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반열반경(42)-420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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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 월광명왕 · 일광명왕 · 애왕 · 지다인왕, 이런 임금들이 모두 부모를 살해하고 왕이 되었지만 한 임금도 지옥에 들어간 이가 없사오며, 지금 계시는 비유리왕 · 우타나왕 · 악성왕 · 서왕 · 연화왕, 이런 임금이 모두 그 부왕을 해하였지만 한 임금도 걱정 근심하는 이가 없습니다. 비록 말로는 지옥이니 아귀의 갈래니 천상이니 하지만 누가 보았나이까? 대왕이여, 다 두 갈래뿐이오니 인간과 축생이오며, 두 갈래가 있지만 인연으로 태어나는 것도 아니고 인연으로 죽는 것도 아니오며, 만일 인연이 아니라면 무슨 선과 악이 있겠나이까? 원컨대 대왕은 걱정하고 공포하지 마옵소서. 왜냐 하면 게송과 같기 때문입니다.
항상 근심하는 사람
근심 더욱 느는 것이,
잠 잘자는 잠꾸러기
잠이 점점 많아지듯,
탐욕 · 음욕 · 술 먹는 일
역시 그와 같으니라.
대왕의 말씀이 이 세상에 몸과 마음을 치료할 의원이 없다 하오나, 지금 큰 스승이 있으니 이름을 아기다시사흠바라(阿耆多翅舍欽婆羅)라 하나이다. 온갖 지견을 가진 이로서 금과 흙을 평등하게 보며, 오른쪽 옆구리를 칼로 찌르거나 왼쪽 옆구리를 전단으로 바르더라도 이 두 사람에게 차별하는 마음이 없으며, 원수와 친한 이를 평등하게 대하고 다르게 생각하지 아니하오니, 이 사람은 진실로 이 세상의 용한 의원입니다. 가거나 섰거나 앉거나 누웠거나 항상 삼매에 있어 마음이 산란하지 아니하오며, 제자들에게는 이런 말을 하나이다.
'제가 짓거나 남을 시켜 지었거나, 제가 찍었거나 남을 시켜 찍었거나, 제가 구웠거나 남을 시켜 구웠거나, 제가 해하였거나 남을 시켜 해하였거나, 제가 훔쳤거나 남을 시켜 훔쳤거나, 제가 음행하였거나 남을 시켜 음행하였거나, 제가 거짓말 하였거나 남을 시켜 거짓말 하였거나, 제가 술을 먹었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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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남을 시켜 술을 먹었거나, 한 마을 · 한 도시 · 한 나라 사람들을 살해하였거나, 칼로써 모든 중생을 죽였거나, 항하의 남쪽에서는 중생에게 보시하고 항하의 북쪽에서는 중생들을 살해하였어도 죄도 복도 모두 없으며, 보시하고 계행 가지고 선정 닦는 일이 없다.'
지금 왕사성 가까이 있사오니, 대왕은 속히 가옵소서. 대왕이 보기만 하여도 모든 죄가 소멸할 것이니이다."
"대신하여 참으로 나의 죄를 소멸할 수 있다면 나는 마땅히 귀의할 것이오."
또 한 대신이 있으니 이름은 길덕(吉德)이었다. 또 왕에게 나아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께서 무슨 일로 용안에 윤기가 없나이까. 낮에 켠 등불 같고 낮에 보는 달 같고, 나라 잃은 임금 같고 장사에 실패한 사람 같나이다. 대왕이시여, 지금 사방이 태평하여 원수나 대적이 없사온데, 무슨 연고로 이다지 수심하시나이까. 몸이 괴로우시나이까, 마음이 아프시나이까? 다른 왕자들은 항상 생각하기를, 나는 언제나 자재함을 얻을까 하옵는데, 대왕은 이제 소원을 이루었고 자재하신 왕으로서 마가타국을 차지하셨고 선왕의 보물을 모두 다 얻었사온즉, 마땅히 만족한 마음으로 복을 즐길 것이거늘, 어찌하여 그다지도 근심하시나이까?"
왕은 대답하였다.
