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집경(102)-1020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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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이 몸을 받은 지가 이미 5만 7천억 세를 지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차라리 과거와 같은 몸으로서 지옥의 괴로움을 받을지라도 마침내 보리심에 물러나지 않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대신이여. 어떤 사람이 수미산 같은 많은 금과 일곱 가지 보물로써 한량없는 세간에 부처님을 공양한다 할지라도 그 복은 보리심을 내는 것보다 같지 못하리라. 왜냐하면 이 보리심을 내는 자는 바로 시방 부처님을 공양하기 때문이니라.”
그때 계제보살이 앉은 자리에서 법다운 지혜를 얻고 일어나,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는 부처님 옆을 세 번 돌고 몸의 윗옷[上衣]을 벗어 공양하자, 4만 4천의 대중까지 다 그렇게 하였다.
이때 마왕 파순은 그의 대신과 권속들이 이미 부처님께 귀의함을 보고서 마음에 고뇌를 일으켜 문을 굳게 닫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그때는 말하자면 세존께서 대중을 위하시어 세 가지의 자비심, 이른바 나는[生] 인연·법의 인연·나 없는 인연을 말씀하시되, 허공목(虛空目) 중에서 널리 설하시는 것처럼 하시던 때였다. 여러 하늘과 용왕이 모두 가라제산의 옛 성인들 머물던 곳에 모였으나, 움직이려고 하여도 움직일 수 없고 다니려고 하여도 다닐 수 없고 큰 몸뚱이를 나타내려고 하여도 그럴 수 없어서 곧 난타(難陀)와 발난타(跋難陀) 왕을 보고 물었다.
“대왕이여, 지난 번 변화로 만든 더러운 시체는 다 파순이 한 짓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로 하여금 모두 여기에 오도록 하여 이 작은 몸을 받았으니, 만약 파순에게 귀의한다면 벗어날 수 있을까요?”
그때 이라발라(伊羅跋羅)용왕이 이렇게 말하였다.
“마왕은 이제 자기의 본심과 신족(神足)을 잃어버렸거늘 어떻게 그대들을 구제할 수 있겠는가.”
그러자 용왕들은 사천왕에게 귀의하기도 하고 혹은 도리천(忉利天)·염마천(閻摩天)·도솔천(兜術天)·화락천(化樂天)·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범천(梵天)으로 각각 귀의하였는데, 때마침 해(海)용왕이 이런 말을 하였다
“그대들은 석가모니부처님께 현성(賢聖)과 사람·하늘 그 밖의 잡류가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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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공양을 베풀어 귀의하는 것을 보지 못하였습니까?”
이때 용왕 중에는 나다(那茶) 선인(仙人)과 마장(馬臧) 선인에게 귀의하기도 하고, 혹은 광(廣) 선인·광미(光味) 선인·바가바(跋伽婆) 선인에게 귀의하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선인은 모두 5신통을 얻어 설산(雪山)에 머물면서 광미 대선인에게 바른 법을 받아 들었으며, 광미보살도 갖가지 한량없는 찬탄으로써 여래를 찬탄하였다.
때마침 이 선인들이 모든 용왕의 음성을 듣고 나서, 광미 선인에게 물었다.
“선인께서는 자못 용왕들의 우는 소리를 들었나이까?”
“이미 들었다오.”
“대사여, 바라건대 저 용왕들에게 가서 저들의 괴로움을 구제하여 주지 않으시렵니까?”
광미 선인이 대답하였다.
“그대들은 갈 수 있지만 나는 가지 못하오. 왜냐하면 이제 큰 하늘이 계시니, 무연(無緣)의 자애로움[慈]을 듣고자 하기 때문이라오.”
그때 네 선인이 광미 선인에게 예배하고 가라제산에 구제하러 가자, 여러 용왕들이 이 선인을 보고는 각기 슬픈 소리를 내면서 구원을 빌었다.
선인이 대답하였다.
