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록 강설

수행이란 업을 짓는 일이다

근와(槿瓦) 2015. 12. 19. 00:17

수행이란 업을 짓는 일이다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有一般瞎禿子하야 飽喫飯了하고 便坐禪觀行호대 把捉念漏하야 不令放起하며 厭喧求靜하나니 是外道法이니라 祖師云, 儞若住心看靜하며 擧心外照하고 攝心內澄하며 凝心入定하면 如是之流皆是造作이라하니라.

 

해석

어떤 눈멀고 머리 깎은 사람들이 밥을 배불리 먹고 나서 곧 좌선하거나 관법을 하되 생각이 새어나가는 것을 꽉 붙들어 달아나지 못하게 한다. 또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고 조용한 것만을 찾는데 이것은 다 외도의 법이다. 조사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대들이 만약 마음을 안주시켜 고요함을 보고, 마음을 일으켜 밖으로 관조하며, 마음을 가다듬어 안으로 맑히며,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아 정()에 든다면, 이러한 것들은 모두가 조작이다.’라고 하셨다.”

 

강설

좌선을 하고 관법을 수행하는 스님들을 비하해서 눈멀고 머리 깎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들은 마음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지 않고 꾸준히 새어나가는 것을 붙잡아서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 또는 시끄러운 것을 매우 싫어하고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편견에 떨어져 있다. 그래서 좌선하는 사람들은 선방 부근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리거나 일을 하는 소리가 들리면 기겁을 한다. 잡아먹을 듯이 화를 낸다. 또한 생각을 가라앉히거나 한 곳에 집중하거나 숨을 쉬는 것에 예의주시하거나 자신의 하나하나의 행위를 관찰하고 주시하는 따위의 수행을 하는 자도 있다. 이런 것은 불교가 아닌 외도(外道)의 법이라고 매도한다. 불교에서 가장 심한 욕이 불자를 외도라고 부르는 것이다. 임제 스님은 그와 같은 공부를 하는 사람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조사스님의 말을 인용하여 그 따위 공부는 모두 조작이며 가짜라고 한다.

 

마음을 안주시켜 고요히 하는 것이 공부라면 일상생활에서 피치 못할 일, 즉 밥을 먹고 대소변을 보고 하는 일을 할 때는 공부가 아니지 않은가. 또 마음을 일으켜 밖을 비춰 보거나, 마음을 가다듬어 안으로 맑히는 것이 공부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때는 또 무엇이라고 하는가. 또 마음을 한 곳에 모아 선정에 드는 것이 공부라면 선정에 들지 않고 옷을 입거나 목욕을 하거나 할 때는 역시 공부가 아닌 것이다. 공부가 그렇게 간단히 있고 틈이 있으면 그것을 애써 출세간의 공부라 할 것인가. 도가(道家)에서도 도란 한 순간도 떠나있는 것이 아니다. 만약 한 순간이라도 떠나 있으면 도가 아니다.”라고 하였다. 도교의 도도 이렇거늘 하물며 불교의 법이겠는가.

 

공부의 길을 이렇게 확실하고도 명확하게 밝혔다. 최상의 수행을 한다고 하면서 길을 잘못 든 사람이 비일비재하다. 천 원짜리 물건을 하나 사면서도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살피는데 인생을 걸고 도를 닦는 일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살피고 또 살피며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할 일이다. 무엇이 진짜인지 무엇이 가짜인지를 잘 가려야 한다. 그래서 정법(正法)을 찾아야 한다. 여시지류 개시조작(如是之流 皆是造作), 조작이 아닌 것이 불교다.

 

 

출전 : 임제록 강설(: 임제스님, 講說 : 무비스님)

 

 

-나무 관 세 음 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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