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대반열반경(89)-890

근와(槿瓦) 2016. 1. 30. 01:54

대반열반경(89)-890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881 / 10007] 쪽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좋은 일이다. 마음대로 말하여라."

 

"세존이시여, 마치 큰 마을 앞에 사라나무숲이 있고 그 가운데 한 나무가 숲보다 먼저 난 지 백 년이 넘었습니다. 그 때에 숲 주인은 물을 주면서 철을 따라 가꾸었는데, 그 나무가 오래되어서 껍질과 가지와 잎은 다 떨어지고 굳은 고갱이만 남아 있습니다. 여래께서도 그와 같아서 낡은 것은 모두 제하여 없어지고, 온갖 진실한 법만 남아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출가하여 수도하기를 진정으로 원하나이다."

 

부처님께서 "잘 왔도다, 비구여" 하고 말씀하시니, 이 말을 마치자 곧 출가하여 번뇌가 다하였고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882 / 10007] 쪽

대반열반경 제 36 권

송대 사문 혜엄 등이 니원경에 의거하여 덧붙임

 

25. 교진여품 ②

또 범지(梵志)가 있으니, 이름은 청정부(淸淨浮)라. 이렇게 말하였다. "구담이여, 모든 중생들은 무슨 법을 알지 못하여서 세간이 항상하다, 무상하다, 항상하기도 하고 무상하기도 하다, 항상함도 아니고 무상함도 아니다, 나아가 여여히 감도 아니고 여여히 가지 아니함도 아니라 보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색을 알지 못하는 연고며, 나아가 식을 알지 못하는 연고로 세간이 항상하다, 나아가 여여히 감도 아니고 여여히 가지 않음도 아니라고 보느니라."

 

범지가 말하였다. "구담이여, 중생들이 무슨 법을 알면, 세간이 항상하다, 나아가 여여히 감도 아니고 여여히 가지 않음도 아니라고 보지 않겠나이까?"

 

"선남자여, 색을 아는 연고며, 나아가 식을 아는 연고로 세간이 항상하다, 나아가 여여히 감도 아니고 여여히 가지 않음도 아니라고 보지 않느니라."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저를 위하여 세간이 항상함과 무상함을 분별하여 말씀하여 주소서."

 

"선남자여, 만일 사람이 낡은 것을 버리고 새 업을 짓지 않으면, 이 사람이 항상하고 무상함을 아는 것이니라."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알고 보았나이다."

 

                                                                                                                    [883 / 10007] 쪽

"선남자여, 그대는 어떻게 알았으며 어떻게 보았는가?"

 

"세존이시여, 낡은 것은 무명과 애라 하옵고, 새것은 취(取)와 유(有)라 하나니, 사람이 만일 무명과 애를 멀리 여의고, 취와 유를 짓지 아니하면, 이 사람은 진실하게 항상함과 무상함을 아는 것입니다. 제가 지금 바른 법의 깨끗한 눈을 얻삽고 3보에 귀의하오니, 바라옵건대 여래께서 제가 출가함을 허락하옵소서."

 

부처님께서 교진여에게 분부하셨다. "이 범지가 출가하여 계를 받음을 허락하여라."

 

교진여가 부처님의 분부를 받잡고 대중에게로 데리고 가서 갈마(羯磨)를 행하여 출가하게 하였더니, 보름 후에 모든 번뇌가 아주 다하여 아라한과를 얻었다.

 

독자(犢子) 범지는 또 이렇게 말하였다. "구담이여, 제가 물으려는데 허락하겠습니까?"여래는 잠자코 계셨고, 두 번째 세 번째도 그리하셨다.

 

독자 범지는 다시 말하였다. "구담이여, 저는 오래전부터 당신의 친구가 되었으며, 당신은 나와는 둘이 아닌데, 내가 묻는 것에 어찌 잠자코 계십니까?"

