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대반열반경(43)-430

근와(槿瓦) 2015. 12. 15. 00:31

대반열반경(43)-430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421 / 10007]

이는 죄를 덮어 두지 아니한다 하였나이다. 좋은 일입니다. 대왕이시여, 능히 인과 과를 믿사오며 업을 믿고 과보를 믿사오니, 원컨대 대왕은 근심하고 공포하지 마시옵소서만일 어떤 중생이 모든 죄를 짓고는 덮어 두고 참회하지 아니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며, 인과와 업보를 보지 못하면서 지혜 있는 사람에게 묻지도 아니하며 선지식을 친근하지 아니하면, 이런 사람은 모든 훌륭한 의원이나 병구원을 잘하는 이라도 다스릴 수 없나니, 마치 대풍창병은 세간의 의원들이 손을 댈 수 없는 것처럼 죄를 감추는 사람도 그와 같나이다.

 

어떤 것을 죄인이라 합니까. 일천제를 말함입니다. 일천제는 인과(因果)를 믿지 않고 부끄러운 마음이 없고 업보를 믿지 않고, 지금 세상과 오는 세상을 보지 못하며, 선지식을 친근하지 않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나니 이런 사람을 일천제라 하며, 부처님들도 다스릴 수 없나이다. 왜냐 하면 마치 세간의 죽은 송장은 의원도 고칠 수 없는 것처럼, 일천제도 그와 같아서 부처님 세존도 다스릴 수 없거니와, 대왕은 일천제가 아니옵거늘 어찌 치료할 수 없다고 말씀하나이까.

 

왕의 말씀은 치료할 이가 없다 하시오나, 가비라성 정반왕의 아드님은 성은 구담이요 이름은 실달다이니, 스승이 없이 혼자 깨달아서 자연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사오며, 32상과 80종호로 몸을 장엄하고, 10력과 4무소외(無所畏)와 온갖 지견과 대자비를 구족하옵고, 모든 중생을 가엾이 여김을 라후라와 같이 하며, 선한 중생을 따르기를 송아지가 어미 따르듯 하며, 때를 알아서 말하고 때가 아니면 말하지 아니하며, 진실한 말 · 깨끗한 말 · 미묘한 말 · 이치 있는 말 · 법다운 말 · 한결같은 말을 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번뇌를 영원히 여의게 하며, 중생들의 근성과 심리를 잘 알고 마땅한 방편을 모두 통달하였으며, 지혜의 높고 크기는 수미산 같고, 깊고 넓기는 바다와 같으며, 이 부처님 세존은 금강 같은 지혜가 있어 중생들의 모든 죄악을 깨뜨리나니, 못한다는 말은 있을 수 없나이다.

 

여기서 12유순 되는 구시나성의 쌍으로 선 사라나무 사이에 계시며, 한량없는 아승기 보살들을 위하여 가지가지 법을 연설하시니, 있는 법, 없는 법, 함이 있는 법, 함이 없는 법, 샘이 있는 법, 샘이 없는 법, 번뇌의 과보,

 

                                                                                                                      [422 / 10007]

한 법의 과보, 빛이 있는 법, 빛이 아닌 법, 빛도 아니고 빛 아님도 아닌 법, 나라는 법, 내가 아닌 법, 나도 아니고 나 아님도 아닌 법, 항상한 법, 항상하지 않은 법, 항상함도 아니고 항상하지 않음도 아닌 법, 즐거운 법, 즐겁지 않은 법, 즐겁지도 않고 즐겁지 않음도 아닌 법, 모양 있는 법, 모양 아닌 법, 모양도 아니고 모양 아님도 아닌 법, 아주 없는 법, 아주 없지 않은 법, 아주 없지도 않고 아주 없지 않음도 아닌 법, 세간, 출세간법, 세간도 아니고 출세간도 아니 법, ()인 법, 승 아닌 법, 승도 아니고 승 아님도 아닌 법, 제가 짓고 제가 받는 법, 제가 짓고 남이 받는 법, 지음도 없고 받음도 없는 법 들이옵니다.

 

대왕이 만일 부처님 계신 데서 지음도 없고 받음도 없음을 들으시면 있는 바 중대한 죄가 곧 소멸할 것입니다.

