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광불화엄경

1665-66-화엄-192

근와(槿瓦) 2016. 3. 24. 04:46

1665-66-화엄-192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대방광불화엄경 제66권

우전국삼장 실차난타한역

이운허 번역

 

39. 입법계품 [7]

2) 가지 법회 [6]

 

(16) 법보계(法寶髻) 장자를 찾다

 

이 때 선재동자는 명지 거사에게서 이 해탈문을 듣고, 저 복덕 바다에 헤엄치고, 복덕밭을 다스리고, 복덕산을 쳐다보고 복덕 나루에 나아가고 복덕 광을 열고 복덕의 법을 보고 복덕의 바퀴를 깨끗이 하고, 복덕덩이를 만들고 복덕의 힘을 내고 복덕의 세력을 늘리면서, 점점 남방으로 가서 사자궁성을 향하여 법보계 장자를 두루 찾았다.

 

그 장자가 시장 가운데 있음을 보고, 곧 나아가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 없이 돌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옵니다. 거룩하신 이여, 저에게 보살의 도를 말씀하여 주소서. 저는 그 도를 의지하여 온갖 지혜에 나아가려 합니다.”

 

이 때 장자가 선재의 손을 잡고 거처하는 데로 가서 그 집을 보여 주면서 “선남자여, 내 집을 보라”고 말하였다. 그 때 선재는 그 집을 보니, 청정하고 광명이 찬란하여 진금으로 되었는데, 은으로 담을 쌓고 파리로 전각이 되고 푸른 유리 보배로 누각이 되고 자거로 기둥이 되었으며, 백천 가지 보배로 두루 장엄하고 적진주 보배로 사자좌를 만들었는데, 마니는 휘장이 되었고 진주로 그물을 만들어 위에 덮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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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마노로 된 못에는 향수가 넘치고 한량없는 보배 나무가 행렬을 지어 둘러 있으니 그 집이 굉장히 넓어서 열 층으로 여덟 문이 있었다. 선재동자가 들어가서 차례로 살펴보았다. 맨 아래층에서는 음식을 보시하고, 2층에서는 보배 옷을 보시하고, 3층에서는 모든 보배 장엄거리를 보시하고, 4층에서는 여러 채녀와 모든 훌륭한 보물을 보시하고, 5층에서는 오지(五地) 보살이 구름처럼 모여서 법을 연설하여 세간을 이익하며 모든 다라니문과 삼매의 결인과 삼매의 행과 지혜의 광명을 성취하였다.

 

6층에서는 모든 보살이 매우 깊은 지혜를 이루어 법의 성품을 분명히 통달하였고, 광대한 다라니와 삼매의 걸림없는 문을 성취하여 다니는 데 걸림이 없고 두 가지 법에 머물지 아니하며 말할 수 없이 묘하게 장엄한 도량에 있으면서, 여럿이 모인 데서 반야바라밀문을 분별하여 보이었으니 이른바 고요한 광 반야바라밀문 ·중생들의 지혜를 잘 분별하는 반야바라밀문 · 흔들 수 없는 반야바라밀문 · 욕심을 여읜 광명 반야바라밀문 · 항복할 수 없는 광 반야바라밀문 · 중생을 비추는 바퀴 반야바라밀문 · 바다 광 반야바라밀문 · 넓은 눈으로 버리는 반야바라밀문 · 무진장(無盡藏)에 들어가는 반야바라밀문 · 모든 방편 바다 반야바라밀문 · 모든 세간 바다에 들어가는 반야바라밀문 · 걸림없는 변재 반야바라밀문 · 중생을 따라 주는 반야바라밀문 · 걸림없는 광명 반야바라밀문 · 과거의 인연을 항상 살피며 법 구름을 펴는 반야바라밀문들이었다. 이러한 백만 아승기 반야바라밀문을 말하였다.

