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몸 이때 못건지면(修心訣)
지난 세월 윤회의 업을 돌이켜보면 몇천 겁을 두고 흑암지옥에 떨어지고 무간지옥에 들어가 갖가지 고통을 받았을 것인가. 불도를 구하고자 하여도 선지식을 만나지 못하고 오랜 겁을 생사에 빠져 깨닫지 못한 채 갖은 악업을 지은 것이 또 얼마나 될 것인가. 때때로 생각하면 저절로 긴 한숨이 나오는데, 어찌 방종하여 그전 같은 재앙을 다시 받겠는가. 그리고 누가 나에게 지금의 인생을 만나 만물의 영장이 되어 道 닦는 길을 잃지 않게 하였는고. 실로 눈먼 거북이 나무를 만남이고, 겨자씨가 바늘 끝에 꽂힌 격이다. 그 다행함을 어찌 말로서 다할 수 있겠는가.
내가 지금 스스로 물러설 마음을 내거나 게으름을 부려 항상 뒤로 미루다가 잠깐 사이에 목숨을 잃고 지옥에라도 떨어져 갖은 고통을 받을 때, 한 마디 불법을 들어 믿고 받들어 괴로움을 벗고자 한들 어찌 될 수 있겠는가. 막상 위태로운 데에 이르러서는 뉘우쳐도 소용이 없다. 바라건대 수도인들은 게으르지 말고 탐욕과 음욕에 집착하지 말며, 머리에 불을 끄듯 하여 돌이켜 살필 줄을 알아야 한다.
무상(無相)은 신속해서 몸은 아침 이슬과 같고 목숨은 저녁 노을과 같다. 오늘은 살아 있을지라도 내일은 기약하기 어려우니 간절히 마음에 새겨둘 일이다. 세상의 유위(有爲)의 선(善)을 가지고도 삼악도의 괴로운 윤회를 면하고 천상과 인간에서 뛰어난 과보를 얻어 여러가지 즐거움을 누리는데, 하물며 이 최상승(最上勝)의 심오한 법문이겠는가. 잠시 믿기만 해도 그 공덕은 어떤 비유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다.
경전에 말씀하기를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에 사는 중생들에게 七寶로 공양하여 모두 만족하게 하고, 또 그 세계의 모든 중생을 교화하여 사과(四果 : 성자의 네가지 지위)를 얻게 하면 그 공덕은 한량없고 끝이 없다. 그러나 잠깐동안 이 법을 바르게 생각하여 얻는 공덕보다는 못하다'고 하였다. 이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 법문은 가장 존귀하여 어떤 공덕으로도 견줄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경전에 '한 생각 깨끗한 마음이 바로 도량(道場)이니,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칠보탑을 세우는 것보다 뛰어난다. 보배로 된 탑은 언젠가 무너져 티끌이 되겠지만, 한 생각 깨끗한 마음은 마침내 바른 깨달음을 이룬다'고 하였다.
원컨대 수도인은 이 말을 깊이 음미하여 간절히 마음에 새겨 두라. 이 몸을 금생에 건지지 않으면 다시 어느 생을 기다려 건질 것인가. 지금 닦지 않으면 만겁(萬劫)에 어긋날 것이고, 힘써 닦으면 어려운 수행도 점점 어렵지 않게 되어 공부가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애닯다, 요즘 사람들은 배가 고파 음식을 대하고도 입을 벌릴 줄 모르고, 병들어 의사를 만나고서도 약을 먹을 줄 모르니, 어찌할 것인가. 따르지 않는 사람은 나로서도 어쩔 수 없구나.
또 세상 일은 그 모양도 볼 수 있고 그 공도 징험할 수 있으므로 사람들은 한 가지 일만 얻더라도 희귀하다고 찬탄한다. 그러나 우리의 이 마음 법문은 그 모양을 볼 수도 없고 말로 표현 할 수도 없고 마음으로 생각할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천마(天魔)와 외도(外道)가 비방할래야 문이 없고, 제석 범천 등 모든 천신이 칭찬할래야 미칠 수 없다. 그런데 하물며 식견이 옅은 범부들이야 어찌 흉내인들 낼 수 있겠는가.
우물 안 개구리가 어떻게 바다의 넓음을 알며, 여우가 어떻게 사자처럼 소리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말법 세상에서 이 법문을 듣고 희귀하다는 생각을 내어 믿고 받아 가지는 사람은 이미 한량없는 세월에 모든 성인을 섬기어 온갖 선근(善根)을 심었고, 지혜의 바른 인연을 깊게 맺은 최상의 그릇(根性)임을 알 수 있다.
금강경에 말씀하기를 '이 글귀에 신심을 내는 이는 한량없는 부처님 계신 데서 온갖 선근을 심은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하였다. 또 '대승의 마음을 낸 이를 위해 말한다'고도 하였다.
바라건대 도를 구하는 사람들은 미리 겁을 먹지 말고 용맹심을 내야 할 것이니, 지난 세월에 얼마나 착한 인연을 쌓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뛰어난 이 법문을 믿지 않고 열등을 자처하여 어렵다는 생각으로 지금 닦지 않는다면 비록 지난 세상의 선근이 있다 할지라도 이제 그것을 끊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대로 점점 멀어질 것이다. 이미 보배가 쌓인 곳에 왔으니 빈손으로 돌아가지 말아라.
한번 사람의 몸을 잃으면 만겁에 돌이키기 어려우니 바라건대 마땅히 삼가하라.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보배가 있는 곳을 알면서도 구하지 않다가 어찌 오래도록 외롭고 가난함을 원망할 것인가. 보배를 얻고자 한다면 그 가죽 주머니를 놓아 버려라.
출전 : 밖에서 찾지 말라(지은이 : 보조선사, 옮긴이 : 법정스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석가모니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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