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결(修心訣)

불성은 어디에

근와(槿瓦) 2014. 2. 16. 01:31

불성은 어디에(修心訣)

 

(질문)

만약 불성(佛性)이 지금 이 몸에 있다고 한다면, 이미 몸 안에 있으면서도 범부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니, 어째서 나는 지금 불성을 보지 못합니까? 다시 해설하여 깨닫게 하소서.

(대답)

그대의 몸 안에 있는데도 그대 자신이 보지 못할 뿐이다. 그대가 배고프고 목마른 줄 알며, 춥고 더운 줄 알며, 성내고 기뻐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또 이 육신은 지(地) 수(水) 화(火) 풍(風)의 네 가지 인연이 모여서 된 것이므로 그 바탕이 둔해서 감정이 없는데, 어떻게 보고 듣고 깨닫고 알겠는가.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그것이 바로 그대의 불성이다.

 

그러므로 임제(臨濟) 스님이 말씀하시기를 '지수화풍 사대(四大)는 법을 설할 줄도 들을 줄도 모르고 허공도 또한 그런데, 다만 그대 눈앞에 뚜렷이 홀로 밝으면서 형용할 수 없는 그것만이 비로소 법을 설하고 들을 줄을 안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말한 '형용할 수 없는 것'이란 모든 부처님의 법인(法印)이며 그대 본래의 마음이다.

 

불성이 지금 그대의 몸에 있는데 어찌 그것을 밖에서만 찾으려고 하는가. 그대가 믿지 못하겠다면 옛 성인들의 도에 들어간 인연 두어 가지를 들어 의심을 풀어 줄테니 잘 듣고 믿으라.

 

옛날 이견왕(異見王)이 바라제 존자(婆羅提尊者)께 물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존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견성(見性)한 이가 부처입니다.'

'스님께서는 견성을 했습니까?'

'나는 견성을 했습니다.'

'그 성품이 어디에 있습니까?"

'성품은 작용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 무슨 작용이기에 나는 지금 보지 못합니까?'

'지금 버젖이 작용하고 있는데도 왕 스스로가 보지 못할 뿐입니다.'

'내게 있단 말입니까?"

'왕이 작용한다면 그것 아닌 것이 없지만, 작용하지 않는다면 그 체(體)도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럼 작용할 때는 몇 군데로 나타납니까?'

'그것은 여덟 군데로 나타납니다.'

왕이 그 여덟 군데를 말해 달라고 하자 존자는 다음과 같이 가르쳐 주었다.

'태 안에 있으면 몸이고, 세상에 나오면 사람이며, 눈에 있으면 보고, 귀에 있으면 듣고, 코에 있으면 냄새를 맡으며, 혀에 있으면 말하고, 손에 있으면 쥐고, 발에 있으면 걸어다닙니다. 두루 나타나면 온 누리를 다 싸고, 거두어 들이면 한 티끌에 있습니다. 아는 사람은 이것이 불성인 줄 알고, 모르는 사람은 정혼(精魂)이라 부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곧 마음이 열리었다.

 

또 어떤 사람이 귀종화상(歸宗和尙)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화상은 말했다.

'내가 이제 그대에게 알려주고 싶지만 그대는 믿지 않을 것이다.'

'큰 스님의 지극한 말씀을 어찌 감히 믿지 않겠습니까?"

'그대가 바로 부처이니라!'

'어떻게 닦아가야(保任) 합니까?'

'한 티끌이 눈에 가려 있으면 허공의 꽃(空華)이 어지러이 떨어진다.'

그 스님은 이 말을 듣고 단박 깨달았다.

 

옛 성인의 도에 들어간 인연은 이와 같이 명백하고 간단하다. 수고를 덜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법문으로 인해 알아차린 바가 있다면, 그는 옛 성인과 손을 마주 잡고 함께 갈 것이다.

 

출전 : 밖에서 찾지 말라(지은이 : 보조선사, 옮긴이 : 법정스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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