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대반열반경(88)-880

근와(槿瓦) 2016. 1. 29. 00:52

대반열반경(88)-880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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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왜냐 하면 세상 사람이 자기의 칼로 자기를 해하여 자기의 짓는 일이 남에게 소용됨을 보나니, 그대가 끌어 온 비유도 그와 같아서 내게는 길하지만 그대에게는 불길하니라."

 

선니가 말하였다. "구담이여, 당신이 먼저는 내 마음이 평등하지 못하다고 책망하더니, 지금 당신이 말하는 것도 평등하지 못합니다. 왜냐 하면 구담이여, 지금 길한 것은 자기에게 돌리고 불길한 것은 내게 돌리니, 이것으로 미루어보면 진실로 평등하지 못합니다."

 

"선남자여, 나의 불평등으로 그대의 불평등을 깨뜨리나니, 그러므로 그대의 평등과 나의 불평등이 모두 길한 것이니라. 나의 불평등으로 그대의 불평등을 깨뜨려서 그대로 하여금 평등을 얻게 함이 곧 나의 평등이니, 왜냐 하면 여러 성인들과 같이 평등을 얻는 연고니라."

 

"구담이여, 나는 항상 평등하거늘, 당신은 어찌하여 나의 불평등을 깨뜨린다 하는가? 모든 중생에게 평등하게 내가 있거늘, 어찌하여 내가 평등하지 않다 하는가?"

 

"선남자여, 그대도 말하기를 '마땅히 지옥을 받고, 마땅히 아귀를 받고, 마땅히 축생을 받고, 마땅히 인간과 천상을 받는다' 하였으니, 내가 먼저 5도에 두루하였다면, 어찌하여 마땅히 모든 갈래를 받으라고 말하는가. 그대도 말하기를 '부모가 화합하여 아들을 낳는다' 하였으니, 만일 아들이 먼저부터 있었다면 어찌하여 화합한 뒤에야 있다 하는가. 그러므로 한 사람에게 다섯 갈래의 몸이 있는 것이니, 만일 다섯 곳에 먼저부터 몸이 있었다면 무슨 인연으로 몸을 위하여 업을 짓겠는가. 그러므로 평등하지 못하니라.

 

선남자여, 그대가 생각하기를 '내가 짓는 것[作者]이라' 한다면 그렇지 아니하니, 왜냐 하면 만일 내가 짓는다면, 무슨 연고로 스스로 괴로운 일을 짓겠는가. 그러나 지금 중생들이 실로 괴로움을 받는 터이니, 이런 연고로 내가 짓는 것이 아닌 줄을 알지니라. 만일 말하기를 '이 괴로움은 내가 짓는 것이 아니요, 인으로부터 나지도 않는다' 하면, 온갖 법이 모두 그러하여, 인으로부터 나지 아니하리니, 무슨 인연으로 내가 짓는다 하겠는가.

 

선남자여, 중생의 괴로움과 즐거움은 실로 인연으로 말미암는 것이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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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한 괴로움과 즐거움은 능히 근심과 기쁨을 지어서 근심할 때에는 기쁨이 없고 기쁠 때에는 근심이 없으며, 혹은 기뻐하고 혹은 근심하나니, 지혜 있는 사람이야 어떻게 이것을 항상하다고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그대가 말하기를 '내가 항상하다' 하거니와, 만일 항상하다면 어찌하여 열 가지 시절의 다름이 있겠는가. 항상한 법이라면, 가라라 시절로부터 늙은 시절까지가 있지 아니할 것이며, 허공은 항상한 법이므로 한 때도 없는데, 하물며 열 시절이 있겠는가.

 

선남자여, 나는 가라라 시절도 아니고, 나아가 늙은 시절도 아니거늘, 어찌하여 열 시절의 차별이 있다고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만일 내가 짓는 것이라면, 이 내가 성할 때와 쇠할 때가 있고, 중생도 성할 때와 쇠할 때가 있으니, 만일 내가 그렇다면, 어떻게 항상하다 하겠는가.

 

선남자여, 내가 만일 짓는 것이라면, 어째서 한 사람에게 영리하고 둔함이 있는가.

 

선남자여, 내가 만일 짓는 것이라면, 이 내가 능히 몸으로 짓는 업과 입으로 짓는 업과 뜻으로 짓는 업을 짓나니, 만일 이런 것이 내가 짓는 것이라면, 어찌하여 입으로 내가 없다고 말하겠는가. 어찌하여 스스로 있느냐 없느냐를 의심하겠는가.

