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대반열반경(82)-820

근와(槿瓦) 2016. 1. 23. 00:59

대반열반경(82)-820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811 / 10007] 쪽

.....여는 나지 않는 내는 인[不生生因]이 되고, 열반을 위하여는 나타내는 인이 되느니라.

 

선남자여, 번뇌를 멀리 여의면 분명하게 열반을 보게 되나니, 그러므로 열반에는 나타내는 인만 있고 내는 인은 없느니라.

 

선남자여, 그대가 묻기를 '어찌하여 사문나(沙門那)며, 어찌하여 사문과입니까?' 하였나니, 선남자여, 사문나는 곧 8정도(正道)요, 사문과는 도로부터 필경에 모든 탐욕, 성내는 일, 어리석음을 영원히 끊는 것이니, 이것을 이름하여 사문나라 사문과라 하느니라."

 

가섭보살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8정도를 사문나라 하나이까?"

 

"선남자여, 세상에서 말하기를 사문(沙門)은 궁핍이라 하고, 나(那)는 도라 하나니, 도라는 것은 온갖 궁핍을 끊고 온갖 도를 끊음이니라. 이런 뜻으로 8정도를 사문나라 하며, 이 도로부터 과를 얻으므로 사문과라 하느니라.

 

선남자여, 또 사문나라 함은 세상 사람으로서 고요한 데를 좋아하는 이도 사문나라 하나니, 도라는 것도 그러하여 행자(行者)로 하여금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나쁜 일과 삿된 목숨[邪命]을 여의고 고요함을 즐기게 하므로 사문나라 이름하느니라.

 

선남자여, 마치 세상에서 하등 사람으로서 상등 사람이 되는 것과 같은 것을 사문나라 하나니, 도라는 것도 그와 같아서 하등 사람으로 하여금 상등 사람이 되게 하므로 사문나라 이름하느니라.

 

선남자여, 아라한으로서 이 도를 닦는 이는 사문과를 얻나니, 그러므로 저 언덕에 이르렀다고 이름하느니라.

 

아라한과는 곧 무학(無學)의 오분법신(五分法身)이니, 계율과 선정과 지혜와 해탈과 해탈지견(解脫知見)이니라. 이 다섯 가지로 인하여 저 언덕에 이를 수 있으므로 저 언덕에 이른다 이름하며, 저 언덕에 이르렀으므로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태어나는 일이 끝났고, 범행이 이미 섰고, 할 일을 이미 마쳤고, 다시 생사[有]를 받지 않노라' 하느니라.

 

선남자여, 이 아라한은 3세(世)에 태어나는 인연을 영원히 끊었으므로, 스스로 말하기를, '태어나는 일이 끝났다' 하고, 삼계의 5음으로 이루는 몸을 끊었으므로 '나는 태어나는 일이 끝났다' 하고, 닦는 범행을 마쳤으므로 '범행이 이미 섰다' 말하고, 또 도를 배움을 버렸으므로 '이미 섰다'고 이름하며, 본래 구하던 일을 오늘 얻었으므로 '할 일을 이미 마쳤노라' 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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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도를 닦아서 과를 얻었으므로 '이미 마쳤노라' 말하며, 다하는 지혜[盡智]와 나지 않는 지혜를 얻었으므로 말하기를 '나는 태어나는 일이 이미 끝났고 모든 유[有]의 결박을 다하였다' 하나니, 이런 뜻으로 아라한을 이름하여 저 언덕에 이르렀다[到彼岸] 이름하느니라.

 

아라한과 같이 벽지불도 그러하며, 보살과 부처님께서는 6바라밀을 구족하게 성취하였으므로 저 언덕에 이르렀다 이름하느니라. 이 부처님과 보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으므로 6바라 밀을 구족하였다 하나니, 왜냐 하면 6바라밀의 결과를 얻은 까닭이며, 결과를 얻었으므로 구족하였다 이름하느니라.

