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대반열반경(44)-440

근와(槿瓦) 2015. 12. 16. 01:06

대반열반경(44)-440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431 / 10007]

흔들리기 파초나무같이 하면서 우러러 대답하였다.
"당신은 누구인데 형상은 드러내지 않고 소리만 들리는가?"
"대왕이여, 나는 왕의 아비인 빈바사라로다. 왕은 마땅히 기바의 말을 따르고 여섯 신하의 잘못된 소견을 따르지 말라."

 

왕은 이 말을 듣고는 기절하여 땅에 쓰러지니 창병은 더욱 성하여 역한 냄새가 곱절이나 더하였으며, 냉한 약을 바르며 치료하였으나 창이 성하며 뜨거운 독이 더하기만 하고 덜하지 아니하였다.

 

                                                                                                                    [432 / 10007]

대반열반경 제 18

송대 사문 혜엄 등이 니원경에 의거하여 덧붙임

20. 청정한 행

 

그 때에 세존이 쌍으로 선 사라나무 사이에서 아사세가 기절하여 땅에 쓰러짐을 보고 대중에게 말씀하시었다.
"내가 이 임금을 위하여 한량없는 겁 동안 세상에 있으면서 열반에 들지 아니하리라."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마땅히 한량없는 중생을 위하여 열반에 들지 않으실 터이온데, 어찌하여 아사세왕만을 위한다 하시나이까?"

 

 "선남자야, 이 대중에는 한 사람도 내가 끝까지 열반에 들리라고 생각하는 이가 없지만, 오직 아사세왕이 내가 끝까지 열반에 들리라 하여 기절하고 땅에 쓰러졌느니라. 선남자야, 내가 말한 바 아사세를 위하여 열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은 비밀한 뜻이어서 그대들은 알지 못하리라. 왜냐 하면 나의 말에 위한다 함은 온갖 범부요, 아사세라 함은 5역죄를 지은 모든 사람들이니라. 또 위한다는 것은 모든 함이 있는 중생이니, 나는 언제나 함이 없는 중생을 위해서는 세상에 머물지 않느니라. 왜냐 하면 함이 없는 이는 중생이 아니며, 아사세라 함은 번뇌를 구족한 것이니라. 또 위한다 함은 불성을 보지 못하는 중생이니라. 만일 불성을 보았다면 나는 오래도록 세상에 머물지 아니하리니, 왜냐 하면 불성을 본 이는 중생이 아니며, 아사세라 함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지 못한 온갖 중생들이니라. 또 위한다 함은 아난과 가섭 두 대중이요, 아사세라 함은 아사세왕의 후궁

 

                                                                                                                    [433 / 10007]

에 있는 후비들과 왕사성의 모든 여인들이니라. 또 위한다 함은 이름이 불성이요, 아사는 나지 않음이요, 세는 원수니, 불성이 나지 않았으므로 번뇌인 원수가 생겼고, 번뇌인 원수가 생겼으므로 불성을 보지 못하는데, 번뇌가 생기지 아니하면 불성을 볼 것이며, 불성을 보았으므로 대반열반에 편안하게 머물 것이니, 그러므로 나지 않았다 이름하며, 그러므로 아사세라 이름하느니라. 선남자야, 아사는 나지 않았다는 것이요, 나지 않은 것은 열반이며, 세는 세상법이요, 위한다 함은 더럽히지 않음이니, 세상의 여덟 가지 법으로는 더럽힐 수 없는 것이므로, 한량없고 그지없는 아승기겁에 열반에 들지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내가 말하기를 '아사세를 위하여 한량없는 억겁을 열반에 들지 않는다' 하였느니라.

 

선남자야, 여래의 비밀한 말이 불가사의며, 부처님 · 교법 · 승가도 불가사의며, 보살마하살도 불가사의며, 대반열반경도 불가사의니라."

 

이 때에 자비하신 세존 도사(導師)께서 아사세왕을 위하여 월애(月愛) 삼매에 드시고, 삼매에 듣고는 큰 광명을 놓으니, 그 광명이 청량하여 왕의 몸에 비치매 대풍창병이 즉시 나았고, 답답하고 뜨거운 증세가 스러지고 말았다.

