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등대집경

대집경(125)-1250

근와(槿瓦) 2016. 2. 16. 01:13

대집경(125)-1250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1241 / 1773] 쪽

...와서 모든 용을 해탈시키려 하기 위한 것이니라.”

 

그때 대중 속에서 모든 용왕들이 큰 소리로 외치면서 말하였다.

“원컨대 여러 하늘께서는 우리를 해탈시키소서, 우리를 해탈시키소서. 그리하여 우리에게 안락을 주어서 빨리 이 지옥을 벗어나게 하소서.”

 

그때 사가라(娑伽羅)용왕은 다시 이런 말을 하였다.

“이것은 도술천이나 화락자재천 따위가 아니고 바로 천주(天主)이신 석제환인(釋提桓因)이 놓으신 광명이니라. 그 광명이 욕계와 사천하를 비추어서 저 사방의 중생들이 착한 법을 즐거워함을 관찰함이니, 너희들은 모두 자비심을 일으켜 다시는 성내지 말 것이며, 저 하늘들에게 해탈을 빌어서 빨리 이 괴로움을 벗어나야 하리라.”

 

선주(善住)용왕은 또 이렇게 말하였다.

“이는 제석도 아니고 바로 모든 색계의 하늘들이 선정의 즐거움을 버리고 그곳에서 내려와 법비[法雨]를 퍼부어 중생들에게 즐거움을 주려고 함이니, 너희들 모든 용은 지극한 마음으로 예배하고서 구제를 빌어야 하리라.”

 

비창가소지(毘昌伽蘇脂)용왕은 또 이런 말을 하였다.

“이는 색계의 하늘이 신통력으로 온 것이 아니고 바로 사천왕 비사문(毘沙門)등이 사방을 옹호하기 위해서 각자가 권속을 거느리고서 여기에 온 것이니, 이는 죄악의 모든 중생을 없애려는 것이니라.”

 

보호(寶護)용왕은 또 이런 말을 하였다.

“이는 사천왕이 아니니라. 내가 보건대, 그들은 물들인 옷을 입고, 수염과 머리털을 깎고, 몸에는 가사(袈娑)를 걸치고, 상호(相好)가 단정하고, 위덕(威德)이 자재로워서 모든 하늘ㆍ사람들이 우러러보고 공경히 공양하고 합장하여 둘러싸기를 마치 해와 달을 하늘의 별들이 두루 둘러싸는 것처럼 하니, 이 여덟 성인은 밝게 드러난, 견고하게 조명(照明)하는 몸의 자색 금광[紫金光]과 32상(相)으로 일체에 자비로워서 삼계(三界) 속에서 공양을 받는 것이니라.”

 

비창가소지(毘昌伽蘇脂)용왕은 다시 이렇게 말하였다.

“진실한 도사(導師)께서 여기에 오심을 우리가 친견하였으니, 이 도사는 일체의 중생을 능히 구제하고 수호해서 괴로움의 바다를 소진시키고 이 지

 

                                                                             [1242 / 1773] 쪽

옥에서 해탈의 즐거움을 줄 수 있으리라. 이제 곧 수미산 꼭대기에 머무르게 됨은 이러한 세존의 신통력 때문이니, 이 수미산 꼭대기가 홀연히 더욱 탁 트여서 84백천 요자나가 되느니라.”

 

그때 욕계ㆍ색계의 모든 하늘들이 각각 여래를 공양하기 위하여 7보의 층층다리[階橋]를 만들었다. 그 누각(樓閣)의 단계가 차례로 높아서 위로는 아가니타천(阿迦膩吒天)까지 이르렀는데, 갖가지 불가사의한 하늘 유리와 비단 그물로써 찬란하게 장식함이 마치 둘도 없는 교묘한 보배일산과 같아서 모든 중생이 아무리 보아도 싫증을 내지 않았으며, 한량없는 백천의 갖가지 진귀한 보배로써 장엄하고 갖가지 하늘의 옷과 갖가지 영락ㆍ일산ㆍ비단ㆍ당번(幢幡)과 북[鼓]ㆍ종ㆍ방울ㆍ꽃ㆍ향ㆍ풍악과 같은 공양이 허공에 두루 가득하였다.

 

그때에 세존께서 제석천에게 말씀하셨다.

