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佛陀,부처님)

야수다라(耶輸陀羅) 19

근와(槿瓦) 2014. 5. 5. 00:00

 

야수다라(耶輸陀羅) 19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세존은 이튿날 바리때를 들고 가비라 성에 들어가셨다. 어느 누구도 세존을 집으로 초청하는 사람은 없었고, 또 바리때를 받아 밥을 담아 주는 자도 없었다. 세존은 거리를 돌아 집집마다 들려 밥을 빌었다. '실달다 태자가 탁발을 하고 계신다'라고 하면서 사람들은 창문을 열고 이상한 듯이 바라보았다. 이 소식을 들은 정반왕은 놀라 슬퍼하여 손에 옷을 쥔 채 거리로 달려나와 세존의 앞을 가로막으며,

"당신은 어찌하여 우리들을 욕되게 하려 하시는가. 어째서 밥을 빌면서 걸어다니는 건가? 우리 집에서 이 정도 출가자의 밥을 얻을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하시는가?" 라고 꾸짖었다.

 

"대왕이시여, 우리들의 조상도 이 같은 탁발을 해 왔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거요. 마하삼마다왕의 혈통을 가진 우리 가계에는 한 사람의 거지도 나온 예가 없소."

"대왕이시여, 이 왕계(王系)는 당신의 가계입니다. 나의 가계는 연등불 이래의 부처의 가계입니다. 이러한 제불은 탁발을 하고 걸식에 의해 생명을 이어간 분들입니다."

이렇게 노상에서 게를 설하여 말씀하시기를,

 

일어나시오. 한가함을 떠나 법을 닦으시오. 바르게 법을 행하면 이승 저승에 즐거움이 있으리로다.

법을 닦아 악한 것을 버리고 마음이 바르면 금생과 내세가 즐거우시리라.

 

정반왕은 이 가르침에 의하여 마음이 열려 기뻐하면서 세존의 바리때를 받아, 세존과 제자들을 높은 누각으로 인도하여 훌륭한 식사를 바쳤다. 식사가 끝났을 때, 야수다라 공주를 제외한 다른 궁전의 부인들은 모두 찾아와 세존께 예배하였으나, 공주는

"만일 나에게 취할만한 조그마한 덕이라도 있다면 세존은 몸소 나에게 오실 것이다. 그때에 배례하겠다." 라고 하면서 사람들의 권고에 따르지 않았다. 세존은 왕에게 바리때를 맡기고는 사리불과 목련을 데리고 후궁에 들어가,

"공주께서 어떻게 배례를 취하더라도 어떤 말도 해서는 안 된다."고 일러둔 후 곧 마련된 자리에 앉으셨다. 야수다라 공주는 마치 굴러오듯이 와서 세존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마음껏 예배를 올렸다. 왕은 세존에 대한 공주의 정절을 말했다.

"세존이여, 우리 공주는 당신이 황의(黃衣)를 입으셨다는 말씀을 듣고는 자기도 항상 황의를 입었으며, 당신이 하루에 한끼를 먹는다는 소식을 듣고는 자기도 또한 한끼를 먹었고, 당신이 큰 침상을 폐하셨다는 말을 듣고는 자기도 거적자리에서 잠을 잤으며, 당신이 향화를 쓰지 않는다고 듣고서는 그도 향화를 멀리했고, 다른 친척의 왕이 개가를 권하고 혹은 맞아들이려고 해도 조금도 이를 돌아보지 않고 굳게 자신을 지키고 있었다. 우리 공주는 이와 같은 덕을 갖추고 있다오."

 

세존이 말씀하시기를,

"대왕이시여, 참으로 기특한 일입니다. 이 공주는 지금은 대왕에 의해 비호되고 있음으로 원숙한 지혜로 자신을 지킬 것이지만, 옛날에는 누구에게도 비호 받지 못하고 산 중턱을 걸으면서 원숙하지 못한 지혜로 자기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리하여 세존은 월녀(月女)와 긴나라(緊那羅)의 본생담(本生譚)을 설하셨다.

옛날 범달왕(梵達王)이 베나레스를 다스리고 있을 때 히말라야 산에 찬들라라 이름하는 긴나라가 아내인 월녀(月女)와 함께 은월산(銀月山)에 살고 있었다.