 

왕은 병이 나았고 몸이 시원함을 느끼면서 기바에게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겁말(劫末)에는 달 셋이 한꺼번에 나타나고, 이 때에는 모든 중생의 근심과 고통이 없어진다 하더니, 아직 그 때가 되지 않았는데, 이 광명이 어디서 와서 나의 몸에 비치며, 창병의 고통이 나아져서 몸이 편안하여지는가."

 

기바는 대답하였다.
"이것은 겁이 다하여 달 셋이 한꺼번에 비친 것도 아니고, 불해[火日]나 별이나 약초나 보배 구슬이나 하늘 빛도 아닙니다."

 

"이 광명이 달 셋이 한꺼번에 비치는 것도, 보배 구슬의 광명도 아니하면 누구의 광명인가."
"대왕이시여, 이것은 하늘 중의 하늘이 놓는 광명이니, 이 광명은 근본이 없고 가가 없어서, 더운 것도 아니고 찬 것도 아니며, 항상함도 아니고 없어짐도 아니며, 빛도 아니고 빛 없는 것도 아니며, 모양도 아니고 모양 없는 

 

                                                                                                                      [434 / 10007]

것도 아니며, 푸른 것도 아니고 누른 것도 아니며 붉은 것도 아니고 흰 것도 아니지만,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모양이 있어 볼 수 있으며, 근본이 있고 가가 있고 덥고 차고 푸르고 누르고 붉고 희어서 말할 수 있나이다. 대왕이시여, 이 광명이 비록 그러하나, 진실로 말할 수 없고 볼 수 없으며, 나아가 푸르고 누르고 붉음이 없나이다."

 

"기바여, 그 하늘 중의 하늘이 무슨 인연으로 이 광명을 놓으시는가?"
"이 상서는 대왕을 위한 것이니, 대왕이 먼저 말씀하기를 '이 세상에는 몸과 마음을 치료할 용한 의원이 없다' 하셨으므로 이 광명을 놓아서 먼저 왕의 몸을 다스리고, 그런 뒤에 마음을 다스리니이다."

 

"기바여, 여래 세존께서 나를 생각하시는가?"
"어떤 사람이 아들 일곱을 두었는데, 그 가운데 한 아들이 병이 났다고 한다면, 부모의 마음은 평등하건만 병난 아들에게 마음이 치우치게 되는 것이오니, 대왕이시여, 여래도 그와 같아서 여러 중생에게 평등하지 않음이 없건만, 죄 있는 이에게 마음이 치우치게 되는 것이오매, 방일한 이는 부처님께서 자비로 염려하시고, 방일하지 않는 이는 마음을 놓는 것이오니, 방일하지 않는 이는 6() 보살이니이다.

 

대왕이시여, 부처님 세존은 중생들에 대하여 문벌이나 늙고 젊음이나 빈부나 시절이나 해나 달이나 별이나 공교롭거나 미천하거나 하인이나 종이나를 보는 것이 아니고 선심 있는 중생만을 보오며, 선심이 있으면 문득 자비하게 생각하나이다. 대왕이시여, 이 상서는 여래께서 월애삼매에 들어서 놓으시는 삼매인 줄로 아십시오."

 

"어떠한 것을 월애삼매라 하는가?"
"마치 달빛이 모든 우발라꽃을 곱게 피게 하듯이, 월애삼매도 그와 같아서 중생들로 하여금 선한 마음을 피게 하므로 월애삼매라 하나이다. 대왕이시여, 마치 달빛이 모든 길 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게 하듯이, 월애삼매도 그와 같아서 열반의 길을 닦아 익히는 이의 마음을 기쁘게 하므로 월애삼매라 하나이다. 대왕이시여, 마치 달빛이 초하루부터 보름까지 형상과 빛이 점점 늘어나나니, 월애삼매도 그와 같아서 처음 마음을 낸 이로 하여금 선한 근본이 점점 늘게 하며, 나아가 대반열반을 구족케 하므로 월애삼매라 하나

 

                                                                                                                      [435 / 10007]