“천주여, 이 삼천대천세계의 사바 찰토와 일체의 부처님과 큰 보살마하살, 큰 아라한ㆍ성인ㆍ선인과 또는 복덕을 즐기는 대력(大力) 마왕과 그 밖의 온갖 색계ㆍ욕계의 하늘ㆍ용ㆍ야차와 사람인 듯하면서 사람 아닌 무리들은 죄다 이 삼천대천세계 불국토에 머물러서 수용(受用)이 다 끝나니, 이처럼 제석아, 이 수미산에도 여래 세존의 시방 불국토와 여러 곳에서 온 보살과 큰 아라한ㆍ성인과 복덕을 즐기는 마왕과 대덕(大德)의 여러 하늘, 나아가 용ㆍ야차ㆍ나찰과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무리들이 이 수미산에 다 머무르게 된다면, 그대들 여러 하늘도 마땅히 오는 세상에는 세력을 많이 얻으리라.”

 

그때 제석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약 부처님께서 저희들을 가엾이 여기신다면, 이 삼천대천세계의 사바 찰토 속에 있는 보살과 큰 아라한ㆍ범천왕ㆍ마왕ㆍ타화락천ㆍ제석천과 나아가 이 사바세계의 모든 천왕ㆍ용왕ㆍ야차왕ㆍ건달바왕ㆍ아수라왕ㆍ가루라왕ㆍ긴나라왕ㆍ마루라가왕들을 이렇게 수용하는 신통력을 지으소서. 그리고 다시 큰 세력을 지닌 복덕의 중생과 하늘 중의 성인과 사람 중의 성인으로서 모두 부처님을 공양하고, 부처님을 뵈옵고, 부처님께 예배하고, 부처님 법을 듣기 위하여 찾아온 이러한 무리들까지 이 수미산에 다 수용한다면, 저희들은 오는 세상에 더욱 수승한 즐거움으로 크나큰 안온함을 얻겠습니다.”

 

                                                                             [1243 / 1773] 쪽

그때 세존께서 제석천의 말을 받아들여 그 속에 머무르셨다. 단정히 앉아서 정념을 갖추고 기쁜 얼굴로 빙그레 웃었는데, 웃고 나서 입에서 갖가지 광명을 내시자 그 푸르고 누르고 붉고 희고 파리색(頗梨色) 같은 찬란한 광명이 삼천대천세계 불국토의 백억 마왕의 궁전과 백억 제석천의 궁전과 백억 범천왕의 궁전과 백억 모든 천왕의 궁전과 백억 아수라왕의 궁전과 백억 성인 모니의 머무는 곳에 비추었으며, 이 모든 광명이 이렇게 비추고 나자 앞서 말한 복덕을 즐기는 모든 대력 마왕에서 성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놀라면서 저마다 광명을 찾아 신통력을 타고서 일념 사이에 이 수미산 꼭대기까지 도달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신령스런 광명을 나타내고 난 뒤에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천주여, 이와 같이 삼천대천세계의 1불국토 속에는 백억의 수미산왕이 있으니, 이때엔 모두 수미산 중에서도 이 수미산이야말로 가장 존귀하고 가장 훌륭하리라. 왜냐하면 나와 하늘ㆍ사람 모두가 여기에 모여서 이 수미산에 수용되어 모든 용을 제도하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말씀하실 때에 한량없는 백억의 제석천과 모든 범천이 다 매우 기뻐하였으며, 이러한 여래의 신통력 때문에 네 용왕도 다 저 성인의 머무는 곳으로부터 벗어나서는 각각 자기의 곳에 돌아갔다. 이른바 사가라(娑伽羅)용왕은 남방의 큰 해안(海岸)속에 돌아가 수미산처럼 큰 그의 본래 모양을 회복하고, 나아가 머리를 들고는 제석의 궁전에 이르러서 스스로 부처님을 뵈었으며, 이와 같이 서방의 호보(護寶)용왕과 북방의 비창가소지(毘昌伽蘇脂)용왕과 동방의 소마호로차(蘇摩呼嚧叉)용왕도 저마다 큰 바다의 옛 궁중에 돌아가 본래의 모양을 회복하고, 나아가 수미산처럼 큰 머리를 들고는 스스로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을 뵈었다. 그러나 나머지 한량없는 나유타 백천만억의 용들은 여전히 저곳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으니, 그때 저 모든 용들은 큰 성인을 향하고서 이렇게 하소연하였다.

