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반열반경(41)-410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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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모르며, 내가 경을 알고 당신은 모른다 하는데, 부처님마저 열반한다면 그 법은 오랫 동안 세상에 머물지 못하느니라.
또 선남자야, 부처님이 처음 출가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고, 제자들도 내지 내가 수다원과나 아라한과를 얻었노라 말하지 아니하고, 또 부처님이 중생을 위하여서 막기도 하고 열기도 한 것이오. 장로여, 나는 부처님을 따라 친히 이런 뜻과 이런 법과 이런 계율을 들었으니, 장로여, 마땅히 여래의 12부경을 의지하여 이 뜻이 옳으면 내가 받아 가지겠고, 만일 그르면 내가 버리겠노라고 말하지 아니한다면, 부처님 세존이 비록 열반하더라도 그 법은 오래도록 세상에 머무느니라.
선남자야, 나의 법이 멸할 때에는 성문 제자들이 혹은 신(神)이 있다 하고 혹은 신이 공하다 하며, 혹은 중음(中陰)이 있다 하고 혹은 중음이 없다 하며, 혹은 삼세(三世)가 있다 하고 혹은 삼세가 없다 하며, 혹은 3승이 있다 하고 혹은 3승이 없다 하며, 혹은 온갖 것이 있다 하고 혹은 온갖 것이 없다 하며, 혹은 중생이 처음도 있고 나중도 있다 하고 혹은 중생이 처음도 없고 나중도 없다 하며, 혹은 12인연이 함이 있는 법이라 하고 혹은 12인연이 함이 없는 법이라 하며, 혹은 여래가 병고행(病苦行)이 있다 하고 혹은 여래는 병고의 행이 없다 하며,
혹은 여래가 비구들에게 열 가지 고기 먹음을 허락하지 않았으니 무엇이 열 가지인가. 사람 · 뱀 · 코끼리 · 말 · 나귀 · 개 · 사자 · 돼지 · 여우 · 원숭이요, 다른 것은 모두 허락하였다 하고, 혹은 온갖 고기를 허락하지 않았다 하며, 혹은 비구들은 다섯 가지 일은 하지 않아야 하나니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짐승 · 칼 · 술 · 낙사(酪沙) · 참기름을 팔지 말아야 하고, 다른 것은 모두 허락하였다 하며 혹은 다섯 종류의 집에 들어감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니, 백정의 집 · 기생집 · 술집 · 왕궁 · 전다라의 집이요, 다른 집은 다 허락하였다 하며, 혹은 교사야 옷은 허락하지 않고, 다른 옷은 모두 허락하였다 하며, 혹은 여래가 비구들에게 옷이나 음식이나 침구 따위의 값이 금 10만 냥쯤 가는 것까지는 허락하였다 하고, 혹은 허락하지 않았다 하며, 혹은 열반이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다 하고, 혹은 열반이라 함은 번뇌가 다한 것이요, 다른 법이 없는 것을 열반이라 이름하나니, 마치 실을 짠 것이 옷인데, 옷이 이미 해진 것을 이름하여 옷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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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지언정 옷이 없다는 딴 법이 있는 것 아니니, 열반의 자체도 그러하다 하리라.
선남자야, 이런 때를 당하여서는 나의 제자들도 바른 말 하는 이는 적고 삿된말 하는 이가 많으며, 바른 법을 받는 이는 적고 삿된 법 받는 이가 많으며, 부처님 말을 받는 이는 적고 마군의 말을 받는 이가 많으리라.
선남자야, 그 때에 구담미국에 두 제자가 있으니, 하나는 아라한이요 하나는 파계한 사람이다. 파계한 이의 무리는 5백이요 아라한의 무리는 1백이었다.
파계한 이가 말하기를, 여래는 끝까지 열반에 드는 것이니 나는 부처님에게서 이런 뜻을 친히 들었으며, 여래가 마련한 네 가지 중대한 법은 가져도 좋고 범하여도 죄가 없으며, 나도 지금 아라한과와 4무애지를 얻었으며, 아라한도 이러한 네 가지 중대한 법을 범하나니, 네 가지 중대한 법이 만일 참말로 죄라면 아라한은 마침내 범하지 아니할 것이나, 여래께서 세상에 계실 적에는 꼭 가지라 하였지만 열반하실 적에는 모두 버리었다고 말하였다.