 

선남자여, 그대가 생각하기를, '눈을 여의고 봄이 있다면' 이치가 그렇지 아니하니, 왜냐 하면 만일 눈을 여의고 따로 보는 것이 있다면, 왜 눈을 필요로 하는가. 나아가 몸도 그와 같으니라. 그대의 생각에 '내가 능히 본다'고 하지만 반드시 눈으로 인하여 본다면, 그것도 그렇지 아니하니, 무슨 까닭이냐.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수만나꽃[須曼那花]이 큰 마을을 태운다 하고, 어떻게 태우느냐 하면 불을 일으켜 태운다 하는 것같이, 그대가 말하는 내가 본다는 것도 그와 같으니라."

 

"구담이여, 마치 사람이 낫을 들고 풀을 베는 것처럼, 내가 5근(根)으로 인하여 보고 듣고, 나아가 닿이는 것도 그와 같나이다."

 

"선남자여, 사람과 낫은 각각 다르므로 낫을 들고 작용할 수 있지만 근을 여의고는 따로 내가 없는데, 어떻게 내가 근으로 인하여 작용함이 있다 하겠는가.

 

선남자여, 그대가 생각하기를, '낫으로 풀을 베듯이 나도 그와 같다' 하면, 이 내가 손이 있느냐, 손이 없느냐. 만일 손이 있다면, 어째서 제가 들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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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냐. 만일 손이 없다면 어떻게 내가 짓는 것이라고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능히 풀을 베는 것은 곧 낫이고, 나도 아니며 사람도 아니니라. 만일 나나 사람이 능히 벤다면, 어찌하여 낫을 필요로 하는가.

 

선남자여, 사람에게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풀을 잡고, 하나는 낫을 드나니, 이 낫은 능히 끊는 공만 있느니라.

 

중생이 법을 보는 것도 그와 같아서 눈이 능히 빛을 보는 것은 화합으로부터 생기는 것이니, 만일 인연이 화합함으로 인하여 본다면, 지혜 있는 사람이야 어찌 내가 있다고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그대가 생각하기를, '몸이 짓고 내가 받는다' 하면, 뜻이 그렇지 아니하니라. 왜냐 하면 이 세상에서 천득이 업을 짓고 불득이 과보를 받는 것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만일 말하기를, 몸으로 짓는 것이 아닌데, 나도 인이 아닌 것으로 받는다고 한다면, 그대들이 어찌하여 인연으로부터 해탈을 구하느냐.

 

그대의 몸이 인연이 아닌 것으로 났다면, 해탈을 얻고 나서도 역시 인연이 아닌 것으로 다시 몸이 나야 할 것이며, 몸과 같아서 모든 번뇌도 그와 같을 것이니라."

 

선니가 말하였다. "구담이여, 나에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앎이 있고, 또 하나는 앎이 없나이다. 앎이 없는 나는 능히 몸을 얻거니와, 앎이 있는 나는 능히 몸을 버리나니, 마치 날기와를 가마에 구우면 본 빛을 잃고, 다시는 생기지 아니하는 것과 같나니, 지혜 있는 이의 번뇌도 그와 같아서 한번 멸하고는 다시 생기지 않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안다고 하는 것은 지혜가 아는 것인가, 내가 아는 것인가. 만일 지혜가 아는 것이라면, 무슨 연고로 내가 아는 것이라고 말하며, 만일 내가 안다면 무슨 연고로 방편으로 지혜를 구하는가.

 

그대가 생각하기를, '내가 지혜로 인하여 안다'고 하면, 꽃이 태운다는 비유와 같으니라.

 

선남자여, 마치 찔레나무의 성질이 찌르는 것을, 나무가 가시를 잡고 찌른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나니, 지혜도 그와 같아서 지혜가 스스로 아는 것인데, 어떻게 내가 지혜를 가지고 안다고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그대의 법에서는 내가 해탈을 얻는 것을 앎이 없는 내가 얻는다 하는가, 앎이 있는 내가 얻는다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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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만일 앎이 없는 것이 얻는다면, 예전대로 번뇌를 구족하였을 것이요, 만일 앎이 있는 것이 얻는다면, 이미 5정(情)이 있을 것이니, 왜냐 하면 근을 떠나서는 따로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이니라. 만일 근을 갖추었다면, 어떻게 해탈을 얻었다 하겠는가? 만일 말하기를 '나의 성품이 청정하여 5근을 여의었다' 한다면, 어찌하여 5도(道)에 두루하였다 하며, 무슨 인연으로 해탈하기 위하여 선한 법을 닦겠느냐?