 

“원컨대 저희들을 구제하소서, 원컨대 저희들을 구제하소서. 그리하여 이 감옥 속에서 빨리 해탈하게 하옵소서.”

 

그때 난타(難陀)용왕과 우바난타(優婆難陀)용왕이 가라제산의 성인이 계시는 곳에서 각자의 몸으로 수미산에 의지하여 큰 다리[橋]를 만들어 제석의

 

                                                                             [1244 / 1773] 쪽

궁에 닿게 하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원컨대 여래께서는 이 다리를 밟고서 수미산 꼭대기로부터 내려오시어 성인의 처소에 자리를 정하시고는 모든 용들이 귀의하도록 법을 설하여 주소서.”

 

그때 제석천은 생각하였다.

‘이 용들은 몸이 거칠어 독기가 있고 껍질이 추악하므로 혹시 여래께 상처를 남겨서 불편하지나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하늘 옷[天服]으로 용의 몸을 덮어주며, 또 하늘의 우두전단(牛頭旃檀)과 우라가사라(優羅伽娑羅)전단과 다마발향(多摩跋香)의 세 가지 향과 갖가지 하늘 꽃을 다리 위에 뿌리고 동시에 용을 가리어 주었다.

 

그러자 가라지(佉羅坻)의 모니(牟尼)가 계시는 곳이 부처님의 신통력 때문에 다시 84억 나유타 백천 유순으로 더욱더 넓어졌으며, 그곳이 넓어지자 큰 범천왕은 하늘의 금ㆍ은으로서 사자수미보좌(師子須彌寶座)를 만들고는 온갖 깃발ㆍ꽃ㆍ휘장ㆍ일산 등을 장엄하고 안치하였다.

 

그때 모든 용왕들이 이 사실을 듣고는 각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가엾이 여기시어 저희들의 괴로움을 구제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용왕이여, 그대들은 우선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생각하여라. 내가 반드시 그대들을 구제하리라.”

 

그때 세존께서는 수미산 꼭대기에 계시면서 장로 교진여(憍陳如)에게 말씀하셨다.

“교진여야, 모든 부처님의 경계인 분신신통(奮迅神通)의 가피력(加被力)으로 이와 같이 법을 설하나니, 이 모든 삼천대천 사바세계의 불국토 속에 있는 일체의 한량없는 중생, 그 중생들이 나의 설법을 듣고 법을 받아 지닐 수 있는 자이니라.

 

교진여야, 일체의 모든 법은 다 덧없고[無常], 일체 모든 법의 생겨나고 머무는 것도 덧없으니, 왜냐하면 생(生)의 인연이기 때문이니라. 눈의 식별[眼

 

                                                                             [1245 / 1773] 쪽

識]로 생겨나는 듯하고, 생겨나고 나면 머무르고, 머무르고 나면 생각[念]하고, 생각하면 다시 생겨나니, 이것이 바로 괴로움이니라. 이 생(生)의 인연이란 바로 괴로움의 생겨남이고, 바로 헌데[癰瘡]이고, 바로 12인연이고, 바로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인연이어서 이처럼 생각생각[念念]마다 생겨나고 사라지느니라.

 

눈의 인연처럼 귀ㆍ코ㆍ혀ㆍ몸도 마찬가지니라. 교진여야, 머무름이 비록 잠시라 할지라도 소멸함이 있으면 다시 점차 생겨나나니, 이것은 비유하자면 마치 창(窓)과 같아서 이것이 생겨나고 머무는 인연이고 이것이 괴로움의 인연으로서 백 가지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이 있느니라. 이와 같이 굴러가는 점점 생겨나는 인연으로 눈이 보아서 업을 지으니, 보는 데 따라 생각이 따르고, 생각에 따라 업을 지어서 그 나고 죽음을 짓는 인연이 무궁하느니라.

 

교진여야, 가령 눈이 적멸(寂滅)하다면, 광명이 사라지기 때문에 온갖 색을 보지 못하리니, 마치 저 해가 사라지자 창(窓) 속에서 볼 수 없는 것과 같으니라. 만약 인연이 사라지면 모든 걱정이 멸하고, 12인연 일체가 적멸하고, 나고 죽음도 적멸한 것이 마치 저 해가 사라진 인연과 같으니, 귀ㆍ코ㆍ혀ㆍ몸도 또한 마찬가지니라.