 

대왕은 또 들으십시오. 제석환인이 목숨이 마치려 할 적에 다섯 가지 쇠하는 모양이 생기니, 첫째는 옷에 때가 묻고, 둘째는 머리 위에 꽃이 시들고, 셋째는 몸에서 냄새가 나고, 넷째는 겨드랑이에 땀이 나고, 다섯째는 앉은 자리가 편안하지 못함입니다. 이 때에 제석이 고요한 곳에서 사문이나 바라문을 보고는 그곳에 나아가 부처님인 줄 생각하더니, 그 때에 사문과 바라문은 제석이 오는 것을 보고는 매우 기뻐하면서 천왕이여, 나는 지금 당신에게 귀의하리라고 말하였습니다. 제석이 듣고는 부처가 아닌 줄 알고 다시 생각하기를 '저가 부처가 아니면 나의 다섯 가지 쇠퇴하는 모양을 다스릴 수 없으리라' 하였습니다.

 

이 때에 모시고 있던 신하 반차시가 제석에게 말하였습니다.
'교시가여, 건달바왕의 이름이 돈부루요, 왕의 딸은 수발타라 하나니, 왕이 이 아가씨를 신에게 주시면 신이 그 쇠퇴하는 모양을 없앨 방도를 보여드리겠나이다.' 

 

제석의 대답하였습니다.
'선남자야, 비마질다 아수라왕의 딸은 이름이 사지라. 내가 공경하는 터이나, 경이 만일 나의 쇠퇴함을 소멸할 방도를 보여주면 경에게 주리니, 하물며 수발타리요.' '교시가여, 부처님 세존이 계시니 호를 석가모니라 하며, 지금 왕사성에 있으니, 그이에게 가서 물으면 쇠퇴하는 모양을 없앨 수 있으리이다.'

 

                                                                                                                      [423 / 10007]

'선남자야, 부처님이면 쇠퇴하는 모양을 없앨 수 있으리니 수레를 돌려 그리로 가자.'

 

신하는 왕의 명을 받들어 수레를 몰아 왕사성의 기사굴산에 이르렀다. 제석은 부처님 앞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 곁에 물러가 앉아서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천상 인간에서 무엇이 속박하나이까?'
'교시가여, 간탐과 질투니라.'

 

또 여쭈었다.
'간탐과 질투는 어찌하여 생기나이까?'

'무명을 인하여 생기느니라.'

 

'무명은 무엇을 인하여 생기나이까?'
'방일을 인하여 생기느니라.'

 

'방일은 또 무엇을 인하여 생기나이까?'
'뒤바뀜을 인하여 생기느니라.'

 

'뒤바뀜은 또 무엇을 인하여 생기나이까?'
'의심을 인하여 생기느니라.'

 

'세존이시여, 뒤바뀐 법이 의심을 인하여 생긴다 하심은 실로 말씀하심과 같나이다. 왜냐 하면 나는 의심이 있었삽고 의심인 연고로 뒤바뀜이 생기어서 세존이 아닌데 세존이란 생각을 내었삽더니, 지금 부처님을 뵈옵고 의심이 없어졌으며, 의심이 없으므로 뒤바뀐 생각도 다하였고, 뒤바뀜이 다하였으므로 간탐심과 질투심이 없어졌나이다.'

 

부처님이 말씀하시었다.
'그대의 말대로 간탐 · 질투가 없어졌으면 아나함과를 얻었는가. 아나함은 탐하는 마음이 없나니, 만일 탐심이 없다면 어찌 목숨을 구하려고 여기 왔는가. 참으로 아나함이면 진실로 목숨을 구하지 않느니라.'

 

'세존이시여, 뒤바뀐 마음이 있는 이는 목숨을 구하고 뒤바뀜이 없는 이는 목숨을 구하지 않는다 하거니와 저는 목숨을 구함이 아니옵고 구하는 것은 부처님의 법신과 부처님의 지혜입니다.'

 

'교시가여, 부처님의 법신과 부처님의 지혜를 구한다면 오는 세상에 반드

 

                                                                                                                       [424 / 10007]

시 얻으리라.'

 

이 때에 제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다섯 가지 쇠하는 모양이 즉시 소멸하여져서, 일어나 예배하고 세 바퀴를 돌고 공경하고 합장하고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죽었다가 살았고 목숨을 잃었다가 목숨을 얻었사오며, 또 부처님께서 수기하시기를,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 하시니, 이것이 다시 산 것이며 다시 목숨을 얻음입니다. 세존이시여, 온갖 세간 사람 천상 사람이 어찌하면 많아지오며, 무슨 인연으로 줄어지나이까?'

