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대반열반경(87)-870

근와(槿瓦) 2016. 1. 28. 02:44

대반열반경(87)-870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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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등의 모든 번뇌를 멸하면 곧 열반이라' 하였으니, 욕계의 탐으로부터 무명 번뇌에 이르기까지가 다 무상한 것이니, 인(因)이 무상하면 얻는 열반도 반드시 무상할 것이 아니겠소?

 

당신은 또 말하기를 '인으로 말미암아 천상에 나고, 인으로 말미암아 지옥에 떨어지고, 인으로부터 해탈을 얻나니, 그러므로 모든 법이 다 인으로부터 생긴다' 하였으니, 만일 인으로부터 해탈을 얻는다면, 어떻게 항상하다고 말하겠는가.

 

당신이 또 말하기를 '색이 인연으로부터 났으므로 무상하다 이름하며, 수 · 상 · 행 · 식도 그러하다' 하였으니, 해탈이 만일 색이라면 무상할 것이며, 수 · 상 · 행 · 식도 그러할 것이오. 만일 5음을 여의고 해탈이 있다면 해탈은 마땅히 허공과 같을 것이며, 만일 허공이라면 인연으로부터 생겼다고 말하지 못할 것이니, 왜냐 하면 허공은 항상하고 하나이고 온갖 곳에 두루한 까닭이오.

 

당신은 또 말하기를 '인연으로 생긴 것은 괴로움이라' 하였으니, 만일 괴로움이라면 어찌하여 해탈이 즐거운 것이라 말하겠소?

 

당신이 또 말하기를 '무상한 것이 곧 괴로움이요, 괴로움이면 나가 없다'고 하였으니, 만일 무상하고 괴롭고 내가 없다면 곧 부정한 것이므로 모든 인으로부터 난 모든 법이 모두 무상하고 어찌하여 열반은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다고 말하는가.

 

만일 당신이 말하기를 '항상하기도 하고 무상하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나이기도 하고 내가 없기도 하고, 깨끗하기도 하고 부정하기도 하다고 하면, 이런 것은 두 가지 말이 아니겠는가.

 

나도 일찍이 옛날 지혜 있는 이에게 들으니, 부처님께서 만일 세상에 나시면 말씀에 두 가지가 없다고 하였소. 당신은 지금 두 가지 말을 하면서 부처님이 곧 내 몸이라 하니, 그 뜻이 어떠하오."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바라문이여, 그대의 말과 같이 내가 지금 그대에게 물으리니, 마음대로 대답하시오."

 

바라문이 말하였다. "좋은 말입니다, 구담이여."

 

"바라문이여, 그대의 성품이 항상한가, 무상한가?" "내 성품은 항상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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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문이여, 그 성품이 모든 안팎 법의 인이 되는가?" "그렇소, 구담이여."

 

"바라문이여, 어떻게 인이 되는가?" "구담이여, 성품으로부터 대(大)가 생기고, 대로부터 아만[慢]이 생기고, 아만으로부터 16법이 생기니, 이른바 지(地) · 수(水) · 화(火) · 풍(風) · 공(空)과, 5지근(知根)인 눈 · 귀 · 코· 혀 · 몸과, 5작업근(作業根)인 손발 · 입 소리 · 남녀의 근[男女二根]과 심평등근(心平等根)이오. 이 16법은 5법으로부터 나는 것이니, 빛 · 소리 · 냄새 · 맛 · 닿임이오. 이 21법의 근본은 셋이니, 물드는 것[染]과 거친 것[麤], 검은 것[黑]인데, 물드는 것은 탐애[愛]라 하고, 거친 것은 성내는 것이라 하고, 검은 것은 무명이라 하나니, 구담이여, 이 24법이 모두 성품으로부터 나는 것이오."

 

"바라문이여, 이 대(大)라는 법들이 다 항상한가, 무상한가?" "구담이여, 나의 법에는 성품은 항상하고, 대라는 등의 모든 법은 무상한 것이오."

 

"바라문이여, 그대의 법에서 인은 항상하고, 과는 무상한 것처럼, 나의 법에서 인은 무상하나 과는 항상한 것이 무슨 허물이 있겠는가. 바라문이여, 그대의 법에 두 가지 인이 있는가." "있지요."