“우리로서는 구제할 수 없고 저 설산에 광미보살이 계시어 너희들을 구제할 수 있으니, 너희들은 지심으로 애걸하여 예배할지니라.”
그러자 여러 용왕들은 각자 같은 소리로써 광미보살을 향하여 예배하였다.
그때 광미보살이 이 소리를 듣고는 한량없는 하늘과 대중을 데리고 가라제산에 이르렀다.
용왕들은 광미보살을 보고 나서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말하였다.
“원컨대 대왕께서 저희들의 괴로움을 구제하여 주소서.”
광미보살이 구제할 때가 온 것을 아시고는 성수(星宿)를 말씀하시려고 하였다.
그때 대해(大海)용왕이 광미보살에게 아뢰었다.
“대사여, 이 별자리는 누가 말씀한 것이며 누구는 큰 별을, 누구는 작은 별을, 누구는 해와 달을 만들고, 어느 날 중에는 어떤 별이 먼저 있고 어떤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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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득 찬 달, 어떤 것을 때[時]라 하며, 이러한 별은 어느 하늘에 매였고 그 별의 성품은 어떠하고 어떤 것이 가벼움과 무거움이고 어떤 것이 착함과 나쁨이고 어떤 것이 먹힘과 베푸는 것이며, 누구는 이 낮을, 누구는 이 밤을 만들고, 그림자의 몇 걸음[步]을 굴림[轉]이라 하고, 어떤 것을 남방의 굴림 어떤 것을 북방의 굴림이라 합니까? 대사께서는 모든 선인 중에서 가장 으뜸이시니, 원컨대 이 모든 것을 갖추어 분별하여 해설하옵소서.”
광미보살은 여러 용왕들에게 말하였다.
“대왕이여, 과거세 현겁(賢劫)의 처음 전다나(旃陀那)성에 무량정(無量淨)이란 왕이 있어서,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려 애욕의 즐거움을 탐하지 않고 항상 고요함을 즐겨하여 재주와 지혜가 총명 통탈하였는데, 어느 날 왕의 부인이 욕심이 발동하여서 왕과 함께 노닐다가 어떤 숲속에서 탐심으로 왕을 보았더니, 곧 임신(姙身)이 되어 부인은 마침내 때가 차서 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그 아이는 머리·귀·목·눈·입술·입이 모두 나귀[驢]와 같고 그 나머지 부분만은 사람과 같으므로 어머니가 이것을 보고는 겁나고 두려워서 뒷간 속에 던졌는데 아이의 몸이 아직 땅에 떨어지지 않을 때에 나귀의 귀신이 공중에서 당겨 잡아 설산(雪山)가운데 옮겨두고서 돌보고 먹이고 기르기를 마치 자기 낳은 자식처럼 하였다.
그때 설산 가운데 달고 아름다운 약(藥)이 있어서, 나귀 귀신이 이것을 채취하여 먹인 결과 이 아이는 이 약초를 먹고 나서 몸이 달라져 큰 광명과 복덕의 모양이 있고 지혜와 자비를 원만히 갖추었으며, 이 인연으로써 모든 하늘도 아이를 위하여 예배하고 공양하고 찬탄하였다.
그리고 설산에 갖가지의 약초와 과일이 있으므로, 이것을 먹은 아이는 모든 모양이 전환되었으나 입술만은 나귀와 같아서, 이 때문에 여순(驢脣)를 받아 지니고 항상 한쪽 발을 들고 있었다.
모든 범천(梵天)·마천(摩天)·제석천[帝釋]들이 크게 공양을 베풀고 모두 합장하여서 여순 선인에게 물었다.
‘무엇을 원하며 구하려고 하나요? 원컨대 말씀하세요. 우리들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마땅히 그대로 시행하리다.’
선인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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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제 중생을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성수(星宿)를 분명히 알고자 합니다.’
그리고 모든 하늘들이 또 말하였다.
