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집경(118)-1180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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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마왕 파순은 이 게송을 듣자, 더욱 괴롭고 슬퍼 눈물을 흘리면서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 이제 온몸에 땀 흐르고
마음 속은 칼로 베는 듯 찢어지니,
통곡하면서 피눈물을 흘리는 것은
구담(瞿曇)이 신통을 나타냄을 본 때문이니라.
그 형체 광대하고 가이없어서
모든 찰토가 배 안에 들어있는데,
나는 신민(臣民)과 권속을 잃어버리고
경계와 궁전도 다 비어버렸네.
다시 시방에서 대중들이 와서
이 사바세계에 두루 가득하여
저마다 가이없는 큰 공양을 마련해서
예배하고 둘러싸며 오가기도 하는구나.
나의 자재함에 위력이 없게 해서
반려자와 권속까지 그에게 의지하니
여래에게 이런 큰 신통력 있는데
내 마음이 어찌 근심하지 않으랴.
그때 대마군주(大摩軍主) 계의지는 파순을 위하여 다시 게송을 읊어 말하였다.
제가 거느린 모든 군중(軍衆)들은
굳세고 용맹하고 대항할 이 없으니
무기로서 여래를 부수려고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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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시간에 그 몸을 부수어 가루로 만들리다.
마왕 파순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우리의 모든 군중과 권속은
세존께 귀의한 지 이미 오래다.
설사 스스로 가서 나쁜 마음을 낼지라도
도리어 목에 가쇄(枷鎖)를 쓰게 되리라.
대마군주 계의지는 다시 게송을 읊어 말하였다.
제가 이제 온갖 방편을 많이 마련해서
저 사나운 원수들을 유인하여
거짓으로 친하고 착함을 나타내 알게 만들어서
틈을 얻은 뒤에 반드시 부수어 없애리다.
마왕 파순은 또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만약에 내가 악독한 마음을 내어서
이 같은 방편으로 부처님을 해치려 한다면
곧 목 밑에 시체[屍]의 매달림을 보게 되어
그 나쁜 냄새를 견딜 수 없으리라.
대마군주 계의지는 다시 게송을 읊어 말하였다.
하늘·사람만이 부처님을 믿어서 귀의할 뿐
일체의 욕계는 마왕에 속해 있고
악독한 용들도 왕이 거느리시니
원컨대 빨리 구담을 해치도록 명령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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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파순은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용의 그러한 능력이 있음을 살펴서 안다면
나는 이미 혼미하니 너 스스로가 명령하여라.
만약에 구담을 정말로 부술 수만 있다면
나는 국토도 얻고 본심도 회복하리라.
그때 대마군주 계의지는 스스로 이렇게 생각했다.
‘세간에 부수기 어려운 것으로 이른바 세 가지 독(毒)이 있으니, 첫째는 천마(天魔)이고, 둘째는 악룡(惡龍)이고, 셋째는 결정코 다섯 신통을 얻은 선인(仙人))이다. 이제 우리의 마궁(魔宮)은 이미 파괴되었으나, 용의 경계만은 견고하여서 광명이 바다 속까지 밝게 비추고, 위력이 자재하여 권속들의 둘러쌈이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다. 용도 이미 마왕에게 귀속하고 그 나머지 군사들도 다 거느리게 되었으니, 이제 마땅히 왕을 위해 명령을 갖고 빨리 가서 저 구담을 부수어야겠다.’
마왕 파순이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슬기로운 군주(軍主)여, 네가 빨리 저 용궁에 가서‘빨리 구담과 싸워라’라고 절실히 명령하여라.”
그때에 대마군주 계의지는 왕에게 하직 인사를 마치자마자 곧 손을 들어서 널리 한량없는 백천의 군중들에게 이렇게 외쳤다.
“너희들은 빨리 갑옷과 무기를 정비하여라. 나는 이제 저 용왕의 궁전에 가서 모든 악룡으로 하여금 악독한 바람을 일으켜 구담의 목숨을 해쳐서 파괴하고자 하노라.”
이렇게 말하고 나자 모든 군사들이 죄다 움직일 수 없었다. 계의지의 군사들과 그 자신도 앞으로 나아가질 못한 채 눈에서는 눈물이 나오고 몸의 털이 다 곤두섰다. 그래서 합장을 하고서 마왕 파순을 향하여 말하였다.