 

선남자여,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허공에서 가시를 뽑는다는 것처럼, 그대도 그러하니, 내가 만일 청정하다면, 어찌하여 번뇌를 끊는다고 말하는가.

 

그대가 또 생각하기를, '만일 인연을 반연하지 않고 해탈을 얻는다' 하면, 모든 축생들은 어찌하여 얻지 못하느냐?"

 

"구담이여, 만일 내가 없다면 누가 능히 기억합니까?"

 

부처님께서 선니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내가 있다면, 무슨 인연으로 잊어버리는가. 선남자여, 만일 기억하는 것이 나라면, 무슨 인연으로 나쁜 생각을 기억하며, 기억하지 않을 것은 기억하고, 기억할 것은 기억하지 않는가?"

 

선니가 또 말하였다. "구담이여, 만일 내가 없다면 누가 보고 누가 듣나이까?"

 

"선남자여, 안으로는 6입(入)이 있고, 밖으로는 6진(塵)이 있으며, 안과 밖이 화합하여 여섯 가지 식을 내나니, 이 여섯 가지 식이 인연으로 이름을 얻느니라.

 

선남자여, 다 같은 불이로되 나무로 인하여 생겼으면 장작불이라 하고, 짚으로 인하여 생겼으면 짚불이라 하고, 겨로 인하여 생겼으면 겻불이라 하고, 쇠똥으로 인하여 생겼으면 쇠똥불이라 하듯이,

 

중생의 알음알이도 그와 같아서 눈으로 인하고 빛으로 인하고 밝음으로 인하고 의욕(意欲)으로 인한 것은 안식(眼識)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여, 이 안식은 눈에 있지도 않고, 나아가 의욕에 있지도 않고, 네 가지가 화합하여서 이 식이 생긴 것이며, 나아가 의식도 그와 같으니라.

 

만일 인연이 화합하여서 지혜가 생겼으면, 마땅히 보는 것이 나라, 나아가 닿임이 나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니라.

 

선남자여, 그러므로 내가 말하기를 '안식으로부터 의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법이 다 환(幻)이라 하느니라.

 

어찌하여 환이라 하는가. 본래 없던 것이 지금 있고, 이미 있다가도 도로 없어지는 연고니라.

 

선남자여, 마치 소면(蘇麵) · 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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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蜜薑) · 후추 · 필발(蓽茇) · 포도 · 호도 · 석류 · 유자(桵子)가 화합하여 된 것을 환희환(歡喜丸)이라 하거니와, 이렇게 화합한 것을 여의고는 환희환이 없는 것처럼,

 

안팎 6입을 중생 · 나 · 사람 · 사내라 이름하나니, 이 안팎 6입을 여의고는 따로 중생이라, 나라, 남이라, 사내라 할 것이 없느니라."

 

선니가 말하였다. "구담이여, 만일 내가 없다면 어찌하여 말하기를 '내가 본다, 내가 듣는다, 내가 괴롭다, 내가 즐겁다, 내가 근심한다, 내가 기쁘다' 하나이까?"

 

"선남자여, 만일 내가 보고 내가 듣는다고 해서 내가 있다고 한다면, 무슨 인연으로 세상에서 말하기를 '네가 짓는 죄를 나는 보지도 듣지도 않았다' 하는가. 선남자여, 마치 네 가지 병사가 화합한 것을 군대라 이름하는 것과 같나니, 이 네 가지 병사를 하나라고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말하기를 '우리 군대가 용맹하다, 우리 군대가 이겼다' 하나니,

 

안팎 입(入)이 화합하여 짓는 것도 그와 같아서 비록 하나가 아니지만 그래도 말하기를 '내가 짓는다, 내가 받는다, 내가 본다, 내가 듣는다, 내가 괴롭다, 내가 즐겁다' 하느니라."

 

"구담이여, 당신의 말과 같이 안팎이 화합하였다면, 누가 소리를 내어 내가 짓는다, 내가 받는다고 말하나이까?"

