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함경-190-38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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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리차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오늘 사문 구담의 제일가는 제자인 아습파서라는 사람을 만나 가볍게 논의하였다. 만일 그가 말한 것과 같다면, 나는 저 사문 구담을 찾아가 논의하여 그를 앞뒤로 잡아 흔들고 빙빙 돌려 반드시 내 생각을 따르게 하리라. 마치 장부가 풀을 베고는 그 줄기를 쥐고 공중에 흔들어 지저분한 잡티를 떨어버리는 것처럼, 나도 또한 그와 같이 사문 구담과 논의하고 힐난하여 그 핵심을 잡아 앞뒤로 흔들고 빙빙 돌려 그의 생각을 따르면서 그 삿된 말을 버리게 하리라. 또 마치 술집에서 술 주머니를 쥐어짜 맑은 술을 거르고 그 술찌끼를 버리는 것처럼, 나도 또한 그와 같이 사문 구담을 찾아가 논의하고 힐난하여 앞뒤로 잡아 흔들고 빙빙 돌려 그 맑은 진수를 취하고 그 삿된 말은 버리게 하리라. 또 마치 자리 장수가 자리에 더러운 물건을 담았다가 시장에 팔려고 할 때는 물로 자리를 씻어 모든 고약한 냄새를 없애는 것처럼, 나도 또한 그와 같이 사문 구담을 찾아가 논의하고 힐난하여 앞뒤로 잡아 흔들고 빙빙 돌려 그 핵심을 잡고 온갖 더러운 말을 버리게 하리라. 또 마치 왕가의 코끼리를 다루는 사람이 술에 취한 큰 코끼리를 끌고 깊은 물에 들어가 그 몸을 씻고 사지와 귀와 코를 두루 목욕시켜 모든 더러운 티끌을 닦는 것처럼, 나도 또한 그와 같이 사문 구담을 찾아가 논의하고 힐난하여 앞뒤로 잡아 흔들고 빙빙 돌리기를 내 마음대로 하고, 그 핵심을 잡고 온갖 더러운 말은 버리게 하리라. 그대들 모든 리차 사람들도 또한 함께 가서 그 승부를 보아야 하리라."
그 중 어떤 리차족 사람은 이렇게 말하였다. "살차니건자가 사문 구담과 서로 논의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 어떤 사람은 말하였다. "살차니건자는 총명하고 날카로워 능히 함께 논의할 수 있으리라." 이 때 500명의 리차족 사람들이 부처님과 논의하기 위해 살차니건자와 함께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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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세존께서는 큰 숲 속의 한 나무 밑에 앉아 천주[天住 : 팔리본에서는 divavihara라고 하였는데, 이는 점심을 먹은 뒤의 휴식을 뜻하는 말로 주주(晝住)로도 한역한다.] 에 들어 계셨다. 이 때 많은 비구들은 방 밖으로 나와 숲 속을 거닐다가 멀리서 살차니건자를 보았다. 그는 차츰 비구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와 모든 비구들에게 물었다. "사문 구담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 비구들은 대답하였다. "큰 숲 속 나무 밑에서 천주에 들어 계십니다." 살차니건자는 곧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공손히 인사하고 한쪽에 앉았다. 모든 리차족 장자들도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갔는데 개중엔 공경을 표하는 사람도 있었고, 합장하고 인사하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들 인사를 마치고 한쪽에 서자, 이 때 살차니건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나는 사문 구담께서 이렇게 설법하고, 이렇게 여러 제자 비구들을 가르친다고 들었습니다.
즉 '색에는 나가 없다고 관찰하고, 수 · 상 · 행 · 식에도 나가 없다고 관찰하라. 부지런히 방편을 써서 이 5수음은 병과 같고, 종기와 같으며, 가시와 같고, 살기와 같으며, 무상하고 괴로우며 공이요 나가 아니라고 관찰하라'고 제자들에게 가르친다 들었습니다. 정말 구담께서는 이렇게 가르치십니까? 아니면 전하는 사람이 구담을 비방하려고 하는 말입니까? 말씀하신 그대로 한 말입니까, 말씀하신 그대로 한 말이 아닙니까? 법다운 말입니까? 법과 법을 따라서 한 말입니까?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이 찾아와서 힐난했을 때, 지는 일은 없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살차니건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들은 바와 같습니다. 그는 내가 말한 그대로 말하였고, 법답게 말하였으며, 법과 법을 따라 말하였습니다. 나를 비방하기 위해서가 아니요, 또한 힐난하더라도 나를 지게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왜냐 하면 나는 실로 모든 제자들을 위해 그렇게 설법하였기 때문입니다. 나는 실로 모든 제자들을 가르쳐 내 법의 가르침을 따르게 하고, '색에는 나가 없고, 수 · 상 · 행 · 식에도 나는 없다'고 관찰하게 하며, '이 5수음은 병과 같고, 종기와 같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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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와 같고, 살기와 같으며 무상하고 괴로우며 공이요 나가 아니다'라고 관찰하도록 항상 가르칩니다." 살차니건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여, 내가 이제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마음대로 하시오."
"비유하면 이 세상의 모든 피조물들이 다 땅을 의지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와 같이 색(色)이 곧 나[我人]로서 선과 악은 그것으로부터 생기며, 수 · 상 · 행 · 식이 곧 나로서 선과 악은 그것으로부터 생깁니다. 다시 비유하면 사람 세계나 귀신 세계나 약초나 나무들이 다 땅을 의지하여 나고 자라는 것과 같습니다. 그와 같이 색이 곧 나이고, 수 · 상 · 행 · 식이 곧 나입니다."
