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대반열반경(90)-900

근와(槿瓦) 2016. 1. 31. 02:15

대반열반경(90)-900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891 / 10007] 쪽

...저 있던 것이 아니거늘, 무슨 인연으로 그런 문난을 짓는가.

 

선남자여, 모든 중생의 몸과 번뇌가 다 먼저 있던 것도 뒤에 있는 것도 아니고, 일시에 있는 것이며, 일시에 있더라도 반드시 번뇌로 인하여 몸이 있는 것이요, 마침내 몸으로 인하여 번뇌가 있는 것이 아니니라. 그대가 생각하기를, '마치 사람의 두 눈이 일시에 있던 것이요 서로 인한 것이 아니니, 왼 눈이 오른 눈을 기다리지 않았고, 오른 눈이 왼 눈을 기다리지 않은 것처럼, 번뇌와 몸도 그와 같다' 하면, 이치가 그렇지 아니하니라.

 

왜냐 하면 선남자여, 세상 사람이 볼 때에는 심지와 광명이 비록 일시이지만, 광명이 심지로 인하여 있고 광명으로 인하여 심지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여, 그대가 생각하기를 '몸이 먼저 있지 아니하였으므로 인이 없는 줄을 안다' 하면, 뜻이 그렇지 아니하니라.

 

왜냐 하면 만일 몸보다 먼저는 인연이 없으므로 없다고 이름한다면, 그대도 온갖 법이 다 인연이 있다고 말하지 못할 것이며, 만일 보지 못하였으므로 말하지 못한다 할진대, 지금 병(甁) 등이 인연으로 생긴 줄을 보거늘, 어찌하여 병과 같이 몸보다 먼저의 인연도 그와 같다고 말하지 않는가.

 

선남자여, 보거나 보지 않거나, 온갖 법은 모두 인연을 따르는 것이요, 제 성품이 없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만일 온갖 법이 다 제 성품이 있고, 인연이 없다고 말한다면, 그대는 왜 인연으로 5대를 말하는가. 이 5대의 성품이 곧 인연이니라. 선남자여, 5대의 인연이 비록 이러하지만 역시 모든 법이 다 5대의 인연과 같다고도 말하지 못할 것이니, 마치 세상 사람이 말하기를 '모든 출가한 이들이 부지런히 정진하며 계행을 가지나니, 전다라들도 그와 같이 부지런히 정진하며 계행을 가져야 한다'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그대는 5대가 결정코 굳은 성품이 있다고 말하거니와, 나는 그 성품이 변하는 것이어서 일정하지 않다고 보느니라.

 

선남자여, 소랍(酥蠟)과 호교(胡膠)를 그대의 법에서는 지대라 하지만 이 지대[地]란 것이 일정치 아니하여 혹은 물과도 같고, 혹은 땅과도 같으므로 제 성품이 굳은 것이라고 말할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백랍(白鑞)과 납과 땜납[錫]과 동과 철과 금과 은을 그대의 법에서는 화대[火]라 말하지만 이 화대가 네 가지 성품이 있으니, 흐를 때에는 물의 성품이요, 동할 때에는 바람의 성품이요, 더울 때에는 불의 성품이요, 굳을 때에는 땅

 

                                                                                                                 [892 / 10007] 쪽

의 성품이거늘, 어떻게 결정코 화대의 성품이라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물의 성품은 흐르는 것이라 하면서 물이 얼었을 때에도 땅이라 이름하지 아니하고 물이라 한다면, 무슨 인연으로 파도가 동할 때를, 바람이라 이름하지 않는가. 만일 동하는 것을 바람이라 이름하지 않는다면, 얼었을 때도 물이라고 이름하지 말아야 할지니라.

 

만일 이 두 가지 뜻이 인연을 따르는 것이라 할진댄 무슨 연고로 온갖 법이 인연을 따르지 않는다고 말하는가.

 

선남자여, 만일 5근의 성품이 능히 보고 듣고 깨닫고 알고 감촉하는 것이므로 모두 제 성품이요 인연을 따르지 않는다 하면, 그 뜻이 그렇지 아니하니라.

