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천의 권청(勸請) 9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세존은 7일을 지난 후 그 선정을 떠나 보리수 아래에서 니구로다수(尼拘盧陀樹) 아래로 가서 또 7일 동안을 계속 앉아 해탈의 즐거움을 마음 속으로 깊이 맛보았다. 그 당시에는 무슨 일에나 비웃는 버릇이 있기 때문에 유명한 바라문이 찾아와서 말을 걸기를, "존자 교답마여, 바라문이란 어떤 자이며 그가 해야 할 법은 무엇일까요?" 세존은 그 질문의 뜻을 깨닫고 노래로써 대답하셨다.
악한 것을 여의고 조소를 하지 않으며, 번뇌를 멀리하고 자신을 누르며 지혜의 극치를 체득하여 청정한 행을 이루는 자, 그 사람이야말로 바라문이로다. 그 사람은 세상 만물에 탐욕과 노여움이 없으며 또 어리석음이 더하는 일도 없다.
세존은 다시 7일이 지나자 그 나무 아래를 떠나 목진린다수(目眞隣陀樹) 아래에 이르러 7일을 계속 앉아 해탈의 즐거움을 맛보았다. 그때 때아닌 구름이 나타나 7일 동안 비가 계속되고 냉풍이 불어 어둠이 사면을 뒤덮었다. 용왕은 그의 궁전을 나와 몸으로서 세존을 감싸고 '세존의 몸에 냉함과 뜨거움과 모기와 말파리와 바람과 비와 뱀의 피해가 없을지어다'하고 빌었는데, 비는 7일을 지나 그치고 하늘은 한 점의 구름조차 없이 개였다. 이에 용왕은 세존 앞에 나타나 합장 배례하였다. 세존은 노래하셨다.
마음에 충만하게 법을 듣고 참 이치를 보았으니 편안하여라.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것에 노여움이 없고 자신을 억제하는 것도 또한 마음 편한 일이로세. 탐심을 여의고 세간의 애욕을 멀리 하는 자 또한 편안하도다. 내가 있다고 생각하는 생각을 이기는 것은 그 위 없는 안온함임을.
세존은 또 7일을 지나자 선정에서 일어나 그 나무 밑을 떠나서 라사야다나수(羅闍耶多那樹) 밑에서 7일 동안 해탈의 즐거움을 맛보았다. 이때에 우카라 지방에서 온 제바수(帝波須)와 발리가(跋利迦)라는 두 사람의 상인이 마침 그곳에 있었다. 그들은 지금 천계에 있는 그들 친척으로부터 '세존이 지금 처음으로 각을 얻어 라사야다나수 밑에 계실 터이니 밀가루와 꿀을 드리는 것이 좋다'라는 권고를 들었으므로 세존께 배례한 뒤에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아무쪼록 저희들의 오랫동안의 행복을 위해 이 밀가루와 꿀을 받아 주시옵소서." 세존이 생각하시기를 '부처는 손으로 음식을 받아서는 안 된다. 어떤 그릇으로 이 공양된 밀가루와 꿀을 받아야 할 것인가'고 했다. 이것을 사천왕이 알고 각각 사방에서 석발(石鉢)을 바쳤다. 세존은 그 네 개의 석발을 하나로 합쳐 음식을 받아서 잡수셨다. 상인들은,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부처의 법에 귀의하옵니다. 지금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신자로 저희들을 두호하여 주시옵소서."라고 기뻐하면서 말씀드렸다. 이것이 부처와 법의 보에 귀의한 최초의 신자였다.
세존은 또 7일을 지내시고 이 나무 밑을 떠나 다시 니구로다수 아래에 앉아서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내가 깨달은 이 법은 참으로 증득하기 어렵다. 정적에 넘친 것이어서 보통의 도리로서는 도달하기 어렵다. 참으로 심오하여 오직 현자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어찌 욕에 빠져 있는 세상 사람들에게 이 모든 것이 인연에 의해 생하고 인연에 의해 멸한다고 하는 이치나 또 모든 애욕이 없어지고 번뇌가 없어진 이 열반의 경지를 알릴 수 있을 것이랴. 그렇게 하면 이 법을 설한다고 해도 그들은 깨달을 수는 없을 것이고 나는 그저 피로를 더함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세존은 이렇게 생각하고 법을 설하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때 범천(梵天)이 세존의 뜻을 알고 '아아, 세상이 망한다. 세계가 무너진다. 부처는 법을 설하려 하지 않는다'라고 탄식하면서, 마치 힘센 장사가 구부렸던 팔을 펴는 것처럼 재빠르게 범천의 세계에서 세존 앞에 나타나 한쪽 어깨에는 승의를 걸치고 오른쪽 무릎을 대지에 대고 합장하며 세존께 배례하면서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모쪼록 법을 설해 주십시오. 세상에는 때묻지 않은 지혜의 눈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만일 그들로 하여금 법을 듣지 못하게 하면 그대로 죽고 맙니다. 그들은 반드시 세존의 법을 깨달을 것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다시 계속하여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앞서 마갈타(摩竭陀)국에는 더러움 많은 사람들의 부정한 법은 설해졌도다. 세존이시여, 불사의 문을 열게 하소서. 이리하여 더러움 없는 사람에 의해 깨달으신 법을 듣게끔 하소서. 봉우리의 꼭대기에 서서 주위를 보는 것처럼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분이여, 현자는 법으로 이루어진 고루에 올라 슬픔을 여의셨다면 저 슬픔에 잠겨 생과 노(老)에 패한 사람들을 돌보시옵소서. 용감한 어른이여, 싸움에 이긴 용사여, 상주(商主)여, 채무 없는 분이여, 일어나시어 세상을 순유하시옵소서. 세존이시여, 법을 설하실진데 반드시 득도하는 자가 있으리.
세존은 범천의 청을 알게 되어, 또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심에 부처의 눈으로서 세계를 바라보니 마음의 흐림이 적은 자, 마음의 흐림이 많은 자, 둔한 자, 착한 자, 악한 자, 가르치기 쉬운 자, 가르치기 어려운 자 등 갖가지 중생이 세존의 눈에 비쳤다. 비유컨대 청, 황, 적, 백 등 갖가지 연못이 있는데, 어떤 연꽃은 물에서 나서 물에서 무성하면서도 물의 면에 나오지 않고, 어떤 연꽃은 물에서 나서 물에서 무성하면서도 물의 면을 나와서도 물에 젖지 않는 것과 같이 여러 가지로 사람들의 근기(根機)가 분명히 세존의 눈에 비쳤다. 거기에 세존은 노래로써 범천에게 대답하였다.
범천이여, 허물어진 탑에 흙을 바르지 않듯이 나는 효험 없을 것을 생각했기에 이 법일랑 사람들에게 설하고자 하지 않았건만 이제 귀 있는 자 들어서 안으로 자기 자신을 살펴 신(信)을 얻도록 불사의 문을 그들에게 열지니.
범천은 이 노래를 듣고 '세존은 나의 청을 용납하셨다'고 기뻐하며 세존께 배례하고 떠나갔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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