 

선남자여, 이 일곱 중생은 몸을 닦지 아니하고 계행을 닦지 아니하고 마음을 닦지 아니하고 지혜를 닦지 아니하나니, 이 네 가지 일을 닦지 아니하면, 5역죄를 지으며 선근을 끊으며 4중죄를 범하며 3보를 비방하나니, 그러므로 항상 빠진다 이름하느니라.

 

선남자여, 일곱 사람 중에 능히 선지식을 친근하는 이는, 지성으로 여래의 바른 법을 듣고 속으로 잘 생각하여 법답게 머물며, 몸과 계행과 마음과 지혜를 부지런히 닦나니, 그러므로 생사의 강을 건너서 저 언덕에 이른다 이름하느니라. 만일 말하기를, 일천제들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 하는 이는 잘못 집착한다 이름하고, '얻지 못한다' 말하면 허망하다 이름하느니라.

 

선남자여, 이 일곱 가지 사람은, 혹 한 사람이 일곱을 갖추기도 하고, 혹 일곱 사람이 각각 한 가지를 가지기도 하느니라.

 

선남자여, 만일 마음과 입으로 달리 생각하고 달리 말하되 '일천제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 하면, 이 사람은 부처님 · 교법 · 승가를 비방하는 것이며, 어떤 사람이 마음과 입으로 달리 생각하고 달리 말하되 '일천제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지 못한다' 하면, 이 사람도 부처님 · 교법 · 승가를 비방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어떤 이가 말하기를, 8성도(聖道)는 범부가 얻을 것이라 하면, 이 사람도 부처님 · 교법 · 승가를 비방하는 것이며, 만일 말하기를, '8성도는 범부가 얻을 것이 아니라' 하면, 이 사람도 부처님 · 교법 · 승가를 비방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만일 말하기를, '모든 중생이 결정코 불성이 있다거나 결정코 불성이 없다'고 하면, 이 사람도 부처님 · 교법 · 승가를 비방한다 하느니라.

 

                                                                                                                      [813 / 10007] 쪽

선남자여, 내가 경에서 말하기를, '두 가지 사람이 부처님 · 교법 · 승가를 비방하나니, 하나는 믿지 않고 성내는 마음이 있는 연고요, 둘은 믿으면서도 뜻을 알지 못하는 연고라' 하였느니라.

 

선남자여, 만일 사람이 신심은 있으나 지혜가 없으면, 이 사람은 무명을 증장하고, 지혜는 있으나 신심이 없으면 이 사람은 삿된 소견을 증장하느니라.

 

선남자여, 믿지 않는 사람은 성내는 마음 때문에 불보(佛寶) · 법보(法寶) · 승보(僧寶)가 없다고 말하고, 믿는 이는 지혜가 없기 때문에 뒤바뀌게 뜻을 해석하여 법을 듣는 이로 하여금 부처님 · 교법 · 승가를 비방케 하느니라.

 

선남자여, 그러므로 내가 말하기를 '믿지 않는 사람은 성내는 마음이 있는 연고며, 믿는 사람은 지혜가 없는 연고로 이 사람들이 불보 · 법보 · 승보를 비방한다 하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이가 말하기를 '일천제들이 선한 법을 내지 못하고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 하면, 이 사람도 부처님 · 교법 · 승가를 비방하는 것이요, 또 말하기를 '일천제가 이 일천제를 버리고 다른 몸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 하면, 이 사람도 부처님 · 교법 · 승가를 비방한다 이름하거니와

 

만일 말하기를 '일천제가 능히 선근을 내며, 선근을 내고는 계속하여 끊어지지 아니하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나니, 그러므로 일천제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고 말한다 하면, 이 사람은 3보를 비방하지 않는 줄을 알지니라.

 

선남자여, 어떤 이가 말하기를 '모든 중생이 결정코 불성이 있어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고 짓지도 않고 나지도 않지만 번뇌의 인연으로 보지 못한다' 하면, 이 사람은 부처님 · 교법 · 승가를 비방하는 줄을 알아야 하며, 만일 말하기를 '모든 중생이 모두 불성이 없는 것이 마치 토끼의 뿔과 같지만 방편으로 나는 것이어서 본래 없던 것이 지금 있으며, 있고서는 도로 없어진다' 하면, 이 사람은 부처님 · 교법 · 승가를 비방하는 줄을 알아야 하는데,

 

만일 말하기를 '중생의 불성은 있어도 허공과 같은 것이 아니요, 없어도 토끼의 뿔과 같은 것이 아니니, 왜냐 하면 허공은 항상한 연고며, 토끼의 뿔은 없는 연고니라. 그러므로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하리니, 있으므로 토끼의 뿔을 깨뜨리고, 없으므로 허공을 깨뜨린다 하면 이런 말은 3보를 비방함이 아니니라.