그 때에 아라한 비구가 말하기를 장로여, 당신은 여래께서 끝까지 열반에 든다고 말하지 마시오. 나는 여래가 항상하여 변역하지 않는 줄을 알며, 여래가 세상에 계실 적에나 열반하신 뒤에나 4중금(重禁)을 범한 죄는 차별이 없으며, 만일 아라한이 4중금을 범한다 말하는 것은 그럴 리가 없으니, 왜냐 하면 수다원을 증득한 사람도 계율을 범하지 아니하거든, 하물며 아라한이리요. 장로가 아라한이라 말하거니와, 아라한은 마침내 내가 아라한을 얻었다는 생각을 하지 아니하며, 아라한은 선한 법만 말하고 선하지 아니한 법은 말하지 아니하거늘, 장로의 말은 모두 잘못된 법이니, 12부경을 보면 장로가 아라한이 아님을 결정코 알 것이오'라고 하였느니라.
선남자야, 그 때에 파계 비구의 무리들이 달려들어 그 아라한을 죽이고 말았다. 이 때에 마왕은 이 두 무리들이 분노한 마음을 틈타서 6백 비구들을 모두 살해하였으니, 그 때에 범부들은 각각 함께 말하기를 '애닯다! 부처님의 법이 이제 없어진다' 하였으나, 나의 바른 법은 진실로 멸하지 아니하였나니, 이 때에 그 나라에는 12만 보살들이 있어서 나의 법을 잘 가지었는데, 어찌하여 나의 법이 멸한다 말하겠는가.
그 때에 염부제 안에는 한 비구도 나의 제자가 없었고 이 때에 파순은 큰 불로써 모든 경전을 있는 대로 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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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렸으며, 혹 남은 것은 바라문들이 훔쳐다가 군데군데 뽑아서 자기들의 경전에 써 넣었으니, 그런 뜻으로 여러 작은 보살들이 부처님이 출현하기 전에는 모두 바라문의 말을 믿고, 바라문들이 비록 우리에게 재계(齋戒)가 있다고 말하나, 외도들에게는 참으로 없는 것이며, 외도들이 또 말하기를, 나이고 즐겁고 깨끗함이 있노라 말하거니와, 참으로 나이고 즐겁고 깨끗한 이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고, 부처님 법에서 한 자 두 자 한 구절 두 구절을 가져다가 자기들 경전에 그런 이치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니라.
그 때에 구시나성 쌍으로 선 사라나무 사이에 한량없고 그지없는 아승기 대중이 이 말을 듣고 모두 말하기를 '세상이 비었다, 세상이 비었다' 하거늘, 가섭보살이 대중에게 말하기를 '그대들은 걱정하지 말고 울지 말라. 세상이 비지 아니하였나니, 여래는 항상 계시어서 변역하지 않으며, 교법과 승가도 그러하니라' 하였다. 대중들은 이 말을 듣고는 통곡을 그치고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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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반열반경 제 17 권
송대 사문 혜엄 등이 니원경에 의거하여 덧붙임
20. 청정한 행 ④
이 때에 왕사성의 아사세왕은 성질이 모질고 살육하기를 좋아하며, 입으로 짓는 네 가지 나쁜 짓을 갖추었으며, 탐심과 성내는 일과 어리석은 마음이 치성하여 눈앞의 일만 보고 장래 일을 보지 못하였으며, 나쁜 사람들로 권속을 삼았고 현세의 5욕락만을 탐하는 탓으로 허물 없는 부왕을 살해하기까지에 이르렀다. 부왕을 살해하고 나자 마음으로 뉘우치는 열기를 내고 몸에는 영락을 벗고 풍류를 가까이하지 아니하며, 마음에 뉘우침의 열기로 온 몸에 독창이 생기어 지독한 냄새가 나 가까이할 수 없었다. 드디어 생각하기를 '내 몸이 지금 화보(花報)를 받았으니 지옥의 과보도 멀지 아니하리라' 하였다.
그 때에 어머니 위제희(韋提希)가 가지가지 약을 발라 주었지만, 독창은 더욱 성하고 나아지지 아니하였다.
왕은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이 독창은 마음에서 생기었고 4대(大)로 난 것이 아니니, 중생으로는 다스릴 도리가 없겠나이다."
이 때에 한 대신이 있으니 이름은 월칭(月稱)이었다. 왕에게 나아가 한 곁에 서서 여쭈었다.
"대왕이시여, 무슨 근심을 하시는지, 안색이 화평하지 못하시나이다. 몸이 아프시나이까? 마음이 불편하시나이까?"
왕은 대답하였다.