“저희들은 이제 갈 수 없습니다. 사문 구담은 간사스럽게 속이는 데다 환술이 많아서 우리 집을 알고는 우리를 얽어 묶었으며, 우리의 몸 안에 모두 불을 사르면서 뜨겁게 하기를 마치 끓이고 달이다시피 하였습니다.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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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힘이 자유롭지 못하거늘 어떻게 다른 이의 힘을 빌릴 수 있겠습니까?”
그때 마왕 파순은 몇 배 괴로워하고 근심하면서 계의지로 하여금 이상(以上)의 사실을 갖추어 악룡들에게 고하게 하였다.
“너희들은 마땅히 나를 위하여 구담의 몸을 파괴해야 하느니라.”
그러나 그때 이미 모든 악룡들은 공중을 날고 싶어도 날 수가 없어서 계의지에게 말하였다.
“공손히 명령을 받들고 가서 파괴하기 위해 이 마음을 내었으나 문득 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때 계의지는 곧 공포심이 생기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약에 내가 이제 마(魔)의 큰 힘을 나타내어서 모든 악룡으로 하여금 성내는 마음을 내게 한다면, 그 성냄 때문에 능히 구담의 몸을 파괴할 수 있으리라.’
그래서 마왕 파순과 계의지는 변화를 일으켜 용궁 안에 모기·파리와 독한 벌레·죽은 시체·사람 똥 따위를 가득하게 하면서 더러운 냄새를 곳곳마다 풍기자, 모든 용들은 자기의 궁실에 대해 달가운 마음이 들지 않아서 이렇게 생각했다.
‘누가 이 나쁜 것들을 화현해 만들었을까?’
이렇게 거듭 생각해 보았지만 누구 짓인지 알 수 없었다.
그때 모든 사천하 속에 있는 큰 용왕들 및 그의 크고 작은 남녀 권속들까지 죄다 성내고 분개하면서 곧 궁전을 나와 수미산(須彌山) 밑의 가라지(佉羅坻)산에 이르렀다.
그 산은 평탄한 곳인데 산마루에는 옛날에 큰 성인이 머물렀고, 산의 둘레와 높이, 너비는 똑같이 4만 유순이고, 모든 장엄은 순수하게 7보(寶)로만 되어 있었다.
나아가 난타(難陀)용왕·우바난타(優婆難陀)용왕까지도 한량없는 백천의 권속과 더불어 자기가 머물던 궁전을 버리고는 가라제산의 큰 성인들이 머물던 곳으로 가서 구원해주기를 청하였다. 저 용들은 몸을 떨치면 수미산 같았지만, 이미 그곳에 이르러서는 그 몸이 모두 동착(銅)처럼 작아진 걸 알면서도 아무 말도 못하고 다만 각자가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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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가고 싶어도 움직일 수가 없다.”
그리고는 크게 근심하고 성내고 분개하면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때 다시 사가라(娑伽羅)용왕이 무량억(無量億) 나유타의 백천 권속과 함께, 마찬가지로 이라발(伊羅鉢)용왕도, 마찬가지로 선주(善住)용왕도, 마찬가지로 덕차가(德叉迦)용왕도, 마찬가지로 아나바달다(阿那婆達多)용왕도, 마찬가지로 목진린타(目眞隣陀)용왕도, 마찬가지로 해덕(海德)용왕도, 마찬가지로 바루나(婆婁那)용왕도, 마찬가지로 대덕(大德)용왕도, 마찬가지로 나타달도(那吒達都)용왕도, 마찬가지로 아발라라(阿鉢羅羅)용왕도, 마찬가지로 산덕(山德)용왕도, 마찬가지로 우두(牛頭)용왕도, 마찬가지로 아람부(阿藍浮)용왕도, 마찬가지로 이라발다(伊羅鉢多)용왕도, 마찬가지로 울거가비(灪車伽臂)용왕도, 마찬가지로 파라산나(婆羅刪那)용왕도, 마찬가지로 사라마라(斯羅魔羅)용왕도, 마찬가지로 가가타행(迦迦吒行)용왕도, 마찬가지로 계라기(稽羅綺)용왕도, 마찬가지로 수행(水行)용왕도, 마찬가지로 안사나수치(安闍那殊致)용왕도, 마찬가지로 가나가빈사나(伽那迦賓闍那)용왕도, 마찬가지로 사구사복기(奢俱奢伏綺)용왕도, 나아가 폐안(閉眼)용왕도, 나아가 백상액(白象腋)용왕도, 나아가 천리(天利)용왕도, 나아가 천바바차라(天婆婆遮羅)용왕도, 나아가 천가(天迦)용왕도, 나아가 이라구(伊羅口)용왕도, 나아가 천안적(天眼赤)용왕도, 나아가 단정(端正)용왕도, 나아가 광행(光行)용왕도, 나아가 이 사이에 있는 염부제(閻浮提) 땅의 86천(千)의 큰 용왕들, 이 모든 하나하나의 용왕들이 각각 한량없는 백천의 권속과 함께 몽땅 다 이 성인이 머무는 곳에 나아와서 구원해주길 기원(祈願)하였다.
