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佛陀,부처님)

바사닉왕(波斯匿王) 23

근와(槿瓦) 2014. 5. 12. 01:28

바사닉왕(波斯匿王) 23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세존이 사위성에 유화(遊化)하신다는 소문은 왕궁에까지도 들려 바사닉왕은 '석가족의 태자가 출가하여 부처가 되었다고 하는데, 한번 찾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생겼다. 그후 세존이 기원 정사에서 행한 가르침과 감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드디어 왕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여 세존을 찾게 되었다. 정중한 인사를 받은 후 세존은,

"대왕이여, 세상에는 네 가지의 인간이 있습니다. 그것은 어둠에서 어둠으로 들어가는 사람과 어두운 데서 밝은 데로 들어가는 사람과 밝은 데에서 어두운 데로 들어가는 사람과 밝은 데에서 밝은 데로 들어가는 사람의 네 가지입니다.

 

 

첫째의 어둠에서 어둠으로 들어가는 사람이란, 이 세상에서 가난한 생(生)을 받고 그리고 신앙심이 없어 마음이 비루하며 인색하고 탐하여, 보시할 줄을 모르며 사견을 품고 있어서 출가자를 존경하는 마음도 없어 죽은 후에는 지옥에 떨어질 사람입니다.

둘째의 어둠에서 밝음으로 들어가는 사람이란 이 세상에서는 가난하지만 신심이 있고 마음이 깨끗하여 보시하기를 좋아하며 마음이 흔들거리지 않고 출가자를 존경하며 청정한 행을 쌓아 사후에 좋은 곳에 가서 태어나는 사람입니다.

세째의 밝음에서 어둠으로 들어가는 사람이란 이 세상에서 인색하고 탐하여 보시할 줄을 모르고 사견을 품고 있어서 출가자를 존경하는 일이 없어 죽어서 지옥으로 떨어질 사람입니다.

네째의 밝음에서 밝음으로 들어가는 사람이란, 이 세상에서 부유하고 번창하면서도 신심이 있고 마음이 숭고하여 보시하기를 좋아하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며, 출가자를 공경하여 죽은 후에도 좋은 곳에 태어나는 사람입니다. 대왕이여, 이것이 이 세상에 있는 네 가지 인간입니다."

바사닉왕은 그 날 이 가르침을 받고 기뻐하며 궁전으로 돌아왔다. 그후부터 자주 기원 정사를 찾게 되었다.

 

 

 

어느 날 왕은 정사로 세존을 찾아가 예배하고 그 옆에 앉았다.

"대왕이여, 이 대낮에 어디에서 오시는 길인가?"

"세존이시여, 저는 국사에 바쁜 몸입니다. 찰제리(刹帝利)의 집안에서 태어나 관정(灌頂)을 받고 왕이 되어 권세를 잡고 오욕 속에 있으며, 나라의 평화를 유지하고 넓은 영토를 다스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왕이여,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여기에 믿을 만한 사람이 동방으로부터 와서 대왕에게 이르기를 '대왕이여, 나는 동방에서 왔는데 하늘을 찌를 듯한 큰 산이 생물이란 생물을 모두 눌러 죽이고 있습니다. 어떤 조치를 취해 주셔야겠습니다. 서에서도 남에서도 사자가 와서 말을 하며 무엇인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 주시면 좋겠습니다'고 한다면, 대왕이여, 이같이 무서운 일이 일어났을 때 사람의 몸은 다시 얻기 어려운데 대왕은 어찌할 것인가?"

"세존이시여, 그같은 무서운 일이 일어난다면 사람의 몸은 다시 얻기 어렵습니다. 바른 법을 좇아 선을 닦고 공덕을 쌓는 외에 다른 도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왕이여, 지금 늙음과 죽음이 대왕을 눌러 덮어 씌우고 있습니다. 이 경우에 대왕은 어찌할 것인가?"

"그런 경우에는 바른 법을 좇아 선을 행하고 공덕을 쌓는 외에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왕자의 위세로도 늙음과 죽음은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또 왕가에는 주술사들이 있어 진격해 오는 적의 위세를 멈추게 할 수는 있으나, 이렇게 절박하게 찾아오는 노와 사는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다만 바른 법을 좇아 선을 행하고 공덕을 쌓는 것 외에 도리가 없습니다."

이날도 바사닉왕은 세존의 가르침을 기쁜 마음으로 듣고, 놀라운 마음을 품은 채 왕궁으로 돌아갔다.

 

 

 

또 어느 날 왕이 세존을 방문하였다.