"내가 지금 어떻게 수심하지 않겠는가. 대신이여, 어리석은 사람이 단맛만 탐하고 칼날을 보지 못하는 듯, 독한 음식을 먹으면서도 걱정을 생각하지 못하는 듯, 나도 그와 같으며, 사슴이 먹을 풀만 보고 함정을 보지 못하는 듯, 쥐가 먹을 것만 보고 고양이를 보지 못하는 듯, 나도 그와 같아서 현재의 쾌락만 보고 오는 세상에서 고통의 나쁜 과보 받을 줄을 보지 못하였소. 일찍이 지혜 있는 이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소. '차라리 하루 동안에 3백 자루 창에 찔릴지언정 부모에게 대하여 잠깐 동안 나쁜 생각을 내지 말라' 하였거늘, 나는 지금 지옥의 맹렬한 불에 타게 되었는데 어떻게 걱정하지 않겠소."
"누가 지옥이 있다고 말하더이까. 가시 끝이 뾰족한 것은 누가 만들었으며, 나는 새의 빛이 제각기 다른 것은 누가 지었으며, 물의 성질은 축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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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성질은 단단하고 바람은 흔들리고 불은 뜨거우며, 온갖 만물이 저절로 났다가 저절로 죽는 것은 누구의 짓이오니까. 지옥이란 말은 잔꾀 있는 이의 문자로 조작한 말이오니, 지옥이 무슨 뜻인지를 신이 말하겠습니다. 지는 땅이요 옥은 깨뜨린다는 것이니, 지옥을 깨뜨려도 죄보가 없사올새 지옥이라 하나이다. 또 지는 인간이요 옥은 천상이니, 아비를 살해한 탓으로 인간·천상에 이를 수 있으므로, 바수(婆藪) 선인이 말하기를 '양을 죽이고 인간 · 천상의 낙을 얻는다' 하였으니, 이것을 이름하여 지옥이라 하나이다.
또 지는 목숨이요 옥은 길다는 것이니 생명 있는 것을 죽이면 목숨이 길어지므로 지옥이라 하나이다. 대왕이시여, 그러므로 실로 지옥이 없는 줄을 알겠나이다. 대왕이여, 밀을 심으면 밀을 거두고 벼를 심으면 벼를 거두듯이, 지옥을 죽이면 지옥에 나게 되고 사람을 살해하고는 인간에 날 것입니다.
대왕이여, 지금 신이 말하는 살해가 없는 이치를 들으십시오. 만일 내가 있다 하여도 실로 살해함이 없삽고, 만일 내가 없다면 해할 것이 없나이다. 왜냐 하면 내가 있다면 항상하여 변역하지 아니할 것이며, 항상 머무는 터이므로 살해하지 못할 것이니, 깨뜨리지 못하고 부수지 못하고 얽매지 못하고 속박하지 못하고 성내지 아니하고 기뻐하지 아니함이 허공과 같을 것이니 어찌 살해하는 죄가 있겠나이까. 만일 내가 없다면 모든 법이 무상할 것이며, 무상한 것이므로 찰나찰나 멸할 것이니, 찰나찰나 멸하는 연고로 죽인 이 죽은 이가 모두 찰나찰나 멸할 것이요, 만일 찰나찰나 멸한다면 누가 죄가 있겠나이까. 대왕이시여, 불이 나무를 태워도 불은 죄가 없으며, 도끼로 나무를 찍어도 도끼는 죄가 없으며, 낫으로 풀을 베어도 낫은 죄가 없나이다. 마치 칼로 사람을 죽였을 적에 칼은 실로 사람이 아니니, 칼이 이미 죄가 없을진댄 사람이 무슨 죄가 있사오며, 독약으로 사람을 죽였을 적에 독약은 실로 사람이 아니니, 독약이 죄가 없을진댄 사람이 무슨 죄가 있겠나이까. 온갖 만물도 그와 같아서 진실로 살해함이 없삽거늘 어찌 죄가 있사오리까? 원컨대 대왕은 근심하지 마십시오. 왜냐 하면 게송과 같이 때문입니다.
항상 근심하는 사람
근심 더욱 느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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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잘자는 잠꾸러기
잠이 점점 많아지듯,
탐욕 · 음욕 · 술 먹는 일
역시 그와 같으니라.
