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릉엄경(首楞嚴經)

首楞嚴經의 프롤로그와 佛典文學

근와(槿瓦) 2016. 1. 7. 01:09

首楞嚴經의 프롤로그와 佛典文學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수릉엄(首楞嚴)은 선정(禪定)을 말한다. 이것은 십지(十地)에 이른 보살이 갖는 선정으로 어떠한 악마도 깨트릴 수 없는 견고한 정신을 뜻하는 것이다. 이 견고하고 건전한 정신을 가져 보살의 대행(大行)을 닦고 그로써 중생이 본래 갖추고 있는 불성(佛性)을 개발하고자 하는 것이 이 경의 주된 목적으로 되어 있다. 본래는 밀교(密敎)에 속한 경전이었으나 그러한 삼매(三昧)를 주안(主眼)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선가(禪家)에서는 많이 쓰이고 있으며, 「능가경」「원각경」과 함께 선가(禪家)의 소의경전(所依經典)으로 중요시되고 있다.

 

(1)

이 경의 <프롤로그>가 되는 경이 따로 있다. 그것은「마탕카경」으로, 이야기의 줄거리는 석존(釋尊)의 동생이 되는 아난타와 천민(賤民)의 딸 마탕카 사이에 일어난 설화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즉 능엄경에서 이야기되는 사건을 따라 펴지는 교설(敎說)의 인연인 것이다.

 

따라서 수능엄경의 구성은 마타카 경의 극적소재를 그대로 도입하고 있다. 그 극적인 소재는 극히 흥미있게 구성되어 있으며, 아난타와 마탕카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을 통하여 불교의 연애관(戀愛觀)을 살필 수 있다. 이 점이 수능엄경의 다른 특징이 되고 있다.

 

이제 이 수능엄경의 서막이 되는 아난타와 마탕카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그것은 어느 무더운 여름의 한낮이었다. 아난타는 탁발을 마치고 기원정사를 향하여 돌아가는 도중이었다. 목이 마른 아난타는 문득 우물에서 물을 긷는 소녀를 발견하고 다가가 물을 얻고자 한다.

 

「미안하지만 그 물을 조금만 마실 수 없겠습니까.」하는 아난타의 목소리를 뜻밖에 들은 소녀는 돌아보고 놀란다. 당시 세존의 교단 내에서 미남(美男)으로 평판이 높은 아난타였기 때문이다. 소녀는 얼굴을 붉히고 가는 소리로,「드리고 싶지만 드릴 수가 없습니다.」하였다. 아난타는 소녀의 말이 의심스러웠다.「왜 줄 수가 없습니까.」소녀는 더욱 당황하였다.「저는 미천한 여자입니다. 당신과 같이 존귀한 분에게는 드릴 수가 없습니다.」고 이제는 안으로 잦아드는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그녀가 마탕카라고 하는 천한 직업을 가진 가계(家系)의 소생이기 때문에 물을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인도의 네 가지 계급 중 가장 낮은「슈드라」보다 더 낮은 계급으로 취급받고 있는 것이 마탕카였다.

 

마탕카라는 말이 뜻하는 바와 같이「가장 나쁜 일만을 하는 직업」이 마탕카이다. 오물을 치우고 더러운 곳을 청소하는 직업이다. 그러므로 왕족 출신인 아난타와는 하늘과 땅 사이의 계급적 격차를 가지고 있어 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는 것이 당시 인도의 엄격한 사회제도였다. 이러한 사회제도에 저항하면서 모든 사람이 평등함을 주장하여 카스트 제도를 타파한 것이 불교였다. 그러므로 아난타는 거리낌 없이 말한다.