이다. 대왕이시여, 마치 달빛이 16일부터 그믐까지 형상과 빛이 점점 덜어지나니, 월애삼매도 그와 같아서 빛이 비치는 곳마다 모든 번뇌를 점점 덜어지게 하나니, 그러므로 월애삼매라 하나이다. 대왕이시여, 한창 무더울 때에 모든 중생이 항상 달빛을 생각하고 달빛이 비치면 찌는 듯하던 더위가 감하여지듯이 월애삼매도 그와 같아서 중생들의 탐욕과 번뇌의 더위를 덜어지게 하나이다. 대왕이시여, 마치 보름달이 여러 별들 중에 왕이며 감로맛이 되어 모든 중생의 사랑을 받듯이, 월애삼매도 그와 같아서 여러 선한 일 중의 왕이며, 감로맛이 되어 모든 중생의 즐거움이 되나니, 그러므로 월애삼매라 하나이다."

 

"기바여, 내가 들으니, 여래는 바쁜 사람과 함께 앉지도 섰지도 일어나지도 말도 의논도 하지 아니함이, 마치 바다가 송장을 묵히지 아니하고, 원앙이 뒷간에 머물지 아니하고, 제석천왕이 귀신과 함께 있지 아니하고, 구시라새가 죽은 나무에 깃들지 않는 것 같아서, 여래도 그러하다 하나니, 내가 어떻게 가서 뵈오며, 설사 뵈온들 내 몸이 장차 땅속으로 들어가지 않겠는가. 내가 보건대 여래께서 차라리 술 취한 코끼리 · 사자 · 호랑이나 맹렬한 불꽃을 가까이 할지언정 막중한 죄업을 지은 사람과는 가까이하지 아니하리라 하였소. 그러므로 나는 이런 생각을 하였으니 무슨 마음으로 여래를 가서 뵈옵겠는가?"

 

"대왕이시여, 마치 목마른 사람은 샘으로 가고, 굶주린 이는 밥을 찾고, 두려워하는 이는 구원을 청하고, 병난 이는 약을 구하고, 더위에 지친 이는 서늘한 그늘을 구하고, 추워 떠는 이는 불을 구하나니, 대왕이 지금 부처님을 찾으심도 그와 같이 하여야 하나이다. 대왕이시여, 여래는 일천제 따위를 위하여서도 법을 연설하시거늘, 하물며 대왕은 일천제가 아니온즉 마땅히 자비로 구제하심을 받을 것입니다."

 

"기바여, 예전에 내가 들으니 일천제는 믿지도 않고 듣지도 못하고 관찰하지도 못하고 이치도 얻지 못한다 하던데, 어찌하여 여래가 그에게 법을 말하시는가?"

 

"대왕이시여, 어떤 사람이 중병이 들렸는데, 밤에 꿈을 꾸니, 기둥이 하나만 세워진 전당에 올라가서 생소와 기름을 먹기도 하고 몸에 바르기도 하였

 

                                                                                                                       [436 / 10007]

으며, 재에 눕고 재를 먹기도 하고 마른 나무에 오르기도 하였으며, 혹은 원숭이와 함께 다니고 않고 눕기도 하고, 물에 잠기고 진흙에 빠지기도 하며, 누각과 높은 산과 나무와 코끼리와 말과 소와 양 따위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몸에 푸르고 누르고 붉고 검은 옷을 입고 웃으며 노래하고 춤추기도 하며, 혹은 까마귀 · 독수리 · 여우 · 살쾡이 따위를 보기도 하고, 이가 빠지고 머리카락이 떨어지며, 벗은 몸에 개[]를 베고 더러운 가운데 누워 보기도 하며또 죽은 사람과 함께 가고 서고 앉고 일어나면서 손을 잡고 음식을 먹기도 하며, 독사가 가득한 길로 걸어가기도 하며, 또 혹은 머리를 풀어헤친 여인과 서로 껴안기도 하고, 다라나무 잎으로 옷을 만들기도 하며, 부서진 나귀 수레를 타고 남방으로 가기도 하였나이다.