대왕의 말씀이 이 세상에 몸과 마음을 치료할 의원이 없다 하거니와, 여기 큰 스승이 있으니 이름은 가라구타가전연(迦羅鳩馱迦旃延)입니다. 온갖 지견을 가진 이로서 삼세를 분명히 알고, 잠깐 동안에 한량없고 그지없는 세계를 보고, 소리를 듣는 것도 그와 같으며,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허물을 여의게 함이, 마치 항하의 안과 밖에 있는 모든 허물이 모두 깨끗하듯이, 이 사람도 그와 같아서 중생들의 안팎의 죄를 멸하게 하오며, 제자들에게 이런 법을 말하나이다.
'만일 사람이 모든 중생을 살해하고도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으면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아니하나니, 마치 허공이 티끌과 물을 받지 않는 듯하며, 부끄러움이 있으면 지옥에 떨어지나니, 마치 큰 물이 땅을 적시는 듯하니라. 모든 중생은 모두 자재천이 지은 것으므로 자재천이 기뻐하면 중생들이 안락하고 자재천이 노하면 중생들이 고통을 받으며, 모든 중생의 죄와 복은 모두 자재천이 하는 것이거늘, 어찌 사람에게 죄와 복이 있다고 말하리요. 마치 공장(工匠)이 허깨비 사람[機關木人]을 만들면 가고 서고 앉고 눕지만 말은 하지 못하나니, 중생도 그와 같아서, 자재천은 공장과 같고 허깨비 사람은 중생의 몸과 같으며, 이와 같이 만드는 것이거늘 누구에게 죄가 있겠느냐.'
이 사람이 지금 왕사성에 있사오니, 원컨대 빨리 가시면 보기만 하여도 모든 죄가 소멸할 것입니다."
"진실로 이런 사람이 있어 나의 죄를 멸한다면 내가 마땅히 귀의하리라."
또 한 신하가 있으니 이름은 무소외(無所畏)였다. 왕에게 나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세상에서 어리석은 사람은 하루 동안에 백 번 기뻐하고 백 번 수심하며, 백 번 자고 백 번 깨며, 백 번 놀라고 백 번 통곡하거니와, 지혜 있는 사람은 그런 일이 없삽거늘, 대왕은 무슨 일로 그렇게 수심하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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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 동무를 잃은 나그네 같으며, 수렁에 빠졌을 적에 구원할 이가 없는 것 같으며, 목마른 사람이 물을 만나지 못한 듯하며, 길을 잃은 사람이 길잡이를 만나지 못한 듯하며, 병든 사람에게 치료할 의원이 없는 듯하며, 바다에서 파선하였을 적에 건질 이가 없는 듯합니다. 대왕께서는 지금 몸이 아프시나이까, 마음이 불안하시나이까?"
왕은 대답하였다.
"나의 몸과 마음이 어찌 아프지 않겠는가. 나는 나쁜 사람을 가까이하고 거짓말을 알아차리지 못하여, 허물 없는 부왕을 역해하였으니, 마땅히 지옥에 들어갈 줄 알지만 구제하여 줄 의원이 없구려."
"원컨대 대왕은 근심하지 마소서. 찰리는 왕족이라 하옵는데, 국왕이 되었거나 사문이 되었거나 바라문이 되어서, 백성을 편안케 하기 위하여서는 비록 살해하더라도 죄가 없나이다. 선왕이 사문을 공경하였으나 바라문은 섬기지 아니하였으니 마음이 평등하지 못하였삽고, 평등하지 못한 연고로 찰리가 아니니이다. 대왕께서 바라문들을 공양하시려고 선왕을 해하심이 무슨 죄가 있사오리까. 대왕이여, 실로 살해가 없나이다. 살해란 말은 목숨을 죽였다는 것인데, 목숨은 바람 같은 기운이오며, 기운의 성품은 살해할 수 없거늘, 어찌하여 목숨을 살해하였다고 죄가 있사오리까? 원컨대 대왕은 근심하지 마옵소서. 왜냐 하면 게송과 같기 때문입니다.
항상 근심하는 사람
근심 더욱 느는 것이,
잠 잘자는 잠꾸러기
잠이 점점 많아지듯,
탐욕 · 음욕 · 술 먹는 일
역시 그와 같으니라.