 

"선니여, 애와 무명의 인연으로 업이 생기고, 업으로부터 유(有)가 생기고, 유로부터 한량없는 심수(心數)가 생기고, 심수로부터 각관(覺觀)이 생기고, 각관이 풍(風)을 동하고, 풍이 마음을 따라서 인후[喉]와 혀와 이와 입술을 접촉하거든, 중생의 생각이 뒤바뀌어서 소리가 나는 것을 내가 짓는다, 내가 받는다, 내가 본다, 내가 듣는다고 말하느니라.

 

선남자여, 마치 짐대[幢] 끝에 달린 풍경이 바람의 인연으로 소리를 낼 때에, 바람이 크면 소리가 크고 바람이 작으면 소리가 작지만 짓는 것이 없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마치 뜨거운 쇠를 물 속에 넣으면 여러 가지 소리가 나지만 그 가운데는 소리를 짓는 이가 없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범부들은 이런 일을 생각하고 분별하지 못하므로, 내가 있고, 내 것이 있고, 내가 짓고, 내가 받는다고 말하느니라."

 

"구담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내가 없고, 내 것이 없다면, 무슨 연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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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다고 말씀하시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나도 안팎 6입과 6식(識)이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다고 말하지 아니하였고, 안팎 6입으로 생긴 6식을 멸한 것이 항상하다 이름하고, 항상하므로 나라 이름하고, 항상하고 내가 있으므로 즐겁다 이름하고, 항상하고 나이고 즐거우므로 깨끗하다 이름한다고 말하였느니라.

 

선남자여, 중생들은 괴로움을 싫어하고, 괴로움의 인을 끊어서 자재하게 여의는 것을 나라 하거니와, 이런 인연으로 내가 지금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다고 말하느니라."

 

선니는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대자대비로 저에게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제가 어찌하오면 그러한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함을 얻겠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온갖 세간 사람들이 본래부터 지금에 이르도록 큰 교만을 구족하고 교만을 증장하였으며, 또 교만한 인과 교만한 업을 지었으므로, 지금 교만의 과보를 받느라고, 모든 번뇌를 여의지 못하여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함을 얻지 못하나니, 만일 모든 중생들이 온갖 번뇌를 멀리 여의려거든, 먼저 교만을 여의어야 하느니라."

 

"세존이시여, 그러하옵니다. 진실로 성인의 가르침과 같사와 저는 먼저 교만이 있었나이다. 교만한 인연으로 여래를 일컬어 당신 구담이라 불렀사오나, 저는 이미 이런 교만을 여의었으므로, 정성된 마음으로 법을 구하옵나니, 어떻게 하오면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함을 얻겠나이까?"

 

"선남자여, 자세히 들으라. 이제 그대를 위하여 분별하여 해설하리라. 선남자여, 만일 능히 자기도 아니고 남도 아니고 중생도 아닌 이면, 이 법을 멀리 여의리라."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알고 이해하여 바른 법 눈[正法眼]을 얻었나이다."

 

"선남자여, 너는 어떻게 알고 이해하여 바른 법 눈을 얻었느냐?"

 

"세존이시여, 말한 바 색이란 것이 자기도 아니고 남도 아니고 중생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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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며, 나아가 식도 그와 같사오니, 저는 이렇게 관찰하고 바른 법 눈을 얻었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출가하여 수도하기를 지극히 원하오니, 바라옵건대 허락하여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잘 왔도다, 비구여"라고 말씀하시니, 즉시에 청정한 범행을 구족하고 아라한과를 얻었다.

 

외도들 중에 또 성(姓)이 가섭씨(迦葉氏)인 범지가 있어서 이렇게 말하였다. "구담이여, 몸이 곧 수명인가, 몸이 다르고 수명이 다른가?"

 

여래께서는 잠자코 계셨고, 두 번째 세 번째도 그와 같이 하셨다.

 

범지는 다시 말하였다. "구담이여, 만일 어떤 사람이 몸을 버리고 아직 뒤의 몸을 얻지 못하였을 때에, 그동안을 말하여 몸이 다르고 수명이 다르다고 말하지 않겠는가? 만일 다르다면, 구담은 어찌하여 잠자코 대답하지 않는가?"

 

"선남자여, 나는 말하기를 '몸과 수명은 모두 인연으로 있는 것이요, 인연 아닌 것이 아니라' 하였노니, 몸이나 수명과 같아서 모든 법도 그와 같으니라."