 

7층에서는 보살들이 메아리 같은 지혜[如響忍]를 얻고 방편과 지혜로 분별하며 관찰하여 벗어남을 얻고는 능히 다 모든 부처님의 바른 법을 듣고 지녔다. 8층에서는 한량없는 보살이 그 안에 모였는데 다 신통을 얻고 물러가지 아니하며, 능히 한 음성으로 시방세계에 두루하고 몸이 모든 도량에 나타나 온 법계에 두루하지 않은 곳이 없으며, 부처의 경계에 두루 들어가서 부처님 몸을 보며, 모든 부처님의 대중 가운데서 우두머리가 되어 법을 연설하였다. 9층에서는 일생보처 보살들이 거기 모이었다.

 

10층에서는 모든 여래가 가득하게 있는데, 처음 발심한 때로부터 보살의 행을 닦으며 생사를 초월하여 큰 서원과 신통을 이루고 부처님의 국토와 도

 

                                                                                                                  [1658 / 2062] 쪽

량에 모인 대중을 청정케 하며, 바른 법륜을 굴리어 중생을 조복하였다. 이런 여러 가지를 모두 분명히 보게 하였다.

 

이 때 선재동자는 이런 것을 보고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무슨 인연으로 이렇게 청정한 대중이 모였으며, 어떤 선근을 심어서 이런 과보를 얻었습니까?”

 

장자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내가 생각하니, 과거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 전에 세계가 있었는데, 이름은 원만장엄(圓滿莊嚴)이요, 부처님 이름은 무변광명법계보장엄왕(無邊光明法界普莊嚴王) 여래 · 응공 · 정등각이었고, 십호(十號)가 원만하였느니라.

 

그 부처님이 성에 들어 오실 적에 내가 음악을 연주하고 한 개의 향을 살라 공양하였으며, 그 공덕으로 세 곳에 회향하여, 모든 빈궁과 곤액을 영원히 여의고, 부처님과 선지식을 항상 뵈오며, 바른 법을 항상 들었으므로 이 과보를 얻었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보살의 한량없는 복덕 보배광 해탈문을 알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부사의한 공덕의 보배 광을 얻고, 분별이 없는 여래의 몸 바다에 들어가서 분별 없고 가장 높은 법 구름을 받으며, 분별 없는 공덕의 도구를 닦고, 분별 없는 보현의 수행 그물을 일으키며, 분별 없는 삼매의 경계에 들어가서, 분별 없는 보살의 선근과 평등하고, 분별 없는 여래의 머무시는 데 머무르며, 분별 없는 삼세가 평등함을 증득하며, 분별 없는 넓은 눈 경계에 머무르며, 모든 겁에 있으면서도 고달픔이 없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한 나라가 있으니 이름이 등뿌리요, 그 나라에 성이 있으니 이름이 보문(普門)이며, 거기 장자가 있으니 이름이 보안(普眼)입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그 때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1659 / 2062] 쪽

(17) 보안(寶眼) 장자를 찾다

 

그 때 선재동자는 법보계 장자에게서 이 해탈문을 듣고 부처님들의 한량없이 알고 보는 데 깊이 들어가고, 보살의 한량없이 훌륭한 행이 편안히 머물고, 보살의 한량없는 방편을 통달하고, 보살의 한량없는 법문을 구하고, 보살의 한량없이 믿고 이해함을 깨끗이 하고, 보살의 한량없는 근기를 예리하게 하고, 보살의 한량없는 욕망을 성취하고, 보살의 한량없는 수행을 통달하고, 보살의 한량없는 서원의 힘을 증장하고, 보살의 이길 이 없는 당기를 세우며, 보살의 지혜를 일으켜 보살의 법을 비추면서 점점 나아갔다.

 

등뿌리 나라[藤根國]에 이르러서는 그 성이 있는 데를 물으며 찾았다. 비록 어려운 일을 당하여도 수고를 생각지 않고 오직 선지식의 가르침을 바로 생각하면서, 항상 가까이 모시고 섬기며 공양하려고 여러 감관을 가다듬고 방일함을 여의었다.

 

그러다가 보문성(普門城)을 보았는데 백천 마을이 주위에 둘러 있고 성가퀴가 높고 도로가 넓었다. 장자가 있는 것을 보고, 앞에 나아가 엎드려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옵니다.”

