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촬요

백정도 도를 이룰 수 있다

근와(槿瓦) 2013. 11. 15. 00:28

백정도 도를 이룰 수 있다(屠漢亦得成道)

 

어떤 이가 물었다.

"전다라(백정)는 살생으로 업을 삼거늘 어떻게 부처를 이루리요?"

이렇게 답하였다.

"성품을 보라고만 말했을 뿐 업 짓는 것은 말하지 않았나니, 설사 업을 짓더라도 미혹한 사람과는 달라서 온갖 업이 그를 구속하지 못한다.

 

끝없는 옛날부터 오직 성품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지옥에 떨어졌는지라 그 까닭에 업을 지어 생사에 윤회하거니와 근본 성품을 깨달으면 끝내 업을 짓지 않으리라. 만일 성품을 보지 못하면 염불을 하더리도 과보를 면할 수 없다. 살생이 문제가 아니다. 성품을 보아 의혹을 활짝 없애면 생명을 살해하더라도 그를 어쩌지 못하리라.

 

인도의 28명의 조사들도 오직 마음을 전하셨고 내가 이제 이 땅에 온 것도 오직 돈교(頓敎 : 당장 성불하는 법을 보인 교)의 마음이 곧 부처라는 법을 보였을 뿐이요, 계행지키기와 정진과 고행과 나아가서는 불이나 물에 드는 법과 칼산에 오르는 것과 한 끼니 먹고 오래 앉아 눕지 않는 법을 말하지 않았나니, 모두가 외도 유위의 법이다.

 

만일 분별하고 운동하는 신령스럽게 깨닫는 성품을 알면 그대의 마음이 곧 부처님들의 마음이다. 모든 부처님이 오직 마음 전하는 법을 말씀하셨고 다시 딴 법이 없다. 만일 이 마음을 알면 한 글자도 몰라도 부처를 이룬다.

 

그러나 자기의 신령스럽게 깨닫는 성품을 알지 못하면 설사 몸이 부서져 먼지같이 되더라도 성불은 끝내 어렵다. 부처란 법신이라고도 하며 마음 깨달음이라고도 하나니, 이 마음은 형상도 없고 인과도 없으며 힘줄도 뼈도 없어서 마치 허공과 같아 잡을 수 없나니 물질의 세계와 같지 않으며 외도와 같지도 않다. 이 마음은 여래 한 사람만이 아시고 그밖의 중생과 미혹한 사람은 밝게 알지 못하느니라.

 

 

출전 : 선문촬요(達磨血脈論)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