 

                                                                                                                      [814 / 10007] 쪽

선남자여, 불성은 1법이라 말하지 않고 10법이라 말하지 않고 백 법이라 말하지 않고 천 법이라 말하지 않고 만 법이라 말하지도 않나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지 못하였을 때에는, 모든 선과 불선과 무기(無記)를 모두 불성이라 말하느니라.

 

여래가 어느 때에는 인 가운데 과를 말하고 과 가운데 인을 말하나니, 이것을 여래가 자기의 뜻을 말함이라 이름하느니라. 자기의 뜻을 따라 말하므로 여래라 이름하고, 자기의 뜻을 따라 말하므로 아라하라 이름하고, 자기의 뜻을 따라 말하므로 삼먁삼불타라 이름하느니라."

 

가섭보살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의 말씀이 중생의 불성이 허공과 같다 하시니, 어찌하여 허공과 같다 하시나이까?"

 

"선남자여, 허공의 성품이 과거도 아니요 미래도 아니요 현재도 아니니, 불성도 그와 같으니라.

 

선남자여, 허공이 과거가 아니니, 왜냐 하면 현재가 없는 연고니라. 법이 만일 현재하다면 과거를 말하려니와, 현재가 없는 연고로 과거가 없느니라. 또한 현재도 없나니 왜냐 하면 미래가 없는 연고니라. 법이 만일 미래라면 현재를 말하려니와, 미래가 없는 연고로 현재가 없느니라. 또한 미래도 없나니 왜냐 하면 현재와 과거가 없는 연고니라. 만일 현재와 과거가 있다면 미래가 있으려니와, 현재와 과거가 없는 연고로 미래가 없느니라. 이런 이치로 허공의 성품이 3세에 잡히지 아니하느니라.

 

선남자여, 허공이 없는 연고로 3세가 없는 것이요, 있음으로써 3세가 없는 것이 아니니라. 마치 허공화(虛空花)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3세가 없는 것처럼 허공도 그와 같아서 있는 것이 아니므로 3세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물건이 없는 것이 곧 허공이니, 불성도 그와 같으니라. 선남자여, 허공은 없으므로 3세에 잡히지 아니하였고, 불성은 항상하므로 3세에 잡히지 아니하였느니라.

 

선남자여, 여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으므로, 있는 바 불성과 모든 부처님의 법이 항상하여 변역하지 아니하나니, 이런 뜻으로 3세가 없는 것이 마치 허공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허공은 없는 연고로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니며, 불성은 항상한 연고로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니니, 그러므로 불성이 허공과 같다 하느니라.

 

선남자여, 마치 세간에서 거리낄 것이 없는 데를 허공이라 이름하는 것과 같

 

                                                                                                                      [815 / 10007] 쪽

나니, 여래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는, 온갖 부처님 법에 거리낌이 없으므로 불성이 허공과 같다 하며, 이 인연으로 내가 말하기를 '불성이 허공과 같다'고 하느니라."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 · 불성 · 열반이 3세에 잡히지 않았지만 있다고 이름하면서, 허공도 3세에 잡히지 아니하였는데, 무슨 연고로 있다고 이름하지 못하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열반 아닌 것을 위하여서 열반이라 이름하고, 여래 아닌 것을 위하여서 여래라 이름하고, 불성 아닌 것을 위하여서 불성이라 이름하느니라.

 

어떤 것을 열반이 아니라 하는가. 모든 번뇌의 함이 있는 법이니, 이러한 함이 있는 번뇌를 깨뜨리기 위하여 열반이라 이름하느니라.