 

왜냐 하면 선남자여, 제 성품이란 성품은 변동할 수 없는 것이니, 만일 눈의 성품이 보는 것이라면 항상 보아야 할 것이요, 보는 때도 있고 보지 못할 때도 있지 않아야 하느니라. 그러므로 인연을 따라서 보는 것이요, 인연이 없는 것이 아닌 줄을 알지니라.

 

선남자여, 그대가 말하기를 '5진으로 인하여 탐욕과 해탈을 내는 것이 아니라' 함은 그 뜻이 그렇지 아니하니라. 왜냐 하면 선남자여, 탐욕과 해탈을 내는 것이, 5진의 인연으로 인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쁜 각관(覺觀)인 연고로 탐욕을 내고, 선한 각관인 연고로 해탈을 내느니라.

 

선남자여, 안의 인연으로 탐욕과 해탈을 내고, 바깥 인연으로 증장케 하나니, 그러므로 그대가 말하기를 '온갖 법이 각각 제 성품이 있는 것이요, 5진으로 인하여 탐욕과 해탈을 내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옳지 아니하니라.

 

선남자여, 그대가 말하기를 '모든 근을 구족하고도 재물이 없어 자재하지 못하기도 하고, 모든 근을 구족하지 못하였는데도 재물이 많고 자재하기도 한다'고 하며, 이런 것으로써 제 성품이 있는 것이요, 인연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고 변명하는 것은 이치가 그렇지 아니하니라.

 

왜냐 하면 선남자여, 중생들이 업을 따라서 과보를 받거니와, 이 과보에는 세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현재에 받는 과보요, 둘은 다음 생에 받는 과보요, 셋은 후생에 받는 과보니라. 빈궁하거나 부자거나 근을 구족하였거나 구족하지 못한 것은 업이 각각 다른 까닭이니라. 만일 제 성품이 있다면 모든 근을 구족한 이가 마땅히 재

 

                                                                                                                [893 / 10007] 쪽

물이 부유하고, 재물이 부유한 이는 마땅히 근을 구족할 것이나, 이제 그렇지 아니하므로 결정코 제 성품이 있는 것이 아니요, 모두 인연을 따르는 것인 줄을 알지니라.

 

선남자여, 그대가 말하기를 '세상의 어린아이들이 5진의 인연을 분별하지 못하면서도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것이므로, 온갖 것이 제 성품이 있다'고 하는 것은 그렇지 아니하니라.

 

왜냐 하면 만일 제 성품이라면 웃는 이는 항상 웃고, 우는 이는 항상 울어야 할 것이요, 한 번 웃고 한 번 울지 않을 것이니라. 만일 한 번 웃다가 한 번 운다면 이것은 모두 인연을 따르는 것이니, 그러므로 온갖 법이 제 성품이 있어서 인연을 따르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느니라."

 

범지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온갖 법이 인연으로 있다면, 이 몸은 무슨 인연이오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이 몸의 인연은 번뇌와 업이니라."

 

"세존이시여, 이 몸이 번뇌와 업을 따른 것이라면, 이 번뇌와 업을 끊을 수 있나이까?""그러하니라."

 

범지는 다시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저를 위하여 분별하여 말씀하시어서 제가 듣고 이 자리에서 모두 끊게 하시옵소서."

 

"선남자여, 만일 두 끝과 중간이 장애되지 않는 줄을 알면 이 사람은 번뇌와 업을 끊을 수 있느니라."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알았사옵고 바른 법의 눈을 얻었나이다." "너는 어떻게 알았느냐?"

 

"세존이시여, 두 끝은 색과 색의 해탈이옵고, 중간은 8정도(正道)이오며, 수와 상과 행과 식도 그러하나이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선남자여, 두 끝을 잘 알아서 번뇌와 업을 끊었도다."

 

                                                                                                                 [894 / 10007] 쪽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제가 출가하여 계를 받을 것을 허락하옵소서."

 

부처님께서 "잘 왔도다, 비구여" 하시니, 즉시에 삼계의 번뇌를 끊어 버리고 아라한과를 얻었다.

 

이 때에 다시 홍광(弘廣) 바라문이 이렇게 말하였다. "구담이여, 제가 지금 생각하는 것을 아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열반은 항상하고 함이 있는 법은 무상하며, 굽은 것은 삿된 소견이요, 곧은 것은 성인의 도니라."