 

장자는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도다. 나는 모든 중생의 여러 가지 병을 아노니, 풍병 · 황달병 · 해소 · 열병 · 귀신의 침책[鬼魅] · 해충의 독과, 물에 빠지고 불에 상한 것과 이렇게 생기는 여러 가지 병을 내가 모두 방편으로 치료하노라.

 

선남자여, 시방의 중생들로 병이 있는 이는 모두 나에게 오라. 내가 다 치료하여 쾌차케 하며, 또 향탕으로 몸을 씻기고 향 · 꽃 · 영락 · 좋은 의복으로 잘 꾸며 주고, 음식과 재물을 보시하여 조금도 모자람이 없게 하노라. 그런 뒤에 그들에게 각각 알맞게 법을 말하노니, 탐욕이 많은 이는 부정하게 관함을 가르치고, 미워하고 성내는 일이 많은 이는 자비하게 관함을 가르치고, 어리석음이 많은 이는 가지가지 법의 모양을 분별하도록 가르치고, 세 가지가 평등한 이는 썩 나은 법문을 가르치노라.

 

                                                                                                                  [1660 / 2062] 쪽

그들로 하여금 보리심을 내게 하려고 모든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며, 크게 가엾이 여기는 생각을 일으키려고 나고 죽는 데 한량없는 고통을 나타내며, 공덕을 늘게 하려고 한량없는 복과 지혜를 모으는 것을 찬탄하며, 큰 서원을 세우게 하려고 모든 중생을 조복하는 것을 칭찬하며, 보현의 행을 닦게 하려고 보살들이 모든 세계에서 온갖 겁 동안에 여러 가지 행을 닦는 것을 말하노라.

 

그들로 하여금 부처의 거룩한 모습을 갖추게 하려고 단(檀)바라밀을 칭찬하며, 부처의 깨끗한 몸을 얻어 온갖 곳에 이르게 하려고 시(尸)바라밀을 칭찬하며, 부처님의 청정하고 부사의한 몸을 얻게 하려고 인(忍)바라밀을 칭찬하며, 여래의 이길 이 없는 몸을 얻게 하려고 정진(精進)바라밀을 칭찬하며, 청정하고 같을 이 없는 몸을 얻게 하려고 선(禪)바라밀을 칭찬하며, 여래의 청정한 법의 몸을 드러내려고 반야(般若)바라밀을 칭찬하노라.

 

그들로 하여금 세존의 깨끗한 육신을 나타내게 하려고 방편(方便)바라밀을 칭찬하며, 중생들을 위하여 모든 겁에 머물게 하려고 원(願)바라밀을 칭찬하며, 청정한 몸을 나타내어 모든 부처님 세계에 지나가게 하려고 역(力)바라밀을 칭찬하며, 청정한 몸을 나타내어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 기쁘게 하려고 지(智)바라밀을 칭찬하며, 끝까지 깨끗하고 묘한 몸을 얻게 하려고 모든 착하지 않은 법을 아주 떠날 것을 칭찬하노니, 이렇게 보시하여서 각각 돌아가게 하였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또 여러 가지 향을 만드는 중요한 법을 아노니, 이른바 같을 이 없는 향[無等香] · 신두파라향(辛頭波羅香) · 이길 이 없는 향[無勝香] · 깨닫는 향[覺悟香] · 아로나발지향(阿盧那跋底香) · 굳은 흑전단향[堅黑栴檀香] · 오락가 전단향(烏洛迦栴檀香) · 침수향(沈水香) · 모든 감관 흔들리지 않는 향[不動諸根香]이니, 이런 향을 만드는 법을 다 아노라.

 

또 선남자여, 나는 이 향으로 공양하고 여러 부처님을 뵈옵고 소원이 만족하였으니, 이른바 모든 중생을 구호하는 소원 · 모든 부처 세계를 깨끗이 하는 소원 · 모든 여래께 공양하는 소원이니라.