 

여래 아니라 함은, 일천제로부터 벽지불에 이르기까지이니, 이런 일천제로부터 벽지불까지를 깨뜨리기 위하여 여래라 이름하느니라.

 

불성 아니라 함은, 온갖 장벽과 질그릇과 돌 등의 무정물(無情物)이니, 이러한 무정물을 깨뜨리기 위하여 불성이라 이름하느니라.

 

선남자여, 모든 세간에는 허공 아닌 것으로 허공을 상대할 것이 없느니라."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세간에는 4대가 아닌 것으로 상대할 것이 없지만 4대가 있는 것이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허공과 상대할 것이 없는 것은, 무슨 연고로 있는 것이라는 이름을 얻지 못하나이까?"

 

"선남자여, 열반이 3세에 잡히지 아니한 것처럼 허공도 그렇다는 것은 이치가 그렇지 아니하니, 왜냐 하면 열반은 있는 것이매 볼 수 있고 증득할 수 있으며, 색이며 발자국이며 구절[章句]이며, 유(有)며 모양이며 반연이며 귀의할 곳이며 고요[寂靜]하며 밝게 빛나며 편안하며 저 언덕이니, 그러므로 3세에 잡히지 않는다 이름하려니와, 허공의 성품은 이런 법이 없나니, 그러므로 없다 하느니라. 만일 이러한 법들을 여의고 다시 있는 법이라면, 마땅히 3세에 잡힐 것이며, 허공이 만일 있는 법과 같을진대 3세에 잡히지 아니할 수가 없느니라.

 

                                                                                                                      [816 / 10007] 쪽

선남자여, 세상 사람들이 말하기를, '허공은 빛도 없고 대할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다'고 하나니, 만일 빛이 없고 대할 수가 없고 볼 수가 없으면, 이것은 심수법(心數法)이요, 허공이 만일 심수법과 같다면, 3세에 잡히지 않는다고 할 수가 없으며, 만일 3세에 잡힌다면, 곧 4음(陰)이니, 그러므로 4음을 여의고는 허공이 없느니라.

 

또 선남자여, 외도들이 말하기를 '허공은 곧 광명이라' 하거니와, 만일 광명이라면 그것은 색법(色法)이니, 허공도 그와 같이 색법이라면 곧 무상이며, 무상한 연고로 3세에 잡힐 것이거늘, 어째서 외도들은 3세가 아니라 하는가. 만일 3세에 잡힌다면 허공이 아닐 것이며, 또한 허공이 항상하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

 

선남자여, 또 어떤 이가 말하기를 '허공이 머물 곳'이라 하나니, 만일 머물 곳이 있다면 곧 색법일 것이며, 온갖 처소는 다 무상이어서 3세에 잡히는 것인데, 허공은 항상한 것이면서 3세에 잡히지 않겠는가. 만일 처소라 말한다면 허공이 없음을 알지니라. 또 어떤 이가 말하기를 '허공은 곧 차례[次第]라' 말하나니, 만일 차례라면 이것은 셈하는 법이며, 만일 셀 수 있다면 3세에 잡힐 것이니, 3세에 잡힌다면 어떻게 항상하다고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또 말하기를 '허공은 세 법을 여의지 않았다' 하나니, 공함[空]과 실함[實]과 공하고 실함[空實]이니라. 만일 공한 것이 맞다면, 허공이 무상한 법일 것이니, 왜냐 하면 실한 곳에는 없는 연고며, 만일 실한 것이 맞다면, 역시 허공이 무상한 것이니, 왜냐 하면 공한 곳에는 없는 연고며, 만일 공하고 실한 것이 맞다면 허공이 역시 무상한 것이니, 왜냐 하면 두 곳에 없는 연고니, 그러므로 허공을 이름하여 없다 하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이는 허공이 만들 수 있는 것[可作法]이라 하여 말하기를 '나무를 치우고, 집을 헐어서 허공을 만들며, 평탄하게 하여 허공을 만들고 허공의 빛을 그려 바닷물과 같이 할 수 있으므로, 허공을 만들 수 있는 법이라' 한다면, 온갖 만든 법은 모두 무상함이 질그릇과 같나니, 허공도 만일 그럴진댄 반드시 무상할 것이니라.