 

'교시가여, 싸우는 인연으로 사람과 하늘이 줄어지고 화합과 공경을 닦으면 느느니라.'
'세존이시여, 만일 싸우기 때문에 준다 하오면 저는 오늘부터 다시는 아수라와 싸우지 않겠나이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잘하는 일이다. 교시가여, 부처님 세존이 욕되는 일을 참는 법을 말씀하는데 이것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일이 되느니라.'

 

이 때에 제석환인은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갔나이다. 대왕이여, 여래께서 나쁜 모양을 없애었므로 부처님을 불가사의라 하오니, 왕이 만일 가시기만 하면 무거운 죄악이 반드시 없어지리이다.

 

대왕은 또 들으십시오. 한 바라문의 아들이 있으니 이름은 불해(不害)라 하는데, 한량없는 중생을 죽이었으므로 또 앙굴마라라 이름하며, 다시 어머니를 죽이려고 나쁜 마음이 일어날 때에 마음이 따라 동하였고 몸과 마음이 동하였으므로 5역죄의 인이 되고, 역죄의 인연으로 반드시 지옥에 떨어지게 되었으며, 뒤에 부처님을 뵈올 때에 몸과 마음이 동하여 해하려 하였으니, 몸과 마음이 동함은 5역죄의 일이요, 역죄의 인연으로 지옥에 들어갈 것이거늘, 이 사람이 여래를 만나서 지옥의 인연이 소멸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으므로, 부처님을 일컬어 위없는 의원이라 하오니 외도의 6()와는 다르니이다.

 

대왕이시여, 또 수비라 왕자는 그 아버지가 성을 내어 손발을 끊어서 우물 속에 넣은 것을 어머니가 가엾게 생각하고 사람을 시켜 건져내어 데리고 부

 

                                                                                                                      [425 / 10007]

처님 계신 데 갔더니, 부처님을 뵈올 적에 손과 발이 도로 구족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나이다.

 

대왕이여, 부처님을 뵈온 인연으로 현세의 과보를 얻었사오니, 그러므로 부처님을 일컬어 위없는 의원이라 하오며, 외도의 6사와는 다르니이다.

 

대왕이여, 항하의 가에 아귀가 있으니 수효가 5백이오며, 한량없는 옛적부터 물은 보지 못하고, 비록 강가에 이르러도 흐르는 불만 보며, 기갈이 막심하여 부르짖어 통곡하였나이다. 그 때에 여래께서 그 강 곁에 있는 우담바라 숲속에 앉았더니, 아귀들이 부처님 계신 데 와서 이렇게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기갈이 심하여 죽을 날이 멀지 않았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항하의 흐르는 물을 어찌하여 먹지 않느냐?'

 

아귀가 대답하였습니다.
'여래는 물로 보시나 우리는 불로 보이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항하의 맑은 물은 불이 아니건만, 나쁜 업의 연고로 마음이 뒤바뀌어 불이라 하는 것이다. 나는 너희들로 하여금 뒤바뀐 마음을 없애고 물을 보게 하리라.'

 

이 때에 세존이 아귀들을 위하여 간탐의 허물을 말씀하시니, 아귀들이 말하였습니다.
'우리는 갈증이 심하여 아무리 법문을 들어도 마음에 들어가지 않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들이 목이 마르면 먼저 강에 들어가서 양껏 물을 마시라.'

 

아귀들은 부처님 법력으로 물을 먹게 되었고, 물을 먹은 뒤에 여래는 다시 가지가지 법문을 말씀하셨으며, 아귀들이 법문을 듣고는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어 아귀의 형상을 벗고 하늘의 몸을 얻었나이다.

 

대왕이시여, 그러므로 부처님을 일컬어 위없는 의원이라 하오니, 외도의 6사와는 다르니이다.

 

대왕이시여, 사위성에 강도 5백 명이 있는 것을 바사닉왕이 그들의 눈을 뽑았더니, 눈이 없고 길잡이도 없어서 부처님 계신 데로 나아갈 수가 없었습

 

                                                                                                                       [426 / 10007]

니다. 부처님께서는 불쌍히 여기시고 도적들이 있는 데로 가셔서 이렇게 위로하셨습니다.
'선남자들이여, 몸과 입을 잘 수호하고 다시 나쁜 짓을 하지 말라.'

 

그러자 도적들은 여래의 음성이 미묘하고 청아함을 듣고 곧 눈을 회복하여, 부처님 앞에 합장 예배하고 이렇게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이제서야 부처님의 자비하신 마음이 모든 중생들에게 널리 덮이시었고 인간 천상만이 아닌 줄을 알았나이다.'