 

또 선남자여, 이 향을 사를 적에 낱낱 향에서 한량없는 향기가 나와 시방 모든 법계와 모든 부처님 도량에 풍기니, 향의 궁궐도 되고 향의 전각도 되

 

                                                                                                                  [1661 / 2062] 쪽

며, 이렇게 향 난간 · 향 담 · 향 망루[却敵] · 향 창호 · 향 누각 · 향 반월 · 향 일산 · 향 당기 · 향 번기 · 향 휘장 · 향 그물 · 향 형상 · 향 장엄거리 · 향 광명 · 향 구름 비가 곳곳에 가득하여 장엄하였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을 두루 보고 기뻐하는 법문만을 알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큰 약왕(藥王)과 같아서 보는 이 · 듣는 이 · 생각하는 이 · 함께 있는 이 · 따라다니는 이 · 이름을 일컫는 이들이 모두 이 일을 얻어 헛되게 지내는 이가 없으며, 어떤 중생이 잠깐 만나더라도, 반드시 모든 번뇌를 소멸하고 부처님 법에 들어가 모든 괴로움을 여의며, 모든 생사에 무서움이 아주 없어지고, 두려움이 없는 온갖 지혜에 이르며, 모든 늙고 죽는 산이 무너지고 평등하며 고요한 낙에 머무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남쪽에 큰 성이 있으니 이름이 다라당(多羅幢)이요, 거기 왕이 있으니 이름이 싫은 줄 모름[無厭足]입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그 때 선재동자는 보안 장자의 발에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18) 싫은 줄 모르는 왕[無厭足王]을 찾다

 

그 때 선재동자는 선지식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생각하며, 선지식은 나를 거두어 주고 나를 보호하고, 나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않게 하리라 생각하였다. 이렇게 생각하고서 환희한 마음 · 깨끗이 믿는 마음 · 광대한 마음 · 화창한 마음 · 뛰노는 마음 · 경축하는 마음 · 묘한 마음 · 고요한 마음 · 장엄한 마음 · 집착이 없는 마음 · 걸림없는 마음 · 평등한 마음 · 자유자재한 마음 · 법에 머무는 마음 · 부처 세계에 두루 가는 마음 · 부처의 장엄을 보는 마음 · 십력을 버리지 않는 마음을 내었다.

 

점점 남쪽으로 가면서 나라를 지나고 마을과 도시를 지나서 다라당성에 이르렀다. 싫은 줄 모르는 왕의 있는 데를 물었더니,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 왕은 지금 정전(正殿)에서 사자좌에 앉아 법으로 교화하여 중생을 조

 

                                                                                                                  [1662 / 2062] 쪽

복하는데, 다스릴 이는 다스리고 거두어 줄 이는 거두어 주며, 죄 있는 이는 벌주고 소송을 판결하며, 외롭고 나약한 이는 어루만져 주어서, 모두 살생 · 훔치는 일 · 잘못된 음행을 아주 끊게 하고, 거짓말 · 이간하는 말 · 욕설 · 비단 같은 말을 못하게 하며, 또 탐욕과 성내는 일과 잘못된 소견을 여의게 합니다.”

 

이 때 선재동자는 여러 사람의 말을 따라 찾아갔다. 그 왕이 나라연 금강좌에 앉았는데, 아승기 보배로 평상 다리가 되고 한량없는 보배 형상으로 장엄하였으며, 황금실로 그물을 떠서 위에 덮었고, 여의주로 관을 만들어 머리에 장엄하였으며, 염부단금으로 반월(半月)을 만들어 이마에 장엄하고, 제청마니(帝靑摩尼)로 귀고리를 만들어 쌍으로 드리웠으며, 가없는 보배로 영락을 만들어 목에 걸었고, 하늘 마니로 팔찌를 만들어 팔을 단장하였다.