 

선남자여, 세상 사람들이 말하기를 '모든 법 가운데 걸림이 없는 곳을 허공이라 이름한다'고 할진댄 이 걸림없는 곳이 한 법 있는 곳에 구족하게 있느냐, 부분으로 있느냐. 만일 구족하게 있다면 다른 곳에는 허공이 없을 것이

 

                                                                                                                      [817 / 10007] 쪽

요, 부분으로 있다면 곧 이것과 저것이 셀 수 있는 법일 것이니, 만일 셀 수 있다면 무상한 줄을 알 것이니라.

 

선남자여, 어떤 이는 말하기를 '허공의 걸림없는 것이 있는 것과 함께 합해진다' 하며, 또 말하기를 '허공이 물건에 있는 것이 마치 그릇 안의 과실과 같다' 하거니와, 둘이 다 그렇지 아니하니, 왜냐 하면 만일 함께 합해진다고 말하면 세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다른 업이 합해진다면 나는 새가 나무에 모이는 것 같을 것이요, 둘은 같은 업이 합해진다면 두 양(羊)이 서로 받는 것과 같을 것이요, 셋은 이미 합해진 것이 함께 합해진다면 두 쌍의 손가락이 한 곳에 합해져 있는 것과 같을 것이니라. 만일 다른 업이 함께 합해진다면, 다르다는 것이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물건의 업이요, 또 하나는 허공의 업이니라. 만일 허공의 업이 물건에 합해진다면 허공은 무상한 것이요, 물건의 업이 허공에 합해진다면 물건은 두루하지 못한 것이니, 두루하지 못하다면 그것도 무상한 것이니라. 만일 말하기를 '허공은 항상하고 성품이 동하지 않는 것인데, 동하는 물건과 합해진다'면 그 이치가 옳지 아니하니라. 왜냐 하면 허공이 만일 항상하다면 물건도 마땅히 항상할 것이요, 물건이 만일 무상하다면 허공도 무상할 것이며, 만일 허공이 항상하기도 하고 무상하기도 하다면 옳지 아니하니라. 만일 같은 업이 합해진다면 이치가 그렇지 아니하니, 왜냐 하면 허공은 두루하다 이름하는 것인즉, 업과 더불어 합해진다면 업도 마땅히 두루할 것이며, 만일 두루하다면 온갖 것에 두루할 것이며, 온갖 것에 두루하다면 마땅히 온갖 것에 합해졌을 것이니, 그렇다면 합해지고 합해지지 않음이 있다고 말할 수 없느니라. 만일 이미 합해진 것이 함께 합해진다면, 두 쌍의 손가락이 합해진다는 것과 같을 것이니, 뜻이 그렇지 아니하니라. 왜냐 하면 먼저 합해짐이 없다가 뒤에 바야흐로 합해지는 까닭이니, 먼저 없다가 뒤에 있다면 이는 무상한 법이니라. 그러므로 허공이 이미 합해진 것이 함께 합한 것이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니, 마치 세간법이 먼저는 없다가 뒤에 있다면, 그 물건은 무상한 것임과 같아서 허공이 그렇다면 역시 무상할 것이니라. 만일 허공이 물건에 있는 것이, 마치 그릇 안의 과실과 같다고 말하면, 그 이치가 그렇지 아니하니라. 왜냐 하면 이 허공이 처음에 그릇에 없었을 때에는 어디에 있었

 

                                                                                                                     [818 / 10007] 쪽

던가. 만일 있는 곳이 있다면 허공이 여럿이리라. 만일 여럿이라면 어떻게 항상하다 말하고, 하나다 말하고, 두루하다 말하겠는가. 만일 허공이 허공을 떠나서 있는 데가 있다면, 다른 물건도 허공을 떠나서 있을 것이니, 그러므로 허공이 없는 줄을 알 것이니라.