"세존께서는 스스로 각을 얻은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대왕이여, 만약 세간에서 내가 정각자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내가 그 정각자입니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세상에는 세존처럼 제자를 거느리고 가르침을 내리며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많은 출가자가 있습니다. 부란나가섭(富蘭那迦葉), 말가리구사리(末伽梨拘梨), 산사야비라타자(刪夜毘羅陀子), 아기다시사흠파라(阿耆多翅舍欽婆羅), 가라구타가전연(迦羅鳩馱迦延), 니건타야제자(尼乾陀若提子) 등입니다. 저는 그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만, 그들은 정각자라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세존은 나이도 젊으시고 출가한 지도 얼마 안 되는데 어떻게 그렇게 강하게 주장하십니까?"

"대왕이여, 세상에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경시할 수 없는 것이 네 가지 있습니다. 왕자와 뱀과 불과 부처의 제자 등입니다. 이 네 가지는 젊다는 것으로 멸시할 수 없습니다."

왕은 세존의 권위에 눌려 그날도 기쁜 마음으로 궁전으로 돌아왔다.

 

 

바사닉왕에게는 말리 부인이라는 현명한 왕비가 있었다. 본래 화만사(華師)인 조합장의 딸이었는데, 간택에 뽑혀 후궁으로 들어가, 일찍부터 부처님께 귀의하여 법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왕에게는 마음의 지도자였다.

언젠가 사위성의 한 거사가 그 외아들을 잃어 슬픔에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아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으며 음식도 취하지 않고, 언제나 무덤만 찾아 죽은 아들의 행방을 찾고 있었는데, 어느 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기원 정사에 들려 세존을 예배하고 그 앞에 앉았다. 세존은 그가 슬퍼하는 이유를 듣고 말씀하시기를,

"거사여, 진실로 사랑 때문에 우(憂), 비(悲), 고(苦), 뇌(惱), 민(悶)이 생기는 것이다."

거사는 이 말을 듣고도 기뻐하지 않고 도박꾼의 무리 속에 가서 세존과 회화한 내용을 말하면서 세존의 말씀이 이치에 맞지 않음을 비난했다. 도박꾼들도,

"거사여, 그대의 말대로다. 사랑 때문에 환희와 즐거움은 일어날지언정 슬픔과 괴로움이 생길 까닭은 없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 이야기가 드디어 구중 궁궐 속에까지 전해져 바사닉왕의 귀에까지 전해졌다. 왕은 이 이야기를 왕비에게 말하였다. 왕비가 이르기를,

"전하여, 만일 그것이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이라면 진실로 그대로입니다."

마치 스승의 말을 제자가 그대로 지키듯이 왕비는 세존의 말씀을 그대로 지켰다. 왕은 어쩐지 승복할 수가 없어 기뻐하지 않는 안색이었다.

말리 부인은 나리사앙가 바라문(那利邪迦婆羅門)을 보내어 세존께 그 말씀의 의미를 묻게 했다. 세존이 말씀하시기를,

"바라문이여, 일찌기 이 사위성에서 어머니가 죽자 미칠 지경이 되어 거리로 헤매면서 어머니, 어머니 하고 찾아다니는 부인도 있었다. 아들을 잃고 찾아다니는 어머니도 있었다. 두 사람 사이를 떼어 놓았다고 해서 정사하는 사랑하는 사이의 부부도 있었다. 사랑 때문에 이와 같은 근심, 슬픔, 고통, 괴로움, 번민이 있는 것이 아닌가?"

바라문은 그 뜻을 왕비에게 복명했다. 왕비는 왕에게 가서 이르기를,

"전하여, 전하는 우리들 사이의 외동 딸인 금강녀를 사랑하십니까?"

"그야 물론이지."

"전하여, 그 공주에게 어떤 변괴(變怪)가 일어난다면 전하께서는 근심과 슬픔이 없으시겠습니까?"

"사랑하는 공주에게 변괴가 일어난다면 어찌 근심과 슬픔에 잠기지 않겠는가?"

"그런데 전하는 이 천첩을 사랑하십니까?"

"말리여, 그것은 말할 것도 없다."

"전하여, 이 첩에게 어떤 변괴가 일어났다고 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말리여, 사랑하는 그대에게 변괴가 있다면 나는 근심과 슬픔에 잠길 것이다."

"전하여, 이것이 지자요 현자이신 부처님께서, 사랑 때문에 근심, 슬픔, 고통, 괴로움, 번민이 일어난다고 말씀하시는 까닭입니다."

"아아, 참으로 뛰어난 가르침이로구나! 말리여, 저 세존은 지혜로써 사물을 꿰뚫어 보시는구나. 말리여, 용서하라."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어깨에 옷을 걸치고 세존이 계신 곳을 향해 합장하고 환성을 질렀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 삼가 귀명(歸命)하겠습니다."

하고 세 번이나 이렇게 되풀이하였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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