 

"무엇이 둘인가?" "하나는 내는 인[生因]이고, 둘은 나타내는 인[了因]이오."

 

"어떤 것을 내는 인이라 하고, 어떤 것을 나타내는 인이라 하는가?"

 

"내는 인이라 함은 흙반죽에서 질그릇을 내는 것과 같고, 나타내는 인이라 함은 등불로 물건을 비추는 것과 같은 것이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두 가지 인이 인 되는 성품은 하나인가? 만일 하나라면 내는 인으로 하여금 나타내는 인이 되게 할 수도 있고, 나타내는 인으로 내는 인이 되게 할 수도 있는가?" "그렇지 못합니다, 구담이여."

 

"만일 내는 인으로 나타내는 인이 되게 할 수 없고, 나타내는 인으로 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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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이 되게 할 수 없다면, 그것을 인이라 할 수 있겠는가?" "비록 서로 될 수는 없지만 인이라고는 하나이다."

 

"바라문이여, 나타내는 인으로 나타낸 것이 내는 인과 같겠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구담이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의 법이 비록 무상으로부터 열반을 얻지만 무상한 것이 아니니라. 바라문이여, 나타내는 인으로부터 얻었으므로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한 것이요, 내는 인으로부터 얻었으므로 무상하고 즐겁지 않고 내가 없고 부정하니라. 그러므로 여래의 말이 두 가지가 있으나, 이 두 가지 말은 둘이 있는 것이 아니니, 그래서 여래를 이름하여 두 말이 없다 하느니라.

 

그대의 말과 같이, 옛날에 지혜 있는 사람에게 들으니,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시면 두 말이 없다고 한 말은, 진실로 훌륭한 말이니라. 모든 시방 3세의 부처님들께서 말씀하신 것은 차별이 없나니,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두 말이 없다고 하시느니라.

 

어찌하여 차별이 없다 하는가. 있는 것은 동일하게 있다 말하고, 없는 것은 동일하게 없다고 말하나니, 그러므로 한 뜻이라 이름하느니라. 바라문이여, 여래 세존이 비록 두 말이라 하나 한 가지 말을 나타내려는 것이니라.

 

어떤 것을 말하여 두 말이 한 가지 말을 나타낸다 하는가. 마치 눈이라, 빛이라 하는 두 말이 식(識)이란 한 가지 말을 나타내는 것이며, 나아가 뜻이라, 법이라 함도 그와 같으니라."

 

바라문이 말하였다. "구담이여, 이러한 말과 뜻을 잘 분별하시오나, 지금 말씀하신 바 두 말이 한 말을 나타낸다는 것은 이해하지 못하겠나이다."

 

이 때에 세존께서 그를 위하여 4진제법(眞諦法)을 말씀하셨다. "고제(苦諦)란 것이 둘도 되고 하나도 되며, 나아가 도제(道諦)도 둘도 되고 하나도 되느니라."

 

"세존이시여, 이미 알았나이다." "선남자여, 어떻게 알았는가?"

 

"세존이시여, 고제를 범부들은 둘이라 하고 성인은 하나라 하오며, 나아가 도제도 그와 같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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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일이다, 이미 알았음이여."

 

바라문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법을 듣고 바른 지견을 얻었사오며, 이제 불보 · 법보 · 승보에 귀의하려 하오니, 바라건대 대자대비로 저의 출가를 허락하옵소서."

 

이 때에 세존께서 교진여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 사제수나의 머리를 깎아 주고 출가하게 하여라."

 

교진여가 부처님의 명령을 받잡고 머리를 깎으려고 손을 대는 때에 두 가지가 떨어졌으니, 하나는 수염과 머리카락이요, 하나는 번뇌였으며, 앉은 자리에서 아라한과를 얻었다.

 

또 범지가 있었으니, 성은 바사타(婆私吒)였는데, 그가 말하였다. "구담이여, 열반이 항상하다고 말하는가?" "그러하오, 범지여."

 

"구담이여, 번뇌가 없는 것을 열반이라 하는 것이 아닌가요?" "그러하오, 범지여."