 

그 때에 여래께서 법문을 말씀하시니, 그 법문을 듣고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으므로, 여래는 참으로 세간의 훌륭한 의원이옵고, 외도의 6사와는 다르니이다.

 

대왕이시여, 또 사위성에 전다라가 있으니, 이름은 기허(氣噓)입니다. 한량없는 사람을 죽였는데, 부처님의 제자 목건련을 보고는 즉시 지옥의 인연을 깨뜨리고 33천에 태어났사오니, 이러한 성스러운 제자가 있으므로 부처님을 일컬어 위없는 의원이라 하오며, 외도의 6사와는 다르니이다.

 

대왕이시여, 바라내성에 한 장자의 아들이 있으니 이름은 아일다(阿逸多), 그 어미를 간통하고, 이 인연으로 아비를 죽였더니, 어미가 또 다른 사람과 정을 통하므로 아들이 알고는 또 어미를 죽였으며, 한 아라한이 있어 모든 일을 잘 알므로 그 아라한에게 부끄러운 마음을 내어 또 죽이고는 기타숲 절에 가서 출가하기를 원하였으나, 비구들은 이 사람이 세 가지 역죄 지은 줄을 알았으므로 허락하지 아니하였습니다. 허락하지 아니하므로 다시 성을 내어 그날 밤에 불을 놓아서 절을 불사르고 죄없는 사람들을 많이 죽였습니다. 그런 뒤에 다시 왕사성으로 갔다가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 출가하기를 애걸하였더니, 여래가 허락하시고, 그에게 법을 말씀하여 그의 죄를 가볍게 하여주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나이다. 그러므로 부처님을 일컬어 세상의 훌륭한 의원이라 하오며 6사와는 다르니이다.

 

대왕이시여, 왕의 성품이 포악하여 나쁜 제바달다를 믿고 술취한 코끼리를 놓아서 부처님을 밟게 하였으나, 코끼리가 부처님을 보고는 곧 술이 깨었고, 부처님이 손을 내밀어 머리를 만지면서 법문을 말씀하여, 그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였나이다. 대왕이시여, 축생도 부처님을 보

 

                                                                                                                       [427 / 10007]

고 축생의 업보를 벗어버렸거든 하물며 사람이겠습니까. 대왕이 만일 부처님을 뵈오면 무거운 죄악이 반드시 소멸될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세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지 못하였을 적에 마군이 한량없고 그지없는 권속들과 함께 보살의 계신 데 이르거늘, 보살이 그 때에 인욕하는 힘으로 마군의 나쁜 마음을 깨뜨리고 마군으로 하여금 법을 받게 하였더니,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큰 공덕이 있나이다.

 

대왕이시여, 들판에 귀신이 있어 중생들을 많이 해치는 데, 여래는 그 때 선현장자를 위하여 광야 촌에 가서 법을 말하였더니, 들판에 귀신이 법을 듣고 환희하여 장자를 부처님께 드리고 문득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나이다.

 

대왕이시여, 바라내국에 백정이 있으니 이름은 광액(廣額)이라, 날마다 한량없는 양을 죽이더니, 사리불을 만나서 8계를 받고는, 하루 낮 하룻밤을 지나고 그 인연으로 목숨이 마치고 북방천왕 비사문의 아들이 되었나이다. 여래의 제자도 이런 공덕의 과보가 있거든, 하물며 부처님이겠습니까.

 

대왕이시여, 북천축에 한 성이 있으니 이름이 세석(細石)이요, 그 성중에 임금이 있으니 이름은 용인(龍印)이라, 나라와 왕위를 탐내어 부왕을 살해하였고, 살해한 뒤에는 뉘우치는 마음을 내어 나라 정사를 버리고 부처님계신 데 와서 출가하기를 애걸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잘 왔도다[善來]' 하시니, 곧 비구를 이루어 중죄가 소멸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나이다. 대왕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한량없고 그지없는 공덕의 과보를 가지셨나이다.

 

대왕이시여, 여래의 동생 제바달다가 승가를 파괴하고 부처님 몸에 피를 내고 연화 비구니를 해하여 세 가지 역적죄를 지었으나, 여래가 가지가지 법을 말하여 그 중한 죄가 마침내 경미하여졌나이다. 그러므로 여래를 용한 의원이라 하오며, 6사와는 다르니이다.