 

염부단금으로 일산을 만들었으니, 여러 보배를 사이사이 장식하여 살이 되고, 큰 유리 보배로 대가 되고, 광미(光味) 마니로 꼭지가 되었으며, 여러 가지 보배로 만든 풍경에서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큰 광명을 놓아 시방에 두루한 이러한 일산을 그 위에 받았다. 그 아래 앉은 아나라왕(阿那羅王)은 큰 세력이 있어 다른 무리들을 굴복하매 능히 대적할 이가 없으며, 때 없는 비단을 정수리에 매었고 십천 대신이 앞뒤에 둘러 모시고 나라 일을 처리하였다. 그 앞에는 십만 군졸이 있는데, 형상이 추악하고 의복이 누추하며, 무기를 손에 들고 눈을 부릅뜨고 팔을 뽐내어 보는 사람들이 모두 무서워하였다.

 

한량없는 중생들이 왕의 법령을 범하는데,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목숨을 살해하거나 유부녀를 간통하거나 삿된 소견을 내었거나 원한을 내었거나 탐욕과 질투를 품었거나 하여, 이러한 나쁜 짓을 저질렀으면 몸에 오랏줄을 지고 왕의 앞에 끌려 오며, 저지른 죄에 따라서 형벌을 주는 것이다.

 

손과 발을 끊기도 하고 귀와 코를 베기도 하고, 눈도 뽑고 머리도 찍으며, 가죽을 벗기고 몸을 도려내며, 끓는 물에 삶고, 타는 불에 지지며, 높은 산에 끌고 올라가서 밀어 떨어뜨리기도 하여서, 이런 고통이 한량이 없으니, 부르짖고 통곡하는 형상이 중합대지옥(衆合大地獄)과 같았다.

 

                                                                                                                   [1663 / 2062] 쪽

선재동자는 이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하려고 보살의 행을 구하고 보살의 도를 닦는데, 이 왕이 선한 법은 하나도 없고 큰 죄업을 지으며, 중생을 핍박하여 생명을 빼앗으면서도 장래의 나쁜 길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어떻게 여기서 법을 구하며 대비심을 내어 중생을 구호하겠는가.'

 

이렇게 생각하는데 공중에서 어떤 하늘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마땅히 보안 장자의 가르친 말을 생각하라.”

 

선재동자는 우러러보면서 말하였다.

“나는 언제나 생각하는 것이요, 감히 잊지 아니하노라.”

 

하늘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선지식의 말을 떠나지 말라. 선지식은 그대를 인도하여 험난하지 않고 편안한 곳에 이르게 합니다. 선남자여, 보살의 교묘한 방편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거두어 주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생각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성숙케 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수호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해탈케 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조복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느니라.”

 

이 때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왕의 처소에 나아가 그 발에 엎드려 절하고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옵니다. 듣자온즉 거룩한 이께서 잘 가르친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이 때 아나라왕은 왕의 일을 마치고 선재의 손을 잡고 궁중으로 들어가서 함께 앉아서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내가 있는 궁전을 보라.”

 

선재동자는 왕의 말대로 살펴보았다. 그 궁전은 넓고 큼이 비길 데 없으며 모두 묘한 보배로 이루어졌는데 칠보로 담을 쌓아 주위에 둘러 있고, 백천 가지 보배로 누각이 되었는데 가지가지 장엄이 다 아름답고 훌륭하며, 부사의한 마니보배로 짠 그물이 위에 덮였으며 십억 시녀들이 단정하고 아름답고 가고 오는 거동이 볼 만하며, 모든 일이 교묘하여 일어나고 눕고 하는데 공

 

                                                                                                                   [1664 / 2062] 쪽

순한 마음으로 뜻을 받잡었다.

 

이 때 아나라왕이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만일 참으로 악한 업을 짓는다면, 이런 과보와 이런 육신과 이런 권속과 이런 부귀와 이런 자유자재함을 어떻게 얻었겠는가.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눈어리 같은 해탈을 얻었느니라.