이렇게 나아가서 84만의 해주(海洲) 가운데 낱낱 해주에도 무량억 나유타 백천의 용왕들이 각기 궁전을 버리고 구제를 얻기 위하여 이 가라지(佉羅抵)의 대성인이 머무는 곳에 왔으며, 마찬가지로 울단라구로주(鬱單羅拘盧洲) 중에서 비담비(鼻擔比)용왕과 대변(大遍)용왕 두 용왕도 각각 무량억 나유타 백천의 권속들에게 둘러싸여서 구원을 청하기 위해 이곳 성인께서 머무는 곳까지 왔으며, 마찬가지로 불바비제주(弗婆毘提洲) 가운데 소마루차(蘇摩婁叉)용왕과 바사목차(婆斯目叉)용왕 두 용왕도 무량억 나유타의 백천 권속에게 둘러싸인 채 모두 여기에 이르러서 구원을 청하고, 구야니주(瞿耶尼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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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갈뢰다나(曷賴多那)용왕과 구파라바(瞿婆羅婆)용왕 두 용왕도 무량억 나유타 백천의 용의 권속들에게 둘러싸인 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구원을 청하기 위하여 이 대성인께서 머무는 곳에 이르렀다.
그때 다시 이 사천하 8만 4천의 모든 주(洲) 가운데에 있는 난생(卵生)·태생(胎生)·습생(濕生)·화생(化生)의 모든 용과 이러한 용들이 태어난 곳의 용부(龍婦) 용남(龍男)·용녀(龍女)ㆍ용자(龍子)들도 구원을 얻기 위해 죄다 이 큰 성인 모니(牟尼)의 머무는 곳에 이르렀다. 그러나 여기에 이르러서는 모든 용들의 몸이 마치 동착(銅)처럼 작아지자, 그 용들은 성내고 분개하면서 제각기 이렇게 생각했다.
‘우리들의 본래 몸은 수미산 같았는데, 지금은 어째서 이와 같이 작아졌는가?’
그때 마왕 파순은 이 모든 용들이 모니의 곳에 들어와서 죄다 작은 몸을 받는 것을 보고는 마음으로 근심되고 괴로운 데다 또 분하고 두렵고 불안하기도 해서 그의 군사들과 권속들에게 이와 같이 말하였다.
“너희들은 이 모든 용들을 보아라. 나의 힘 때문에 용왕의 궁전이 변하여 모기, 파리와 독한 벌레 따위와 갖가지 나쁜 냄새와 더러운 똥이 있는 곳으로 화한 탓에 모든 용들이 다 자기 궁전을 버리고 이 큰 산의 성인께서 머무는 곳에 왔다. 그러나 모두 세력을 잃고 자유롭지 못해서 사문 구담을 파괴할 수 없구나.”