‘만약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기 때문에 알고자 한다면, 마땅히 말씀하세요.’
선인은 또 이렇게 대답하였느니라.
‘범천이여, 나는 실상 최초의 별자리를 알지 못하노라.’”
이 별자리를 말할 때에 여러 큰 용왕은 광미보살에게 마음껏 기뻐하였고, 광미보살도 여러 용왕을 위하여 미묘한 음성으로 삼보를 찬탄하며, 또 이런 말을 하였다.
“나는 이제 실상 너희들의 고뇌를 구제할 수 없고 석가모니부처님만은 능히 구제하여 주시리라. 석가모니부처님은 모든 중생을 조복하려고 하시기 때문에 한량없는 세간에서 보배될 것을 다 버리고 자비를 닦음은 고뇌를 구제하기 때문이시니라.”
그때 모든 용왕과 크고 작은 남자·여자의 권속들은 부처님을 염하여 귀의하기를 찬탄하였다.
“세존께 귀의하겠습니다. 중생 중에서 가장 뛰어나시어 모든 법에 마음이 자재하시고 법 바다에 이미 피안(彼岸)을 건너시어 중생들의 고뇌를 구제하시고 그들에게 안락을 베푸시되 평등하여 차별이 없고 모든 것을 가엾이 여겨 바른 도를 보이고 바른 눈[眼]을 혜시(惠施)하시므로, 모든 천용(天龍)의 공양을 받고 시방세계 사람·하늘의 미묘한 공양거리[供具]를 받으십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제 한량없는 고뇌를 많이 받았으니, 원컨대 자비하신 마음으로 조금 구제하여 주소서.”
그리고 용왕들은 마음껏 부처님을 염하고 나서 곧 자기 몸을 보았으나 여전히 다름이 없었다.
이때 광미보살이 용왕들에게 말하였다.
“여래의 공덕은 헤아릴 수 없나니, 중생을 위하기 때문에 한량없는 세간에서 6바라밀을 수행하여 갖추고, 세 가지 자비를 말씀하시어 중생을 조복하고, 모든 법의 나 없음과 조작 없음을 말씀하고 음(陰)·입(入)·계(界)와 4대(大)의 번뇌를 말씀하고, 번뇌의 성품과 중생의 성품을 말씀하고, 모든 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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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품 없고 모양 없고 걸림 없고 조작 없고 더러움도 없고 깨끗함도 없고 밝음도 없고 어둠도 없고 취함도 없고 버림도 없고 다님도 없고 머묾도 없고 하나도 없고 둘 도 없음을 말씀하며, 음(陰)·입(入)·계(界)와 4대도 다 그러함을 말씀하시므로, 이것을 제일의공(第一義空)이라 하느니라. 그러기에 여래는 중생을 조복하여 위없는 높은 이가 되었으니, 여래만이 너희들의 한량없는 고뇌를 구제하여 주시리라.”
5) 구룡품(救龍品)
그때 세존께서 광미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네가 이제 용왕들의 업을 듣고자 하는가?”
광미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이 바로 그때[時]입니다. 원컨대 연설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야.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어라. 너를 위해 말하리라.”
그때 모든 하늘과 사람이 좋은 향·꽃·풍악·기·일산으로서 부처님을 공양하였다.
이때 세존께서는 욕계와 색계의 모든 하늘과 한량없는 성문과 보살 대중과 더불어 마가다국(摩伽陀國)으로부터 수미산(須彌山)에 나아가셨는데, 때마침 범천이 7보의 자리를 베풀어 여래를 기다리고 또 7보의 가도(街道)를 만들고서 이렇게 말하였다.
“원컨대 여래께옵서는 이 길을 밟고 지나서 저의 자리에 앉아 주소서.”
그때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도 염부단나(閻浮檀那) 보배로써 평상과 길을 만들어 두고서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원컨대 이 길로 가시어 저의 자리에 앉아 주소서.”