 

"구담이여, 세상에서 네 가지를 없다고 이름합니다. 하나는 아직 나오지 아니한 법을 없다고 하나니, 마치 질그릇이 흙반죽에서 나오지 않았을 때를 질그릇이 없다 하는 것과 같고, 둘은 이미 멸한 법을 없다고 하나니, 마치 병이 깨어진 후를 병이 없다 하는 것과 같고, 셋은 다른 모양이 서로 없는 것을 없다고 하나니, 마치 소에게는 말이 없고 말에게는 소가 없는 것 등과 같은 것이요, 넷은 끝까지 없는 것을 없다고 하나니, 마치 거북의 털, 토끼의 뿔 등과 같은 것이다. 구담이여, 만일 번뇌를 없애 버린 것을 열반이라 한다면 열반이 곧 없는 것이니, 만일 없다면 어떻게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함이 있다고 하겠는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이 열반은 먼저 없었던 것이 흙반죽 때의 질그릇과 같지 않고, 멸하여 없어진 것이 병이 깨어진 때와 같지도 않고, 끝까지 없는 것이 거북의 털, 토끼의 뿔과도 같지 않고, 다른 모양이 서로 없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그대의 말과 같이 소에게는 말이 없거니와 소까지 없다고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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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없으며, 말에게는 소가 없거니와 말까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느니라. 열반도 그와 같아서 번뇌 가운데는 열반이 없고 열반 가운데는 번뇌가 없는 것이니, 그러므로 다른 모양이 서로 없다고 이름하느니라."

 

바사타가 말하였다. "구담이여, 만일 다른 모양이 없는 것을 열반이라 한다면, 다른 모양이 없으니까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함도 없을 것이거늘, 구담이여, 어떻게 열반이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다고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그대가 말하는 다른 모양이 없다는 데는, 세 가지 없음이 있느니라. 소나 말은 다 먼저는 없다가 뒤에 있는 것이니 이것은 먼저 없다고 이름하며, 이미 있다가 도로 없어지는 것은 깨어져서 없다고 이름하며, 다른 모양이 없다는 것은 그대가 말한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이 세 가지 없음이 열반 가운데는 없나니, 그러므로 열반이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니라. 마치 세상에서 병난 사람이 하나는 열병이요, 둘은 풍병이요, 셋은 냉병이라면, 이 세 가지 병은 세 가지 약으로 다스리는 것과 같으니라.

 

열병 앓는 이는 소(蘇)로 다스리고, 풍병은 기름으로 다스리고, 냉병은 꿀로 다스리나니, 이 세 가지 약으로 세 가지 나쁜 병을 다스리느니라.

 

선남자여, 풍병에는 기름이 없고, 기름에는 풍병이 없으며, 나아가 꿀에는 냉병이 없고, 냉병에는 꿀이 없나니, 그러므로 능히 다스리느니라.

 

모든 중생도 이와 같아서 세 가지 병이 있으니, 하나는 탐욕이요, 둘은 성내는 것이요, 셋은 어리석음이니라. 이 세 가지 병에도 세 가지 약이 있나니, 부정관(不淨觀)은 탐욕에 약이 되고, 자심관(慈心觀)은 성내는 데 약이 되고, 인연을 관찰하는 지혜는 어리석은 데 약이 되느니라.

 

선남자여, 탐욕을 없애기 위해서는 탐욕이 아닌 관찰[非貪觀]을 하고, 성내는 것을 없애기 위해서는 성내지 않는 관찰[非瞋觀]을 하고, 어리석음을 없애기 위해서는 어리석지 않은 관찰[非癡觀]을 하느니라.

 

세 가지 병 가운데는 세 가지 약이 없고, 세 가지 약 가운데는 세 가지 병이 없나니, 선남자여, 세 가지 병 가운데는 세 가지 약이 없으므로 항상함이 없고 내가 없고 즐거움이 없고 깨끗함이 없거니와, 세 가지 약 가운데는 세 가지 병이 없으므로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다고 일컫는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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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사타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저를 위하여 항상함과 무상함을 말씀하시니, 무엇을 항상하다 하고, 무엇을 무상하다 하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색은 무상하고 해탈의 색은 항상하며, 나아가 식은 무상하고 해탈의 식은 항상하니라. 선남자여,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색이 무상하며, 나아가 식이 무상한 줄을 관찰하면, 이 사람은 항상한 법을 얻을 것이니라."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항상하고 무상한 법을 알았나이다."

