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관세음보살전기-1

근와(槿瓦) 2016. 9. 2. 00:46

관세음보살전기-1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1. 왕비, 부사의(不思議)한 꿈을 꾸다


B.C. 250년경이라면 역사적으로 보아 서양에서는 로마와 카르타고 사이의 포에니전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었고 동양에서는 중국의 큰 땅덩이가 사분오열(四分五裂)되어 서로 다투고 있던 이른바 전국시대에 속한다. 다시 말해 세계적으로 곳곳에서 병화(兵火)의 불길이 치솟고 있던 결코 평화스런 시대가 못 되던 때였던 것 만큼은 확실하다.


이 무렵, 서역제국의 동방에 흥림국(興林國)이라고 하는 비교적 태평한 나라가 있었으니, 이 나라는 그 지형이 협곡과 절벽으로 둘러쌓인 고원지대로 수천리 연하여 뻗어있어서 전화의 불길을 피할 수 있었고 기후가 비교적 온화하여 사람 살기에도 알맞았다. 동남쪽에는 수미산(須彌山 : 히말라야 산을 이름)의 여러 봉우리가 치솟아 그 봉우리에는 년중(年中) 언제나 만고(萬古)의 눈얼음이 뒤덮여 있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령스런 느낌을 금치 못하게 했다.


이 영봉(靈峰)의 동쪽에는 진단국(震旦國)이 위치해 있었으니 바로 지금의 중국이다. 당시의 중국은 주조(周朝)의 말기로 진(秦), 제(齊), 위(魏), 연(燕), 초(楚), 한(韓), 위(衛), 조(趙) 등의 열국이 서로 패권을 다투고 있던 전국시대이었으며, 동북에서는 흉노(匈奴)족이 유목생활로 어렵게 살아가면서 호시탐탐 대륙에의 침입을 노리고 있었다.


서남의 천축국(天竺國 : 지금의 인도)은 당시 “마우리아”조(朝)의 아쇼카대왕(阿育王)이 전 인도대륙에 걸쳐 전쟁을 일으켜 침략과 정복에 의한 횡포가 극에 이르더니 대륙통일후 마음을 돌이켜 수많은 인민들을 살육했던 지난 날의 과오를 깊이 참회하고 불교에 귀의하여 그 수행과 포교(布敎)에 심신(心身)을 경주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또한 멀리 서방에서는 “알렉산더”조(朝)가 붕괴되면서 시리아, 트라키아, 이집트, 마케도니아, 그리스 등의 제국이 세력을 다투고 있었고 이어 서방에서는 로마제국이 발흥하는 등, 천하는 온통 병화와 그에 따른 파괴와 황폐가 끊일 틈이 없었다. 쟁탈과 정복자의 횡포로 천하의 윤리(倫理)는 극도로 퇴폐하고 도덕이 부패하니 하늘도 노한 듯 한발, 홍수, 질병 등이 내습해 세인(世人)은 문자 그대로 지옥과 같은 고통 속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이러한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흥림국은 깊은 계곡과 절벽으로 둘러쌓인 천혜(天惠)의 지세(地勢)덕에 유구한 역사와 더불어 외국의 침략을 받음이 없이 꾸준히 나라를 발전시켜 제국 중 가장 문화가 진보했던 까닭에 서역 일대의 영수국으로 숭앙받고 있었다.


국왕은 성을 파키아(波伽)라고 하고, 그 왕호(王號)를 묘장왕(妙壯王)이라고 하는, 덕이 높고 현명한 군주로 삼만 육천 리에 이르는 국토와 백여만에 이르는 선량하고 충직한 백성들을 통치하고 있었다. 토지가 비옥할 뿐 아니라 기후마저 온화한데다 외국의 침입을 받아 전쟁의 피해를 입은 일도 없었으므로 가는 곳마다 곡물이 풍성했고 여러 종류의 과일이 그득하여 누구를 원망하는 일이 없이 모두가 부유하고 평화스럽게 살아가고 있었다. 더구나 백성들은 모두가 부지런하여 남자는 경작에 힘쓰고 여자들은 길쌈을 잘해 직물공업이 특히 번성했다.