 

대왕이시여, 만일 신의 말을 믿사오면 원컨대 빨리 여래에게로 가시옵고, 만일 믿지 않으시면 잘 생각하시옵소서.

 

대왕이시여, 부처님 세존은 크게 가엾이 여김이 널리 덮이어 한 사람에 국한되지 아니하고, 바른 법이 크고 넓어 포섭하지 아니함이 없으며, 원수나

 

                                                                                                                      [428 / 10007]

친한 이에 평등하여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며, 한 사람에게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하고 다른 이는 얻지 못하게 하지 아니하며, 여래는 사부대중의 스승이 되는 것만이 아니라, 온갖 천상 · 인간 · · 귀신 · 지옥 · 축생 · 아귀들의 스승이 되는 터인즉, 모든 중생들도 부처님 뵈옵기를 부모처럼 하여야 하나이다.

 

대왕께서는 이런 줄을 아셔야 합니다. 여래는 호화롭고 부귀한 발제가왕만을 위하여 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미천한 우파리 등에게도 법을 말하며, 수달다아나빈지가 받드는 공양만 받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수달다의 음식도 받으며, 사리불 같은 영리한 근기를 위하여서만 법을 말씀하는 것이 아니라, 근성이 둔한 주리반특에게도 법을 말하며, 대가섭같이 탐심이 없는 사람이 출가하여 도를 구하는 것만을 허락하는 것이 아니라, 탐심이 많은 난타의 출가도 허락하며, 번뇌가 엷은 우루빈나가섭 등의 출가하여 도를 구하는 것만을 허락하는 것이 아니라, 번뇌가 무겁고 중죄를 지은 바사닉왕의 동생 우타야의 출가도 허락하여, 사초(裟草)로 공경하고 공양함으로써 그의 성내는 근성을 뽑고, 앙굴마라가 나쁜 마음으로 해하려는 것을 버려 두고 구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지혜 있는 남자만을 위하여 법을 연설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어리석은 이의 짝이 된 지혜 있는 여인을 위하여서도 법을 말하며, 출가한 사람으로 하여금 네 가지 도과(道果)를 얻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집에 있는 이로 하여금 세 가지 도과를 얻게 하며, 부다라 등 바쁜 일을 버리고 한적하게 생각하는 이만을 위하여 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빈바사라왕 등의 나라를 통치하고 정사를 살피는 이를 위하여서도 법을 말하나이다.

 

또 다만 술을 끊은 사람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술을 즐기는 욱가 장자의 만취한 이에게도 말하며, 선정에 들어 있는 리바다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아들이 죽어 상심하는 바라문의 딸인 바사타를 위하여서도 말하며, 자기의 제자들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외도인 니건자를 위하여서도 말하며, 다만 25세의 장년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80세의 늙은이들을 위하여서도 말하며, 선근이 성숙한 이들만 위하는 것이 아니라, 선근이 성숙하지 못한 이에게도 말하며, 말리 부인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음녀인 연화녀(蓮花女)를 위하여서도 말하며, 바사닉왕의 훌륭한 음식만을 받는 것이 아니라

 

                                                                                                                      [429 / 10007]

시리국다 장자의 나쁜 음식도 받나이다. 대왕이시여, 시리국다도 옛적에 역죄를 지었지만, 부처님을 만나서 법을 들었으므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나이다.

 

대왕이시여, 가령 한 달 동안을 의복과 음식으로 온갖 중생에게 항상 공양하고 공경하더라도, 어떤 사람이 잠깐 동안 염불하여 얻는 공덕의 16분의 1도 미치지 못하나이다.

 

대왕이시여, 가령 황금을 녹여 사람을 만들고 수레와 말에 보배를 실은 것 각각 백으로써 보시하더라도, 어떤 사람이 발심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한 걸음을 옮긴 것만 같지 못하나이다.

 

대왕이시여, 가령 또 코끼리 수레 일백 채에 대진국(大秦國)의 가지가지 보물을 싣고, 여인의 몸에 차는 영락을 각각 일백 가지로 보시하더라도, 오히려 발심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한 걸음을 옮긴 것만 못하나이다. 그것은 그만두고, 만일 네 가지 것[四事]으로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중생들에게 공양하더라도, 오히려 발심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한 걸음을 걸은 것만 못하나이다. 또 그것은 그만두고, 만일 대왕이 항하의 모래처럼 한량없는 중생에게 공양 · 공경하더라도, 쌍으로 선 사라나무 사이에 가서 부처님 계신 데서 정성으로 법문을 듣는 것만 못하나이다."

