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록 강설

계율도 익히고 경론도 배웠다

근와(槿瓦) 2016. 1. 9. 01:49

계율도 익히고 경론도 배웠다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道流야 出家兒는 且要學道니라 祇如山僧은 往日에 曾向毘尼中留心하고 亦曾於經論尋討라가 後方知是濟世藥이며 表顯之說이라 遂乃一時抛却하고 卽訪道參禪하니라 後遇大善知識하야 方乃道眼分明하야 始識得天下老和尙하야 知其邪正하니 不得娘生下便會요 還是體究練磨하야 一朝自省하니라


해석
“도를 배우는 벗들이여! 출가한 사람은 무엇보다 도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지난날 계율에 마음을 두기도 하였고, 경론을 연구하기도 하였다. 나중에서야 그것들이 세간을 구제하는 약이며 겉으로 드러내어 표현하는 것인 줄을 알았다. 드디어 몽땅 다 버려 버리고 도에 대해서 묻고 선을 참구하였다.
그런 뒤에 큰 선지식을 만나 뵙고 나서야 마침내 도안(道眼)이 분명해져서, 비로소 천하의 노화상들이 삿된 지 바른 지를 알아볼 수 있었다. 이것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나면서부터 바로 안 것이 아니다. 깊이 연구하고 갈고 닦아서 어느 날 아침에 스스로 살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강설
짧은 글이지만 임제 스님께서 수도의 길을 어떻게 걸어왔는 가를 엿볼 수 있다. 도에 이르는 길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지만 불교라는 오랜 전통과 체계 속에서 그 길을 모색해 온 사람들의 공통적이고 보편적인 순서와 길은 있다. 그 길을 스님은 그대로 밟아온 것이다. 옛날 관습대로라면 승려가 되어서 5, 6년은 계율(戒律)을 공부하여 수행자로서 삼천 가지 위의(威儀)와 팔만 가지 세세한 행동들을 익힌다. 그 다음에는 경전과 논을 10여 년 깊이 연찬하여 깊고 오묘한 불교교리들을 낱낱이 깨닫는다.


그리고는 사교입선(捨敎入禪)이라 하여 그 동안 배우고 익힌 교학을 모두 버리고참선에 들어가는 것이다. 일생을 통해서 바람직한 수행자가 되기 위해서 이와 같은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임제 스님은 그 코스를 하나도 빠짐없이 밟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황벽이라는 큰 선지식을 만나서 도안(道眼)을 분명하게 뜨게 되었다. 눈을 뜬 뒤에는 천하의 노화상들이 삿된 지 바른 지를 한 눈에 알아 보았다. 마치 밝은 거울에 붉은 것은 붉은 대로 비치고 푸른 것은 푸른 대로 비치는 것과 같다. 이 깨달음의 눈은 어머니가 낳아준 그대로 다 알아보는 그 눈이 아니다. 피나는 노력의 결과였다.

 

이러한 길을 모든 수행자가 다 같이 밟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육조 혜능 같은 분은 나무를 팔러갔다가 금강경의 한 구절을 듣고 바로 깨닫기도 했다. 열반회상에 광액(廣額)이라는 소를 잡는 백정은 어느 한 순간에 깨달음을 얻고는 “나도 천 부처님 중의 하나다”라고 큰 소리를 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사례들은 특수한 경우이다. 임제 스님이 걸으신 길을 눈여겨 볼 일이다.


 

출전 : 임제록강설(著 : 임제스님, 講說 : 무비스님)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