대왕의 말씀이 이 세상에 치료할 의원이 없다 하거니와, 여기 큰 스승이 있으니 이름은 니건타야제자(尼乾陀若提子)이온데, 온갖 지견을 가진 이로서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며, 중생들의 근성이 영리하고 둔함을 잘 알고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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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편을 통달하여, 세간의 여덟 가지 법이 더럽히지 못하고 고요하게 깨끗한 범행을 닦았으며, 제자들에게는 이런 말을 하나이다.
'보시도 없고 선한 일도 없고 아비도 없고 어미도 없고 지금 세상도 없고 뒤의 세상도 없고 아라한도 없고 닦을 것도 없고 닦을 도도 없으며, 모든 중생들이 만겁을 지나면 생사의 윤회에서 자연히 해탈하며, 죄가 있거나 죄가 없거나 간에 모두 그러한 것이니라. 마치 신두 · 항하 · 박차 · 사타 등 네 강이 모두 바다에 들어가서 아무 차별도 없듯이, 모든 중생들도 그와 같아서, 해탈을 얻을 적에는 차별이 없다.'
이 사람이 지금 왕사성에 있사오니 원컨대 대왕은 빨리 가십시오. 그 사람을 만나면 모든 죄가 소멸할 것입니다.
"진실로 그 사람이 나의 죄를 덜어준다면 나는 마땅히 귀의하겠소."
이 때에 기바라는 큰 의원이 임금 계신 데 나아가서 여쭈었다.
"대왕이여, 안녕히 주무셨나이까?"
왕은 게송으로 이렇게 대답하였다.
누구든지 모든 번뇌
깨끗하게 끊어지고
이 세상에 물 안 들면
편안하게 잠을 자고.
큰 열반을 얻고 나서
깊은 뜻을 연설하며
참바라문 된 뒤에야
편안하게 잠을 자고.
몸으로는 세 가지 업
입으로는 네 가지 업
의심 그물 끊은 뒤에
편안하게 잠을 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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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과 맘에 번뇌 없고
고요한 곳 머물러서
위없는 낙 얻고서야
편안하게 잠을 자고.
마음 속에 고집 없고
원수들을 멀리 떠나
다툼 없이 화평하면
편안하게 잠을 자고.
나쁜 업을 짓지 않고
부끄러움 항상 품어
악의 과보 믿어야사
편안하게 잠을 자고.
부모에게 공경하고
산 목숨을 살해 말고
남의 재물 안 훔치면
편안하게 잠을 자고.
모든 감관 조복받고
선지식을 친근하며
마군들을 깨뜨려야
편안하게 잠을 자고.
고 · 락 · 길 · 흉 보지 말고
중생들을 위하여서
나고 죽고 애쓰는 이
편안하게 잠을 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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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하게 잠잘 이는
시방세계 부처님들
공한 삼매 관하면서
몸과 마음 편안한 이.
편안하게 잠잘 이는
자비하신 보살들
불방일(不放逸)을 항상 닦고
중생 보길 아들처럼.
무명 가린 중생들이
번뇌 과보 못 보면서
나쁜 업만 짓는 이는
편안한 잠 못 자느니.
자기 몸을 위해서나
다른 이를 시키어서
10악업을 짓는 이는
편안한 잠 못 자느니.
아비 죽인 죄 없으니
목전 쾌락 누리자는
나쁜 동무 사귄 이는
편안한 잠 못 자느니.
절차 없이 밥을 먹고
지나치게 찬 술 먹고
그리고서 병난 이는
편안한 잠 못 자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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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에게 죄를 짓고
유부녀에 정을 두고
쓸쓸한 길 다니는 인
편안한 잠 못 자느니.
계행 아직 미숙한 이
등극 못한 태자거나
돈 못 뺏은 도둑들은
편안한 잠 못 자느니.
기바여, 나는 지금 병이 중하오.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부왕에게 역해를 하였으니, 모든 의원이나 약이나 주문이나 좋은 방편으로 구원하더라도 나을 수가 없소. 그 까닭을 말하면 부왕께서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실로 허물이 없거늘, 나쁜 마음으로 역해를 하였는지라, 뭍에 나온 물고기 같으니 무슨 낙이 있으며, 그물에 걸린 사람과 같으니 애초부터 즐거운 생각이 없으며, 목숨이 경각에 달린 줄을 아는 사람과 같으며, 나라를 잃고 다른 나라로 도망하는 임금과 같으며, 자기의 병은 고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은 환자 같으며, 파계한 이가 죄의 설명을 들은 것 같구려.