화락(化樂)의 모든 신들은 하늘의 금으로 평상과 길을 만들어 두고서 말하였다.
“원컨대 여래께서는 이 길로 가시어 저의 금 평상에 앉아 주소서.”
산도솔천(刪兜術天)은 하늘의 은으로 평상과 길을 만들어 두고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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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래께서는, 원컨대 이 길로 가시어 저의 은 평상에 앉아 주소서.”
그리고 야마천(夜魔天)은 유리로 평상과 길을 만들어 두고 말하였다.
“원컨대 여래께서는 이 길로 가시어 저의 유리 평상에 앉아 주소서.”
도리천(忉利天)은 진주로 평상과 길을 만들어 두고 말하였다.
“원컨대 여래께서는 이 길로 가시어 저의 진주 평상에 앉아 주소서.”
사천왕은 마노(馬瑙)로 평상과 길을 만들어 두고 말하였다.
“원컨대 여래께서는 이 길로 가시어 저의 마노 평상에 앉아 주소서.”
네 아수라(阿修羅)는 전단(旃檀)으로 평상과 길을 만들어 두고 제각기 이렇게 말하였다.
“원컨대 여래께옵서는 이 길로 가시어 저의 전단 평상에 앉아 주소서.”
그때 세존께서는 마음으로 가엾이 여겨 조화로 불상(佛像)을 만들어 여섯 군데의 길을 두루 다니고 여섯 군데의 자리에 두루 앉으며, 여래의 진짜 몸으로써는 범왕의 베푼 길과 자리에 처해 있는데, 그 낱낱 조화로 만든 불상에 한량없는 성문과 보살의 권속이 있고 낱낱 불상에 광명이 있기를 마치 한량없는 해와 달의 광명과 같았다. 그래서 이 모든 용왕들이 조화로 만든 불상을 보고는 마음껏 공경하면서 이런 말을 하였다.
“이제 수미산은 수천의 해와 달이 비추는 것 같구나.”
난타(難陀)와 발난타(婆難陀) 왕이 말하였다.
“세존께서 한량없는 범천과 더불어 수미산에 나아가시므로 이는 그의 광명이요, 해와 달의 광명은 아니니라. 너희들이 만약 해탈하려고 한다면 마땅히 지심으로 여래를 염할 뿐이니, 여래 세존은 이미 무명을 파괴하셨으므로 이제 이러한 광명이 있는 것이니라.”
아나바달다(阿那婆達多)용왕이 말하였다.
“이 광명은 마왕의 것이요, 부처님의 광명은 아니다. 왜냐하면 모든 욕계는 마왕 파순에게 매여 있기 때문이다. 마왕 파순은 나쁜 일을 짓는데. 파순이 지금은 가엾이 여겨 이러한 용왕들의 괴로움을 구제하는 것이리라.”
혹은 이렇게도 말하였다.
“이러한 광명은 타화자재천·화락천·야마천·도솔천·도리천·사천왕 등이 가엾이 여겨 용왕들의 괴로움을 구제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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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주(善住)용왕이 말하였다.
“이 광명은 광미보살이 용왕들을 가엾이 여겨 그 괴로움을 구제하는 광명이리라.”
보계(寶髻)용왕이 말하였다.
“이 광명은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털을 깎은 큰 덕 있는 사람으로서 용왕들을 가엾이 여기는 때문에 그 괴로움을 구제하는 광명이리라.”
해(海)용왕이 말하였다.
“이 광명은 여래의 광명이리라. 왜냐하면 가엾이 여기는 때문이니, 여래 세존은 모든 중생을 외아들처럼 생각하여 온갖 고뇌를 구제하시고 한량없는 세간에 6바라밀을 수행하여 원만히 갖추시고는, 오직 중생들을 위해 그의 한량없는 고뇌를 구제하시느니라. 그러므로 모든 욕계의 하늘이 큰 공양거리[供具]를 베풀어 공양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제석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 사바세계에 놀면서 중생을 교화함은 네가 삼십삼천에 있어서 여러 하늘을 제도함과 같습니다.”