부처님께서는 화종 거사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색이 곧 나요, 수 · 상 · 행 · 식이 곧 나다'라고 말했습니까?" "그렇습니다. 구담이여, 색이 곧 나요, 수 · 상 · 행 · 식이 곧 나입니다. 이 여러 사람들도 다 그렇게 말합니다." 부처님께서 화종 거사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면 우선 그대의 주장을 세워 그것으로부터 여러 사람들을 이끄시겠습니까?" 살차니건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색(色)이 곧 나[我人]입니다." 부처님께서 화종 거사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그대에게 물으리니 마음대로 대답하시오. 비유하면, 국왕은 자기 나라에 죄를 지은 사람이 있으면 죽이거나 혹은 묶으며 혹은 내쫓고 혹은 때리며 손과 발을 자릅니다. 또 만일 공을 세우는 사람이 있으면 코끼리 · 말 · 수레 · 성 · 읍 · 재물 · 보배를 주나니, 이 모두를 다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구담이여." "무릇 주인이라면 다 마음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구담이여." "그대는 '색이 곧 나요, 수 · 상 · 행 · 식이 곧 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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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면 마음대로 그것을 이렇게도 할 수 있고 이렇지 않게도 할 수 있겠습니까?" 이 때 살차니건자는 잠자코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화종 거사에게 말씀하셨다. "빨리 말하시오. 빨리 말하시오. 왜 잠자코 있습니까?" 이렇게 두 번 세 번 독촉하였으나 살차니건자는 여전히 잠자코 있었다. 이 때 금강역사 귀신이 금강저를 들고 사나운 불꽃을 일으키면서 허공에서 살차니건자의 머리 위로 내려와 이렇게 말하였다. "세존께서 두 번 세 번 물으시는데 너는 왜 대답하지 않는가? 내가 이 금강저로 네 머리통을 부수어 일곱 조각을 내리라." 그러나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살차니건자만 금강신을 보았고 다른 무리들은 보지 못하였다. 살차니건자는 크게 두려워하며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구담이여."
부처님께서는 살차니건자에게 말씀하셨다. "천천히 사유한 뒤에 대답하시오. 그대는 아까 대중 가운데서 '색이 곧 나요, 수 · 상 · 행 · 식이 곧 나다'라고 말하였는데 지금은 아니라고 말하니, 앞뒤가 서로 어긋납니다. 그대는 이전에 늘 '색이 곧 나요, 수 · 상 · 행 · 식이 곧 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화종 거사여, 내가 이제 그대에게 묻겠습니다. 색은 영원합니까, 무상합니까?" "무상합니다. 구담이여." "무상한 것은 괴로운 것입니까?"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구담이여."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입니다.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이 과연 그런 것에 대해 '나다. 나와 다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고 보겠습니까?" "아닙니다. 구담이여." "수 · 상 · 행 · 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부처님께서는 화종 거사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잘 생각한 뒤에 말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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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화종 거사에게 물으셨다.
"만일 색에 대해서 욕심을 여의지 못하고, 탐욕을 여의지 못하며, 생각을 여의지 못하고, 사랑을 여의지 못하며, 갈망을 여의지 못하였다면, 그 색이 변하거나 혹은 달라질 때에는 근심과 슬픔 · 번민 · 괴로움이 생기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구담이여."
"수 · 상 · 행 · 식에 있어서도 그와 같습니다."
다시 화종 거사에게 물으셨다.
"색에 대해서 탐욕을 여의고, 욕심을 여의며, 생각을 여의고, 사랑을 여의며, 갈망을 여의었다면, 그 색이 변하거나 혹은 달라지더라도 근심과 슬픔 · 번민 · 괴로움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구담이여,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수 · 상 · 행 · 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화종 거사여, 비유하면 어떤 장부가 여러 가지 고통을 몸으로 겪으며 늘 고통과 함께 지내는데, 그 고통을 끊지 않고 버리지도 않고서 과연 즐거움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구담이여."
"그렇습니다. 화종 거사여, 여러 가지 고통을 몸으로 겪으며 항상 그 고통과 함께 한다면 그 고통을 끊지 않고 버리지 않고서는 즐거움을 얻을 수 없습니다. 화종 거사여, 비유하면 장부가 도끼를 가지고 산에 들어가 단단한 심이 있는 재목을 찾다가, 크고 살찌고 곧은 파초를 보고는 곧 뿌리와 잎을 자르고 껍질을 모조리 벗겨 보았지만 단단한 심은 도무지 없는 것과 같습니다.
화종 거사여, 그대도 또한 그와 같아, 스스로 주장을 세웠지만 내가 이제 그 진실한 이치를 찾아보니 단단한 심이 도무지 없는 것이 마치 파초와 같습니다. 그런데도 그대는 대중 가운데서 감히 '나는 아무리 많이 아는 사문 바라문이라도, 또 많이 아는 여래 · 응공 · 등정각이라 할지라도 서로 논의했을 때 항복하지 않는 사람을 보지 못하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또 스스로 '내 이론의 바람은 풀을 쓰러뜨리고, 나무를 꺾으며, 쇠와 돌을 부수고, 용과 코끼리를 항복받으며, 또 반드시 그들로 하여금 이마에서 진땀이 흐르고 겨드랑에서 땀이 나며 털구멍에서 물이 흐르게 하리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대는 이제 자기 주장을 논의하다가 스스로 서지 못하...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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