나는 예전에 지혜 있는 이의 말을 들으니, 몸과 입과 뜻으로 지은 업이 깨끗하지 못하면 그 사람은 지옥에 떨어진다 하였소. 나의 신세가 그와 같거니 어찌 편안하게 잠을 자겠는가. 그리고 나에게는 법의 약을 말하여, 병을 치료하여 줄 만한 훌륭한 의원이 없소."
"좋은 말씀입니다. 대왕께서는 비록 죄를 저질렀으나 마음으로 깊이 뉘우치고 부끄러운 생각을 품으셨나이다. 대왕이시여, 부처님 세존이 항상 말씀하시기를 '두 가지 선한 법이 중생을 구제할 수 있으니, 하나는 제 부끄러움[慚]이요, 다른 하나는 남 부끄러움[愧]이니라. 제 부끄러워하는 이는 스스로 죄를 짓지 아니하고, 남 부끄러워 하는 이는 다른 이를 시켜 죄를 짓지 아니하며, 제 부끄러워하는 이는 속으로 수치한 줄 알고, 남 부끄러워 하는 이는 남을 향하여 죄를 털어 놓으며, 제 부끄러운 이는 사람에게 부끄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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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부끄러운 이는 하늘께 부끄러워하나니 이것을 참괴라 하느니라. 참괴가 없는 이는 사람이라 할 수 없고 짐승이라 이름하며, 참괴가 있으므로 부모와 스승과 웃사람을 공경하고, 참괴가 있으므로 부모 형제 자매가 있다고 말하느니라' 하시더니, 대왕께서는 지금 참과 괴를 갖추었나이다.
대왕이시여, 신이 부처님의 이런 말씀을 들었나이다.
'지혜로운 이가 둘이니 하나는 나쁜 짓을 짓지 않는 이요, 다른 하나는 지은 뒤에 곧 참회하는 이니라. 어리석은 이도 둘이니 하나는 죄를 짓는 이요, 하나는 짓고는 감추려는 이니라. 비록 나쁜 짓을 지었지만, 이내 드러내어 참회하며 참회하고는 부끄러워서 다시 짓지 아니하면, 마치 흐린 물에 맑은 구슬을 넣으면 구슬의 위력으로 물이 곧 맑아지며, 구름이 걷히면 달이 청명하여지듯이, 죄를 짓고 참회하는 것도 그와 같다.'
왕께서 만일 참회하시고 참괴한 생각을 품으시면 죄가 곧 소멸되어 본래와 같이 깨끗해질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부자에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코끼리와 말과 가지가지 짐승이요, 다른 하나는 금과 은과 가지가지 보배이온데, 코끼리와 말이 아무리 많아도 여의주 하나를 대적할 수 없나이다. 중생도 그러하여 하나는 악이 부자요 하나는 선이 부자니, 모든 악을 많이 지어도 한 가지 선함만 같지 못하나이다. 신이 부처님 말씀을 듣사오니 한 가지 선을 닦는 마음이 백 가지 악을 깨뜨린다 하더이다.
대왕이시여, 작은 금강이 능히 수미산을 깨뜨리며, 작은 불이 능히 온갖 것을 태우며, 적은 독약이 능히 중생을 해롭게 하나니, 작은 선도 그와 같아서 큰 악을 파하오며, 비록 작은 선이라 이름하나 실제로는 큰 것이니 왜냐 하면 큰 악을 파하는 까닭입니다.
대왕이시여,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덮어 감추는 것은 새고 감추지 아니하면 새지 않나니, 털어놓고 허물을 참회하므로 새지 않느니라. 여러 가지 죄를 지었더라도 덮어 두지 말고 감추지 말지니, 덮어 두지 아니하므로 죄가 경미하여지고 부끄러운 생각을 품으면 죄가 소멸한다'고 하였나이다.
대왕이시여, 물방울이 비록 작으나 점점 모이면 큰 그릇에 차나니, 선한 마음도 그러하여 하나하나의 선한 마음이 큰 악을 깨뜨리는 것이오며, 만일 죄를 덮어 두면 죄가 점점 더하거니와, 털어놓고 참회하면 죄가 소멸하는 것이므로 부처님 말씀이 지혜 있는........
-나무 관 세 음 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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