그때 대마군주 계의지가 파순에게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근심하지 마시고 저의 말을 들으십시오. 모든 용들이 이러한 몸을 받은 것은 사문 구담의 조화가 아니고 용 자신들이 한 곳에 모여 놀고 웃으면서 일부러 이런 몸을 만들었다가 방편을 얻은 뒤에야 저 석자(釋子)를 해치려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마왕 파순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좋구나. 네가 빨리 가서 저 용들에게 ‘어떤 말로 설명하고 어떤 방편을 만들어서 저 사문 구담을 파괴해 흩어버릴 수 있을 것인가’를 물어 보아라. 만약 파괴할 수만 있다면, 나의 경계도 훌륭하고 용궁도 온전하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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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대마군주 계의지는 앞뒤로 백천만의 군중을 거느리고 저 산에 가고자 스스로 허공을 타고서 전진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과거의 모든 서원을 선양하시면서 궁극의 무여(無餘)까지 통달하여 나타내셨으며, 현재의 세상에 계시는 일체의 성인은 모두 모니의 처소에서 증명을 하고는 모든 중생들의 교화를 마쳤으며, 모든 부처님의 권속과 가생(家生)의 분신(奮迅) 경계도 모두 이미 나타내 보였으며, 모든 보살마하살이 얻은 수명도 한 종류로 차이가 없었으며, 하늘·용·나찰(羅刹)과 인간인 듯하면서 인간이 아닌 것 따위들도 모든 불국토에 광명이 두루 비추어 갖가지로 장엄함을 볼 수 있어서 마음으로 다 기뻐하였다. 시방의 모든 불국토 가운데 이 불국토의 광명이 가장 훌륭하고 우뚝 뛰어났으니, 복덕의 인연이 이런 수승함을 얻은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불국토의 5통(通) 선인들이 다 이 불국토에 와서 석가여래를 공양하고 예배하였다.
이때 부처님의 신통력 때문에 사바세계와 시방 불토의 모든 중생이 다 부처님의 몸 안에 들어가니, 이러한 신통은 모든 부처님 경계의 삼마제(三摩提)힘이다. 저 중생들은 부처님 몸의 광명이 시방 일체의 부처님 세계를 뛰어넘어 두루 다 충만하고 그 비춤도 특별해서 다른 광명을 덮는 것을 보고는 각자의 앉은 자리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석가여래의 불가사의함은 아직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그리고 저 보살들은 이렇게 말하고 나서 제각기 갖가지 꽃·향·보배 옷·가사(袈娑)·영락과 온갖 음악으로 여래에게 공양하였으며, 공양을 마치자 한량없는 백천의 군중이 바른 편으로 돌면서 예배하고는 죄다 물러나 앉았다.
그때 하늘·용·야차·나찰·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구반다(鳩槃茶)·벽려다(薜荔多)·비사(毘舍)·부단나(富單那)·가타부단나(迦吒富單那), 나아가 일체의 사람[人]과 사람 아닌 것[非人] 등의 모든 대중들도 가지가지 공양을 베풀어 앞에서와 같이 예배하고 바른 편으로 돌고는 다 물러나 앉아서 설법을 들었다.
그때에 대마군주 계의지는 권속을 거느리고 염부제에 속한 땅에서 유행(遊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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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여래께서 대중 가운데 앉아 계시다가 안연(安然)하고 움직임 없는 평상의 몸[常身]을 나타내 보이자, 대마군주가 이것을 보고는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이 큰 몸을 나타내었다가 지금은 다시 본래의 모양을 회복해서 마가다국(摩伽陀國)에 아무 이상 없이 단정하게 앉았는데, 이는 혹시 우리 마군의 무리들을 보자 겁나고 두려워 힘을 잃게 되면서 신통을 회복하지 못한 것인가.’
그리고 저 대마군주 계의지는 다시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은 교묘한 지혜가 많으므로 혹시 우리에게 나쁜 마음을 내려고 하는 것인가? 나는 이제 먼저 구담의 처소에 나아가서 그의 도술과 방편의 인연을 보고는 시험 삼아 함께 의논하면서 그의 거짓과 속임수를 관찰하리라.’
그때 대마군주 계의지는 권속들에게 둘러싸인 채 부처님 처소로 나아가서 여래와 마주 서서 게송을 읊어 말하였다.
자신도 아직까지 생사의 바다에서
해탈하여 벗어나지 못하였거늘
어찌해 다른 중생들을 속여가면서
나는 너희들을 열반에 안치한다고 이르는가.
그때 여래께서도 대마군주 계의지에게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나는 오래 동안 유전(流轉)의 바다를 초월해서
다시는 모든 존재[有] 속에 태어나지 않고
자비로서 모든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노니
그러므로 출요의 도[出要道]를 설하노라.