 

이 때에 임금은 기바에게 말하였다.
"여래 세존은 성품이 조화되셨으므로 조화된 이로 권속을 삼으시니 마치 전단숲에는 전단만으로 둘려 있는 듯하며, 여래가 청정하므로 그 권속들도 청정하니, 마치 용왕은 용으로만 권속을 삼은 듯하며, 여래가 고요하므로 권속들도 고요하며, 여래가 탐욕이 없으므로 권속들도 탐욕이 없으며, 부처님이 번뇌가 없으므로 권속들도 번뇌가 없는 것이거늘, 나는 지금 가장 나쁜 사람이어서 나쁜 업에 얽히고 몸이 더러워 지옥에 매였으니, 어떻게 부처님이 계신 곳에 갈 수 있겠는가. 내가 설사 가더라도 돌아보지도 않으며, 상대하여 말씀도 하시지 않을까 싶소. 그대는 비록 나를 권하여 부처님 계신 곳에 가라고 하지만 나는 지금 몸이 더럽고 황송하여 갈 마음이 조금도 없구려."

 

그 때에 허공에서 이런 말이 들리었다.
"위없는 부처님 법이 장차 쇠하려 하며, 깊고 깊은 법의 강물이 장차 마르

 

                                                                                                                      [430 / 10007]

려 하며 법의 등불이 오래잖아 꺼지려 하며, 법 산이 무너지려 하며, 법 배가 잠기려 하며, 법의 다리가 끊어지려 하며, 법의 궁전이 파괴되려 하며, 법의 짐대가 꺼꾸러지려 하며, 법의 나무가 꺾어지려 하며, 선지식이 가시려 하며, 큰 공포가 장차 이를 것이며, 법에 굶주린 중생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며, 번뇌의 괴질이 장차 유행할 것이며, 암흑시대가 닥칠 것이며, 법에 목마른 시기가 이를 것이며, 마왕은 경행하여 갑옷을 벗으며 부처님의 해는 열반의 산으로 넘어가려 합니다.

 

대왕이여, 부처님이 만일 세상을 떠나시면 왕의 중죄를 다스릴 이가 다시 없을 것입니다. 대왕이 이미 아비지옥에 떨어질 극악한 죄업을 지었으니 그 죄업의 인연으로 지옥의 고통을 받을 것이 의심없으리다.

 

대왕이여, 아는 없단 말이요 비는 사이란 말이니, 잠깐도 즐거울 사이가 없으므로 무간지옥(無間地獄)이라 하나이다. 대왕이여, 가령 한 사람이 혼자서 이 옥에 들어가도 몸이 8만 유순으로 커져서 그 속에 가득하여 빈틈이 없고 몸으로는 두루두루 가지각색 고통을 받으며, 설사 여러 사람이라도 몸이 가득 차서 서로 방해하지 않나이다.

 

대왕이여, 치운 지옥에서는 잠깐 동안 더운 바람을 만나서 즐거울 수도 있고, 더운 지옥에서는 잠깐 동안 찬바람을 만나서 즐거울 수가 있으며, 어떤 지옥에서는 설사 명이 끊어졌다가도 살아라 하는 소리를 들으면 문득 살아나지만, 아비지옥에는 그런 일이 아주 없나이다.

 

대왕이여, 아비지옥에는 사방에 문이 있고, 문 밖마다 맹렬한 불이 있어 동서남북으로 서로 통하였으며, 8만 유순 되는 무쇠 담이 둘려 있고 철망이 덮이었고 땅도 철로 되었으며, 위의 불이 아래로 사무치고 아래의 불이 위로 통하였으므로, 대왕이여, 번철 위에 놓인 물고기가 기름이 끓듯이, 지옥 속의 죄인도 그와 같나이다.

 

대왕이여, 한 가지 역죄를 지었으면 한 가지 죄를 이렇게 받고, 두 가지 역죄를 지었으면 두 갑절 죄를 받고, 5역죄를 모두 지었으면 다섯 갑절 죄를 받나이다.

 

대왕이여, 내가 알기에는 왕의 지은 악업이 반드시 면할 수 없으리니, 원컨대 대왕은 빨리 부처님 계신 데로 가시오. 부처님을 제하고는 구원할 이가 없으리다. 나는 왕을 딱하게 여겨서 이렇게 권하는 것이오."

 

이 때에 대왕은 이 말을 듣고 두려운 마음을 품고 온몸이 떨리고 사지가.........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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