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佛陀,부처님)

급고독 장자(給孤獨長者) 21

근와(槿瓦) 2014. 5. 8. 00:47

급고독 장자(給孤獨長者) 21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사위성(舍衛城)의 급고독 장자는 왕사성의 부상(富商)의 누이동생 남편이었는데 언젠가 왕사성에 찾아와 그의 처가에 머물렀다. 부상은 이튿날 세존과 제자들을 초대하려고 심부름꾼들에게 무언가를 명하는 등 매우 바빠보였다. 이것을 보고 장자는 생각하기를 '이 집의 주인은 나를 볼 적마다 언제나 모든 일을 제쳐 놓고 친밀히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데 오늘은 여느 때와는 태도가 다르다. 며느리를 맞이하려는가, 또는 공양을 하려는가, 혹은 이 나라 왕이나 대신들을 초대하려는가"

부상은 명령을 끝내자 비로소 장자가 있는 곳으로 와서 그의 물음에 대답하였다.

"나는 내일 아침, 부처님과 제자들을 초대하려는 것이오."

"당신은 지금 부처라고 말했나요?"

"그렇게 말했소."

"아아, 이 세상에서 부처라는 말은 듣기조차 어렵소. 지금 나도 세상에서도 존귀하고 득도한 분을 뵙기 위해 집을 나서도 되겠습니까?"

"장자여, 당장은 부처를 뵈올 때가 아니오. 내일 아침 일찌기 출발하는 것이 좋소."

장자는 그날 밤, 부처님 생각을 하다가 새벽녘까지 세 번이나 눈을 떴다. 아침 일찌기 성문을 나와 교외에 이르니 갑자기 햇빛이 가리워 어두워졌다.

장자는 겁이 나서 걸음이 옮겨지지 않아 되돌아갈까 했다. 그때,

백 마리의 코끼리, 백 마리의 말, 백 채의 수레, 보옥(寶玉)의 귀고리를 드리운 아가씨를 베풀지라도 한 걸음 나아가는 공덕과는 비길 수 없네. 장자여, 나아가라, 나아가면 이익이 있고 물러서면 이익이 없다'는 소리가 공중에서 들리면서 다시 빛이 나타났다. 이런 일이 두세 번이나 일어났다.

장자는 마음에 힘을 내어 한림(寒林)으로 다가갔을 때 골목을 걷고 있는 세존을 보았다. 세존도 장자를 알아 보고 마련한 자리에 앉자 장자를 불러,

"수달다(須達多)여, 오라."

고 말씀하셨다. 장자는 너무 기뻐 다가가서 세존의 족하에 절하고,

"세존이시여, 어젯밤은 편안히 주무셨습니까?" 하고 문안을 드렸다.

각에 들어가 욕을 여의고 더러움이 없이 청정하다면 즐겁게 잠을 이루며, 모든 계박에서 벗어나 번뇌를 없애고 마음이 고요하면 즐겁게 잠을 이룬다.

세존은 장자를 향하여 보시의 이야기, 천계에 태어나는 이야기, 요욕(樂欲)에 따르는 재화, 그 비천한 더러움과 이것을 출리(出離)하는 것의 이익과 또 차례로 법을 설하여 장자의 마음을 무르익게 했고, 다음에는 사성제를 설하셨다. 마치 깨끗하여 더러움이 없는 천이 쉽게 물들듯이, 장자는 그 자리에서 '생자 필멸'이라는 법안이 생겨 의심과 두려움을 버릴 수가 있었다.

그리하여 세존께 말씀드리기를,

"세존이시여, 참으로 훌륭한 일이옵니다. 어두운 자에게 도(道)를 보여 주시고 사물을 보는 눈을 열어 주셨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세존과 법과 승가에 귀의하겠습니다. 바라건대 신자로서 저를 용남해 주십시오. 그리고 또 세존이시여, 내일 제자들과 함께 저의 공양을 받아 주시옵기 원하옵니다."