 

"선남자여, 그대는 항상한 법과 무상한 법을 어떻게 알았는가?"

 

"세존이시여, 지금 저의 색은 무상하고, 해탈을 얻는 것이 항상함을 알았사오며, 나아가 식도 그와 같나이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제 잘 되었으니, 이미 이 몸에 과보를 얻었느니라."

 

부처님께서 교진여에게 말씀하셨다. "이 바사타가 이미 아라한과를 증득하였으니, 너는 3의(衣)와 발우를 주어라."

 

교진여는 부처님의 명령에 따라 가사와 발우를 주었다.바사타는 가사와 발우를 받고 이렇게 말하였다. "큰스님 교진여여, 제가 이제 추악한 몸으로 선한 과보를 얻었나이다. 원컨대 큰스님께서 저를 위하여 뜻을 굽히시고, 세존 계신 데 가서 저의 마음을 여쭈어 주십시오. 제가 나쁜 사람이 되어서 여래의 존엄을 모독하옵고 구담이란 성을 일컬었사오니, 바라옵건대 이 죄를 참회하여 주시옵소서 하고, 저는 또 이 독한 몸을 오래 머물러 둘 수 없사오니, 이제 열반에 들겠나이다."

 

이 때에 교진여는 부처님 계신 데 가서 이렇게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바사타 비구가 부끄러운 마음을 내고 스스로 말하기를 '무지하고 악한 놈이 되어서 여래의 존엄을 모독하옵고 구담이란 성을 일컬었노라' 하오며, 이 독사 같은 몸을 오래 머물게 할 수 없어 지금 몸을 멸하겠다 하면서 저에게 의뢰하며 참회를 원하더이다."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867 / 10007] 쪽

"교진여여, 바사타 비구는 지난 세상 한량없는 부처님 계신 데서 선근을 성취하였고, 이제 내 말을 듣고 법답게 머물렀으며, 법답게 머물렀으므로 바른 과를 얻었으니, 너희들은 마땅히 그의 몸에 공양하여라."

 

이 때에 교진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바사타의 몸이 있는 데 와서 공양을 베풀었다. 바사타는 몸을 화장할 때에 가지가지 신통을 지었다. 외도들은 이것을 보고 외치며 말하였다. "바사타가 이미 구담 사문의 주문하는 술법을 얻었으니, 이 사람이 오래지 않아서 구담보다 수승하리라."

 

이 때에 대중 가운데 다시 한 범지가 있었으니, 이름이 선니(先尼)였다. 그가 이렇게 말하였다. "구담이여, 내[我]가 있습니까?"여래께서는 잠자코 계셨다.

 

"구담이여, 내가 없습니까?"여래께서는 잠자코 계셨다. 두 번 세 번 이렇게 물었으나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계셨다.

 

선니는 말하였다. "구담이여, 만일 온갖 중생이 내가 있다면, 모든 곳에 두루하였을 것이며, 하나일 것이며, 짓는 이일 것이거늘, 구담이여, 무슨 연고로 잠자코 대답하지 않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니여, 그대는 내가 모든 곳에 두루하였다고 말하는가?"

 

"구담이여, 내가 말하는 것만이 아니라 온갖 지혜 있는 사람도 그렇게 말하는 것이오."

 

"선남자여, 만일 나가 모든 곳에 두루하였다면, 마땅히 5도(道)에서 한꺼번에 과보를 받을 것이며, 만일 5도에서 한꺼번에 과보를 받는다면, 그대 범지들은 무슨 인연으로 나쁜 업을 짓지 아니함은 지옥을 막기 위함이요, 선한 법을 닦는 것은 천상의 몸을 받기 위함이라 하는가?"

 

"구담이여, 우리의 법 가운데는 두 가지 내가 있으니, 하나는 짓는 몸인 나[作身我]요, 다른 하나는 항상한 몸인 나[常身我]요, 짓는 몸인 나를 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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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악을 여의는 법을 닦아서 지옥에 들어가지 아니하고, 선한 법을 닦아서 천상에 나는 것이오."