 

"구담이여, 무슨 인연으로 이런 말씀을 하나이까?"

 

"선남자여, 그대가 항상 생각하기를, '걸식은 항상하고 별청(別請)은 무상하며, 굽은 것은 자물쇠[戶鑰]요, 곧은 것은 제석의 짐대'라 하므로, 내가 말하기를, '열반이 항상하고, 함이 있는 법이 무상하며, 굽은 것은 삿된 소견이요, 곧은 것은 8정도니라'라고 하였나니, 그대가 먼저 생각하던 것은 법에 맞지 않느니라."

 

바라문이 말하였다. "구담이여, 진실로 제 마음을 아시나이다. 이 8정도는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멸하게 할 수 있나이까?"그 때에 세존께서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으셨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구담께서는 이미 저의 마음을 아셨나이다. 제가 지금 묻는 것은 무슨 연고로 잠자코 대답하지 않나이까?"이 때에 교진여가 말하였다. "대바라문이여, 만일 세상의 가가 있고 가가 없음을 물으면, 여래께서는 항상 잠자코 계시고 대답하지 않으시오. 8정도는 곧은 것이요, 열반은 항상한 것이니, 8정도를 닦으면 곧 멸진(滅盡)함을 얻으려니와, 닦지 아니하면 얻지 못하는 것이오.

 

대바라문이여, 마치 큰 성이 있는데, 사면 성벽에는 모두 구멍이 없고, 오직 한 문이 있으며, 그 문지기가 총명하고 지혜가 있어 분별하여서 출입할 이는 출입하게 하고 거절할 이는 거절하는데, 출입하는 이가 얼마인지는 알지 못하거니와, 모든 출입하는 이는 반드시 이 문으로만 드나드는 것처럼, 선남자여, 여래도 그와 같나니, 성은 열반에 비유한 것이

 

                                                                                                                 [895 / 10007] 쪽

고, 문은 8정도에 비유한 것이고, 문지기는 여래에게 비유한 것이오.

 

선남자여, 여래께서 지금 그대에게 멸진하고 멸진하지 아니함을 대답하지 아니하셨으나, 멸진하는 이는 모름지기 8정도를 닦아야 하오."

 

바라문이 말하였다. "좋은 말입니다. 대덕 교진여여, 여래께서 미묘한 법을 잘 말씀하셨사오며, 저는 지금 성(城)을 알고 도(道)를 알며 스스로 문지기가 되려 하나이다."

 

교진여가 말하였다. "훌륭한 일이오. 그대 바라문이 능히 위없고 넓고 큰 마음을 내었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만두어라, 교진여여. 이 바라문은 오늘에만 이런 마음을 낸 것이 아니니라. 지나간 세상 한량없는 겁에 부처님 세존께서 계셨으니, 명호는 보광명(普光明) 여래 · 응공 · 정변지 · 명행족 · 선서 · 세간해 · 무상사 · 조어장부 · 천인사 · 불세존이시니라. 이 사람이 그 부처님 계신 곳에서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으며, 이 현겁에서 마땅히 부처를 지을 것이며, 오래전부터 법의 행상을 통달하여 분명하게 알았지만 중생을 위하여서 현재 외도에 있으면서 알지 못하는 척한 것이니라.

 

그러므로 교진여여, 그대는 '훌륭한 일이오. 그대가 능히 이러한 큰 마음을 내었소'라고 칭찬할 것이 아니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 아시면서도 교진여에게 말씀하셨다.

 

"아난 비구가 지금 어디 있느냐?"교진여가 여쭈었다. "아난 비구는 사라숲 밖에 있사온데, 이 대회에서 12유순이 되오며, 6만 4천억 마군의 요란함을 받나이다. 이 마군들은, 모두 여래의 형상처럼 몸을 변화하고서, 혹은 말하되, 온갖 법이 인연으로 생긴다 하고, 혹은 온갖 법이 인연으로부터 생기지 않는다 하고, 혹은 온갖 인연이 다 항상한 법이요, 인연으로 생기는 것은 모두 무상하다 하고, 혹은 5음이 진실한 것이라 하고, 혹은 허망한 것이라 하며, 6입과 18계도 그러하다 하고, 혹은 12인연이 있다 하고, 혹은 네 가지 인연이라 하고, 혹은 모든 법이 환술 같고 변화한 것

