되므로 정결한 소채류와 곡류, 신선하고 향기로운 과일 이외는 먹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궁안의 모든 사람들도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이는 필시 범상한 일이 아니라 생각했으며 발없는 말이 천리가듯 순식간에 온 성내에도 알려져 가지가지 추측들을 자아내었다.


그런 가운데 세월은 흘러 또 한해의 겨울을 보내고 새 봄이 올 무렵이 되자 그에 따라 왕비의 해산날도 오늘 내일을 헤아리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에는 과연 태자가 탄생할 것인가에 관심을 기울였고 또한 거리마다 그것이 화제였다.


묘장왕은 왕비의 태몽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난 이후로 태자의 탄생을 확신하고 있었으므로 벅찬 기대와 함께 하루하루의 생활을 기쁨으로 보내고 있었다.


마침내 모두가 기다리던 왕비의 해산날이 되자 온 궁안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성급한 일부의 조정대신들은 태자탄생의 경우에 이를 경축할 계획을 상의하고 있었다. 때로 보아 묘장왕 18년 2월 19일이 된다. 조금은 서늘한 날이었으나 화원에는 이미 백화가 만발하여 경염이라도 하듯 온갖 향기를 발하고 있었다. 왕비의 진통이 시작되었다는 전갈을 전해 들은 묘장왕은 이젠가 저젠가 마음을 졸이며 궁녀가 마지막 전갈을 가지고 달려오기를 기다리며 초조한 마음을 달래느라 이른 새벽부터 화원을 거닐며 꽃의 향기를 맡고 있었다. 길몽 끝의 잉태이었다 하나 막상 탄생의 순간이 되고보니 마음의 초조함을 달랠 수 없었던 것이다. 어데서 날아왔는지 흔히 보지 못하던 커다란 범나비 한 마리가 꽃위에 내려앉아 날개를 퍼득이며 춤추는 모양을 보고 기이하게 생각하며 그곳에 마악 시선이 머무르려는 순간이었다.


“마마, 방금 왕비마마께서 아기를 순산하셨나이다.”

정신이 번쩍 든 묘장왕이 황급히 뒤를 돌아보니 상궁과 두 시녀가 다소곳이 시립해 서 있었다.


“오, 반가운 일이로다. 그래 어찌 되었는가?”

왕은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어서 상궁을 바라보는 두 눈이 타는듯 했다.


그러나 상궁은 더욱 머리를 조아릴 뿐 선뜻 대답을 하지 않았다.


“어허, 어서 아뢰지 못할까, 어찌 되었느냐.”

왕은 터질듯한 가슴으로 재촉해 물었다.


“마마,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탄생하신 아기는 공주마마이옵니다.”

왕의 불같은 재촉에 못이겨 상궁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무어라, 그것이 진정…….”

대답을 듣고난 묘장왕의 표정은 순식간에 보기에도 딱할 정도로 일그러졌다.


대체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큰 기대가 뿌리째 넘어져버린 묘장왕의 심경은 무어라 말할 수 없이 암담해졌다.


마치 넋을 잃은 사람처럼 한동안 요지부동으로 말 한마디도 없었다. 한동안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겨우 정신을 되찾고 궁녀를 향해 물었다.

“비(妃)는 건강한가?”


겨우나마 염려되는 것이 산모의 건강인 모양이었다.

“예, 왕비마마, 공주마마 두 분이 모두 건강하옵고 기력이 좋으시옵니다. 오늘 아침 묘시(卯時, 오전 5시~7시)에 잠시의 고통도 없이 순산하시었음은 신불(神佛)의 가호인 듯하옵니다. 저희도 놀라마지 않았던 것은 왕비마마 분만시에 채색이 영롱한 이름모를 진귀한 새들이 산실 바깥의 정원 나무위에 가득히 모여앉아 선악(仙樂)을 울리듯 하고 산실에는 가득한 향기가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았사옵니다. 여러 상서로운 징조로 보아 부처님 가피가 틀림없는 듯하옵니다. 더욱이 공주마마의 울음소리가 유난히 크면서도 아름다웠사옵니다.”


묘장왕의 물음에 어느 정도 용기를 얻은 상궁이 분만시에 일어났던 여러 가지 상서로웠던 일까지 상세히 이야기했다. 상궁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던 왕은 비상히 가다듬고 생각했다.


「분만시에 진귀한 새가 모여 상서로운 음악을 노래하고 방향(芳香)이 그득하여 사라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회태시의 태몽과 연관시켜 보건대 이 아이에 어떤 내력이 있음에 틀림없다. 숙세선근(宿世善根)의 인연이 있음에 틀림없다.」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자 우울하기만 했던 심경이 가라 앉으면서 조금은 희망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마음을 돌리자 이번 탄생한 아이에 대해 큰 관심이 생기며 애착이 느껴지는 양, 방에 들어가 먹을 갈게 하더니 붓을 들고 금물이 배인 종이에 “묘선(妙善)”이라는 단아한 이름을 적어 궁녀에게 건네어 주었다.


조야(朝野)의 모든 신하들과 백성들은 국왕의 제삼왕녀의 상서로운 탄생에 대한 소식을 듣자 이번에도 태자를 못보게 된 것에 섭섭함을 금치 못하면서도 상하가 일체가 되어 왕비의 순산과 상서로운 탄생을 진심으로 기뻐해 마지않았다.


관례대로 성 안팎에서 며칠의 경축행사가 진행되었다. 묘장왕은 모든 신하와 장로들과 더불어 삼일삼야(三日三夜) 온 국내사람들이 노래하고 춤추며 횃불을 올리고 징치고 북치는 가운데 경축연회를 이어 베풀도록 하였다.


모든 사찰의 종이 일제히 울리면서 경축기운이 하늘에 다달았고 온 나라에 환성이 울려퍼졌다. 농민들은 풍작 뒤의 상서로운 공주의 탄생이므로 한층 더 기뻐하여 집집마다 제단을 쌓아 불을 밝히고 하늘에 감사하는 제를 올리면서 공주의 장래 행운을 진심으로 빌어마지 않았다.



출전 : 大聖 관세음보살일대기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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