 

그 때에 세존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 범지는 성품이 선비답고 아담하며 착하고 질직(質直)하여서 매양 알기 위하여 묻는 것이요, 남을 시끄럽게 하려는 것이 아니니, 저가 물으면 뜻을 따라 대답하리라.'

 

그리고는 말씀하셨다. "독자여, 훌륭한 일이다. 의심나는 대로 물으면 내가 대답하리라."

 

"구담이여, 세상에 선(善)이 있는가?" "그러니라, 범지여."

 

"불선이 있는가?" "그러니라, 범지여."

 

"구담이여, 바라옵건대 저를 위하여 말하여서 저로 하여금 선과 불선의 법을 알게 하소서."

 

"선남자여, 나는 그 뜻을 자세히 분별하여 말할 수 있거니와, 이제 그대를

 

                                                                                                                     [884 / 10007] 쪽

위하여 간략히 말하리라.

 

선남자여, 탐욕을 불선이라 하고, 탐욕에서 해탈함을 선이라 하며, 성내는 일과 어리석음도 그와 같으니라.

 

살생을 불선이라 하고, 살생하지 않음을 선이라 하며, 나아가 삿된 소견도 그와 같으니라.

 

선남자여, 나는 지금 그대를 위하여 세 가지 선한 법과 불선한 법을 말하였으며, 또 열 가지 선한 법과 불선한 법을 말하였노라. 만일 나의 제자가 이러한 세 가지 선한 법과 불선한 법, 나아가 열 가지 선한 법과 불선한 법을 능히 분별하면, 이 사람은 탐욕과 성내는 일과 어리석은 온갖 번뇌를 다하였고 온갖 유를 끊은 것이니라."

 

"구담이여, 불법 가운데 한 비구라도 이러한 탐욕과 성내는 일과 어리석음과 온갖 번뇌와 온갖 유를 다한 이가 있나이까?"

 

"선남자여, 이 불법 가운데는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이나, 나아가 5백 사람만이 아니라, 한량없는 비구들이 이러한 탐욕과 생내는 일과 어리석음과 온갖 번뇌와 온갖 유를 능히 다하였느니라."

 

"구담이여, 한 비구는 그만두고, 불법 가운데는 한 비구니라도 이러한 탐욕과 성내는 일과 어리석음과 온갖 번뇌와 온갖 유를 능히 다한 이가 있나이까?"

 

"선남자여, 이 불법 가운데는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이나, 나아가 5백 사람만이 아니라, 한량없는 비구니들이 이러한 탐욕과 성내는 일과 어리석음과 온갖 번뇌와 온갖 유를 능히 끊었느니라."

 

"구담이여, 한 비구와 한 비구니는 그만두고, 불법 가운데 한 우바새(優婆塞)라도 계행을 가지고 부지런히 정진하고 범행이 청정하고 의심의 저 언덕에 건너가서 의심을 끊은 이가 있나이까?"

 

"선남자여, 나의 불법 가운데는 하나, 둘, 셋, 나아가 5백 사람만이 아니라, 한량없는 우바새들이 계행을 가지고 부지런히 정진하고 범행이 청정하며, 오하분결(五下分結)을 끊고 아나함을 얻었으며, 의심의 저 언덕에 건너가서 의심을 끊었느니라."

 

"구담이여, 한 비구, 한 비구니, 한 우바새는 그만두고, 불법 가운데서 한 우바이(優婆夷)라도 계행을 가지고 부지런히 정진하고 범행이 청정하며, 의심의 저 언덕에 건너가서 의심을 끊은 이가 있나이까?"

 

                                                                                                                    [885 / 10007] 쪽

"선남자여, 나의 불법 가운데는 하나, 둘, 셋, 나아가 5백 사람만이 아니라, 한량없는 우바이들이 계행을 가지고 부지런히 정진하고 범행이 청정하며, 5하분결을 끊고 아나함을 얻었으며, 의심의 저 언덕에 건너가서 의심을 끊었느니라."