 

"선남자여, 그대의 말과 같이 내가 온갖 곳에 두루하였다 하거니와 이러한 내가 짓는 몸 가운데는 항상함이 없을 것이니, 만일 짓는 몸에 없다면 어떻게 두루하였다 하겠는가?"

 

"구담이여, 내가 세우는 나는 짓는 몸 가운데 있으면서도 역시 항상한 법이오. 구담이여, 어떤 사람이 실수로 불을 내어 집이 탈 때에 주인이 나갔다 하면, 집이 탈 때에 주인도 탔다고 말하지 아니할지니, 나라는 법도 그와 같아서 이 짓는 몸이 비록 무상하지만 무상할 때에는 나는 나간 것이니, 그러므로 우리의 나는 두루하기도 하고 항상하기도 한 것이오."

 

"선남자여, 그대의 말에 내가 두루하기도 하고 항상하기도 하다는 말은 이치가 그렇지 아니하니, 왜냐 하면 두루함이 두 가지니, 하나는 항상함이요 하나는 무상함이며, 또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색이요 하나는 무색이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만일 온갖 것에 있다면, 항상하기도 하고 무상하기도 하며, 색이기도 하고 무색이기도 할 것이며,

 

만일 집 주인이 나갔으므로 무상하다고 이름하지 않는다면, 이치가 그렇지 아니하니, 왜냐 하면 집은 주인이라 이름하지 않고 주인은 집이라 이름하지 아니하여 타는 것이 다르고 나가는 것이 다르므로 그러할 수가 있거니와, 나는 그렇지 아니하니, 왜냐 하면 내가 곧 색이요, 색이 곧 나이며, 무색이 곧 나이고, 내가 곧 무색이거늘, 어떻게 색이 무상할 때에 내가 나갔다고 하겠는가.

 

선남자여, 그대가 생각하기를 '모든 중생이 다 같이 한 나'라면, 이것은 세간법과 출세간법을 어기는 것이니, 왜냐 하면 세간법으로는 아비 · 어미 · 아들 · 딸이라 하나니, 만일 내가 하나라면, 아비가 곧 아들이요, 아들이 곧 아비일 것이며, 어미가 곧 딸이요, 딸이 곧 어미일 것이며, 원수가 곧 친한 이요, 친한 이가 곧 원수일 것이며, 이 사람이 곧 저 사람이요, 저 사람이 곧 이 사람일 것이니라. 그러므로 만일 모든 중생이 다 같이 한 나라면, 이것은 세간법과 출세간법을 어긴다 하느니라."

 

선니가 말하였다. "나도 모든 중생이 같이 한 나라고 말한 것이 아니요, 한 사람마다 한 내가

 

                                                                                                                      [869 / 10007] 쪽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만일 한 사람마다 한 내가 있다면, 이것은 내가 여럿이니, 이치가 그렇지 아니하니라. 왜냐 하면 그대가 먼저 말하기를 '내가 온갖 것에 두루하였다' 하였으니, 만일 온갖 것에 두루하다면 모든 중생의 업과 근이 같을 것이니, 천득(天得)이 볼 때에는 불득(佛得)도 볼 것이요, 천득이 지을 때에는 불득도 지을 것이며, 천득이 들을 때에는 불득도 들을 것이니, 온갖 법이 모두 그와 같으니라.

 

만일 천득이 보는 것을 불득이 보지 못한다면, 내가 온갖 곳에 두루하였다고 말할 수 없으며, 만일 두루하지 않았다면 그는 곧 무상하니라."

 

"구담이여, 모든 중생의 나는 온갖 것에 두루하였고, 법과 법 아닌 것은 온갖 것에 두루하지 아니하였나니, 이런 뜻으로 불득의 지음이 다르고, 천득의 지음이 다릅니다. 그러므로 구담이여, 불득이 보는 때에 천득도 보아야 하고, 불득이 들을 때에 천득도 들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 아니외다."

 

"선남자여, 법과 법 아닌 것이 업으로 짓는 것이 아닌가?" "구담이여, 업으로 짓는 것입니다."