 

이 사람이 이런 꿈을 꾸고는 마음으로 수심하며, 수심한 까닭으로 병이 더하였고, 병이 더한 까닭으로 집안 친속들이 사람을 보내어 의원을 청하였습니다심부름 간 사람이 키가 작고 불구자로서 머리에는 먼지를 쓰고, 헌옷을 입고 낡고 깨어진 수레를 타고 가서 의원을 보고 빨리 수레를 타라고 청하였습니다.

 

이 때에 의원이 생각하기를 '심부름 온 사람의 모양이 불길하니 환자의 병을 고치기 어려우리라' 하였고, 다시 생각하기를 '심부름꾼은 비록 불길하지만, 다시 날짜를 점쳐서 병을 다스릴 수 있는가 보리라. 4, 6, 8, 12, 14일과 같은 이런 날에는 병을 치료하기가 어렵겠구나' 하였습니다.

 

또 생각하기를 '날짜는 비록 불길하나, 다시 별로 점을 쳐서 치료할 수 있는가 보리라. 만일 화성, 금성, 묘성(昴星) · 염라왕성 · 습성(濕星) · 만성(滿星) 이런 별들을 본다면 병을 고치기 어려우리라' 하였습니다. 또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별점은 비록 불길하나 다시 때를 살펴보리라. 만일 가을이나 겨울이나 해가 질 때나 한밤중이나 달이 질 때면 이 병이 고치기 어려울 것이다'. 또 생각하기를 '이렇게 여러 가지가 죄다 불길하거니와 혹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리니, 마땅히 병인을 보아야 할 것이다. 병인이 만일 복덕이 있으면 다스릴 수 있을 것이요, 복덕이 없다면 비록 길한들 무슨 이익이 있으리요' 하였습니다.

 

                                                                                                                      [437 / 10007]

이렇게 생각하고는 심부름꾼과 함께 길을 떠났습니다. 길에서 다시 생각하기를 '저 병인이 장수할 상이면 치료할 수 있을 것이요, 단명할 상이면 치료할 수 없으리라' 하였는데, 앞길에서 두 아이가 서로 붙들고 싸우면서 머리를 쥐어뜯고 머리카락을 뽑고 기왓장과 돌과 칼과 작대기로 때리는 것을 보았으며, 어떤 사람이 불을 들고 가던 것이 저절로 꺼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나무를 찍고, 어떤 사람이 가죽을 끌고 길을 따라 가는 것을 보았으며, 혹은 길에 떨어진 물건을 보며, 어떤 사람은 빈 그릇을 들었고, 혹은 사문이 혼자 가는 것을 보며, 혹은 범 · 이리 · 까마귀 · 독수리 · 여우를 보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것들을 보고는 또 생각하기를, '심부름꾼이나 길에서 보는 것이 모두 상서롭지 못하니 이 병인은 결정코 치료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였으며, 다시 생각하기를, '내가 만일 가기 않으면 용한 의원이 아니요, 만일 가더라도 치료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고, 또 생각하되, '이렇게 여러 가지가 상서롭지 못하지만 우선 그냥 두고 병인에게 가 보리라' 하였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하는 때에 앞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습니다.
'없어졌다, 죽었다, 무너졌다, 꺾어졌다, 깍아버렸다, 떨어졌다, 타버렸다, 오지 말라, 치료할 수 없다, 구제할 수 없다.'

 

또 남쪽에서 짐승의 소리가 들리니, 까마귀 · 독수리 · 사리새의 소리와 개 · · 여우 · 멧돼지 · 토끼의 소리였습니다이런 소리를 듣고는 병인은 진실로 치료하기 어려우리라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병인이 있는 집에 들어가서 병인을 관찰하니, 찼다 더웠다가 하고, 골절이 아프고 눈이 붉고 눈물이 흐르고 귀 우는 소리[耳聲]가 밖에까지 들리며, 목구멍이 아프고 혓바닥이 터져 그 빛이 검고, 머리를 바로 들지 못하고, 몸은 말라서 땀이 나지 않고, 대소변이 막혀서 통하지 못하며, 몸이 갑자기 비대하여 뻘겋고 이상하며, 말이 고르지 못하여 컸다 작았다 하고 온몸이 얼룩얼룩하여 푸르고 붉고 하며, 배가 부었고 말이 분명치 못하였습니다.