파이아(伯牙 : 譯名 寶德)왕비는 재색을 겸비한 외에 정숙, 총명하고 겸양의 덕이 높아 부도(婦道)의 모범으로 만백성의 존경을 받고 있었을 뿐 아니라 항상 내조의 공이 두터워서 왕으로부터도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었다. 단지 애석한 일은 두 분이 이미 중년의 나이를 넘어가건만 후사(後嗣)를 이을 태자를 아직 보지 못한 채 묘음(妙音), 묘원(妙元)의 두 공주밖에 두고 있지 못한 점이었다. 따라서 두 분이 바라는 것은 지금이라도 건강한 태자를 하나 얻을 수 있으면 하는 것외에 달리 그 무엇이 있을 수 없었다. 파이아 왕비는 왕의 이러한 마음을 잘 알고 있었던 까닭에 늘 마음이 죄스럽고 초조하여 관밑머리가 서리앉을 지경이었다.


긴 겨울이 가고 다시 봄이 돌아오자 궁전의 뜰에도 한창 그 기운이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연못의 연꽃 봉우리들이 따뜻한 봄바람을 받아 차츰 크게 부풀어 오르더니 활짝 꽃잎들을 열기 시작하자 그윽한 방향(芳香)이 온 궁안에 그득 넘쳐 흐르고 갖가지 새들이 영롱한 소리를 지저귀는 가운데 만개한 꽃잎들이 서로 뽐내며 가경(佳景)을 이루니 봄기운이 화창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날도 묘장왕은 수심어린 마음을 달랠 양으로 뜰에 나와 거닐다가 연못가 돌의자에 앉아 쉬면서 수련을 내려다 보노라니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가벼워져 우울했던 마음을 떨쳐내고 한동안이나마 시름을 잊을 수 있었다. 한동안 꽃의 향기와 아름다운 색깔에 취해있던 왕(王)이 곁에 누군가 서 있는 기척을 느끼고 흘깃 돌아보니 파이아왕비가 궁녀를 거느리고 미소를 띈 채 조용히 서 있었다.


“언제 이렇게 나오셨소.”

묘장왕이 돌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왕비를 향해 물었다.

“마마께오서 진정 꽃에 취하여 계신 듯 뵈었기에 잠시 그냥 있었나이다.”


왕비는 여전히 미소를 띈 얼굴로 상냥하게 답했다.

“용안(龍顔)이 매우 유쾌하신듯 뵈옵니다. 마마.”


왕은 왕비의 얼굴을 기분이 좋은 얼굴로 바라보면서

“모처럼 가까이에서 연꽃을 바라보니 절로 기분이 상쾌하오.”


묘장왕이 옷깃에 묻은 꽃가루를 가벼이 떨어내고 왕비의 곁으로 다가가자,

“마마,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하며 할 말이 있음을 고했다.


“그래요? 무슨 말이요?”

왕이 의아히 여기며 물었다.


“다름이 아니오라 지난 밤의 꿈이 하도 신령스러워 꼭 아뢰고 싶습니다.”

왕비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얼굴이 상기된 채 말했다. 붉게 물든 왕비의 얼굴을 대하니 왕도 지난 밤의 왕비와의 모처럼의 동침(同寢)을 생각하면서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왕비의 꿈이 신령스러웠다면 혹시 태자를 잉태하게 될 길몽(吉夢)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저 건너 누각으로 가서 천천히 얘기를 들어보도록 합시다.”


말을 마치고는 앞서서 누각을 향해 걸어갔다. 누각 안은 따스한 봄기운이 감돌아 더없이 느긋하고 화창한 분위기를 이루고 있었다.


다시 자리를 잡아 마주 앉게되자 왕비는 꿈이야기를 시작했다.

“지난밤 꿈을 꾸는 중에 기이하게도 망망대해(茫茫大海)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데 돌연 해저(海低)에서 굉음과 우레와 같은 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바닷물이 양쪽으로 갈라지더니 그 안에서 한송이 백련화가 홀연히 솟아 올랐습니다.”


왕비는 왕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않은 채 계속 말을 이었다.

“처음 바닷물 위로 떠오를 때에는 보통의 연꽃이었으나 물위로 완전히 떠오른 뒤로 점점 크게 변하더니 갑자기 빛을 내뿜기 시작하는데 그 빛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밝고 찬란했습니다.”