 

"구담이여, 한 비구, 한 비구니가 온갖 번뇌를 다하거나, 한 우바새, 한 우바이가 계행을 가지고 부지런히 정진하고 범행이 청정하며 의심을 끊은 이는 그만두고, 불법 가운데 우바새로 5욕락을 받으면서 마음에 의심이 없는 이가 있나이까?"

 

"선남자여, 이 불법 가운데는 하나, 둘, 셋, 나아가 5백 사람만이 아니라, 한량없는 우바새가 세 가지 결박을 끊고 수다원을 얻었으며, 탐욕과 성내는 일과 어리석음이 엷어져서 사다함을 얻었으며, 우바새와 같이 우바이도 그러하니라."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비유를 말하려 하나이다." "좋은 말이다. 말하려거든 말하여 보아라."

 

"세존이시여, 마치 난타(難陀)와 바난타(婆難陀) 용왕들이 큰비를 내리듯이 여래의 법비도 그와 같아서 우바새 · 우바이에게 평등하게 내리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외도들이 와서 출가하려 하오면, 여래께서는 몇 달 동안이나 시험하시나이까?"

 

"선남자여, 다 넉 달씩 시험하거니와, 한결같지는 아니하니라."

 

"세존이시여, 만일 한결같지 않사오면, 바라건대 대자대비로 제가 출가하는 것을 허락해 주소서."

 

이 때에 세존께서 교진여에게 분부하셨다. "독자가 출가하여 계를 받는 것을 허락하라." 그 때에 교진여가 부처님의 분부를 받잡고 대중 가운데서 갈마를 하였더니, 보름이 찬 뒤에 수다원과를 얻었다.

 

수다원과를 얻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혜를 배워서 얻을 것은 내가 이미 얻었으니, 이제는 부처님을 뵈올 만하다.' 곧 부처님 계신 데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예경을 마치고는 한쪽

 

                                                                                                                     [886 / 10007] 쪽

에 서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

 

세존이시여, 배워서 얻을 모든 지혜를 제가 이미 얻었나이다. 바라옵건대 저를 위하여 다시 분별하여 말씀하시어, 저로 하여금 무학의 지혜를 얻게 하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너는 부지런히 정진하여 두 가지 법을 닦을지니, 하나는 사마타(奢摩他)요, 또 하나는 비바사나(毘婆舍那)니라.

 

선남자여, 만일 비구가 수다원과를 얻으려면, 이 두 법을 부지런히 닦아야 하고, 사다함과나 아나함과나 아라한과를 얻으려 하여도 이 두 법을 닦아야 하느니라.

 

선남자여, 만일 비구가 4선정 · 4무량심 · 6신통 · 8배사(背捨) · 8승처(勝處) · 무쟁지(無諍智) · 정지(頂智) · 필경지(畢竟智) · 4무애지(無礙智) · 금강삼매 · 진지(盡智) · 무생지(無生智)를 얻으려 하여도 이 두 법을 닦아야 하느니라.

 

선남자여, 만일 10주지(住地) · 무생법인(無生法忍) · 무상법인(無相法忍) · 불가사의법인(不可思議法忍) · 성행(聖行) · 범행(梵行) · 천행(天行) · 보살행 · 허공삼매 · 지인삼매(智印三昧) · 공(空)삼매 · 무상(無相)삼매 ·무작(無作)삼매 · 지(地)삼매 · 불퇴(不退)삼매 · 수릉(首楞)삼매 · 금강삼매 · 아뇩다라삼먁삼보리 · 불행(佛行)을 얻으려 하여도 이 두 법을 닦아야 하느니라."

 

독자가 듣고는 예배하고 나와서 사라숲 속에서 이 두 법을 닦더니, 오래지 않아서 아라한과를 얻었다. 이 때에 또 한량없는 비구들이 부처님 계신 데 가려고 하는 것을 독자가 보고 물었다. "큰스님들 어디로 가십니까?" "부처님 계신 데 가렵니다."

 

"큰스님들, 부처님께 가시거든 원컨대, '독자 범지가 두 가지 법을 닦아서 무학의 지혜를 얻었고, 이제 부처님 은혜를 갚고자 하여 반열반에 듭니다'라고 여쭈어 주십시오."