 

「당신은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하고 있소. 인간은 귀하고 천한 운명을 선천적으로 타고 난 것이 아니오. 귀천(貴賤)은 오직 사람마다 그 자신의 인격에 따라 생기는 것이오. 그러므로 우리의 스승이신 세존의 가르침에는 그러한 계급에 대한 관념이란 조금도 없소. 모두가 같은 벗이며, 동료인 것이오. 그러므로 당신은 조금도 그러한 비굴한 생각을 갖지 말고 마음을 굳게 가져 자기의 인격을 함양하시오.」

 

아난타의 깊은 동정 어린 격려를 받은 소녀는 아난타에게 물을 떠 주었다. 물을 받아 마시고 돌아서 가는 아난타의 뒷모습을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고 있던 소녀는 아난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퍼뜩 정신을 차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소녀의 가슴은 못내 첫사랑의 흥분으로 들떠 있었다. 날로 깊어가는 연모의 정은 소녀로 하여금 침식을 잃게 하고, 아난타에 대한 그리움만이 소녀의 전부가 되었다. 드디어 소녀는 어머니에게 마법(魔法)을 써서 아난타를 집으로 불러 달라고 한다. 소녀의 어머니인 노파는 불가사의한 마법을 구사하여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없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세존의 제자이며 왕족 출신인 아난타를 마탕카의 집으로 데려올 수는 사회제도가 용납하지 않는 일이었다. 망설이는 어머니에게 딸은 울며 호소하였다. 노파는 딸에게 말한다.

 

「나의 마법은 대체적으로 어느 것에나 효과가 있다. 그러나 전혀 효과가 없는 두 가지 있다. 죽은 사람과 욕(欲)을 떠난 사람이다. 아난타는 부처님의 귀중한 제자이므로 충분히 욕을 떠난 사람일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나의 마법이 전혀 걸리지 않는다. 만에 하나라도 나의 마법이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우리 나라의 파사익 왕은 부처님에 대한 신심이 독실한 분이므로 그 제자를 우리가 집으로 데려온 것을 알기만 하면 우리 일가족에게 어떤 업한 벌을 내릴지 알 수 없다. 그러므로 마법을 쓸 수가 없다.」어머니의 말을 들은 소녀의 슬픔과 절망감은 더욱 깊어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이러한 딸의 슬퍼하는 모습을 보는 어머니의 가슴 또한 찢기는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사랑이 마법을 써서 아난타를 불러오기로 하였다.

 

「하늘이여, 모든 악마·건달바·화신(火神)이여, 나의 주술(咀術)을 받아들여 아난타를 빨리 이곳으로 오도록 하라. 어서 빨리......」라고 마술사는 계속해서 주문을 외우며 소리쳤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아난타는 그 마법에 이끌리어 마치 몽유병자와 같이 마탕카의 집을 향하여 걸었다. 문앞에 기다리고 있던 마탕카는 다가오는 아난타를 보고 기쁨이 솟아 소리쳤다.

 

「오 아난타, 나의 아난타」마탕카는 아난타의 손을 잡아 집안으로 끌어 들였다. 마탕카의 방으로 들어간 아난타는 마탕카의 사랑의 포로가 되었다. 이때 세존께서는 신통력(神通力)으로 아난타가 처한 곤경을 통찰하였다. 그리고 곧 아난타에게 걸린 마법의 주술을 풀어주어 타락의 순간에서 구제를 받고 절로 돌아오게 한다. 마탕카는 사랑하는 아난타를 얻은 순간 잃어버리게 된 비탄으로 해서 이제는 비련(悲戀)의 화신이 된 것 같았다. 마탕카는 아난타를 따라서 세존이 계시는 곳으로 간다. 여기까지가 능엄경의 서막을 장식하는 프롤로그이다. 그리고 세존을 만나 설법을 듣는 장면으로부터가 이 경의 프롤로그의 교설을 형성한다.

 

(2)

아난타의 뒤를 따라온 마탕카는 세존에게 아난타와 결혼하고자 하는 심중을 호소한다. 세존은 마탕카의 말을 듣고 물었다.