 

의원은 병세를 살피고는 간병하는 이에게 '병인의 정신상태가 요사이에 어떠하냐'고 물었더니, 그의 대답은 '이 사람이 본래는 삼보와 하늘을 믿고 존경하더니, 지금은 변하여 공경하고 믿는 마음이 없으며, 본래는 보시하기를

 

                                                                                                                     [438 / 10007] 쪽

좋아하더니 지금은 인색하며, 본래는 밥을 적게 먹더니 지금은 많이 먹으며, 본래는 성품이 폐악(敝惡)하더니 지금은 온화하고 선하며, 본래는 성품이 인자하여 부모에게 공경하더니 지금은 부모에게 공경하는 마음이 없나이다'하였습니다.

 

의원이 이 말을 듣고는 병자에게 가까이 가서 맡아보니, 우발라향 내음, 침수향 내음, 필가다향 내음, 다가라향 내음, 울금향 내음, 바마라발향 내음, 전단향 내음과 고기 굽는 냄새, 포도주 냄새, 뼈 타는 냄새, 생선 냄새, 똥 냄새가 났습니다.

 

향내와 구린내를 알고는 또 몸을 만져보았더니 보드랍기는 비단이나 목화와 같았고, 굳기는 돌과 같고, 얼음처럼 차기도 하고, 불처럼 뜨겁기도 하고, 모래처럼 깔깔하기도 하였습니다. 의원은 이러한 가지가지 형편을 보고 병자가 반드시 죽을 것을 알았지만, 꼭 죽는다는 말을 하지 않고, 간병하는 사람에게 말하기를 '오늘은 바쁜 일이 있어서 갔다가 내일 다시 올 터이니, 병인이 찾는 대로 무엇이나 주라'고 하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이튿날 심부름꾼이 또 의사에게 갔으나, 의사의 말은 '나의 볼일이 아직 끝나지 못하였고 약도 마련하지 못하였노라' 하였습니다. 이만하면 지혜 있는 이는 병자가 반드시 죽을 줄을 알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세존도 그러하여 일천제들의 근성을 잘 알아서 법을 말하나이다. 왜냐 하면 만일 그를 위하여 말하지 아니하면, 범부들은 말하기를 '여래가 자비한 마음이 없도다. 자비한 마음이 있으면 온갖 지혜를 가진 이라 하련만, 자비한 마음이 없다면 무엇으로 온갖 지혜를 가진 이라 말하랴' 할 것이므로, 여래는 일천제를 위하여서 법을 연설하나이다. 대왕이시여, 여래 세존은 병자를 보는 대로 늘 법약을 주건만 병자가 먹지 않는 것은 여래의 허물이 아니옵니다.

 

대왕이시여, 일천제를 분별하면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현재의 선근을 얻을 이요, 하나는 후세의 선근을 얻을 이입니다. 여래는 일천제들을 잘 아시어서 현재에 선근을 얻을 이에게는 법을 말씀하시고, 후세에 얻을 이에게도 법을 말씀하나니, 지금에 이익이 없어도 후세의 인을 짓기 위하시므로 여래는 일천제에게도 법을 말씀하나이다. 일천제는 또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영리한 이요 하나는 중품 근성입니다. 영리한 사람은 현재에 선근을 얻을 

 

                                                                                                                     [439 / 10007]

것이요, 중품 사람은 후세에 얻을 터이므로 부처님의 설법이 헛되지 않나이다.

 

대왕이시여, 어떤 깨끗한 사람이 뒷간에 빠진 것을 선지식이 보고는 딱하게 여기어 나아가 머리카락을 붙들고 끌어내나니, 부처님 여래도 그와 같아서, 중생들이 3악도에 떨어짐을 보고는 방편으로 구제하여 벗어나게 하나니, 그러므로 여래는 일천제를 위하여서도 법을 연설하나이다."

 

"기바여, 여래가 참으로 그러하시다면 길한 날을 택하여 가서 뵈오리라."
"대왕이시여, 여래의 법에는 길한 날을 택하는 일이 없나이다. 대왕이시여, 마치 중병에 걸린 사람은 날을 보고 길흉을 가리지 못하고 용한 의원을 구할 뿐이니, 대왕은 지금 병이 중하시오니, 부처님 의원을 구하실 뿐이옵고, 좋은 날을 택하실 것 아닌가 하나이다.