 

범지는 또 말하였다. "구담이여, 제가 보건댄 세간에는 인연을 따르지 않는 법이 있더이다."

 

"범지여, 그대는 세간의 어떤 법이 인연을 따르지 않는 것을 보았는가?"

 

"저는 큰불이 나서 개암나무를 태울 때에 바람이 불면 불길이 끊어져서 다른 곳으로 날아감을 보았나니, 이런 것은 인연이 없다고 말하지 않겠는가?"

 

"선남자여, 나는 이 불길도 인연으로부터 생긴 것이라 말하고, 인연이 없이 생겼다고 말하지 아니하노라."

 

"구담이여, 불길이 끊어져 갈 때에는, 섶이나 숯을 인하지 않았거늘, 어찌하여 인연을 인하였다 하겠는가?"

 

"선남자여, 비록 섶이나 숯은 없으나 바람을 인하여 날아간 것이니, 바람의 인연으로 불길이 꺼지지 않는 것이니라."

 

"구담이여, 사람이 몸을 버리고 뒤의 몸을 얻지 못하였을 동안의 수명은, 무엇이 인연이 되나이까?"

 

                                                                                                                     [878 / 10007] 쪽

"범지여, 무명과 애가 인연이 되나니, 무명과 애의 두 가지 인연으로 수명이 머물게 되느니라.

 

선남자여, 인연이 있으므로 몸이 곧 수명이요 수명이 곧 몸이며, 인연이 있으므로 몸이 다르고 수명이 다르니, 지혜 있는 이는 한결같이 말하여 몸이 다르고 수명이 다르다 하지 아니할 것이니라."

 

범지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저를 위하여 분별하시고 해설하시어 인과 과를 분명히 알게 하시옵소서."

 

"범지여, 인(因)도 5음(陰)이요, 과(果)도 5음이니라. 선남자여, 만일 중생이 불을 사르지 아니하면 연기가 없느니라."

 

"세존이시여, 제가 이미 알았으며 이미 이해하였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대는 어떻게 알았으며 어떻게 이해하였는가?"

 

"세존이시여, 불은 곧 번뇌인지라, 지옥 · 아귀 · 축생 · 인간 · 천상을 사르는 것이오며, 연기는 곧 번뇌의 과보인지라, 무상하고 부정하고 냄새가 더러워서 미운 것이오매 연기라 하나이다.

 

만일 중생이 번뇌를 짓지 아니하면 이 사람은 번뇌의 과보가 없을 것이오니, 그러므로 여래께서 '불을 사르지 아니하면 연기가 없다' 하시나이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미 바르게 보았사오니, 원컨대 대자대비로 제가 출가함을 허락하옵소서."

 

이 때에 세존께서는 교진여에게 분부하셨다. "'이 범지가 출가하여 계를 받음을 허락하노라."

 

교진여가 부처님의 분부를 받잡고, 대중을 모으고 그로 하여금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게 하였더니, 닷새를 지나서 아라한과를 얻었다.

 

다시 범지 중에 부나(富那)라는 범지가 있어 이렇게 말했다. "구담이여, 당신은 세간에 항상한 법을 보고 항상하다고 말하였는가? 그런 이치가 진실한가 헛된가, 항상한가 무상한가, 항상하기도 하고 무상하기도 한가, 항상함도 아니고 무상함도 아닌가, 가[邊]가 있는가 가가 없는가, 가가 있기도 하고 가가 없기도 한가, 가가 있음도 아니고 가가 없음도 아닌가, 몸인가 수명인가, 몸이 다르고 수명이 다른가, 여래가 멸도한 후에는 여여히 가는가[如去], 여여히 가지 않는가[不如去], 여여히 가기도 하고 여여

 

                                                                                                                     [879 / 10007] 쪽

히 가지 않기도 하는가, 여여히 감도 아니고 여여히 가지 않음도 아닌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부나여, 세간의 항상함이 헛되다, 진실하다, 항상하다, 무상하다, 항상하기도 하고 무상하기도 하다, 항상함도 아니고 무상함도 아니다, 가가 있다 가가 없다, 가가 있기도 하고 가가 없기도 하다, 가가 있음도 아니고 가가 없음도 아니다, 몸이다 수명이다, 몸이 다르고 수명이 다르다, 여래가 멸도한 후에 여여히 간다 여여히 가지 않는다, 여여히 가기도 하고 여여히 가지 않기도 한다, 여여히 감도 아니고 여여히 가지 않음도 아니라고 말하지 아니하였느니라."