 

「마탕카, 그대는 진정으로 아난타의 아내가 되고 싶은가.」마탕카는 세존의 말을 듣자 자신의 소원이 모두 이루어진듯 느꼈다. 수줍은 웃음이 소녀의 얼굴을 붉혔다.「그렇다면 결혼 수속으로 양친의 허가가 있어야 하는데 양친은 허락하였는가.」고 세존은 물었다. 당시는「마누법전(摩奴法典)」이래 결혼의 규칙으로 양친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네, 부모님의 허가를 받았습니다.」고 마탕카는 대답한다. 이에 세존은 마탕카의 양친을 불러다가 묻고 두사람이 동의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마탕카, 그대는 아난타의 어디를 그토록 사랑하는가.」고 다시 물었다.「세존이시여, 어디를 사랑하느냐구요. 저는 아난타님의 전부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이의 사랑스러운 눈과 그이의 우뚝한 콧날과 그이의 부드러운 입술, 그리고 그 맑은 목소리, 그이의 고결한 모습과 그리고,」하는 소녀의 말을 잠간 멈추게 한 세존은 소녀에게 묻는다.

 

「마탕카, 그러나 마음을 진정하고 잘 듣고 깊이 생각해 보아라. 그대가 사랑하는 아난타의 눈 속에는 눈물만이 있을 뿐이다. 또 코 안에는 더러운 콧물이 가득하고, 입 안에는 침이 가득하며, 이와 같이 온 몸 안에는 더러운 것이 가득하다. 그러므로 외모만을 보고서 눈이 어두어 덧없는 사랑으로 번뇌할 것이 아니다. 그보다도 보다 진실한 것 진리를 동경하고 사랑하여 그 길에 나아가는 것이 더 좋지 아니하겠는가.」이 물음은 이 경의 전체를 통하는 암시적(暗示的)역활을 한다.

 

그것은 마치 아난타가 여자의 유혹을 방편으로 해서 한층 더 진리탐구의 노력을 하게 된 것과 같이, 진리로부터 먼 여러 중생들이 제마다에게 흡사한 호기를 지니고 진리에「어푸로우치」하는 고백(용서)의 유도(誘導)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유도는 흔히 감각적 쾌락의 무익하고 무모하며, 덧없음을 강조하므로써 성과가 이루어진다.

 

이같은 권유를 받은 소녀는 그녀의 가슴속에 불붙던 애욕이 사그러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드디어는 그녀 자신의 모습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변한다. 즉 검은 머리털은 저절로 떨어져 나가 파아란 비구니의 머리가 되고, 화려한 의상은 어느덧 검은 빛깔의 비구니 옷으로 변한다.

 

이러한 현상은 몸속의 눈(身中眼)·몸속의 귀(身中耳)라고 한전(漢典)에서 표현하는 인간의 내부세계의「깨달음」을 표현한 것이다. 외부세계(色界)로부터 대상적인 파악을 통하여 인식해 왔던「자기」를 스스로의 내적세계의 개안(開眼)으로 깨달은 마탕카는 세존에게 말한다.

 

「세존이시여, 저는 어리석은 마음으로 인하여 덧없는 사랑을 번민하고 아난타님의 뒤를 쫓아 이곳에 왔습니다. 이제 생각하오니 참으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부끄러운 심정입니다. 그러나 이를 인연으로 하여 높은 진리의 가르침을 받고, 지극히 행복한 신분(비구니)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기쁜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라고 마음으로부터 우러 나온 감사함을 말한다. 이리하여 마탕카는 본성(本性)비구니라고 불리우게 되고 수도를 정진하여 오래지 않아「깨달음」을 얻는다.

 

(3)

마탕카가 입교(入敎)하게 되기까지의 이상의 설화는 이 경의 프로로그이며, 뒤이어 아난타의 고민과 수도는 이 경의 중심을 이루는 교법이 된다. 그러나 제약된 지면에서 아난타의 이야기를 다할 수 없는 것을 아쉽게 여긴다. 앞에서 든 바와 같이 마탕카를 통한 이 경의 암시적 교시에 대해서 우리는 불전문학의 한 모습을 대할 수 있다. 즉 많은 구도자들이 계속하여 입교의 동기를 고백하고 이같은 경험을 아는 것 즉 경험을 통해서 종교적인 생활에서 결실을 보게 된다는 점은----불전문학의 사실성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출처 : 한글대장경 월보 제37호(발행인 : 이운허, 동국역경원, 1970.06.30)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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