제석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아직까지 그지없는 지혜를 갖지 못하였는데, 어떻게 제가 여러 하늘을 교화한다 하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이 수미산에는 한량없는 하늘과 범천과 한량없는 귀신과 한량없는 건달바(乾闥婆)와 한량없는 긴나라(緊那羅)와 한량없는 가루라(迦樓羅)와 한량없는 아수라(阿修羅)와 한량없는 마후라가(摩睺羅伽)와 한량없는 용과 한량없는 큰 선인(仙人)과 한량없는 성인이 있습니다. 원컨대 여래께옵서 가엾이 여기시는 마음으로 이같이 한량없는 중생을 교화하고 제도하여 주소서.”
그때 세존께서 빙그레 웃으시자, 한량없는 색의 광명이 그 입에서 나오는데, 푸르고 누렇고 붉고 희고 환하고 아롱진 색이 두루 시방의 어두운 곳을 비추어서 한량없는 범천의 광명, 제석천의 광명, 해와 달의 광명보다 뛰어나 모든 악마의 업을 파괴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또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제석아, 사바세계의 모든 산으로서는 수미산이 으뜸 되는 것처럼,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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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같이 모든 중생에서 가장 으뜸 되느니라.”
이때 모든 용왕이 이 말씀을 듣고는, 제각기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가엾이 여기시는 마음으로 저희들의 괴로움을 구제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러 선남자야, 너희들은 마땅히 먼저 부처님을 염하라. 내 너를 구제하여 주리라.”
그때 세존께서 교진여[憍陣如]에게 말씀하시자, 그 음성이 시방세계에 두루 들렸다.
“교진여야, 모든 법은 모두 덧없고[無常], 모든 법의 나고[生] 머묾도 덧없는 것이니, 왜냐하면 인연에 따라 나기 때문이니라. 인연을 따라 나는 모든 법은 바로 괴로움이므로, 그 법은 날 때부터 곧 괴로움일 것이고 헌데[癰瘡]인 것이고 존재의 갈래[有支]인 것이고 나고 늙는 것이고 또 나고 멸하는 것이니라.
교진여야, 눈[眼]은 곧 덧없는 것이니라. 그러기에 만약 눈의 작용으로 법이 난다 하여도 이는 곧 괴로움인 것이고 헌데인 것이고 존재의 갈래인 것이고 나고 늙는 것이고 또 나고 멸하는 것이고 내지 뜻[意]도 그러하며, 만약 눈의 작용으로 법이 멸한다 하여도 이는 곧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의 멸함이고 모든 존재의 갈래인 것이고 내지 뜻도 그러하느니라.
중생은 눈의 작용으로 법의 나고 멸함을 알지 못함으로써 다섯 가지 갈래[五道] 속에 유전하느니라. 여래는 이 눈의 작용으로 나고 멸함을 끊기 위하여 법을 연설하고 또 괴로움을 끊는 법과 괴로움에 행하는 법을 연설하나니, 그러므로 여래는 이 범[梵] 중에서 큰 범이고 하늘 중에서 큰 하늘이고 코끼리 중에서 큰 코끼리이고 사문(沙門) 중에서 큰 사문이고 바라문 중에서 큰 바라문이고 자비 중에서 큰 자비이고 위없는 높은 이로서 대장부가 되어서, 이미 생사의 큰 바다를 건너 피안(彼岸)에 이르고, 가장 큰 복밭[福田]으로 이 길이 없는 시주가 되고 그 마음이 평등하여 큰 법왕이 되며, 큰 금계와 위없는 정진을 지니고 범행(梵行)을 잘 닦아 바른 도를 분명히 알며, 큰 도사(導師)가 되어서 다른 모든 업까지 통달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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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진여야, 눈의 나고 멸하는 인연을 잘 앎으로써 여래라 하고 분명히 알지 못함으로써 범부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알지 못함으로써 범부라 하느냐 하면, 교진여야, 모든 중생들은 다 나 있음을 말하기 때문에 눈의 나고 멸하는 모양을 알지 못하고서 다섯 가지 갈래를 도느니라.