 

선남자여, 만일 머무는 데를 가리켜 허공이라 이름한다면, 허공이 무상한 법임을 알 것이니라. 왜냐 하면 가리키는 것은 사방이 있나니, 만일 사방이 있다면 허공도 사방이 있음을 알지니라. 모든 항상한 법은 모두 방소가 없거늘, 방소(方所)가 있는 연고로 허공이 무상할 것이며, 만일 무상하다면 5음을 여의지 못한 것이니, 5음을 여의려 하면 있는 데가 없을 것이니라.

 

선남자여, 어떤 법이 인연을 따라 머문다면, 이 법은 무상하다 할 것이니라. 선남자여, 마치 모든 중생이나 나무가 땅으로 인하여 머무는 것처럼, 땅이 무상한 연고로 땅으로 인한 물건도 차례로 무상하니라.

 

선남자여, 땅이 물로 인하였거든 물이 무상한 연고로 땅도 무상하며, 물이 바람으로 인하였다면 바람이 무상한 연고로 물도 무상하며, 바람이 허공으로 인하였다면 허공이 무상한 연고로 바람도 무상하니라. 만일 무상한 것이라면 어떻게 말하기를 허공이 항상하여서 온갖 곳에 두루한다 하겠는가. 허공이 없는 것이므로 과거도 미래도 현재도 아니니, 마치 토끼뿔이 없는 물건이므로 과거도 미래도 현재도 아닌 것과 같으니라.

 

그러므로 내가 말하기를 '불성은 항상한 연고로 3세에 잡힌 것이 아니요, 허공은 없는 연고로 3세에 잡히지 않는다 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세간과 더불어 함께 다투지 아니하나니, 왜냐 하면 세상의 지혜 있는 이가 있다고 말하면 나도 있다고 말하고, 세상의 지혜 있는 이가 없다고 말하면 나도 없다고 말하느니라."

 

가섭보살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몇 가지 법을 구족하면 세상과 더불어 다투지 아니하며, 세상 법에 더럽히지 않겠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보살마하살이 열 가지 법을 구족하면 세상과 더불어 다투지 아니하며, 세상 법에 더럽히지 아니하느니라.

 

무엇이 열 가지인가. 하나는 신심이요, 둘은 계율이요, 셋은 선지식을 친근함이요, 넷은 안으로 잘 생각함

 

                                                                                                                      [819 / 10007] 쪽

이요, 다섯은 정진을 구족함이요, 여섯은 바른 생각[正念]을 구족함이요, 일곱은 지혜를 구족함이요, 여덟은 바른 말을 구족함이요, 아홉은 바른 법을 좋아함이요, 열은 중생을 불쌍히 여김이니라.

 

선남자여, 보살이 이러한 열 가지 법을 구족하면 세상과 더불어 다투지 아니하며, 세상 법에 더럽히지 아니함이 우발라꽃과 같으리라."

 

"세존이시여, 부처님 말씀에 세상의 지혜 있는 이가 있다고 말하면 나도 있다고 말하고, 세상의 지혜 있는 이가 없다고 말하면 나도 없다고 말한다 하시니, 어떤 것을 이름하여 세상의 지혜 있는 이가 있다 없다 함이옵니까?"

 

"선남자여, 세상의 지혜 있는 이가 말하기를 '색은 무상하고 괴롭고 공하고 내가 없으며, 나아가 식도 그렇다' 하나니, 선남자여, 이것을 이름하여 세상의 지혜 있는 이가 있다고 말하고 나도 있다고 말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세상의 지혜 있는 이가 말하기를 '색은 항상함과 즐거움과 나와 깨끗함이 없으며, 수 · 상 · 행 · 식도 그러하다' 하나니, 선남자여, 이것을 이름하여 세상의 지혜 있는 이가 없다고 말하고 나도 없다고 말하는 것이니라."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세간의 지혜 있는 이는 곧 부처님과 보살과 모든 성인이니, 모든 성인이 색은 무상하고 괴롭고 공하고 내가 없다고 하옵거늘, 어찌하여 여래께서는 부처님의 색신이 항상하여 변역함이 없다 하시나이까? 세상의 지혜 있는 이가 말하는 바 없다는 법을 어찌하여 여래께서는 있다고 하시나이까? 여래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어찌하여 세상과 더불어 다투지 아니하며, 세상의 법에 더럽히지 않는다 하시나이까? 여래께서 세 가지 뒤바뀜을 여의셨으니, 생각이 뒤바뀜, 마음이 뒤바뀜, 소견이 뒤바뀜이옵니다. 마땅히 부처님 색신이 무상하다고 말씀하실 것이거늘 이제 항상하다 하시니, 어떻게 뒤바뀜을 여의시고 세상과 더불어 다투지 않는다 하시겠나이까?"