 

                                                                                                                [896 / 10007] 쪽

같고 아지랑이 같다 하고, 혹은 들음[聞]으로 인하여 법을 얻는다 하고, 혹은 생각함[思]으로 인하여 법을 얻는다 하고, 혹은 닦음[修]으로 인하여 법을 얻는다 하고, 혹은 부정관(不淨觀)하는 법을 말하고, 혹은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 법을 말하고, 혹은 4념처관(念處觀)을 말하고, 혹은 세 가지 관하는 뜻과 일곱 가지 방편을 말하고, 혹은 난법(煖法) · 정법(頂法) · 인법(忍法) · 세제일법(世第一法) · 학지(學地) · 무학지(無學地)와 보살의 초주(初住)로부터 10주까지를 말하고, 혹은 공(空) · 무상(無相) · 무작(無作)을 말하고, 혹은 수다라(修多羅) · 기야(祇夜) · 비가라나(毗伽羅那) · 가타(伽陀) · 우타나(憂陀那) · 니타나(尼陀那) · 아파타나(阿波陀那) · 이제목다가(伊帝目多伽) · 사타나(闍陀伽) · 비불략(毗佛略) · 아부타달마(阿浮陀達摩) · 우바제사(優波提舍)를 말하고, 혹은 4념처 · 4정근(正勤) · 4여의족(如意足) · 5근 · 5력 · 7각분(覺分) · 8성도를 말하고, 혹은 내공(內空) · 외공(外空) · 내외공(內外空) · 유위공(有爲空) · 무위공(無爲空) · 무시공(無始空) · 성공(性空) · 원리공(遠離空) · 산공(散空) · 자상공(自相空) · 무상공(無相空) · 음공(陰空) · 입공(入空) · 계공(界空) · 선공(善空) · 불선공(不善空) · 무기공(無記空) · 보리공(菩提空) · 도공(道空) · 열반공(涅槃空) · 행공(行空)· 득공(得空) · 제일의공(第一義空) · 대공(大空)을 말하고, 혹은 신통변화를 나타내어 몸에서 물과 불을 내되, 몸 위로는 물을 내고 몸 아래로는 불을 내기도 하며, 몸 아래로는 물을 내고 몸 위로는 불을 내기도 하며, 왼 옆구리가 아래 있고 오른 옆구리에서 물을 내며, 오른 옆구리가 아래 있고 왼 옆구리에서 물을 내기도 하며, 한 옆구리로는 천둥을 내고 한 옆구리로는 비를 내리며, 혹은 여러 부처님의 세계를 나타내고, 혹은 보살이 처음 탄생하여 일곱 걸음을 걷는 때와, 깊은 궁궐에서 5욕락을 받는 때와, 처음 출가하여 고행을 닦는 때와, 보리수 아래 나아가 삼매에 들던 때와 마(魔)의 군중을 항복받고 법수레를 굴릴 때와, 대신통을 보여 열 반에 들 때를 나타내기도 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아난 비구는 이런 일들을 보고 생각하기를 '이러한 신통 변화는 예전에 보지 못하던 것인데, 누가 짓는 것인가. 석가세존께서 지으시는 것이 아닌가' 하며, 일어나려 하여도 말을 하려 하여도 마음대로 되지 아니하

 

                                                                                                                 [897 / 10007] 쪽

오며, 아난 비구는 마군의 그물에 들었으므로 생각하기를 '여러 부처님의 말씀이 각각 같지 아니하시니, 나는 이제 누구의 말씀을 받아야 하는가' 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아난은 지금 엄청난 고통을 받사오며, 아무리 여래를 생각하오나 구원할 이가 없나이다. 이런 인연으로 이 대중 가운데 오지 못하였나이다."

 

이 때에 문수사리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대중 속에 있는 모든 보살들은 이미 한 생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고, 나아가 한량없는 생에서 보리의 마음을 내어 이미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였사오며, 마음이 견고하여 단바라밀(檀波羅蜜)로부터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까지를 구족하게 수행하여 공덕을 성취하였사오며, 오래전부터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을 친근하고 범행을 깨끗이 닦았으며, 물러나지 않는 보리의 마음을 얻었으며, 불퇴인(不退忍)과 불퇴전지(不退轉持)를 얻었으며, 여법인(如法忍)과 수릉엄(首楞嚴) 등의 한량없는 삼매를 얻었나이다.