세존은 잠자코 이것을 용납하셨다. 장자는 세존이 허락하셨음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께 배례하고 오른쪽으로 돌아 그곳을 떠났다.

왕사성의 부상은 장자가 이튿날 세존과 제자들을 초대한다는 말을 듣고 '나에게 그 비용을 내게 해달라'고 원했으나 장자는 그의 조력을 물리치고 자기 힘으로 식사 준비를 한 뒤 세존께 시간을 알렸다. 잠시 후 세존은 장자의 집에 드셨다. 장자는 몸소 세존과 제자들을 공양하고, 세존의 식후에 '세존과 제자들이 이 해의 안거를 사위성에서 보내 주시도록' 원하자 '부처는 빈집을 즐긴다'는 말씀을 듣게 되었다. 세존은 장자에게 법을 설하고 죽림으로 돌아가셨다.

장자는 수많은 친구와 지기를 가졌다. 그는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시되는 사람이었다. 왕사성에서 사위성으로 돌아오는 길에 '승원(僧苑)을 지어라, 정사를 세워라, 보시를 준비하라, 세상에 나타나신 부처님은 나의 초대에 의해 이 길을 통과하시게 되리라'고 사람들에게 고했는데, 사람들은 모두 그 말에 따라 길목마다 세존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얼마 후 장자는 사위성에 돌아와 여기저기를 돌아보면서 '거리에서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으며, 왕래하는데 편리하여 오고 싶은 자는 쉽게 올 수 있고, 낮에도 사람의 무리가 없고 밤에도 시끄러운 소리가 없으며 인기척이 없는, 홀로 있기에 편리한 장소는 없을까'하고 찾아 다녔다.

그 결과 기다 왕자의 소유인 원림(園林)을 발견하고 왕자의 승락을 얻어 원림 가득히 황금을 깔아 주고 이를 사서, 숲 전체에 정사를 세우고 방을 만들어 창고, 객실, 화실(火室), 부엌, 남녀 변소, 경행소(經行所), 우물, 우물 지붕, 욕실, 못, 정자를 세우게 했다. 기다 왕자도 또한 남은 땅에 2층으로 된 문을 세웠다.

세존은 왕사성에서 위사성으로 향하여 가는 도중 비사리를 지나 대림(大林)의 중각 강당(重閣講堂)에 머물으셨는데, 비사리의 사람들은 이보다 먼저 급고독 장자의 권에 따라 정사를 짓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제자들을 청하여 그 건축을 감독하게 하고 감독하는 제자들을 융숭하게 대접하였다.

어떤 가난한 재봉사가 사람들이 정사를 건립하는 것을 보고 이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나도 일사(一舍)를 건립하고 싶다고 생각하여, 스스로 습토(濕土)를 이겨서 쌓아 올리고 올려 벽을 만들었으나, 쌓는 방법을 몰랐으므로 벽이 갈라져 무너졌다. 두 번 세 번 그 같은 일이 있었다. 재봉사는 드디어 '석자(釋子)의 무리들은 후한 공양을 하는 사람들의 건립에는 감독을 해 주고 나 같은 가난한 자의 일은 볼보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게 되었다. 세존은 이 말을 듣고 제자들을 모아 놓고 법화(法話)를 한 다음 명하셨다.

"제자들이여, 앞으로 신축 감독을 정하는 것을 허락하리라. 이 감독으로 정해진 자는 어떻게 하면 잘못이 없이 세울 수 있을까 하고 열심히 힘쓰되 파손이 있을 경우에는 수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존이 비사리에서 사위성으로 향하는 도중 한 정사에서 제자들이 다투어 방을 차지했는데, 그 때문에 조금 늦게 온 사리불은 방을 얻지 못하여 그 밤을 나무 밑에서 새웠다. 세존은 새벽녘에 일어나 사리불을 보시고 그 이유를 물으신 후 제자들을 모아 놓고,

"제 1의 자리, 제 1의 물, 제 1의 식(食)에 해당하는 자는 누구인가?"