 

"선남자여, 법과 법 아닌 것이 업으로 짓는 것이라면, 곧 같은 법이거늘, 어찌하여 다르다 하겠는가. 왜냐 하면 불득의 업이 있는 데 천득의 내가 있고, 천득의 업이 있는 데 불득의 내가 있을 것이며, 그러므로 불득이 업을 지을 때에 천득도 지을 것이요, 법과 법 아닌 것도 마땅히 이와 같으니라.

 

선남자여, 그런 연고로 온갖 중생의 법과 법 아닌 것이 만일 그러하면, 얻는 과보도 다르지 아니하리라. 선남자여, 종자로부터 열매가 나지만 이 종자가 생각하고 분별하기를 '나는 다만 바라문의 과만 짓고, 찰리나 비사나 수타의 과는 짓지 않으리라' 하지는 아니할 것이니,

 

왜냐 하면 종자에서 열매를 낼 때에 이러한 네 계급을 장애하지 아니하나니, 법과 법 아닌 것도 그와 같아 능히 분별하기를 '나는 다만 불득의 과만 짓고, 천득의 과는 짓지 않겠다거나, 천득의 과는 짓되 불득의 과는 짓지 아니하리라' 하지 아니할 것이니라. 왜냐 하면 업이 평등한 연고니라." 선니는 말하였다.

 

                                                                                                                      [870 / 10007] 쪽

"구담이여, 마치 한 방에 백천 개의 등불이 있다면, 심지는 비록 각각이나 광명은 차별이 없는 것과 같나니, 등잔과 심지가 각각인 것은 법과 법 아닌 데 비유하고, 광명이 차별 없는 것은 중생의 나에 비유하는 것이오."

 

"선남자여, 그대가 등의 광명으로 나에 비유함은, 이치가 그렇지 아니하니라. 왜냐 하면 방이 다르고 등이 다르니, 이 등의 광명이 심지에도 있고 방 안에도 두루하느니라. 그대가 말하는 내가 이와 같다면, 법과 법 아닌 데 모두 내가 있어야 하고, 나에도 법과 법 아닌 것이 있어야 하리라.

 

만일 법과 법 아닌 데에 내가 없다면, 온갖 곳에 두루하였다고 말하지 못할 것이며, 만일 모두 있다면 어떻게 심지와 광명으로 비유할 수 있겠는가.

 

선남자여, 그대의 생각에 심지와 광명이 진실로 다르다고 한다면, 무슨 연고로 심지가 커지면 광명이 성하고, 심지가 마르면 광명이 꺼지는가. 그러므로 법과 법 아닌 것으로 심지에 비유하고, 광명이 차별 없는 것으로 나에 비유하지 못할 것이니라. 왜냐 하면 법과 법 아닌 것과 나의 셋이 곧 하나인 연고니라."

 

선니가 말하였다. "구담이여, 당신이 인증(引證)하는 등불 비유는 불길한 것이오. 왜냐 하면 등불 비유가 길하다면 내가 먼저 끌어 온 것이요, 만일 불길하다면 어찌하여 다시 말하는가?"

 

"선남자여, 내가 인증하는 비유는, 길하고 불길함과 관계된 것이 전혀 아니고, 그대의 뜻을 따라 말하는 것이니라. 이 비유는 심지를 여의고 광명이 있다 할 수도 있고, 심지에 즉(卽)하여 광명이 있다 말할 수도 있건만 그대의 마음이 평등하지 못하여서 심지로는 법과 법 아닌 데 비유하였고, 광명으로는 나에 비유하였느니라.그러므로 그대를 책망하되 '심지가 곧 광명이냐, 심지를 여의고 광명이 있느냐, 법이 곧 나이냐, 내가 곧 법이냐, 법 아닌 것이 곧 나이냐, 내가 곧 법 아닌 것이냐' 하는 것인데, 그대는 무슨 이유로 한쪽만을 인정하고 한쪽은 인정하지 않는가. 이런 비유는 그대에게 불길한 것이므로, 내가 도로 그대에게 가르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이런 비유는 잘못된 비유니, 잘못된 비유이므로, 내게는 길하고 그대에게는 불길하니라. 선남자여, 그대가 생각하기를 '내게 불길하면 당신에게도 불길하리라' 한다면, 그 이치가 옳지 아니하니........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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