 

비구들은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독자 비구가 저희들에게 부탁하기를 '세존이시여, 독자 범지가 두 가지 법을 닦아서 무학의 지혜를 얻었고, 이제 부처님 은혜를 갚고자

 

                                                                                                                     [887 / 10007] 쪽

하여 열반에 듭니다'라고 여쭈라 하더이다."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아, 독자 범지가 아라한과를 얻었으니, 너희들은 함께 가서 그 몸에 공양하라."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잡고 그 시신이 있는 데 가서 크게 공양을 베풀었다.

 

납의(納衣) 범지가 이렇게 말하였다. "구담의 말과 같이 '한량없는 세상에서 선과 불선을 지었으므로 오는 세상에서 선한 몸과 불선한 몸을 얻는다' 하였으나, 이치가 그렇지 않나이다.

 

왜냐 하면 구담이 말하기를 '번뇌로 인하여 이 몸을 얻는다' 하였으니, 번뇌로 인하여 몸을 얻는다면, 몸이 먼저 있었는가 번뇌가 먼저 있었는가, 번뇌가 먼저 있었다면, 누가 지었으며 어디 머물러 있었던가.

 

만일 몸이 먼저 있었다면, 어떻게 번뇌로 인하여 얻는다 말하겠는가. 그러므로 번뇌가 먼저 있었다 함도 옳지 못하고, 몸이 먼저 있었다 함도 옳지 못하고, 한꺼번에 있었다 함도 옳지 못하니라.

 

먼저 있었다, 나중에 있었다, 한꺼번에 있었다 함이 모두 옳지 못하므로, 나는 말하기를 '모든 법이 다 제 성품이 있는 것이고, 인연을 따르지 않는다' 하오.

 

또 구담이여, 굳은 것은 땅의 성품이요, 젖는 것은 물의 성품이요, 더운 것은 불의 성품이요, 동함은 바람의 성품이요, 걸림이 없는 것은 허공의 성품이니, 이 5대의 성품은 인연으로 인하여 있는 것이 아니요, 만일 세간에서 한 가지 법의 성품이 인연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면, 모든 법의 성품도 그와 같아서 인연으로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니라. 만일 한 가지 법이라도 인연으로 있는 것이라면, 무슨 연고로 5대의 성품은 인연을 따르지 아니하는가.

 

구담이여, 중생들이 선한 몸으로나 불선한 몸으로나 해탈을 얻는 것은 모두 자기의 성품이요 인연을 따르지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내가 말하기를 '온갖 법들이 제 성품으로 있는 것이요, 인연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하오.

 

구담이여, 세간의 법들이 일정하게 쓰는 곳이 있나니, 마치 목수는 말하기를 '이 나무로는 수레를 만들고, 이 나무로는 창호나 책상을 만들 것이라' 하며, 금사(金師)가 만드는 것도 이마에 두르는 것은 화만[鬘]이라 하고, 목에

 

                                                                                                                     [888 / 10007] 쪽

늘어뜨리는 것은 영락이라 하고, 팔에 끼는 것은 팔찌라 하고, 손가락에 끼는 것은 가락지라 하듯이, 쓰는 곳이 일정한 연고로 결정된 성품이라 합니다. 구담이여, 모든 중생들도 그와 같아서 5도의 성품이 있으므로 지옥 · 아귀 · 축생 · 인간 · 천상이 있는 것이니, 그렇다면 어찌하여 인연을 따른다 하겠는가."구담이여, 모든 중생의 성품이 제각기 다르므로 온갖 가지 제 성품이라 합니다. 구담이여, 거북은 육지에 나서도 스스로 물에 들어가고, 송아지는 나면서부터 젖을 먹을 수 있고, 물고기가 낚시의 미끼를 보고는 스스로 삼키며, 독사가 나서는 자연히 흙을 먹나니, 이런 것은 아무도 가르치는 이가 없는 것이며, 가시는 나면서 끝이 뾰족하고, 나는 새는 털빛이 제각기 다르나니,

 

세간의 중생들도 그러하여 영리한 이도 있고 둔한 이도 있고, 부자도 있고 가난 한 이도 있고, 잘난 이도 있고 못난 이도 있으며, 해탈을 얻는 이도 있고 나쁜 데 사는 이도 있나이다.