 

대왕이시여, 전단나무에 타는 불이나 이란(芛蘭)에 타는 불이 타기는 마찬가지오니, 길한 날 흉한 날도 그와 같아서 부처님께 가시기만 하면 죄를 멸할 것이오니, 바라옵건대 대왕은 오늘 곧 가사이다."

 

이 때에 대왕은 길상이란 신하에게 말씀하였다.
"경은 내가 지금 부처님 계신 데 가려 하니, 공양하기에 필요한 물건들을 마련하라."

 

길상은 여쭈었다.
"대왕이시여, 좋사옵니다. 필요한 공양거리가 모두 준비되었나이다."

 

아사세왕은 부인과 더불어 타고 가는 수레가 12천이요 살찌고 건장한 코끼리가 5만이니, 코끼리마다 세 사람씩 타고, 가지고 가는 깃발 · 일산 · · · 풍류 여러 가지 공양거리가 모두 구족하였고, 따라가는 인마들이 18만이요, 마가다국 백성들로 왕을 따라가는 이가 58만이었다. 이 때에 구시나성에 있는 대중이 12유순에 가득하여, 아사세왕과 그 권속들이 길을 찾아오는 것을 멀리서 보고 있었다.

 

이 때에 부처님께서는 대중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모든 중생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가까운 인연이 될 것은 착한 벗이 제일이니라. 왜냐 하면 아사세왕이 만일 기바의 말을 따르지 아니하였더라면 내달 7일에는 목숨이 마치어 아비지옥에 떨어질 뻔하였느니라. 그러므로 가까운 인연은 착한 벗이 제일이라 하느니라."

 

                                                                                                                      [440 / 10007]

아사세왕은 앞으로 나아가면서 사바제의 비유리왕은 배를 타고 바다에 들어갔다가 화재를 만나 죽었다 하고, 구가리 비구는 산 채로 땅에 들어가 아비지옥에 갔다 하고, 수나찰다는 가지가지 나쁜 짓을 하고는 부처님 계신 데 가서 모든 죄가 소멸되었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그러고는 기바에게 말하였다.
"내가 지금 이런 두 가지 이야기를 들었으나 결정할 수 없으니, 경은 와서 나와 함께 한 코끼리를 탑시다. 내가 만일 아비지옥에 들어가게 되거든, 경이 나를 붙들어 떨어지지 않게 하시오. 왜냐 하면 내가 들으니 도를 얻은 사람은 지옥에 들어가지 않는다 하오."

 

이 때에 부처님께서는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아사세왕이 지금 의심이 있으니 내가 이제 그를 위하여 결정한 마음을 가지게 하리라."

 

그 때에 모인 가운데 한 보살이 있으니 이름은 지일체(持一切)라 하는데, 부처님께 이렇게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먼저 말씀하시기를 모든 법이 일정한 모습이 없나니, 빛도 일정한 모습이 없고 나아가 열반도 일정한 모습이 없다 하였사온데, 지금 여래께서 어찌하여 아사세왕을 위하여 결정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 하시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었다.
"좋은 말이다. 선남자야, 내가 이제 결정코 아사세왕에게 결정한 마음을 가지게 하리라. 왜냐 하면 만일 왕의 의심을 깨뜨린다면 모든 법이 일정한 모습이 없는 줄을 알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아사세왕을 위하여 결정한 마음을 가지게 하리니, 이 마음이란 일정함이 없는 줄을 알지니라. 선남자야, 만일 저 왕의 마음이 일정하다면 왕의 역죄를 어떻게 벗게 하리요만, 일정한 모습이 없으므로 그 죄를 파괴할 수 있느니라. 그러므로 내가 아사세왕을 위하여 결정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는 것이니라."

 

이 때에 대왕은 쌍으로 선 사라나무 사이에 이르러 부처님 계신 데 나아가 여래를 뵈오니, 32상과 80종호가 마치 미묘한 황금산 같았다.

 

이 때에 세존이 여덟 가지 음성으로 '대왕이여!' 하였다. 아사세왕은 좌우.........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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