너는 옛날 무수한 겁(劫)에서
이미 가장 훌륭한 보리심을 내고
연등불(然燈佛) 세존을 만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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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와 지계를 함께 수행하였으니,
이와 같이 과거의 억천 부처님께
일찍이 공경하고 공양한 적이 있어서
마땅히 이 청정한 승(乘)을 얻어야 하나니
내가 이제 결정코 그대에게 수기하여서
미래의 성불을 나와 같이 하련만,
어쩌다 중생을 속인다고 이르는가.
나는 이제 너에게 지혜 눈을 베푸노니
전생의 수행한 본말을 생각할 수 있으리라.
그때 계의지 마군주는
곧 숙명통(宿命通)으로 전생의 몸 알아보았으니
두타(頭陀)의 고행으로 선(禪)을 닦은 것과
업과(業果)와 복덕이 다 분명해졌도다.
그때 대마군주 계의지는 이 게송을 듣고 나서 저 과거의 복덕과 인연을 생각하고는 여래에게 오체투지(五體投地)를 하면서 눈으로는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는 꿇어앉아서 합장한 뒤에 이렇게 말하였다.
“여래이신 세존이시여, 저는 너무나 후회스럽고 부끄러워서 마치 어리석은 사람 같기도 하고, 헤매는 사람 같기도 하고, 술 취한 사람 같기도 하고, 귀신에 홀린 사람 같기도 합니다.
제가 과거를 생각하건대, 1아승기의 겁을 지나는 동안 크게 정진하는 힘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어서 6바라밀을 수행하고 성인의 도를 닦아 익히면서 모든 복덕을 지었으며, 부처님의 출현을 만나서는 갖가지로 공양하고 미묘한 법을 들으면서 크나큰 서원을 세우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때 가섭(迦葉)여래의 법속에서 한 비구가 성문법을 말하고 또 어떤 대승 사람이 보살법을 말했는데, 제가 그때 마음이 잘못되고 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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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빠서 이 성문법 말하는 사람을 마군의 말이자 마군의 권속이라 했고 대승의 사람에게는 소승의 허물이라고 비방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나쁘게 말한 인연 때문에 나는 그 중에서 가섭여래에게 수기를 받지 못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지 못하였으며, 또 저 나쁘게 말한 죄업의 인연으로 죽어서는 마계(魔界)에 태어나서 이 몸을 받은 지가 이미 57억천 년을 지났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차라리 다시 6백천 년을 지내면서 지옥의 괴로움을 받을지언정 끝내 한 생각이라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은 잃지 않겠습니다. 하물며 네 가지 범행(梵行)에 있어서 어찌 그 생각을 물러나게 하겠습니까?”
한 번 두 번 이와 같이 참회하고 나아가 세 번까지도 이렇게 참회하자, 그 나머지 권속도 다 그렇게 참회하였다.
“과거 세상에서 유전하던 것처럼 설사 오는 세상에서 다시 생사의 바다와 지옥에 있더라도 끝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에서 잠시도 물러나지 않겠습니다.”
부처님께서 군주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가령 어떤 사람이 수미산만한 커다란 등(燈)을 켜고, 일곱 가지 보물을 갖추어 한량없는 세간에서 모든 부처님을 공양했다고 하자. 이 복과 덕의 덩어리로도 어떤 사람이 지극한 마음과 자비로 보리심을 내는 것만 못하리니, 왜냐하면 이 보리심을 내는 것이 바로 시방 부처님을 공양함이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저 과거의 복덕보다 이 보리심 내는 것이 가장 훌륭하니라.
선남자여, 너는 이제 이 죄업이 다되었으니 다시는 다른 생각을 하지 말고 생사의 5음(陰)과 온갖 존재[有] 속에서도 도사(導師)의 몸을 얻을 것이니라.”
그때 계의지 보살마하살은 곧 앉은 자리에서 법에 수순하는 인[法順忍]을 얻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엎드려 예배하고 부처님 주변을 세 번 돌았다. 그리고는 곧 값을 따질 수 없는 보배 옷을 벗어서 진주·영락과 함께 부처님을 공양하였으며, 보시를 마련하고 나서는 게송을 읊어 말하였다.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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