 

부나는 또 말하였다. "구담이여, 지금에 무슨 허물을 보고서 그런 말을 하지 않는가?"

 

"부나여,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세간이 항상하니 이것만이 진실하고 다른 것은 허망한 말이다' 한다면, 이것은 소견이라 하고, 소견으로 보는 곳은 견의 행[見行]이라 하고, 견의 업이라 하고 견의 집착이라 하고, 견의 속박이라 하고, 견의 괴로움이라 하고, 견의 취[見取]라 하고, 견의 공포[見怖]라 하고, 견의 열[見熱]이라 하고, 견의 얽힘이라 하느니라. 부나여, 범부는 견의 얽힘이 되어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을 여의지 못하고, 6취(趣)로 돌아다니면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으며, 나아가 여여히 감도 아니고 여여히 가지 않음도 아니라는 것도 이와 같으니라.

 

부나여, 나는 소견이 이러한 허물이 있음을 보았으므로 집착하지 않고 사람에게 말하지 아니하노라."

 

"구담이여, 만일 이러한 허물을 보고 집착하지 않고 말하지 않는다면, 지금은 무엇을 보고 무엇에 집착하고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선남자여, 보고 집착함은 나고 죽는 법이라 하나니, 여래는 나고 죽는 법을 이미 여의었으므로 집착하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여래는 능히 본다, 능히 말한다 이름하고, 집착한다 이름하지 않느니라."

 

"구담이여, 어떤 것을 능히 본다 하고, 어떤 것을 능히 말한다 하는가?"

 

"선남자여, 나는 고 · 집 · 멸 · 도를 능히 보았고, 이러한 4제를 능히 분별하여 해설하느니라. 나는 이런 것을 보았으므로 모든 소견과 모든 애와 모든

 

                                                                                                                      [880 / 10007] 쪽

흐름[流]과 모든 교만을 멀리 여의었나니, 그러므로 나는 청정한 범행과 위없이 고요함을 갖추어 항상한 몸을 얻었으며, 이 몸은 동 · 서 · 남 · 북이 아니니라."

 

"구담이여, 무슨 인연으로 항상한 몸은 동·서·남·북이 아니라 하나이까? "

 

선남자여, 내가 이제 그대에게 물으리니 마음대로 대답하라. 그대의 마음에 어떻게 생각하는가.

 

선남자여, 그대 앞에서 불더미를 사른다면, 한창 탈 때 그대가 타는 줄을 아는가? "그러하오, 구담이여."

 

"불이 꺼질 때 그대가 꺼지는 줄을 아는가?" "그러하오, 구담이여."

 

"부나여, 만일 어떤 이가 묻기를 '그대 앞에서 불더미가 타는데, 그것은 어디서 왔으며, 꺼져서는 어디로 가는가' 하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구담이여, 그렇게 묻는 이가 있으면 나는 대답하기를 '이 불이 생길 때에는 모든 인연을 말미암았고, 본래의 인연이 이미 다하고 새 인연이 오지 아니하면 불이 꺼진다'고 하겠소."

 

"또 묻기를 '이 불이 꺼져서는 어느 방면에 이르는가' 하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구담이여, 나는 대답하기를 '인연이 다하여서 꺼지는 것이므로 어느 방소에도 이르지 않는다'고 하리라."

 

"선남자여, 여래도 그와 같아서 만일 무상한 색으로부터 무상한 식에 이르기까지 있는 것은 애로 인하여 타는 것이니, 타는 것은 25유(有)를 받는 것이므로 탈 때에는 불의 동 · 서 · 남 · 북을 말할 수 있거니와, 현재의 애가 멸하면 25유의 과보가 타지 않나니, 타지 아니하므로 동 · 서 · 남 · 북이 있다고 말할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여래는 무상한 색으로부터 무상한 식에 이르기까지를 이미 멸하였으므로 몸이 항상하며, 몸이 항상하므로 동 · 서 · 남 · 북이 있다고 말할 수 없느니라." 부나는 말하였다. "한 비유를 말하오리니 바라옵건대 들어 주옵소서."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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