 

그러므로 온갖 법 중에는 제각기 제 성품이 있는 것이오.

 

또 구담이 말하기를 '탐욕과 성내는 일과 어리석음이 인연으로 생긴다' 하며, 이 3독(毒)이 5진(塵)을 인연한다 하거니와, 이치가 그렇지 아니합니다. 왜냐 하면 중생들이 잘 때에는 5진을 멀리 여의었지만 탐욕과 성내는 일과 어리석음이 생기고, 태 속에 있을 때도 그러하며, 태에서 처음 나와서는 5진이 좋고 나쁨을 분별하지 못하면서도 탐욕과 성내는 일과 어리석음이 생기는 것이며, 신선이나 성현들이 한적한 곳에 있을 때에는 5진이 없지만 그래도 탐욕과 성내는 일과 어리석음이 생기는 것이며, 어떤 이는 5진으로 인하여 탐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어리석지 않음을 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인연으로부터 온갖 법이 생기는 것이 아니니, 제 성품이 있는 까닭입니다.

 

또 구담이여, 제가 보건대 세상 사람들이 5근을 구족하지 못하고도 재물이 많고 자재한 이가 있으며, 5근을 구족하고도 빈궁하고 하천하여 자재로 하지 못하고 남의 하인이 되는 이가 있으니, 만일 인연이 있다면, 무슨 연고로 이러합니까? 그러므로 모든 법은 제 성품이 있는 것이요, 인연을 말미암은 것이 아닙니다.

 

                                                                                                                     [889 / 10007] 쪽

또 구담이여, 세상의 어린아이들이 5진을 분별할 줄 모르면서도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웃을 때에는 기쁜 줄 알고, 울 때에는 걱정하는 줄 아나니, 그러므로 모든 법은 모두 제 성품이 있는 줄을 알겠나이다.

 

또 구담이여, 세상 법이 두 가지니, 하나는 있는 것이고, 또 하나는 없는 것입니다. 있는 것은 허공이요, 없는 것은 토끼의 뿔이니, 이 두 가지 법에서 하나는 있는 것이므로 인연을 따르지 아니하고, 또 하나는 없는 것이므로 인연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모든 법은 제 성품이 있는 것이므로 인연을 따르지 않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대의 말이 5대의 성품과 같아서 모든 법도 그러하다 하거니와, 이치가 그렇지 아니하니라.

 

왜냐 하면 선남자여, 그대의 법에서 5대가 항상한 것이라면, 무슨 인연으로 온갖 법이 모두 항상하지 아니하며, 만일 세상 물건이 무상하다면, 5대의 성품은 무슨 인연으로 무상하지 아니한가. 만일 5대가 항상하다면, 세상 물건도 항상하여야 할 것이니라.

 

그러므로 그대가 말하기를 '5대의 성품은 제 성품이 있으므로 인연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하여 온갖 법으로 하여금 5대와 같게 하리라' 함이 옳지 아니하니라.

 

선남자여, 그대가 말하기를 '쓰는 곳이 일정하므로 제 성품이 있다'는 것도 이치가 그렇지 아니하니, 왜냐 하면 모두 인연으로부터 이름을 얻는 연고니라.

 

만일 인연으로부터 이름을 얻는다면, 역시 인연으로부터 뜻을 얻어야 할 것이니라. 어떤 것을 인연으로부터 이름을 얻는다 하는가.