"나의 몸과 마음이 어찌 아프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허물이 없는 부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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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해(逆害)하였구려. 나는 일찍이 지혜 있는 이에게 들은즉, 이 세상에서 다섯 종류의 사람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나니, 5역죄를 지은 사람이라 하였소. 나는 이미 한량없고 그지없는 아승기 죄를 지었거늘, 어떻게 몸과 마음이 아프지 않겠소. 더구나 나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여 줄 의원이 없구려."
"대왕이시여, 너무 근심하지 마옵소서."
그리고는 곧 게송을 말하였다.
항상 근심하는 사람
근심 더욱 느는 것이,
잠 잘자는 잠꾸러기
잠이 점점 많아지듯,
탐욕 · 음욕 · 술 먹는 일
역시 그와 같으니라.
"대왕의 말씀대로 세상에서 다섯 종류의 사람이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오나, 누가 가서 보고 대왕에게 말하더이까? 지옥을 말함은 이 세상에서 잔꾀 있는 사람의 말이옵니다. 대왕의 말씀이 세상에는 몸과 마음을 치료할 의원이 없다 하오나, 지금 큰 의원이 있으니 이름은 부란나(富蘭那)라 하나이다. 온갖 것을 알고 보고 하오며, 자재한 선정을 얻었사오며, 깨끗한 범행을 끝까지 닦았고, 한량없고 그지없는 중생들에게 위없는 열반의 길을 연설하오며 제자들에게는 이런 법을 말하나이다.
'검은 업도 없고 검은 업의 과보도 없으며, 흰 업도 없고 흰 업의 과보도 없으며, 검고 흰 업도 없고, 검고 흰 업의 과보도 없으며, 상품 업도 없고 하품 업도 없다.'
이런 사람이 지금 왕사성 안에 있사오니, 원컨대 대왕이시여, 그 사람에게 거둥하시어서 그로 하여금 몸과 마음을 치료케 하여지이다." "참으로 나의 죄를 벗겨줄 수 있다면 내가 마땅히 귀의하리라."
또 한 신하가 있으니 이름이 장덕(藏德)이었다. 왕에게 나아가서 이렇게 여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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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께서 용안이 여위시고 입술이 마르시고 음성이 작으심이 마치 겁약한 사람이 큰 대적을 만난 듯, 얼굴이 초췌하시니 무슨 괴로움이 계시나이까? 몸이 아프십니까? 마음이 불편하십니까?"
왕은 대답하였다.
"나의 몸과 마음이 어찌 아프지 않겠는가. 내가 어리석고 지혜가 없어 나쁜 사람을 가까이하여 친구를 삼았으며, 제바달다란 악한 사람의 말을 듣고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시는 부왕을 역해하였구려. 나는 일찍이 지혜 있는 사람의 게송을 들었소.
아버지나 어머니나
부처님과 제자에게
좋지 못한 마음으로
나쁜 짓을 지었으면
이와 같은 과보로는
아비지옥 간다 하오.
이런 일로 말미암아 마음이 송구하고 매우 괴로움을 참지 못하며, 더구나 치료하여 줄 의원도 없구려."
"대왕이시여, 근심하지 마옵소서. 법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출가한 법이요 다른 하나는 임금의 법입니다. 임금의 법에는 부왕을 해하였으면 나라의 왕이 되는 것이매, 비록 시역이라 하더라도 죄가 없는 것입니다. 저 가라라충(迦羅羅虫)이 어미의 배를 무너뜨리고야 나오지만, 나오는 법이 그러하므로 비록 어미의 배를 무너뜨렸으나 죄가 없는 것이며, 노새가 새끼를 배는 것도 그와 같나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법도 그런 것이오매, 비록 아버지나 형을 살해하였더라도 죄가 없는 것이옵고, 출가한 법에는 모기나 개미를 살해하여도 죄가 있는 것입니다. 원컨대 대왕은 마음을 너그럽게 하시고 걱정하지 마옵소서. 왜냐 하면 게송과 같기 때문입니다.
항상 근심하는 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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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 더욱 느는 것이,
잠 잘자는 잠꾸러기
잠이 점점 많아지듯,
탐욕 · 음욕 · 술 먹는 일
역시 그와 같으니라.
대왕의 말씀이 이 세상에 몸과 마음을 치료할 의원이 없다 하거니와, 지금 큰 스승이 있으니 이름을 말가리구사리자(末伽梨拘舍離子)라 하나이다. 온갖 것을 알고 보며, 중생들을 갓난아기처럼 불쌍히 여기고, 번뇌를 이미 여의었으며, 중생들의 세 가지 독한 살을 뽑아 주나이다. 모든 중생들은 온갖 법을 알고 보고 깨닫지 못하거니와, 이 사람만이 홀로 알고 보고 깨달았으며, 이런 스승이 항상 제자들에게 이런 법을 말하나이다.