 

교진여야, 만약 마음이 적멸하다면 모든 반연도 적멸하리니, 이 창(窓)의 인연이 본래 나지 않은 것처럼 일체의 만법도 또한 마찬가지니라. 이것을 이름하여 괴로움이 멸하니 모든 걱정이 멸하고, 12인연 일체도 멸하고, 궁극적으로 나고 죽음도 다한다고 하나니, 모든 한계[邊]가 있는 것은 다 마찬가지니라.

 

교진여야, 중생들은 눈의 나고 멸함을 알지 못하고 귀ㆍ코ㆍ혀ㆍ몸의 물들임에 따르니, 이 때문에 다섯 갈래 속에 헤매게 되는 것이니라. 그러나 우리의 성스러운 법은 능히 나고 죽음을 여의고 피안(彼岸)에 이르니, 이 때문에 여래는 모든 눈의 나고 멸함을 끊기 위해서 법을 설하며, 또 괴로움을 끊고 고행하는 법을 연설하여 모든 괴로움 속에서 그 근저까지 다할 수 있느니라. 그러므로 여래께서 이 법을 다 얻고 나서는 일체의 범천들 중에서 큰 범천이고, 일체의 하늘 중에서 큰 하늘이고, 사람 중에서 큰 사람[大人]이고, 사문 중에는 큰 사문이고, 바라문 중에서 큰 바라문이고, 대자비 중에서 최고의

 

                                                                             [1246 / 1773] 쪽

대자비이고, 더 이상 위가 없는 존귀한 대장부이고, 이미 생사의 흐름을 건너 피안에 이르렀고, 모든 세간에서 가장 훌륭한 단나(檀那)이고, 담마(曇摩)이고 승염마(僧琰摩)이니라.

 

어떤 것을 단(壇)이라 하는가? 이른바 버리고 베풂[捨施]이니라. 이 버리고 베풂은 자기의 머리ㆍ눈ㆍ손ㆍ발과 팔ㆍ다리ㆍ뼈마디까지도 죄다 버리고 베풀 수 있거늘 하물며 다른 물건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으니, 이것을 이름하여 단이라 하느니라. 담마란 어떤 것인가? 청정한 계율을 지니는 것이니라. 어떤 사람이 와서 머리를 요구할 때에 머리를 베어 주는 일이 있을지라도 마음에 성내거나 미워하지 않고 자비를 잃어버리지 않음이니, 이것을 담마라 하느니라. 승염마란 어떤 것인가? 6근(根)을 버리지 않는 한마음[一心]의 선정과 모든 복덕, 언어, 송지(誦持), 기억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니라. 이 두 가지를 사량(思量)하고 사념해서 닦고 나면, 이 두 종류를 이름하여 승염마라 하나니 일체 중생의 평등한 심법(心法)이니라.

 

담마나 단나처럼 버리고 베푸는 법과 승염마와 4범행(梵行)의 법과 8정도(正道) 등의 법을 자비로운 마음으로 훈습했기 때문에, 그리하여 이 모든 법을 한량없는 겁 동안 자비로운 마음으로 닦았기 때문에 내가 얻은 모든 법을 중생들에게 널리 선포하여 연설할 수 있고, 또 도사(導師)가 되어서 중생을 가엾이 여겨 그 뜻을 펼쳐서 이 일을 연설하는데도 아무런 결함이 없었느니라. 너희들은 이제 한마음으로 믿고 받들면서 모든 선정을 익히고 배워야 하나니, 갖가지 고요한 곳이나 나무 밑, 무덤 사이, 바위ㆍ언덕의 중간에 머물러서 좌선(坐禪)하여라. 생사를 다하기 위해 부지런히 정진하여 몸과 마음을 게을리 하지 말고 저열한 마음[下心]을 일으키지 말지니, 성취한 것이 없으면 죽을 때엔 뉘우치고 근심하게 되느니라.