 

이런 무리들이 대승 경전을 듣고도 의심을 내지 아니할 것이며, 3보가 한 가지 성품과 모양이어서 항상 머물러 변하지 아니함을 잘 분별하여 해설할 것이며, 부사의한 것을 듣고도 놀라지 아니할 것이며, 가지가지 공(空)함을 듣고도 마음으로 무서워하지 아니하며, 모든 법의 성품을 분명하게 통달하고, 모든 12부경을 능히 지니고 뜻을 자세히 해설하며, 한량없는 부처님의 12부경이라도 능히 받아 지닐 것이옵거늘, 이 대반열반경을 받아 지니는 것이야 무엇이 근심되오리까?

 

무슨 인연으로 교진여에게 아난이 있는 데를 물으시나이까?"

 

이 때에 세존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시었다. "자세히 들으라. 선남자여, 내가 성불한 지 20년쯤 지나서 왕사성에 있었더니, 그 때에 내가 여러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여러 비구들이여, 이 대중 가운데서 누가 능히 나를 위하여 여래의 12부경을 받아 지니고, 좌우에서 필요한 일을 공급하여 주며, 그러고도 자기의 좋은 이익을 잃지 않겠느냐?'

 

                                                                                                                 [898 / 10007] 쪽

그 때에 교진여가 대중 속에 있다가 와서 나에게 말하였다. '제가 능히 12부경을 받아 지니며, 좌우에서 시봉하면서 저에게 이익될 일을 잃지 않겠나이다.' 나는 이렇게 말하였노라. '

 

교진여여, 너는 이미 늙어서 심부름할 사람이 필요할 터인데, 어떻게 나의 시중을 들겠느냐?'

 

이 때에 사리불이 또 말하였다. '제가 능히 부처님의 온갖 말씀을 받아 지니오며, 필요하신 대로 시중들겠사옵고, 저에게 이익된 일을 하는 것도 잃지 않겠나이다.'

 

나는 말하였다. '사리불이여, 너는 이미 늙어서 심부름할 사람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어떻게 나의 시중을 들고자 하느냐?' 이리하여 나아가 5백 아라한들까지도 모두 이렇게 말하였으나, 나는 모두 받지 아니하였노라.

 

이 때에 목련이 대중 가운데 있다가 생각하였다. '여래께서 이제 5백 비구들이 시중하려는 것을 받지 아니하시니, 부처님 뜻에 누구를 시중을 들게 하시려는 것인가.'이렇게 생각하고는, 문득 선정에 들어서 여래를 관하니, 마음이 아난에게 있는 것이, 마치 해가 처음으로 뜰 때에 빛이 서쪽 벽에 비치는 것과 같았다. 이런 것을 보고, 선정에서 일어나 교진여에게 말하였다.

 

'대덕이여, 제가 여래를 뵈오니 아난으로 하여금 좌우에서 시중들게 하려 하더이다.'

 

그 때에 교진여는 5백 아라한과 함께 아난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아난이여, 당신이 이제 여래의 시중을 들어야 하겠으니, 이 일을 승낙하라.'

 

아난은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 큰스님들이시여, 저는 참으로 여래의 시중을 들 수가 없나이다. 왜냐 하면 여래께서는 존종하시기 사자왕 같사옵고 용과 불과 같사온데, 저는 더럽고 미약하오니, 어떻게 책임을 감당하오리까?'

 

                                                                                                                 [899 / 10007] 쪽

비구들은 말하였다. '아난이여, 당신은 우리 말을 듣고, 여래를 모시면 큰 이익을 얻을 것이오.'두 번 세 번 이렇게 말하였으나, 아난은 말하였다. '여러 큰스님들이여, 저는 큰 이익을 구함도 아니오며, 진실로 좌우에서 시중드는 일을 감당할 수 없나이다.'

 

이 때에 목련은 또 아난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아난이여, 그대는 아직 모르는구나.' '큰스님, 바라건대 말씀하십시오.'