제자들은 각각 그 의견을 말했다. 세존은 말씀하시기를

"제자들이여, 먼 옛날, 히말라야 산의 기슭에 큰 니구로타수가 있었는데, 그 근처에 자고(鷓鴣)와 원숭이와 코끼리가 살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공경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으며, 화목하지 못했는데, 어느 때 그들은 우리들 중에 누가 가장 연장자인가를 알아보도록 하자. 그런 다음 그 연장자의 가르침을 지키도록 하자'고 의논하였다.그래서 자고와 원숭이가 코끼리에게 물었다. '친구여, 그대는 어느만큼 옛날 일을 기억하고 있는가?' 그러자 '내가 어렸을 때 이 니구로타 나무를 타고 앉기도 했는데 제일 위에 있는 싹이 나의 가슴에 닿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원숭이가 말하기를 '내가 어렸을 때에 나는 땅에 앉아서 이 니구로타 나무의 제일 위의 싹을 깨물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자 자고가 말하기를 '옛날, 이 빈터에 큰 니구로타 나무가 있었다. 나는 그 과일을 먹고 여기에 똥을 쌌다. 거기에서 이 니구로타 나무가 난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제일 연장자이다.' 그러니까 원숭이와 코끼리가 자고에게 이르기를 '친구여, 그대는 우리들 중에서 제일 연장자이며, 우리들이 존경해야만 할 사람이다. 우리들은 그대의 가르침을 지키겠다.' 제자들이여, 이리하여 그들은 자고로부터 오계를 듣고, 이를 지켜 서로 공경하고 화목하여 죽은 후 천계에 출생하였다. 이들은 후일 청정한 행동을 하게 되어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보라, 저들 축생들까지도 이와 같이 존경과 신애와 화목하는 일을 지켰다. 그런데도 너희들은 이 좋은 가르침 속에 출가했으면서 그런 일도 모른다고 하는 것은 믿음 없는 자에게 믿음이 있게 하고, 믿음이 있는 자에게 그 믿음을 증장시키는 소이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믿음이 없는 자를 그대로 남겨 두고 믿음이 있는 자를 그 믿음에서 퇴전시키는 행위이다. 제자들이여, 그러므로 연장자에게 향하여 예배, 궤자, 합장 등 공경하는 예의를 지키고, 제 1의 자리, 제 1의 물, 제 1의 음식은 연장자에게 권해야 한다."

세존은 차례로 유행하여 사위성에 도착하니 급고독 장자는 아름다운 행렬을 지어 세존을 맞이하며 기다림(祇多林)의 급고독원으로 안내하였다.

이튿날 세존을 자기 집에 맞이하여 공양한 연후에 세존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 기다림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장자여, 이 기다림을 찾는 자이거나 찾지 않는 자이거나 불구하고 사방의 승가에 바치는 것이 좋다."

장자는 황금의 병을 들어 세존의 손에 물을 붓고 그의 말씀대로 하였다.

더위와 추위를 막고 비와 바람을 막도다. 고요한 정사를 승중에게 보시하는 것은 참으로 제불의 찬양하는 바로세. 그러므로 지혜 있는 자는 정사를 세워 다문자(多聞者)의 집으로 할당하나니, 기쁨 마음으로 마음이 바른 자에게 밥과 물과 옥과 방을 주도다. 괴로움을 제거하고 법을 들으라. 그러면 깨달아 각에 들지니.

세존은 이 노래로써 장자에게 사례하였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불타(佛陀,부처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사닉왕(波斯匿王) 23  (0) 2014.05.12
기원 정사의 설법 22  (0) 2014.05.10
난타(難陀)와 라후라(羅睺羅) 20  (0) 2014.05.06
야수다라(耶輸陀羅) 19   (0) 2014.05.05
세존의 귀성(歸城) 18   (0) 2014.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