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에 속지 말라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師示衆云, 如今學道人은 且要自信이요 莫向外覓하라 總上他閑塵境하야 都不辨邪正하나니 祇如有祖有佛은 皆是敎迹中事니라 有人拈起一句子語하야 或隱顯中出이면 便卽疑生하야 照天照地하야 傍家尋問하야 也太忙然이로다.
해석
스님께서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오늘날 도를 배우는 사람들로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믿는 것이다. 밖으로는 찾지 말라. 모두 다 부질없는 경계들을 받들어서 도무지 삿된 것과 바른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조사니 부처니 하는 것은 모두 다 교학의 자취 가운데 일이다. 어떤 사람이 한 마디 말을 거론하였을 때 혹 그 말의 뜻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隱顯中)에서 나온 것이라면 곧바로 의심을 내어 이리저리 온갖 생각을 다해 보며 천지를 뒤진다(照天照地). 또 옆 사람을 찾아가 물으며 몹시 바빠서 정신없이 서둔다.”
강설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 중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과 함께 사람을 아는 일이다. 이 사람이라는 미묘 불가사의한 존재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있으면 그것으로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하물며 도를 배운다는 입장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자신을 상세하게 알고 그 자신을 믿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공연히 자신의 밖을 향해서 무엇인가 찾으려고 한다. 자신 밖의 것은 그 어떤 것도 모두가 삿된 것이다. 조사와 부처도 모두 문자 상의 이름일 뿐이다. 교학적인 표현일 뿐이다. 그것을 쫓아서 얼마나 바쁘게 찾아 헤매는가. 온 천지를 다 뒤진다(照天照地). 하늘을 우러르고 땅을 파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궁리하고 또 궁리한다.
그 자신이란 무엇인가. 육조 혜능 스님은 처음 오조 스님에게서 금강경의 “응당 머무른 바 없이 그 마음을 낼 지니라.”라는 말씀을 듣고 크게 깨달아 일체 만법이 제 자신의 성품을 떠나지 않은 것을 알고 이렇게 말하였다.
“내 자신의 성품이 본래 스스로 청정함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내 자신의 성품이 본래 스스로 모든 것이 구족한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내 자신의 성품이 본래 스스로 흔들림이 없음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내 자신의 성품이 본래 스스로 능히 만법을 만들어 내는 줄을 이제야 알았습니다.”라고 하였다.
조계종(曹溪宗)이라고 하면 언필칭 조계산에서 터전을 닦은 육조 혜능 스님을 종조(宗祖)로 삼고 육조 스님의 사상을 의지한다. 그래서 육조단경을 교과서로 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조계종이라는 이름이 그를 증명하며 따라서 육조 스님은 조계법맥(曹溪法脈)의 높은 산으로 섬김을 받기 때문이다. 그 가르침을 보면 표현은 약간 달라도 그 뜻은 임제 스님과 같다. 보고 듣고 하는 우리들 자신 속에 모두 갖추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차요자신 막향외멱(且要自信 莫向外覓)을 잊지 말라.
출전 : 임제록(著 : 임제스님, 講說 : 무비스님)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임제록 강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행이란 업을 짓는 일이다(임제록 강설,무비스님) (0) | 2015.12.23 |
---|---|
수행이란 업을 짓는 일이다 (0) | 2015.12.19 |
인생이 무상함을 알라 (0) | 2015.12.08 |
옷 입은 것에 속지 말라 (0) | 2013.12.04 |
무위진인(無位眞人) (0) | 2013.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