 

이처럼 내가 가르치는 모든 법을 연설하고 나자, 이 사바세계 삼천대천의 불국토[佛刹] 속의 백억 사천하, 그 중 하나의 사천하마다 무량억 나유타 백천 중생이 있는데, 그 중생들이 갖가지 선근과 복덕을 원만히 갖추어서 혹은 다라니를 얻기도 하고, 혹은 인(忍)을 얻기도 하고, 혹은 법의 눈[法眼]을 얻기도 하고, 혹은 수다원(須陀洹)에서 아라한(阿羅漢)까지 얻기도 하고, 혹 어떤 중생은 지옥ㆍ축생ㆍ아귀 속에 있더라도 그 나머지 나쁜 업보가 죄다 없

 

                                                                             [1247 / 1773] 쪽

어지기도 하고, 이와 같이 야차(夜叉)의 빈궁한 인연도 일체가 다 소진해서 큰 부귀를 얻기도 하고, 또 어떤 빈궁한 중생이라도 나쁜 업보가 없어지는 동시에 나쁜 병도 제거되기도 하고, 감옥에 있는 중생까지도 다 해탈하기도 하였느니라.”

 

그때 사가라(娑伽羅)용왕이 곧 부처님 앞에서 게송을 읊어 찬탄하였다.

 

참된 황금이 더러움을 여의니 보름달 얼굴이며

청정한 행을 갖춤은 가장 훌륭한 복밭일세.

삼계의 하늘ㆍ사람ㆍ용 가운데 가장 존귀해서

능히 중생의 더러움과 괴로움을 제거하시네.

보시ㆍ지계ㆍ인욕 그리고 정진으로써

진실하고도 평등한 마음을 성취하시어

모든 용을 해탈시켜 안락을 베풀고는

그 옛날 서원(誓願)의 힘을 기억하셨네.

자비로써 오랫동안 온갖 업행(業行)을 닦아

그 견고함이 모든 중생들보다 뛰어나서

온갖 쓰라림과 괴로움을 받으면서도

저 용들이 받는 고뇌를 잊지 않으시네.

갖가지로 유전(流轉)하면서도 제도할 수 있어서

생사의 바다를 건너 피안에 이르게 하고

자신(自身)의 해탈로 모든 중생을 구원하시고

지혜의 물로 용을 씻어 청정하게 하셨네.

 

                                                                             [1248 / 1773] 쪽

대방등대집경 제44권

북량 천축삼장 담무참 한역

이진영 번역

 

14. 일장분

12) 삼귀제룡품(三歸濟龍品)

 

그때 공중으로부터 저절로 갖가지 향·꽃과 갖가지 보배 옷과 갖가지 음악과 갖가지 노래와 춤이 비처럼 내려서 허공을 가득 채우자, 모든 하늘·용·야차·나찰·아수라 등이 다 공경하였다.

 

세존께서는 그때 모든 대중과 보살·성문들에게 좌우로 둘러싸여 앞뒤로 호위를 받으면서 수미산[須彌] 꼭대기로부터 용신 다리[龍身橋]를 밟고는 가라지 성인께서 머무는 처소에 내려오셔서 범천(梵天)이 깔아 두었던 보배 사자자리에 앉으셨다.

 

그때 허공 속의 모든 하늘·용·야차·나찰과 아수라·긴나라 등은 각각 공양을 베풀어 갖가지 향가루, 갖가지 향기로운 꽃, 갖가지 보배 옷으로써 부처님 머리 위에 뿌린 뒤에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나서 예배하고는 물러나 앉았다.

 

그때 사가라(娑伽羅)용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인연으로 저희를 모두가 용 가운데 태어났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용왕이여, 자세히 들어라. 내가 이제 왕을 위해 분별하여 자세히 설명하리라.

 

열 가지 업이 있어야 내생에 용 가운데 태어나리니, 그 열 가지는 무엇인가?

 

                                                                             [1249 / 1773] 쪽

첫째, 모든 중생들은 6바라밀을 행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자 하거나, 서원을 세워서 나쁜 장애를 없애고자 하거나, 혹은 보시를 많이 닦아서 때에 따라 보시하고자 함이니, 이러한 서원의 인연 때문에 용 가운데 태어나는 것이니라.

 

둘째, 용왕이여, 어떤 중생이 대중 가운데서 보시를 수행한 그 복덕의 과보(果報)인 인연 때문에 용 가운데 태어나기를 원하느니라.

 

셋째, 용왕이여, 어떤 중생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위하기 때문에 보시를 행하는데, 비록 그 복덕이 많기는 해도 청정하지 못한지라 지옥·아귀·축생 가운데 태어남을 두려워하는 까닭에 이러한 인연으로써 용 가운데 태어나기를 원하느니라.