'모든 중생들의 몸에 일곱 가지 부분이 있으니, 지대 · 수대 · 화대 · 풍대 · 괴로움 · 즐거움 · 목숨이라, 이 일곱 가지 법은 변화함도 아니고 지음도 아니어서, 깨뜨릴 수 없기는 이사가 풀과 같고, 머물러 있어 흔들리지 않기는 수미산과 같고, 버릴 수 없고 지을 수 없기는 타락과 같아서 각각 서로 시새우지 아니하며, 괴롭거나 즐겁거나 선하거나 선하지 않거나가, 마치 잘 드는 칼에 던져져도 상하지 않음 같으니, 왜냐 하면 일곱 부분이 공한 속에서 서로 장애되지 않는 연고며, 목숨도 해할 수 없나니 왜냐 하면 해할 이와 죽을 이가 없는 까닭이며, 짓는 이도 없고 받을 이도 없고 말할 이도 없고 들을 이도 없으며, 생각 하는 이도 가르칠 이도 없는 까닭이다.'
항상 이런 법을 말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한량없는 중대한 죄를 멸하나이다. 그 사람이 지금 왕사성에 있사오니, 바라건대 대왕께서 그곳에 가시어서 보기만 하여도 모든 죄가 소멸될 것입니다." "참으로 나의 죄를 멸할 수 있으면 내가 마땅히 귀의할 것이오."
또 한 신하가 있으니 이름은 실득(實得)이었다. 왕에게 이르러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대왕께서 무슨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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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영락 벗으시며
머리카락 덥수룩해
이런 모양 되시니까.
대왕의 몸 무슨 일로
불안하고 벌벌 떨어
꽃가지에 바람 불어
흔들리듯 하나이까.
"대왕의 용안에 수심이 가득하심, 마치 농부들이 씨를 심은 뒤에 비가 오지 아니하여 걱정하는 듯 하오니, 마음이 불안하시나이까? 몸이 아프시나이까?"
왕은 대답하였다.
"나의 몸과 마음이 어찌 아프지 않겠는가. 선대왕께서 인자하시며 나를 사랑하기 특별하시어 조그만 허물도 없었으며, 관상쟁이에게 물었더니, 관상쟁이의 말이 아이가 나기만 하면 반드시 아버지를 해하리라 하였으나, 이런 말을 들으시고도 나를 사랑하여 기르셨소. 일찍이 지혜 있는 이의 말을 듣건대, 만일 사람이 어미나 비구니를 간통하거나, 승가의 물건을 훔치거나, 위없는 보리심 낸 이를 죽이거나, 아버지를 살해하면, 이런 사람은 결정코 아비지옥에 떨어진다 하였거늘, 나의 몸과 마음이 어찌 아프지 않겠는가."
"원컨대 대왕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부왕께서 해탈을 닦으셨으면 해한 것이 죄가 되려니와, 나라를 다스렸으므로 해하여도 죄될 것이 없나이다. 대왕이여, 법이 아닌 것은 무법이라 이름하오며, 무법이란 말은 무죄라는 뜻이니이다. 마치 아들이 없는 것을 무자라 하고 나쁜 아들도 무자라 하거니와, 무자라 하더라도 참으로 아들이 없는 것이 아니오며, 음식에 소금이 안 든 것도 간이 안 되었다 하고 소금이 덜 든 것도 간이 안 되었다 하오며, 강에 물이 아주 마른 것도 물이 없다 하고 물이 적은 것도 물이 없다 하오며, 찰나찰나 없어지는 것도 무상하다 하고 한 겁 동안을 살아도 무상하다 하오며, 사람이 괴로움을 받는 것도 낙이 없다 하고 즐거움이 적어도 낙이 없다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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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자제하지 못함을 내가 없다 하고 조금 자제하는 것도 내가 없다 하오며, 캄캄한 밤을 해가 없다 하고, 안개가 자욱할 때에도 해가 없다 하는 것 같사오니, 대왕이시여, 법이 부실하다고 무법이라 하오나 실로 법이 없는 것이 아니니이다. 원컨대 대왕은 유의하시어 신의 말을 들으십시오. 모든 중생들이 모두 남은 업[餘業]이 있고 업의 인연으로 자주자주 생사를 받는 것이온데, 만일 선왕께서 남은 업이 있사오면 지금 대왕께서 해하였기로 무슨 죄가 있겠나이까? 마음을 너그럽게 가지시고 수심하지 마시옵소서.