그때 베나레스의 왕은 국사를 재상에게 맡기고는 두 벌의 황의를 몸에 걸치고 다섯 개의 무기로 무장한 후 히말라야 산중으로 여행을 계속하였다.

 

어느 날 식후에 물이 먹고 싶어 작은 개울이 있었던 것을 상기하고는 언덕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긴나라는 우기에는 산에 들어가 살고 더운 계절에는 산에서 내려오는 습관이 있었는데, 그때 아내와 함께 산에서 내려와 몸에 향을 바르고 꽃 같은 엷은 옷을 입고는 꽃가루를 먹고 덩굴풀에 기대어 몸을 흔들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그들은 개천에 닿자 아내와 함께 물에 들어가 꽃을 뿌리고 물장구를 치다가 다시 개천에서 나와 은빛 같은 흰 모래 위에 꽃장식을 깔고 드러누워, 퉁소를 불면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그러자 아내도 그 노래를 따라 춤을 추며 노래했다.

범달왕은 그 소리를 듣고 살그머니 다가가 월녀(月女)를 한번 보자 반해 버려 '그녀의 남편을 죽이고 월녀를 아내로 삼으리라' 마음 먹고 긴나라를 활로 쏘았다. 긴나라는 고통 때문에 괴로와하면서,

 

죽음은 가까워진다. 월희(月姬)여, 피가 흘러서 생명이 끊어지려 하니 나의 호흡은 약해만진다.

몸은 가라앉는 듯하고 마음은 너를 그리워하여 괴롭기만 하구나.

 

라고 노래하고 꽃방석에 넘어져 그대로 숨이 끊어졌다. 월녀는 처음에 꽃을 보고 춤추며, 나비와 함께 노래하다 뜻밖의 사건을 모르고 있었는데, 문득 사정을 살펴보니 일이 일어난 것을 알고 놀라움과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던 중 무서운 왕의 모습을 보고 월녀는 분노와 공포에 떨면서 날아가 산꼭대기에 서서 노래하였다.

 

악마여, 나의 남편은 넘어져 땅에 누웠다.

이 슬픔, 너의 아내에게 지불케 하리.

아들을 갖지 못하리. 남편을 잃은 끊임없는 슬픔이 너의 아내를 사로잡으리.

 

범달왕은 여러 가지로 왕궁(王宮)의 아름다움을 말하면서 그녀를 유혹했지만 월녀의 슬픔과 분노를 풀 도리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실망하고 갔는데 월녀는 다시 남편의 몸을 끌어안고 '나무마다 꽃은 아름답고 시냇물은 맑게 흐르며 히말라야 봉우리는 금빛으로 빛나는데, 남편 없이 어찌 앞날을 살아가리'하고 슬피 탄식하다가, 문득 가슴 언저리에 희미한 온기가 있음을 알고 이번에는 신을 책하며 외치기를 '세계를 지키는 신은 없는가. 나들이를 갔는가, 아니면 죽어 버렸는가. 어찌하여 나의 다정한 남편을 수호하지 않았는가' 라고 했다.

이 격렬한 슬픔에 신이 감응했으므로, 제석천은 곧 찾아와 그 슬퍼하는 이유를 묻고 바라문으로 모습을 바꿔 그곳에 와 물병에서 긴나라의 몸에 물을 부으니 독이 빠져 거뜬히 나아 일어섰다.

제석천은 그에게 교훈을 내리고 '이제부터는 달의 산을 내려와 인간의 길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여기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좋다'고 경고하고서는 천계로 돌아갔다. 월녀도,

 

구수마(俱須摩) 꽃이 떨어져 쌓인 산의 개천 언저리의 나무마다 찾아드는 미풍은 상쾌하구나. 자, 이젠 떠나리라. 사랑의 속삭임을 기리기 위해.

라고 노래하고 남편과 함께 떠나갔다."

 

세존은 이 이야기를 끝내고

"대왕이시여, 공주는 지금만이 아니라, 옛날에도 지금처럼 저에게 돈독했습니다." 며 말을 맺었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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