 

"선남자여, 범부의 색신은 번뇌로 생긴 것이매, 지혜 있는 이가 말하기를, '색이 무상하고 괴롭고 공하고 나가 없다 하지만 여래의 색신은 번뇌를 여의었느니라. 그러므로 항상하고 변역함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니라."

 

가섭보살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색이 번뇌로부터 생긴다 하나이까?"

 

                                                                                                                      [820 / 10007] 쪽

"선남자여, 번뇌가 세 가지니, 욕루(欲漏) · 유루(有漏) · 무명루(無明漏)니라. 지혜 있는 이는 마땅히 이 3루의 허물을 관찰할 것이니, 왜냐 하면 허물을 알고는 멀리 여읠 수 있기 때문이니라.

 

마치 의사가 먼저 병인의 맥을 짚어보고 병난 데를 알고야 약을 주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어떤 이가 소경을 데리고 가시덤불 속에 갔다가 버리고 돌아온다면, 소경은 그 뒤에 헤어나기가 어려울 것이며, 설사 헤어나더라도 몸이 모두 찢겼을 것이니, 세간의 범부들도 그와 같아서 세 가지 번뇌의 허물을 보지 못하였으면 따라다닐 것이며, 만일 보았으면 멀리 여읠 것이요, 허물을 알고는 과보를 받더라도 과보가 가벼울 것이니라.

 

선남자여, 네 가지 사람이 있으니, 하나는 업을 지을 때는 중하고 과보를 받을 때에는 가벼우며, 둘은 업을 지을 적에는 가볍고 과보를 받을 때에는 중하며, 셋은 업을 지을 때도 중하고 과보를 받을 때도 중하며, 넷은 업을 지을 때도 가볍고 과보를 받을 때도 가벼우니라.

 

선남자여, 사람이 만일 번뇌의 허물을 관찰하였으면, 이 사람은 업을 짓고 과보를 받음이 모두 가벼우니라.

 

선남자여, 지혜 있는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느니라. '나는 마땅히 이런 번뇌를 멀리 여의고, 다시는 이러한 나쁜 일을 짓지 않아야 할 것이니, 왜냐 하면 내가 지금 지옥 · 아귀 · 축생 · 인간 · 천상의 업보를 벗어나지 못한 까닭이며, 내가 만일 도를 닦으면 그 힘으로 인하여 여러 가지 괴로움을 파괴하리라.'

 

이 사람이 이렇게 관찰하고는 탐욕 · 성내는 일 · 어리석음이 미약하여질 것이며, 탐욕과 성내는 일과 어리석음이 가벼워짐을 보고는 마음이 기뻐지며, 다시 생각하기를 '내가 지금 이렇게 되는 것이 모두 도를 닦은 인연의 힘이니, 나로 하여금 불선한 법을 여의고 선한 법을 친근하게 할 것이며, 그리하여 현재에 바른 도를 보게 될 것이니, 마땅히 부지런히 닦아야 하리라' 하며, 이 사람이 이렇게 부지런히 도를 닦은 힘으로 한량없는 나쁜 번뇌를 멀리 여의며, 지옥 · 아귀 · 축생 · 인간 · 천상의 과보를 여읠 것이니라.

 

그러므로 내가 계경(契經)에서 말하기를 '마땅히 모든 유루의 번뇌와 유루의 인을 관찰할지니, 왜냐 하면 지혜 있는 사람이라도 만일 유루만 보고 유루의 인을 보지 아니하면 모든 번뇌를 끊지 못하리라. 왜냐 하면 지혜 있는 이는 ......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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