 

마치 이마 위에 있는 것을 화만이라 이름하고, 목에 있는 것을 영락이라 하고, 팔에 끼는 것을 팔찌라 하고, 수레에 있는 것을 바퀴라 하고, 초목에 불이 있는 것을 초목의 불이라 이름하는 것과 같거니와,

 

선남자여, 나무가 처음 날 때에는 화살이나 창대의 성품이 없었지만 인연을 따라서 공장이 살을 만들고, 인연을 따라서 공장이 창대를 만드는 것이니, 그러므로 온갖 법이 제 성품이 있다고 말할 것이 아니니라.

 

선남자여, 그대가 말하기를 '거북은 육지에서 났으나 성품이 물로 들어가고, 송아지는 나면서부터 성품이 젖을 먹을 수 있다 함이, 그렇지 아니하니라.

 

왜냐 하면 만일 물에 들어가는 것이 인연이 아닐진댄 마찬가지 인연이

 

                                                                                                                     [890 / 10007] 쪽

아닌데 어찌하여 불에는 들어가지 않는가. 송아지가 나면서부터 성품이 젖을 빨 수 있는 것이 인연이 아닐진댄 마찬가지 인연이 아닌데 어찌하여 뿔은 빨지 않는가.

 

선남자여, 만일 말하기를 '모든 법이 다 제 성품이 있으므로 가르칠 필요도 없고 증장할 것도 없다' 하는 것은, 뜻이 그렇지 아니하니라.

 

왜냐 하면 지금 보건대 가르침이 있으며, 가르침으로 인하여 증장하나니, 그러므로 제 성품이 없음을 알지니라.

 

선남자여, 만일 온갖 법이 제 성품이 있다면, 모든 바라문들이 마땅히 청정한 몸을 위하여 양을 잡아서 제사하지 않아야 할 것이며, 만일 몸을 위하여 제사한다면, 제 성품이 없음을 알 것이니라.

 

선남자여, 세간에서 말하는 법이 세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지으려 함이요, 둘은 짓는 때요, 셋은 지어 마친 때니라. 만일 온갖 법이 제 성품이 있다면, 무슨 연고로 세상에 세 가지 말이 있겠는가. 세 가지 말이 있으므로 온갖 것이 제 성품이 없는 줄을 알지니라.

 

선남자여, 만일 모든 법이 제 성품이 있다면, 모든 법이 각각 일정한 성품이 있을 것이며, 만일 일정한 성품이 있다면, 사탕수수라는 한 물건이 무슨 연고로 즙이 되고, 꿀이 되고 얼음사탕[石蜜]이 되고 술이 되고 초[苦酒]가 되는가.

 

만일 한 가지 성품이라면, 어떻게 이러한 여러 가지 맛이 되는가. 만일 한 물건 가운데서 이런 것들이 난다면, 모든 법은 일정하게 각각 한 성품이 있지 아니한 줄을 알 것이다.

 

선남자여, 만일 온갖 법이 일정한 성품이 있다면, 성인이 무슨 연고로 사탕수수 즙이나 얼음사탕이나 흑설탕은 먹고, 술이었을 때에는 먹지 않다가, 초가 된 뒤에는 다시 먹는가.

 

그러므로 일정한 성품이 없는 줄을 알 것이며, 만일 일정한 성품이 없다면, 어찌하여 인연으로 말미암아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선남자여, 그대가 말하기를 '온갖 법이 제 성품이 있다' 하거니와, 어떻게 비유를 말하겠는가. 만일 비유할 것이 있다면, 모든 법은 제 성품이 없음을 알 것이며, 만일 제 성품이 있다면, 비유가 없음을 알지니라.

 

세간에 지혜 있는 이는 모두 비유를 말하는 터인즉, 모든 법은 제 성품이 없으며 일정한 성품이 없음을 알 것이니라.

 

선남자여, 그대가 말하기를 '몸이 먼저 있는가, 번뇌가 먼저 있는가' 하는 것은 이치가 그렇지 아니하니, 왜냐 하면 내가 만일 몸이 먼저 있었다고 말하였다면, 그대가 그렇게 문난할 수 있거니와, 그대도 나와 같아서 몸이 먼.....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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