 

선남자여, 나의 국토에 있는 중생들이 살생하고 훔치고, 내지 삿된 소견 가진 이가 많아서, 다른 방편으로는 그들의 나쁜 업을 버리게 할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저런 중생을 조복하기 위하여, 나쁜 사람으로 화하여 여러 가지 죄악을 짓고 가지가지 고통을 받는 것이니, 저 나쁜 짓하는 중생들이 보고서 무서운 마음을 내고 싫어하는 마음을 내고 겁나는 마음을 내어 그들이 짓던 모든 나쁜 업을 끊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려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렇게 교묘한 방편으로써 중생들로 하여금 십악업(十惡業)을 버리고 십선도(十善道)를 행하여 끝까지 쾌락하고 끝까지 편안하고 필경에 온갖 지혜의 지위에 머물게 하려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나의 몸이나 말이나 뜻으로 짓는 일이 지금까지 한 중생도 해친 일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내 마음에는 차라리 오는 세상에 무간(無間) 지옥에 들어가 고통을 받을지언정 잠깐만이라도 모기 한 마리나 개미 한 마리를 괴롭게 하려는 생각을 내지 아니하거든, 하물며 사람일까보냐. 사람은 복밭이라, 모든 선한 법을 능히 내는 연고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눈어리 같은 해탈을 얻었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죽살이 없는 법의 지혜를 얻고, 모든 세계가 모두 눈어리 같고 보살의 행이 모두 요술과 같고, 모든 세간이 모두 그림자 같고, 모든 법이 모두 꿈과 같은 줄을 알았으며, 실상(實相)의 걸림없는 법문에 들어가서 제석천왕의 진주 그물 같은 행을 닦으며, 걸림없는 지혜로 경계에 행하고 모든 것이 평등한 삼매에 들어가서 다라니에 자유자재함을 얻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성이 있으니 이름은 묘광(妙光)이요, 왕의 이름

 

                                                                                                                   [1665 / 2062] 쪽

은 대광(大光)입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이 때 선재동자는 왕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하직하고 물러갔다.

 

(19) 대광(大光)왕을 찾다

 

그 때 선재동자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저 왕의 얻은 눈어리 같은 지혜 법문을 생각하며, 저 왕의 눈어리 같은 해탈을 생각하고, 저 왕의 눈어리 같은 법의 성품을 관찰하며, 눈어리 같은 소원을 내고, 눈어리 같은 법을 깨끗이 하고, 모든 눈어리 같은 삼세에 눈어리 같은 변화를 일으키며 이렇게 생각하면서 점점 남쪽으로 갔다.

 

인간의 도시와 마을에 이르기도 하고 거친 벌판과 산골짜기와 험난한 데를 지나면서도 고달픈 생각도 없고 쉬지도 아니하였다. 그러다가 어떤 성에 들어가서 “묘광성이 어디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사람들은 대답하기를 “이 성이 묘광성이고, 이 성이 대광왕께서 계시는 곳입니다”라고 하였다.

 

선재동자는 기뻐서 뛰놀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의 선지식이 이 성중에 있으니, 나는 이제 친히 뵈옵고 보살들의 행하는 행을 들을 것이며, 보살들의 뛰어난 중요한 문(門)을 들을 것이며, 보살들이 증득한 법을 들을 것이며, 보살들의 부사의한 공덕을 들을 것이며, 보살들의 부사의하게 자유자재함을 들을 것이며, 보살들의 부사의한 평등을 들을 것이며, 보살들의 부사의한 용맹을 들을 것이며, 보살들의 부사의한 경계가 엄청나게 청정함을 들을 것이로다.'

 

이렇게 생각하고 묘광성에 들어가서 성안을 둘러 보았다. 금 · 은 · 유리 · 파리 · 진주 · 자거 · 마노의 칠보로 성이 되었고, 칠보로 된 해자가 일곱 겹으로 둘리었는데 팔공덕수가 가득히 찼고, 바닥에는 금모래가 깔리고, 우발라(優鉢羅)꽃 · 파두마(波頭摩)꽃 · 구물두(拘物頭)꽃 · 분타리(芬陀利)꽃들이 위에 덮였으며, 보배 다라 나무가 일곱 겹으로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일곱 가지 금강으로 담이 되어 둘리었으니, 이른바 사자광명 금강담 · 이길 이 없는 금강담 · 깨뜨릴 수 없는 금강담 · 무너뜨릴 수 없는 금강담 · 견...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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