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큰스님 말씀

생사해탈

근와(槿瓦) 2016. 6. 22. 00:04

생사해탈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생사를 자유하고 해탈한 데 대한 이야기로는 중국의 방거사에 대한 이야기가 유명합니다.


방거사는 본래 작은 나라 몇 개를 살 수 있는 큰 부자였습니다. 이 양반이 불법을 듣고 마음을 쉽게 깨쳤습니다.


전생에 복을 많이 지은 이는 마음도 빨리 깨칩니다. 마음을 깨친 방거사는 그만 자기 재산을 전부 황해 바다에다 처넣었습니다. 친구들이 와서 보고는,


자네 별안간 왜 이러나?”

하고 물었습니다.


! 이거 내가 전생에 복 좀 받으려는 생각을 가지고 좋은 일좀 해서 얻은 더러운 재물이니 누구를 주겠나?”


아아! 이 사람아, 그것도 없어서 굶어 죽는 사람이 있고 헐벗은 사람, 약도 못 먹고 죽는 사람이 많은데 나누어 주기라도 하지 그게 무엇인가? 남에게 좋은 일을 해야 복이 많아서 중생을 제도하지 않겠나? 중도 복이 없으면 남이 따르지를 않아서 교화를 할 수 없지 않나?”

! 그러면 자네들이 알아서 처리하게.”


이렇게 말하고는 자기는 부모와 자기 내외, 두 아들과 막동이 딸 하나를 데리고 산으로 산으로 갔습니다.


그때 막내딸은 일곱 살이고 부인은 웬만한 나라의 왕비보다도 더 편안히 호강만 하던 사람입니다. 그렇던 식구들을 데리고 방거사는 남의 집 일이나 해 주고 얻은 짚으로 신을 삼아서 판 돈으로 쌀을 사옵니다. 일곱 살난 딸도 솥에 불을 때고 일을 합니다. 놀고 남의 덕으로 먹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아들들은 또 남의 집 품팔이도 하고 일꾼이 되어서 김도 매고 짐도 져다 주고 청소도 합니다. 부인은 남의 짐 부엌에 가서 그릇도 씻어 주고 불도 때 주고는 눌은 밥 찌꺼기나 얻어먹습니다.


지금까지 고생을 모르고 호강만 해서 감복을 했으니 이제부터는 남을 위해서만 일하고 이 복으로 중생을 제도하고 불도를 성취하겠다는 생각입니다.


남을 부려먹고 희생시키면 내생에 그 집에 가서 소가 되고 종이 되어서 다 갚아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방거사 일행은 일부러 거지가 된 것입니다.


거지 생활로 살아가는 방거사가 어느덧 저 세상으로 갈 날이 되었습니다. 병도 없이 그대로 몸을 벗고 갈 작정입니다. 막내딸 영주를 불러서 해가 사시(巳時)됐나 나가 보고 오라고 일렀습니다.


옛날에는 해의 그림자로 시간을 잽니다. 나무를 땅에 꽂아 놓고 나무의 둘레에 辰巳午未申酉이렇게 열두 글자를 써넣고 시간을 잽니다. 옛날에는 하루 24시간을 12시간으로 했는데 해가 보이는 시간은 옛날 시간으로 다섯 시간 내지 여섯 시간 정도이니까 낮시간을 재게 됩니다.


막내딸이 나갔다가 오더니,

글자도 희미하고 해도 구름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아버지께서 직접 한번 가보십시오.”

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가 보니 정각 4시였습니다.


4시초는 아홉 시고 사시정은 열 시입니다. 그래서 방거사는 내가 속았구나?”생각하고 부지런히 자기 방으로 가 보니 딸은 자기 자리에 앉아서 몸을 버리고 가 버렸더랍니다. 도인들의 육체 버리는 것은 아무 때나 몸뚱이에서 마음이 그냥 나가버리는 것입니다. 우리 옷 벗는 것보다도 쉽습니다.


막내딸은 아버지가 간다는 말도 안 하고 가만히 가려는 눈치를 먼저 알고는 내가 속는가 아버지가 속는가 한번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일곱 살 먹은 딸에게 졌습니다. 그리하여 할 수 없이 내가 너만 못하구나.”하고는 딸의 육체를 화장하고 그 다음날 그 시간에 방거사도 가버렸습니다.


그때 아들들은 마침 남의 집 밭에서 김을 매는 중이었는데, 아버지와 어린 누이동생이 먼저 갔다는 소식을 듣고는 한 손에 호미를 쥐고 한 손에 풀을 쥔 채, 형은 앞에 서서 가고, 동생은 뒤에 서서 나란히 가버렸습니다.


사람이 병으로 죽을 때는 똥을 싸고 몸부림을 치지만 가만히 앉은 채 꼼짝도 않고 가는 것은 조사도인(祖師道人)의 열반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같은 조사열반이라도 앉아 죽기보다 서서 죽기는 더 어렵다는 것입니다.


아들들은 아버지나 동생보다도 더 어렵게 호미를 쥐고 풀을 잡은 채 김을 매면서 가버린 것입니다. 이런 소문을 들은 방거사 부인은 남의 집에서 부엌일을 하던 중이었는데, 그릇 하나 들고 수세미를 든 채 그 집 뒤로 나가서 대나무 밭으로 들어갔습니다.


동네 사람 수천 명이 나와서 저 부인은 어떻게 가는가를 구경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인은 대나무밭 가운데 집채 같은 큰 바윗돌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바윗돌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통 사람 허공 지나가듯 합니다. 바윗돌 속에 들어가서는 온 데 간 데가 없이 바윗돌이 돼 버렸습니다. 그 속에서 이야기 소리도 나고 사람이 바위 속에서 나오기도 하고 도로 들어가기도 하며 또 바윗돌 덩어리가 걸어다니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것을 목격한 중생들은 다 발심(發心)을 하게 됐습니다.


이것이 생사의 자유라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되어 봐도, 세계를 통일해 봐도 밥 먹고 똥 누다 죽고 서러워하고 그것뿐 아닙니까? 차라리 정신통일을 해서 마음을 깊이 깨쳐 놓으면 얼마나 좋습니까? 자유 평등 영원해집니다.


우리 인간은 삶과 자유를 영원히 욕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원히 죽고 싶지 않습니다. 한 백 년 산 후에 죽으라고 하면 정말 싫어합니다. 좋은 음식도 많이 먹으면 싫어지고 좋은 옷도 몇 번 입어 보면 싫어집니다. 경치가 아무리 좋아도 여러 번 구경하고 나면 싫고 노래도 춤도 다 싫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사는 것은 만년을 살아도 싫증이 안 나고 자꾸 더 살고만 싶어집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자꾸만 병이 나고 늙어만 갑니다.


내가 죽게 되었을 적에는 천하없는 사람이 와서 눈물을 흘려도 소용 없습니다.


또 지위가 높고 아는 것이 많고 재산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업이 크면 클수록 죽음에 대한 비애는 더 크게 느낍니다.


거지 같은 신세라면 그럭저럭 오늘도 내일도 무의미하게 살다가 아무 곳에서나 쓰러져 죽어도 그만이겠지만, 잘난 사람일수록 죽기를 서러워합니다.


이 죽음 앞에는 기운이 아무리 세어도 안 되고 재주가 아무리 있어도 안 됩니다. 인간 최대의 이 욕망을 해결하는 길은 오직 한길, 우리 마음을 깨치는 길뿐입니다. 영원히 안 죽는 방법은 이 길밖에는 없습니다.



출전 :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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