묘장왕은 비로소 이야기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며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너무 눈이 부시어 눈을 뜬 채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잠시 눈을 감았다 다시 보니 연꽃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보이지 않더이다.”


왕비는 잠시 왕의 표정을 살피더니 다시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러자 돌연 눈앞에 신령스런 구름에 쌓인 신산(神山)이 솟아 오르는데 산 위에는 숙연하고 표묘(縹渺)한 누각이 수없이 자리잡고 있더이다. 누각의 주위로는 아름다운 수목(樹木)과 기화요초가 우거져 있었는데 그 위로는 진기한 새가 지저귀며 날으고 천룡(天龍), 백학(白鶴)이 춤을 추며 날았사옵니다. 산의 남방에는 칠보탑(七寶塔)이 온갖 보배로 장식되어 이루 말할 수 없이 호화로왔는데 탑위에는 한 개의 커다란 명주(明珠)가 오색광명을 내뿜으며 안치되어 있었사옵니다.”


“거참, 도무지 부사의(不思議)한 일이로고.”

묘장왕은 마침내 왕비의 이야기에 깊이 마음을 앗기고 있었다.


“그 명주로부터 뿜어나오던 오색 광채가 수천가지 변화를 이루며 방광(放光)이 되어 상상도 못할 장엄하고 황홀한 광경에 심신을 잊고 있었사옵니다. 하온데 그 명주가 돌연 천천히 하늘을 향해 돌면서 춤추듯 오르더니 한 순간에 태양으로 변하여 자꾸 위로 올라 마침내는 제 머리 위 높은 하늘에서 눈부시게 빛나지 않겠사옵니까?”


이야기를 하고 있는 왕비의 얼굴에 일순 공포의 빛이 스쳤다.

“그런데 그 태양이 갑자기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면서 곧바로 저의 품속을 향해 떨어져 내려오지 않겠사옵니까? 대경실색하여 황급히 피하려 했으나 어찌된 셈인지 두 다리가 땅속에 뿌리내린듯 꼼짝도 할 수 없더이다. 혼심을 기울이던 중 홀연 꿈을 깨었사옵니다.”


왕비는 마치 그 꿈을 다시 꾸고있는 듯 얼굴에 작은 땀방울이 맺혀 있어서 엷은 공포의 표정을 엿볼 수 있었다.

“-거참 정녕 진기한 꿈이로다.”


묘장왕은 깊은 탄식을 토하듯 말을 하고 나서 이는 결코 헛된 일상의 꿈이 아니라 생각하고 팔짱을 낀채 혼자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한참 동안을 그렇게 있던 왕이 무언가 생각이 미치는 데가 있었는지 얼굴에 엷은 미소가 번지더니 차츰 희색이 충만해져 갔다.

“혹 무슨 흉한 징조는 아닐른지요.”


지금껏 조심스럽게 왕의 얼굴 표정만을 살피고 있던 왕비가 허리를 세우며 겨우 입을 열었다.

“허허……무슨 말씀을, 이는 바른 꿈으로 대단한 길몽이라 여겨지오. 그대가 본 경관은 불국토의 극락임에 틀림이 없으리니 범인(凡人)에게는 결코 보이지 않는 것이오. 그 명주(明珠)는 불가(佛家)에서는 사리보주(舍利寶珠)라 하여 지혜와 총명의 상징으로 여기는 것인즉, 그것이 태양으로 변한 것은 양(陽)을 상징함이요, 그것이 또 품속으로 떨어져 들었음은 잉태를 의미함이니 짐(朕)이 믿는 바 태자가 태어날 징조임에 틀림없는 것 같소. 참으로 기쁜 길몽(吉夢)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허허….”


묘장왕은 기쁨을 억제하지 못하겠다는 듯 벌떡 일어서서 누각을 한바퀴 돌더니 크게 소리를 내어 웃으며 왕비에게로 다가와 다정하게 왕비의 손을 잡았다. 왕비는 왕의 해몽을 듣고나자 무한한 행복감에 도취하여 자신도 모르게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출전 : 大聖 觀世音菩薩一代記(예지각)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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