 

'여래께서 저번에 대중 가운데서 시중들 사람을 구하시기에 5백 아라한이 모두 시중을 들려 하였으나, 여래께서 허락하지 아니하였소. 내가 정에 들어서 여래의 뜻을 살펴뵈오니, 그대로 하여금 시자를 삼으려 하시는 것인데, 그대가 어찌하여 받들지 않는가?'

 

아난이 이 말을 듣고는 합장하고 꿇어앉아 말했다. '여러분 큰스님들, 일이 그러하다면, 여래 세존께서 저의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시면, 승가의 명령을 받들어 좌우에서 모시겠나이다.'

 

목련이 말하였다. '세 가지 소원이 무엇인가?'아난은 이렇게 말하였다.

 

'하나는 여래께서 설사 낡은 옷을 저에게 주셔도 제가 받잡지 아니함을 허락하시는 것이고, 둘은 여래께서 단월의 별청(別請)을 받게 될 때에 제가 따라가지 아니함을 허락하시는 것이고, 셋은 저의 출입이 일정한 시간이 없음을 허락하시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를 부처님께서 허락하시면 승가의 명령을 따르겠나이다.'

 

교진여 등 5백 비구는 나에게 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저희들이 아난 비구에게 권하였더니, 세 가지 소원을 말하면서 부처님께서 들어주시면 대중의 명을 따르겠노라 하였습니다.'

 

문수사리여, 나는 그 때에 아난을 이렇게 칭찬했노라. '훌륭하도다. 아난 비구는 지혜를 구족하여 미리 혐의가 있을 것을 보았도

 

                                                                                                                 [900 / 10007] 쪽

다. 왜냐 하면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너는 의식을 위하여 여래의 시중을 드는 것이냐?' 하겠으므로, 먼저 낡은 옷이라도 받지 않고 별청에 따라가지 않겠다 한 것이니라.

 

교진여여, 아난 비구는 지혜를 구족하였으니, 들고 나는 시간이 한정되면 4부 대중을 이익되게 하는 일을 널리 지을 수 없으므로, 출입하는 시간이 제한되지 않기를 구하는 것이니라.

 

교진여여, 내가 아난을 위하여 그 세 가지 일을 허락하여 그 소원을 따르리라.'

 

이 때에 목련은 아난에게 가서 말하였다. '내가 그대의 말대로 세 가지 일을 여쭈었더니, 여래께서 대자비로 모두 들어 주셨느니라.'

 

아난이 대답하였다. '큰스님이여, 만일 부처님께서 허락하셨으면 가서 모시겠나이다.'

 

문수사리여, 아난이 나를 시봉한 지 20여 년에 여덟 가지 불가사의한 것을 구족하였느니라.

 

무엇이 여덟 가지인가.

 

하나는 나를 시봉한 지 20여 년에 한 번도 나를 따라서 별청식(別請食)을 받지 아니한 것이고,

 

둘은 나를 시봉한 이후로 한 번도 나의 옷을 받지 아니한 것이고,

 

셋은 나를 시봉한 이후로 마침내 때 아닌 때에 나에게 온 적이 없는 것이고,

 

넷은 나를 시봉한 이후로 번뇌를 구족하였으면서도 나를 따라서 임금과 찰리와 훌륭한 대갓집에 드나들면서 여러 여인과 천녀 · 용녀들을 보았지만 탐욕을 내지 아니한 것이고,

 

다섯은 나를 시봉한 이후로 내가 말한 12부경을 받아 지니되, 한번 들은 것은 다시 묻지 아니하고도 병에 든 물을 다른 병에 붓듯이 한 것이다. 다만 한 번 물은 적이 있었으니, 선남자여, 유리(琉璃) 태자가 석씨들을 모두 죽이고 가비라성을 파괴할 때에 아난이 걱정하여 울면서 나에게 와서 말하였다.

 

'여래와 제가 함께 이 성에서 태어났고, 같은 석가 종족이온데, 어찌하여 여래께서는 화평한 얼굴이 평상시와 같으신데, 저는 초조하나이까?'

 

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아난아, 나는 공정(空定)을 닦았으므로 너와는 같지 아니하니라.' 3년이 지난 뒤에 다시 와서 나에게 물었다. ......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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