교진여야, 어떤 외도(外道)로서 견(見)을 말하는 것을 나라 하나니, 그러므로 아는 것도 나요, 눈도 나의 인연이요, 내지 뜻도 그러하느니라.
교진여야, 모든 외도들은 말하기를, 눈을 향(向)하는 것에 비유하고 나는 보는 것에 비유한다 하다니, 만약 그렇다면, 이는 뒤바뀜이라 하느니라.
그 까닭으로서 이른바 본다는 것이 곧 화합이요 화합한 가운데 나라는 생각을 내기 때문에 뒤바뀜이니라. 만약 향하는 것을 눈에 비유하고 보는 것을 나에 비유한다면, 이는 이치로 보아 그렇지 않느니라.
왜냐하면 향하는 가운데 본다는 것은 보기도 하고 듣기도 하고 알기도 하고 부딪치기도 하지만, 눈은 그렇지 않느니라. 그러므로 본다는 것은 나라고 할 수 없음이니, 향함은 비록 오래되더라도 보는 것이 분명하지만, 눈은 만약 오래 된다면 분명 하지 못함이며, 나란 것은 떳떳함을 말하지만, 만약 그 나가 보고 듣는 나라면, 이는 덧없음이라 덧없는 것이라면, 어떻게 나라고 설할 수 있으랴.
교진여야, 중생은 이 뒤바뀌는 인연으로 4제를 알지 못하고 여래는 이 뒤바뀌는 모양을 분명히 알기 때문에 바른 지혜라 하느니라. 나라는 것이 곧 여래이므로, 만약 여래가 곧 나인 줄을 안다면, 이 사람은 능히 뒤바뀜의 모양을 알리며, 뒤바뀜을 헌다면 마군의 업을 깨뜨리리며, 마군의 업을 깨뜨린다면 이 사람은 능히 모든 용을 구제하리니, 교진여야, 그러므로 나는 이제 모든 용을 구제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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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방등대집경 제34권
북량 천축삼장 담무참 한역
이진영 번역
14. 일장분(日藏分) ①
1) 호지정법품(護持正品)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 가란타죽원(伽蘭陀竹園)에 계셨는데,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의 큰 보살이 앞뒤로 둘러싸고, 그 밖의 온갖 시방(十方)의 불세계와 땅과 허공에 두루 가득한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의 큰 보살과 성문의 무리도 함께 모여와서 앞뒤로 둘러쌌으며, 다시 한량없는 시방세계의 제석천왕·범천왕·사천왕·모든 큰 용왕·야차왕(夜叉王)·건달바왕·아수라왕·가루라왕·긴나라왕·마후라가왕등, 이 같은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왕도 함께 와서 모이고, 또 욕계·색계의 하늘·용·야차·나찰(羅刹)·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 들도 모두 모여와서 한마음으로 여래를 우러러보았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대중을 위하여 허공목(虛空目)의 아나반나(阿那般那) 단 이슬[甘露]의 법문과 4무량심(無量心)을 연설하시고는, 잠잠히 앉으셨는데, 사바세계의 땅과 허공에 가득한 모든 대중들도 다 잠잠히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오직 여래의 단 이슬 법비[法雨]만을 바라고서 만족함이 없기를, 마치 중병을 앓는 환자가 훌륭한 의원 만나기를 생각하는 것처럼 하고, 깊은 암흑 속에 있는 자가 광명 보기를 생각하는 것처럼 하고, 큰 물에 빠진 자가 언덕에 오르기를 생각하는 것처럼 하고, 급한 난리를 만난 자가 보호받을 곳.......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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