왜냐 하면 게송과 같기 때문입니다.
항상 근심하는 이는
근심 더욱 느는 것이,
잠 잘자는 잠꾸러기
잠이 점점 많아지듯,
탐욕 · 음욕 · 술 먹는 일
역시 그와 같으니라.
대왕의 말씀이 이 세상에 몸과 마음을 치료할 의원이 없다 하오나, 지금 큰 스승이 있으니 이름을 산사야비라지자(刪闍耶毗羅胝子)라 하나이다. 온갖 것을 알고 보며, 지혜의 깊기는 바다와 같고, 큰 위덕이 있고 큰 신통을 갖추었으며, 중생들로 하여금 의심을 끊게 하나이다. 모든 중생들은 알고 보고 깨닫지 못하오나, 이 사람만이 홀로 알고 보고 깨달았으며, 지금 왕사성 가까운 데 있어 제자들에게 이런 법을 말하나이다.
'모든 중생 중에 임금된 이는 자재하게 마음대로 선한 일과 악한 일을 짓나니, 비록 여러 가지 악한 일을 짓더라도 죄가 있는 것 아니니라. 마치 불이 물건을 태울 적에 깨끗하고 부정한 것이 없나니, 임금도 그러하여 불의 성품과 같으니라. 마치 땅덩이가 깨끗한 것 더러운 것을 모두 실을 적에 기뻐하거나 성내지 아니하나니, 임금도 그러하여 땅의 성품과 같으니라. 마치 물이 깨끗한 것 더러운 것을 모두 씻으면서도 기뻐하고 근심함이 없나니, 임금도 그러하여 물의 성품과 같으니라. 마치 바람이 깨끗하고 더러운 것을 모두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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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날리면서도 기뻐하고 근심함이 없나니, 임금도 그러하여 바람의 성품과 같으니라. 마치 가을에 나뭇잎이 떨어졌다가 봄이 되면 다시 나나니, 비록 잎을 떨어뜨려도 진실로 죄가 없듯이, 중생들도 그와 같아서 여기서 목숨이 마치고는 다시 여기에 나는 것이며, 다시 하는 것이매 무슨 죄가 있겠는가. 모든 중생의 괴롭고 즐거운 과보는 모두 현재의 업으로 말미암는 것이 아니고, 지난 세상에 지은 인으로 지금 세상에서 과보를 받는 것이니, 현재의 인이 없고 다음 세상에 과보가 없건만 현재의 과보를 위하여 중생들이 계율을 가지며, 부지런히 정진하여 현재의 나쁜 과보를 막는 것이니라. 계율을 가지므로 무루(無漏)를 얻고 무루를 얻으므로 번뇌의 업이 다하고, 업이 다하므로 모든 고통이 끝나고, 모든 고통이 끝나므로 해탈을 얻는다.'
원컨대 대왕은 그이에게 가시어서 몸과 마음의 고통을 치료하옵소서. 대왕이 그를 보기만 하여도 모든 죄가 소멸되리이다." "참으로 그 사람이 나의 죄를 멸할 수 있으면 내가 마땅히 귀의할 것이오."
또 한 신하가 있으니 이름은 실지의(悉知義)였다. 왕에게 나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무슨 일로 용안이 단정하지 못하시나이까? 나라를 잃은 이 같으며, 우물이 마른 듯하며, 못에 연꽃이 없는 것 같으며, 나무에 꽃과 잎이 없는 듯하며, 파계한 비구의 위덕이 없는 것 같사오니, 몸이 편치 않으십니까? 마음이 괴로우십니까?"
왕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의 몸과 마음이 어찌 아프지 않겠는가. 부왕께서는 인자하신 마음으로 나를 사랑하셨건만, 내가 불효하여 은혜 갚을 줄을 몰랐으며, 항상 나를 즐겁게 하셨건만 내가 배은망덕하여 즐거움을 끊었으며, 선왕께서 허물이 없으시거늘 내가 역해를 하였구려. 일찍이 지혜 있는 이의 말을 듣건대, 만일 아비를 해하면 한량없는 아승기겁 동안 큰 고통을 받는다 하더니, 나는 이제 오래지 않아 지옥에 떨어질 것이거늘, 어느 의원 한 사람 나의 죄를 구하여 줄 이가 없구려."
"원컨대 대왕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옛적에 라마(羅摩) 임금은 부왕을 살해하고 왕위에 올랐고, 발제대왕 · 비루진왕 · 나후사왕 · 가제가왕 · 비사가........
-나무 관 세 음 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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