 

넷째, 용왕이여, 모든 중생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행하려고 할 때에 훌륭한 체 하는 마음과 교만한 힘을 낸 그 인연 때문에 용 가운데 태어나기를 원하느니라.

 

다섯째, 용왕이여, 모든 중생이 보리 원행(願行)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발할 때에 성냄과 미워하는 마음을 많이 내어서 다른 중생을 원망하고, 성내고 미워하다가 저 지옥·아귀·축생으로 나아가는 인연 때문에 길이길이 성내고 미워하는데, 이렇게 하다 죽고 나면 용 가운데 태어나기를 원하느니라.

 

여섯째, 용왕이여, 모든 중생이 소승을 구하고 복발[福田]을 얻고자 성인을 찾는 동안에도 보시를 하고 복덕으로 공양하는 이러한 인연으로 스스로 원력(願力)을 세우기 때문에 용 가운데 태어나는 것이니라.

 

일곱째, 용왕이여, 모든 중생들은 질투하고 교만하기 때문에 그 업의 인연으로 용 가운데 태어나는 것이니라.

 

용왕이여, 모든 중생들은 다분히 교만하고 말을 풍요롭게 하니, 이런 자신의 업으로 용 가운데 태어나게 되는 것이니라.

 

여덟째, 용왕이여, 모든 중생이 불·법·승 삼보를 믿지 않고, 또 화상(和尙)과 아사리(阿闍梨)와 다른 대덕(大德)들을 공양하지 않고, 또 부모를 공양하지 않고, 그 중에 다시 갖가지로 성내고 독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교만하고 어리석은 인연 때문에, 그리고 복밭 가운데서 삿되고 그릇된 행실을 저지

 

                                                                             [1250 / 1773] 쪽

르기 때문에 이러한 업연(業緣)으로써 용 가운데 태어나게 되는 것이니라.

 

아홉째, 용왕이여, 모든 중생들은 가지가지 어리석고 교만하고 나쁜 업의 힘은 많은 반면에 복덕의 힘은 적어서 마음으로 겁내고 두려워하기 때문에 용 가운데 태어나길 원하느니라.

 

열째, 용왕이여, 모든 중생들은 자비심이 없는 망령된 말과 이간질과 나쁜 말의 이 세 가지 업의 인연 때문에 용 가운데 태어나게 되는 것이니라.

 

용왕이여, 이 열 가지 업의 인연 때문에 용 가운데 태어나게 되는 것이니라.

 

다시 용왕이여, 세 가지 업의 인연으로 용 가운데 태어나기도 하나니,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중생들이 몸과 입과 뜻으로 견고한 나쁜 업을 짓는 것이니, 그 나쁜 업이 성숙되기 때문에 지옥에 태어나 한량없는 겁을 겪으면서 극단의 괴로움을 받아 해탈하기 어렵게 되고, 설령 큰 죄업을 벗어날지라도 아직 작은 죄업이 다 없어지지 않으므로 용 가운데 태어나기도 하고 축생 가운데 태어나기도 하고 혹은 아귀 가운데 태어나기도 하나니, 이 세 가지 악업의 인연 때문에 용 가운데 태어나느니라.”

 

이때 사가라(娑伽羅)용왕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하지만 이 용 가운데에는 마치 하늘처럼 안락한 과보를 받는 용도 있으려니와, 인간처럼 즐거움을 받는 용들도 있고, 아귀·축생과 같은 용도 있고, 혹은 지옥에서 큰 괴로움을 받는 용들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말하고 나자, 그때 사가라 왕의 아들 청련화면(淸蓮華面)이 부처님 앞에 나아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무슨 나쁜 업죄(業罪)의 인연으로 용 가운데 태어나서 크고 단정한 몸인데도 색(色)에 닿거나 의상(衣裳)을 입거나 앉고 눕는 처소이거나 어느 때나 몸이 수용(受用)하는 것이 마치 불을 사르는 것과 같아서 항상 의복 없이 벌거숭이로 다니게 되었으며, 저의 부왕(父王)같은 이는 어찌하여 가장 훌륭한 즐거움을 받는 것이 전륜왕(轉輪王)의 과보와 다르지 않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화면아,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내 너를 위해서 본래의 사실을 말하.....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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